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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학사 65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1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당학사 65화

“콜록! 호현 학사가 우리를 보내고 싶은 모양이군. 우엑!”

 

바닥에 피를 토해 낸 허명진인이 입을 닦아내자 그 뒤를 이어 눈을 뜬 허학진인 역시 바닥에 피를 토했다.

 

“우엑!”

 

옆에 있던 도사들이 천을 건네주자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낸 허학진인이 한숨을 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의 눈에 흔적조차 없이 사라진 장생각 터와 황폐해진 주변 모습이 보였다.

 

그러다 허학진인이 청운진인을 바라보았다.

 

“장문인께 미안하군.”

 

“장생각이야 다시 지으면 되는 것이니 심려치 마십시오. 이 사질은 두 사숙께서 무사하신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툭툭툭!

 

말을 하면서 조심스럽게 허학진인의 몸에 묻은 흙먼지들을 털어낸 청운진인이 옆에 있는 허명진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허명진인의 몸에 묻은 흙먼지들도 털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허명진인과 허학진인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자네는 무당에 불이 나도 몸에 묻은 흙부터 털어내고 불을 끌 사람이로군.”

 

“무량수불.”

 

허명진인의 말에 청운진인이 할 말이 없다는 듯 고개를 숙이며 도호를 외웠다.

 

툭툭툭!

 

여전히 허명진인의 몸에 묻은 흙을 털어내면서 말이다. 그런 청운진인의 모습에 허명진인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어린 시절부터 보아왔기에 그의 청결에 대한 광적인 집착을 잘 아는 것이다. 만약 자신의 몸에 묻은 흙을 털지 못하게 하면 거품이라도 물고 쓰러질 위인이 바로 청운진인인 것이다.

 

호현은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허명진인과 허학진인의 모습은 보이는데 운학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었다.

 

‘신선 어르신은 어디에 계신 것이지?’

 

운학을 찾아 고개를 돌리던 호현이 얼굴을 굳히고는 허명진인을 바라보았다.

 

“어르신은 어디에 계십니까?”

 

호현의 말에 허명진인이 한숨을 쉬며 하늘을 가리켰다.

 

“설마? 돌아…… 가신 것입니까?”

 

호현의 물음에 허명진인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의 행동에 호현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하늘 한쪽에 검은 물체가 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검은 물체를 보기 위해 호현이 안력을 집중했다.

 

그러자 문곡성이 저절로 열리며 호현의 눈에 기들의 움직임이 들어왔다.

 

‘저건?’

 

햇살을 받아 검게 보이는 물체의 주위로 찬란하게 빛나는 기의 덩어리를 본 호현의 얼굴에 안도의 미소가 어렸다.

 

“신선 어르신.”

 

호현의 중얼거림과 함께 순간 하늘에서 검은 물체, 아니 운학이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그런 운학의 주위에는 더 이상 심검으로 이루어진 광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제3-10장 운학, 정신을 차리다. 하지만……

 

휘이익!

 

바람을 가르며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운학의 모습은 진정 신선의 그것이었다.

 

하지만 호현의 눈에는 위험하게 보일 뿐이었다. 끝없이 높은 하늘에서 사람이 떨어져 내리니 어찌 위험해 보이지 않겠는가.

 

“어르신, 위험합니다!”

 

호현의 고함에도 떨어져 내리는 운학의 속도는 여전히 줄지 않았다.

 

그 모습에 호현이 당황해할 때 허명진인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야 저런 곳에서 떨어지면 죽겠지만 사부님은 보통의 인간과 다른 분이시네. 걱정하지 말고 지켜보게나.”

 

심검에서 운학이 나왔다는 사실에 허명진인의 얼굴에는 여유가 있었다. 게다가 그는 안력을 돋워 운학의 몸이 무사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 가슴 졸일 이유가 없는 것이다.

 

허명진인의 말에 호현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안력을 집중하자 닫혔던 문곡성이 열리며 운학의 주위에 흐르는 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운학의 주위를 회전하며 그를 감싸고 있는 기의 실들의 모습에 호현이 감탄성을 뱉었다.

 

“아! 아름답다.”

 

운학을 감싸고 부드럽게 회전을 하는 기의 선들의 움직임이 너무나 아름답고 고귀해 보였던 것이다.

 

빠르게 떨어져 내리던 운학의 몸이 지상과 이 장 거리까지 가까워졌다.

 

그리고 순간, 운학의 몸 주위를 감싸고돌던 기의 선들이 그의 발밑에서 회오리를 치기 시작했다.

