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학사 63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74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63화
호현의 말대로 어제 제갈연이 선학전 학사들에게 음식을 대접한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다른 것은 선학전 학사들은 음식만을 대접 받았을 뿐 다과까지 대접을 받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런 사실을 모르는 호현이기에 다과를 허학진인에게 내밀은 것이었다.
“그래도 될지 모르겠군.”
허학진인은 다과함을 기분 좋게 받아서는 허명진인에게 들고 갔다.
“사형, 제갈세가의 음식이랍니다.”
허명진인 역시 소싯적 제갈경천 덕에 몇 번 먹어 본 적이 있는 제갈세가의 음식을 떠올리고는 미소를 지었다.
“그렇구나.”
그런 둘을 보며 호현은 씻고 갈아입을 옷을 가지러 위층에 있는 자신의 숙소로 향했다.
호현이 올라가는 것에 시선을 두지 않던 허학진인은 다과함의 뚜껑을 열었다.
뚜껑을 열자 달콤한 향과 기분 좋은 음식 냄새가 흘러나왔다.
“흐흠, 하! 냄새가 참 좋군요.”
“그렇구나.”
서로를 바라보며 웃은 허명진인과 허학진인은 음식들을 하나둘씩 꺼내 먹기 시작했다.
그 둘이 식탐이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젊었을 적 먹었던 제갈세가의 음식을 먹으니 예전 좋았던 기억들이 떠올라, 다과가 아닌 추억을 먹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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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유삼으로 갈아입은 호현은 빨랫감을 한쪽에 두려다 양피지를 발견했다.
‘아, 이건 어쩌지? 보니 무당의 것은 아닌 듯한데…….’
잠시 양피지를 보던 호현은 그것을 품에 넣었다.
‘무당의 건물에서 나왔으니 응당 무당에 주는 것이 맞겠지.’
속으로 중얼거린 호현은 장생각 대청으로 내려왔다. 대청에는 허명진인과 허학진인이 기분 좋은 얼굴을 한 채 정좌를 하고 있었다.
한쪽으로 걸어간 호현은 텅 비어 있는 다과함을 보고는 뚜껑을 닫았다.
“호현 학사 덕에 잘 먹었네.”
“제갈 노사께 말씀 전하겠습니다.”
감사 인사는 자신이 아닌 제갈현진이 받아야 한다는 의미를 가진 호현의 말에 허명진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제갈현진에게 잘 먹었다는 말 전해주게.”
“전하겠습니다.”
다과함을 챙긴 호현이 광구를 바라보았다.
아직 새벽이라서 그런지 광구에서 나오는 빛이 유난히 밝게 느껴졌다.
“아무런 변화도 없었습니까?”
호현의 말에 허명진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호현이 한숨을 쉬자 허명진인이 입을 열었다.
“너무 걱정 하지 마시게나. 막대한 내공이 소모되는 심검이 유지가 되고 있다는 것은 사부님의 몸에 문제가 없다는 뜻이니.”
“맞습니다. 사부님의 몸에 문제가 있었다면 심검에 변화가 있었을 것입니다. 변화가 없다는 것은 오히려 사부님에게 문제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니 안심해야 할 일입니다.”
두 사람의 말에 호현은 광구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문득 이상한 점을 느낀 호현이 말했다.
“심검을 구사하는데 막대한 내공이 필요하시다고 하셨습니까?”
“그렇네.”
허명진인의 말에 호현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런 호현의 모습에 허명진인이 이상함을 느끼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 그러는 것인가?”
“막대한 내공을 필요로 하는 심검을…… 신선 어르신께서 며칠째 운용을 하고 있는 것입니까?”
호현의 말에 허명진인과 허학진인의 얼굴이 굳어졌다.
지금 운학은 보름이 넘도록 심검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었다.
허명진인과 허학진인이 서로를 보고는 광구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호현 학사는 장생각 밖으로 물러나시게.”
“어찌 하려 하십니까?”
“더 이상 사부님이 스스로 나오시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게 되었네.”
“하지만 전에 어르신이 먼저 나오기 전에는 나오게 할 수 없다 하셨잖습니까?”
“그 때는……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았기에 그저 보고 있었던 것이네. 허나 이제는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네. 심검을 더 이상 운용하신다면 사부님의 몸에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음이야.”
허명진인이 말과 함께 호현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둥실!
허명진인의 손길에 따라 호현의 몸이 저절로 떠올랐다.
“헉! 허명진인!”
