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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학사 57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9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당학사 57화

호현의 중얼거림과 함께 몸 안에 있던 기운들이 썰물처럼 양손을 통해 밖으로 뿜어져나갔다.

 

펑!

 

호현의 양손에서 폭발음과 함께 강한 장력이 전방을 휩쓸어갔다.

 

우르릉!

 

천둥치는 소리와 함께 뿜어지는 장력의 위세에 주위에 있던 장로들이 좌우로 흩어졌다.

 

콰콰쾅!

 

자신의 손에서 뿜어진 장력에 장생각 벽이 박살나는 모습을 호현은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게…… 대체?’

 

우두둑! 쿵!

 

장생각의 한쪽 벽이 뒤로 넘어지는 소리에 호현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내가…… 신선이 된 것인가?”

 

멍하니 자신의 손을 보고 있는 호현에게 청운진인이 다가왔다.

 

청운진인이 다가오는 모습에 호현은 급히 포권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제가 또…….”

 

호현이 사과를 하려는 모습에 청운진인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장생각의 벽이야 어차피 사조께서 깨어나시면 고치려고 한 것이네. 그리 신경 쓰지 말게. 고작해야 구멍…….”

 

슬쩍 호현이 방금 부셔놓은 벽을 바라본 청운진인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쩝! 출입구 하나 더 만들어진 것이니 말이네.”

 

구멍에서 출입구라고 말을 바꾸는 청운진인의 모습에 호현은 무당파에 대한 미안함에 얼굴이 붉어졌다.

 

그런 호현을 보던 청운진인은 미소를 지었다. 장생각의 벽이야 고치면 된다. 하지만 그 대신 호현은 무당에 진정한 태극호신공을 전해 준 것이다.

 

‘장사로 치면 크게 남는 셈이겠군.’

 

속으로 중얼거린 청운진인은 명균을 향해 시선을 주었다. 그러자 명균이 어디선가 지필묵을 가지고 와서는 옆에 펼쳤다.

 

“운학 사조께서 자네에게 알려 준 태극호신공에 대해 자세하게 이야기해주겠나?”

 

“자세하게라시면……?”

 

“사조께서 하신 말씀을 토씨 하나 빼지 말고 그대로 이야기를 해주면 되네. 아니, 그 날 있었던 일들을 모두 다 이야기 해주게.”

 

“알겠습니다. 그 날 저는 명인 도사에게서 배운 태극호신공을 연습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 신선 어르신께서 나타나셔서 저에게 제가 하는 것은 태극호신공이 아니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호현의 말이 이어지자 명균이 그의 말을 종이에 적어내려가기 시작했다.

 

*

 

*

 

*

 

호현이 선학전에서 일을 시작했다는 이야기는 무당파에 빠르게 퍼져나갔다.

 

조용한 일상의 수행을 반복하던 무당인들에게 호현은 하나의 전환점이었다.

 

그가 온 이후로 무당에 좋든 나쁘든 많은 일이 생겼으니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다음 날 호현이 일을 하기 위해 선학전에 왔을 때에는 많은 도사들이 그를 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많은 도사들의 시선을 받으며 호현은 제갈현진과 함께 선학전 안으로 들어갔다.

 

어제 장생각에서 있었던 일과 밤이 늦도록 태극호신공에 대해 설명을 하느라 호현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가득 차 있었다.

 

선학전 안에는 먼저 온 학사들이 분류가 다 된 도경들을 서가에 정리해 꼽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들을 지나쳐간 호현과 제갈현진은 지하 서고로 들어갔다.

 

오래된 고서적들의 곰팡이 냄새를 맡던 호현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운학에 대한 걱정과 육체적 피곤함에 마음이 어지럽기는 했지만 고서적들의 향을 맡으니 마음이 조금 진정되기 시작했다.

 

“시작하세.”

 

제갈현진이 먼저 서가를 향해 걸어가자 호현도 그 뒤를 따라 서가로 향했다.

 

서가 쪽에는 먼저 온 명효 도장이 의자에 앉아 있다가 그 둘이 다가오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도 잘 부탁드립니다.”

 

“무량수불.”

 

명효 도장은 가볍게 도호를 외우고는 뒤로 물러났다.

 

그 모습을 보며 호현이 서가에서 책을 뽑아들었다.

 

*

 

*

 

*

 

선학전을 향해 일단의 사람들이 다가가고 있었다. 바로 화산의 도사들과 명인이었다.