 

기의 선들이 움직이는 것과 함께 떨어져 내리던 운학의 속도가 줄어들었다.

 

화아악!

 

회오리치는 기의 선들에 의해 지상의 흙먼지들이 솟구쳐 올랐다. 그러자 마치 운학이 회색 구름을 타고 지상에 내려오는 듯한 모습을 그려냈다.

 

그 모습에 호현의 입에서 작은 중얼거림이 흘러나왔다.

 

“신선…… 강림?”

 

호현의 중얼거림에 청운진인과 주위에 있던 무당 사람들이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대로 지금 하늘에서 내려오는 운학의 모습이 세상에 퍼진 이야기꾼들의 입에서 나오는 신선들이 인간계에 하강하는 모습과 같았던 것이다.

 

사람들이 자기들도 모르게 포권을 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을 때 하늘에서 떨어져 내린 운학이 허명진인과 허학진인 사이에 내려섰다.

 

툭!

 

그 높은 하늘에서 떨어져 내려왔다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가벼운 소리를 내며 내려선 운학은 주위를 훑어보았다.

 

그 동안 걱정했던 운학이 무사한 모습으로 나타난 것에 기뻐 호현이 고함을 지르며 그에게 다가갔다.

 

“신선 어르신!”

 

호현의 부름에 운학이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운학의 눈빛을 본 호현은 걷던 모습 그대로 굳어졌다. 운학의 눈빛이 너무나 무심했던 것이다.

 

“시, 신선 어르신?”

 

호현의 중얼거림에 그를 바라보던 운학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운학의 눈빛이 흔들렸다.

 

“시, 신선 어르신?”

 

호현의 부름에 그를 보던 운학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도우는 누구시기에 본도를 신선 어르신이라 부르는 것인가?”

 

“네?”

 

“도우는 나를 아시는가?”

 

운학의 말에 호현이 할 말이 없어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운학의 말투가 예전과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정신이 돌아오신 것인가?’

 

운학의 정신이 돌아왔다는 것을 깨달은 호현의 가슴에 이상한 감정이 생겼다.

 

정신 나간 노인의 정신이 제대로 돌아왔으니 당연히 기뻐하고 축하해야 할 일이지만…….

 

‘나를 기억 못하시는구나.’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운학의 행동에 씁쓸함과 서운함을 느낀 호현은 한숨을 쉬며 뒤로 물러났다.

 

그런 호현을 이상하다는 듯 보던 운학이 문득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하구나. 저 아이, 내가 아는 사람과…….’

 

호현의 뒷모습에서 누군가 아는 사람의 그림자를 봤다는 생각이 든 운학의 몸이 순간 사라졌다.

 

스윽!

 

갑자기 사라지는 운학의 모습에 청운진인 등이 급히 그를 찾아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다시 나타난 운학의 몸은 호현의 앞에 있었다. 갑자기 자신 앞에서 귀신처럼 솟구치는 운학을 호현은 멍하니 바라보았다.

 

예전이라면 놀랐을 것이나 그동안 하도 귀신처럼 나타났다 사라지는 모습을 봐서인지 놀랍지도 않은 것이다.

 

그런 호현을 가만히 보던 운학의 입이 열렸다.

 

“너는 누구냐?”

 

운학의 물음에 호현이 정중히 포권을 하며 예를 취했다.

 

“호북 방헌현 방헌학관 죽대 선생의 제자 호현입니다.”

 

“학관의 호현? 그럼 학사라는 말이냐?”

 

“그렇습니다.”

 

호현의 말에 운학이 그의 위아래를 훑어보았다. 그 눈길에 이상함을 느낀 호현이 자신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호현의 얼굴에 민망함이 어렸다. 아침에 갈아입은 백의 유삼은 어디로 가고, 이리저리 찢어져 있어 거지꼴과 다를 바가 없었던 것이다.

 

붉어진 호현의 얼굴을 유심히 보던 운학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너는……?”

 

자신을 알아보는 듯한 운학의 모습에 호현이 반색을 하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호현입니다. 저를 기억하시겠습니까?”

 

호현의 말에 그를 보던 운학의 몸이 사라졌다.

 

스윽!

 

그리고 순간 호현의 몸은 무당파의 건물들이 내려다보이는 허공에 떠 있었다.

 

“으악!”

 

허명진인과 허학진인은 복잡한 눈으로 호현과 운학을 바라보고 있었다.

 

- 사부님의 상태를 보니 예전 기억을 모두 되찾으신 모양입니다.

 

허헉진인의 전음에 허명진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런 듯 하구나.