호현의 고함에 허명진인이 그를 한 번 보고는 광구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호현의 몸이 장생각 밖으로 부드럽게 날아가기 시작했다.
탓!
밖으로 날아가던 호현의 몸은 한 무당 인물의 손에 받아졌다. 호현이 보니 명균이었다.
“명균 도장?”
호현의 말에 가만히 고개를 저은 명균이 그를 안고 장생각에서 멀리 떨어졌다.
그리고 그 주위에는 어느새 무당의 도사 여섯이 대기하고 있었다. 허학진인의 물러나라는 전음에 장생각을 지키던 도사들이 이곳으로 온 것이다.
도사들을 보던 명균이 그 중 한 도사에게 말했다.
“명분 사제는 장문인께 이곳의 사정을 알리거라.”
“알겠습니다.”
명분이라 불린 도사가 사라지자 명균이 다른 도사들을 향해 말했다.
“너희들은 이곳 주위로 아무도 오지 못하게 하거라.”
명균의 지시에 도사들도 각자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런 그들을 보던 명균이 장생각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무량수불.”
명균의 눈빛에서 걱정과 긴장감을 본 호현이 급히 물었다.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려는 것입니까?”
“저도 자세히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사조들께서 호현 학사를 밖으로 피신시킨 것을 봤을 때, 무슨 일이 생길 것이라는 것밖에는…….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를 해주시겠습니까?”
명균의 물음에 호현이 안에서 있었던 대화들을 이야기 해주었다.
그 말을 들은 명균이 침음성을 흘리고는 호현을 데리고 뒤로 물러났다.
“왜……?”
“사조들께서는 심검을 공격해 태사조님에게 충격을 주려는 것입니다.”
“충격? 하지만 심검은 전설로 내려오는 극강의 경지인데, 진인들께서 괜찮으시겠습니까?”
“괜찮기를 빌어야겠지요. 무량수불.”
도호를 외우는 명균의 얼굴에 어린 긴장감에 호현은 침을 삼키고는 장생각을 바라보았다.
아직은 아무런 일도 없는지 조용한 장생각을 보던 호현의 머리에 북두신공이 떠올랐다.
그 생각에 호현은 급히 눈을 감고는 내면을 관조했다. 몸 안을 관조하던 호현은 눈 부위에서 이상한 기운이 느껴지자 천천히 눈을 떴다.
그러자 허공에서 실타래처럼 엮이고 풀어지고 있는 기의 실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 상태에서 정신을 집중한 호현은 장생각 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호현의 입이 쩌억 벌어졌다.
‘이, 이게 대체?’
호현의 시선에 닿은 장생각은 기의 실로 이루어진 거대한 두 개의 회오리가 맹렬하게 회전을 하며 점점 그 크기를 키워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순백의 빛으로 이루어진 기의 덩어리가 존재하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빛으로 이루어진…….
‘금강석?’
세상에서 가장 단단하다는 금강석을 떠올리게 하는 그 기의 덩어리에 호현은 회오리를 바라보았다.
회오리는 천지를 부술 듯 요란하게 회전을 하고 있었지만 호현의 눈에는 초라해 보였다. 아무리 바람이 많이 불어도 태산이 흔들리지 않는 것처럼…….
그 모습에 호현은 허명진인 등을 말리기 위해 입을 벌렸다.
“멈……!”
번쩍!
순간 엄청난 빛의 무리가 장생각 안쪽에서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장생각을 중심으로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우르릉! 꽈꽈꽝!
그와 함께 그들을 향해 강렬한 기의 충격파가 덮쳐왔다.
그 강대한 기운에 명균은 호현을 데리고 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충격파에서 느껴지는 너무나 강대한 기운에 공포를 느낀 명균의 몸은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을 만큼 얼어 있었다.
‘호현 학사를 지켜야 한다!’
그 공포를 이기기 위해 속으로 고함을 지른 명균이 애써 움직이려는 순간!
그 앞에 백의를 입은 한 남자의 등이 나타났다. 강대한 충격파 앞에서 자신을 가로막은 남자로 인해 원인모를 안도를 느끼던 명균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명균의 앞을 막아 선 남자는…… 바로 호현이었다.
‘호현 학사?’
그때, 호현의 양손이 천천히 좌우로 벌어지기 시작했다.
제3-9장 북두의 두 번째 별
장생각에서 시작된 충격파는 거칠 것이 없다는 듯 질주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충격파가 가는 길 중 한 곳에 호현이 명균을 등진 채 서 있었다.