 

그리고 그 중 풍범의 얼굴은 잔뜩 굳어 있었다.

 

호현이 깨어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화산파는 그를 만나려했다. 현오에게 닿은 기연이 다른 아이들에게 전해질 수도 있는 것이고, 그것이 아니더라도 현오가 무아에 들었으니 그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하려던 것이다.

 

그런데 장생각이 무슨 영문인지 무당의 금지(禁地)로 변해 버려 그 안에 있는 호현을 만날 수가 없게 되었다.

 

몇 번이나 청운진인에게 호현을 만나게 해달라는 부탁을 하기도 했지만 번번이 거절을 당해야 했다.

 

장생각에서 무당의 중요한 일이 있어 외부인을 들일 수 없다는 것과 호현 학사가 스스로 나오기 전까지는 그를 청할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런데 오늘 아침, 산책을 하던 풍범은 우연히 무당 도사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호현이 선학전에 일을 하러 나온다는 것이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풍범이 화산파 사람들을 이끌고 호현을 만나기 위해 선학전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굳은 얼굴로 걸음을 옮기던 풍범이 뒤에서 걸어오는 명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호현 학사가 선학전이라는 곳에 일을 하러 간다는 말을 안 해준 이유가 무엇인가?”

 

“말을 해줘야 할 의무가 없기 때문입니다.”

 

명인의 말에 풍범의 눈살이 일그러졌다.

 

그가 누구인가?

 

구파일방 중 검으로는 무당과 함께 수위를 다투는 화산파의 제일 고수이자 현 천하십대고수 중 일인이었다.

 

천하십대고수. 말이 쉬워 십대고수지 셀 수 없이 많은 무림인들 중 가장 강한 십인 중 하나로 천하가 인정을 한 그인 것이다.

 

그런 그로서는 명인의 말이 건방지게 들렸던 것이다. 그리고 그 생각은 풍범뿐만 아니라 다른 화산파 고수들도 마찬가지인지 모두 얼굴을 굳힌 채 명인을 노려보았다.

 

“으드득! 감히!”

 

화아악!

 

순간 풍범의 몸에서 강한 기파가 뿜어졌다. 그리고 기파는 명인의 몸을 강하게 조이기 시작했다.

 

자신의 몸을 조여 오는 풍범의 기파에 명인은 침음성을 토했다.

 

“크윽!”

 

절정 고수인 명인이라도 천하십대고수가 뿜어내는 기파는 감당을 할 수 없는 것이다.

 

“누가 무당파에서 무당의 제자를 핍박하는 것이냐!”

 

명인을 압박하던 풍범은 사자후와 함께 느껴지는 강한 존재감에 자기도 모르게 검자루에 손을 가져다댔다.

 

‘누가 이런 기세를?’

 

명인을 압박하던 기파를 회수한 풍범이 굳은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풍범의 눈에 한 노도사의 얼굴이 들어왔다.

 

“만운검선?”

 

노도사의 얼굴을 본 순간 풍범은 그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바로 무당의 전대 기인이자, 전대 천하십대고수 중 일인이었던 만운검선 허학진인이었다.

 

그 얼굴을 같은 구파일방의 제자인 풍범이 모를 수는 없는 것이다.

 

“감히! 무당이 그렇게 우습게 여겨지더냐!”

 

화아악!

 

허학진인의 몸에서 뿜어진 기운에 풍범이 급히 내공을 끌어올렸다.

 

‘내가 명인에게 한 이야기를 들었나보군.’

 

‘감히’라는 말을 유독 강조하는 허학진인의 모습에 입맛을 다신 풍범이 자신의 몸을 조여 오는 기운에 대항하며 포권을 했다.

 

“화산파 풍범이 허학진인께 예를 올립니다.”

 

“흥!”

 

허학진인의 콧방귀에 풍범의 눈빛이 살짝 굳어졌다.

 

허학진인이 전대 십대고수 중 일인이라면 풍범은 현 십대고수 중 일인이다.

 

게다가 고수라고 해서 가는 세월을 잡고 있을 수는 없는 법, 풍범의 경지를 막고 있는 벽을 허학진인이 깨지 않았다면, 붙어보기 전에는 누가 우위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풍범은 정파인 화산의 사람이라고는 하나, 그 성격이 불과 같기로 유명한 인물이었다.

 

점점 자신을 조여 오는 기세가 강해지자 풍범이 그에 지지 않고 기세를 올리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기세에 바닥의 돌들이 허공에 저절로 떠오르더니 터져나가기 시작했다.