 

- 그럼 호현 학사와 우리는 어찌 되는 것입니까?

 

- 어찌 되기는. 호현 학사는 본문에 온 이유인 선학전 서고 정리를 하면 되는 것이고 우리는 원래 있어야 할 동굴로 돌아가 은거를 하면 되는 것이다. 호현 학사가 오기 전으로 돌아가면 그 뿐인 것이야.

 

허명진인의 전음에 허학진인이 그를 바라보았다.

 

- 하지만 호현 학사에게 사부님의 진전이 이어졌는데…….

 

허학진인의 말에 허명진인이 호현을 보고는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무량수불…….’

 

- 호현 학사는 본시 무림과 연이 없는 인물. 사부님의 진전을 잇는다는 것은 호현 학사가 무림과 큰 연을 맺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림인들에게야 너와 나의 사제가 된다는 것은 큰 기연이겠으나 호현 학사에게는 기연이 아닌 악연이 될 확률이 클 것이다.

 

- 하지만 이미…… 응?

 

전음을 보내던 허학진인은 호현과 대화를 하던 운학이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호현의 모습도 사라졌다. 그 모습에 허학진인이 황급히 허명진인을 찾았다.

 

- 사형!

 

“알고 있다! 따르거라!”

 

허명진인이 어딘가를 향해 몸을 날리자 허학진인이 그 뒤를 따라 몸을 날렸다.

 

그리고 그 뒤를 다른 무당의 인물들이 따르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 너희들은 이곳 장생각이나 정리하고 있거라. 우리들의 뒤를 따라오면 아니 될 것이다.

 

허학진인의 전음에 몸을 움직이려던 무당 고수들이 엉거주춤한 자세로 굳은 채 청운진인을 바라보았다.

 

허학진인이 비록 무당의 전대 기인이기는 하지만 현 무당의 주인은 엄연히 청운진인인 것이다.

 

명을 기다리는 제자들을 보던 청운진인이 고개를 내저었다.

 

“말씀을 따르지 않고 무엇을 하는 것이냐?”

 

“존명!”

 

“존명!”

 

박살난 장생각과 그 주위를 치우기 위해 무당의 제자들이 삽과 빗자루를 가지러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던 청운진인이 힐끗 뒤에 서 있는 청수진인을 바라보았다.

 

“사제가 수고를 좀 해주어야겠네.”

 

“알겠습니다.”

 

“운학 사조께서 정신이 돌아 온 듯하나…… 확실한 것은 아직 모르는 것이네. 만약 정신이 올곧지 않고 호현 학사에게 위해가 가는 일이 벌어진다 생각이 들면 그의 안전을 지켜주게. 그는 무당의 은인일세.”

 

“알고 있습니다, 그럼.”

 

청수진인이 허학진인 등이 향한 방향으로 경공을 시전해 사라지는 것을 보며 청운진인이 한숨을 내쉬었다.

 

‘운학 사조, 차라리 모습을 보이지 마실 것을 그러셨습니다.’

 

운학이 모습을 드러낸 후 무당에서 벌어진 일들을 생각하며 청운진인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장생각이 있던 곳과 주위를 훑어보았다. 장생각 근처의 삼십 장 내에 있던 건물들 중 성한 곳은 거의 없었다.

 

다행이라면 무당의 핵심 인사들이 숙소로 사용하는 곳이기에 장생각을 중심으로 이십 장 내에는 별 다른 건물들이 없다는 것 정도였다.

 

하지만 그 안에 있던 나무와 기암석들이 모두 박살났기에 조경을 다시 꾸미는 데에는 만만치 않은 인력과 시간이 필요할 듯 보였다.

 

‘아직 선인각 재건축도 끝나지 않았거늘…… 휴우.’

 

이번 일로 인해 들어갈 돈을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해지기만 하는 청운진인이었다.

 

*

 

*

 

*

 

운학의 옆구리에 끼인 호현은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으악!”

 

빠르게 멀어지는 무당의 건물들과 숲의 모습.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지상과도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이었다.

 

즉, 호현은 운학의 옆구리에 끼여 하늘을 날고 있는 것이다.

 

“으아아악!”

 

육지비행술이라 불리는 전설적인 경공을 시전 하던 운학은 줄기차게 고함을 질러대는 호현의 행동에 눈가를 찡그렸다. 너무 시끄러웠던 것이다.

 

“조용히 하거라. 시끄럽게 한다면 여기서 떨어뜨려 버리겠다.”

 

운학의 협박에 고함을 지르려던 호현은 입을 꾹 다물고는 그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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