퍼퍼퍼펑!
충격파가 지나가는 길에 있던 돌과 나무들이 산산이 터지고 쪼개지며 사방으로 비산하는 것과 함께, 호현의 양손이 부드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던 명균의 머리에 한 무공의 이름이 떠올랐다. 아니 호현이 무당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무공이 아닌 체조로 분류되던 한 이름이 말이다.
‘태극호신공?’
그리고 그들을 향해 충격파가 덮쳐왔다.
우르르릉!
요란한 충격음에 명균은 질끈 눈을 감았다.
마치 자신의 눈앞에서 산산이 터져나가는 호현을 볼 수 없다는 듯이.
‘끝이다.’
곧이어 자신의 몸을 강타할 충격을 대비하던 명균은 시간이 지나도 충격이 덮쳐오지 않자 천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
‘호, 호현 학사?’
명균의 눈에 호현이 태극호신공을 펼치며 강대한 충격파를 막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어떻게 했는지 호현을 중심으로 충격파가 갈라지고 있었다.
우르르릉! 퍼퍼퍼펑!
호현의 주위로 엄청난 폭음과 함께 나무와 돌들이 산산이 터지며 날아갔다.
그 모습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멍하니 바라보던 명균이 뒤를 돌아보았다.
호현과 자신의 뒤로는 멀쩡했지만 그 좌우에 있는 모든 것이 터지고 쪼개지며 파괴되어 사라지고 있었다.
‘이게 대체……?’
호현은 현재 죽을힘을 다해 태극호신공을 운용하고 있었다.
호현은 자신들을 향해 덮쳐오는 충격파에 담겨 있는 기의 실타래를 풀어내고 있는 중이었다.
충격파가 터지는 순간 문곡성의 기운이 강해졌고 기의 실체가 확연히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명균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기들이 움츠려드는 모습도 말이다.
그 모습에 호현의 몸이 저절로 명균의 앞을 가로막았다. 왜 자신이 명균의 앞을 막았는지는 그도 몰랐다.
다만 명균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리고 자신들을 향해 달려오는 기의 폭풍에 대면하자 자연스럽게 그의 몸이 태극호신공을 운용했다.
화아악! 화아악!
태극호신공을 운용하자 주위에서 맴돌던 자연의 기운이 그의 손짓에 따라 움직이고 발걸음에 따라 갈라지는 것이 눈에 보였다.
우르릉!
그와 함께 눈앞에 기의 태풍이 덮쳐왔다.
‘거부하지 말자. 오면 오는 대로 가면 가는대로 그저 엉켜 있는 기의 실타래를 풀어내 그들이 원래 가야 할 곳으로 보내주자. 그것이 순리이고 그것이 조화일 것이니.’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른 채 호현의 손이 기의 태풍에 엉켜 있는 기의 실타래들을 하나둘씩 풀어 헤치기 시작했다.
강하게 다가오는 기의 실들을 끌어당기자 호현의 몸에서 기운들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반항을 하는 기의 실들을 하나둘씩 풀어내기 시작했다. 때로는 부드럽게 달래고, 때로는 강하게 밀어내고 당기기를 반복하자 호현의 품에 끌려온 기의 실들이 좌우로 흩어져갔다.
하지만 기의 실들은 호현이 가진 기운들에 비해 너무나 강했다.
한 가닥 한 가닥 기의 실들을 풀어 헤칠 때마다 호현의 몸이 움찔거리며 흔들렸다.
‘크윽! 여기서 멈추면 나뿐만 아니라 명균 도장 역시 해를 입는다.’
뒤에 있는 명균을 의식한 호현은 연신 손을 바쁘게 움직이며 기의 실들을 풀어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호현이 풀어내 흩어내는 기의 실들 속에서 몇 가닥의 기의 실들이 호현의 주위에 쌓이기 시작했다.
워낙 많은 기운들이 덮쳐오기에 모든 기들을 풀어내지 못하고 조금씩 쌓여가는 것이었다.
한 가닥 한 가닥 기의 실들이 호현의 양팔과 양 다리를 옭아매기 시작했다.
점점 더 몸을 움직이기 힘들던 호현의 입에서 한 줄기 선혈이 흘러내렸다.
주루룩!
‘더, 더 이상은……. 크윽!’
더 이상 몸을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기의 실들이 옭아매는 힘이 강해지자 호현은 신음을 토했다. 그러던 호현의 움직임에 변화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