 

파파파팟!

 

절대 고수라고 할 수 있는 두 사람의 험악한 기세에 화산파의 고수들과 명인이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두 사람의 옆에 백의 노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허허허! 이거 재밌는 놀이를 하고 계시군.”

 

갑자기 나타난 백의 노인의 등장에 풍범과 허학진인이 눈가를 찡그렸다.

 

백의 노인은 바로 제갈세가의 제갈경천이었다. 제갈경천을 알아 본 풍범이 입을 열었다.

 

“제갈 선배께서는 물러나시지요.”

 

풍범의 말에 제갈경천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자네나 그만 두시는 것이 어떠한가? 화산의 명성이 사해를 뒤덮는다 해도 이곳은 무당이 아닌가.”

 

“화산은 무당을 겁내지 않습니다.”

 

“허허! 자네야 무당을 겁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자네를 따라 이곳에 온 아이들은 무슨 죄인가? 괜한 자존심 때문에 아이들을 모두 이곳에 묻을 생각인가?”

 

제갈경천의 말에 풍범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의 말대로 자신과 허학진인이 싸우게 될 경우, 둘 중 한 명은 반드시 죽을 것이다.

 

그리고 허학진인이 죽게 된다면 무당에서 분란을 일으킨 자신과 화산의 제자들은 이곳에 뼈를 묻게 될 것이다.

 

그 반대로 자신이 죽는다면 뒤에 있는 화산의 제자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화산의 제자들은 무당에서 옥쇄를 하게 될 것이었다.

 

‘그 후에는…… 화산과 무당의 전면전이 되겠지.’

 

마음 같아서는 허학진인과 일전을 벌이고 싶었지만 풍범은 입술을 깨물고는 기세를 조금씩 죽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제갈경천이 허학진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허학, 자네도 이만 진정 하시게. 자네도 화산과 무당이 적이 되기를 바라지는 않을 것 아닌가?”

 

제갈경천의 말에 허학진인이 그를 보다가 한숨을 쉬고는 기운을 죽이기 시작했다.

 

장생각에 있다가 이곳에서 이상한 기운이 뿜어지는 것이 의아해 왔다가 풍범이 무당의 제자를 핍박하는 것에 화가 나 나서기는 했지만, 그 역시 화산과 무당이 전면전으로 치닫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

 

“명인은 이리 오거라.”

 

허학진인의 명에 명인이 그 옆으로 걸어왔다. 그리고 길 한쪽에서 제갈세가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제갈세가 사람들이 다가오는 것을 보던 풍범이 제갈경천에게 포권을 했다.

 

풍범의 예에 제갈경천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에게 슬쩍 전음을 보냈다.

 

-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허학에게 사과하시게. 전후야 어떻든 무당에서 무력을 사용하려던 자네의 행동은 잘못이니 말이네.

 

제갈경천의 전음에 풍범은 허학진인과 그 옆에 있는 명인을 바라보았다.

 

마음 같아서는 여기서 대판 싸우고 싶었으나, 명분이 적었다. 기실 무당에서 무당의 제자를 핍박한 것은 자신이니 말이다.

 

그리고 호현에 대한 이야기를 명인이 자신에게 해줘야 할 의무도 없었고 말이다.

 

‘다음을 두고 보겠다.’

 

속으로 중얼거린 풍범은 허학진인에게 포권을 하며 고개를 숙여보였다.

 

“제가 실례를 범했습니다.”

 

풍범의 사과에 허학진인이 뭐라고 입을 열려는 순간 제갈경천의 전음이 들려왔다.

 

- 화산이 이미 사과를 했네. 더 이상 풍범을 자극하지 마시게.

 

제갈경천의 전음에 허학진인이 그를 바라보았다.

 

- 무당과 화산이 싸워서 좋을 것이 뭐가 있겠는가?

 

제갈경천의 전음에 풍범을 본 허학진인이 입을 열었다.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가겠다.”

 

말과 함께 허학진인이 몸을 돌리고는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런 허학을 보던 제갈경천은 고개를 젓고는 풍범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화산파에서 무당에 왔다는 이야기는 들었네.”

 

“제가 먼저 찾아뵙고 인사를 드렸어야 했는데, 본문의 아이에게 일이 있어 그러지를 못했습니다.”

 

“후후후, 매화검룡에게 기연이 닿았다는 이야기는 나도 들었네.”

 

제갈경천이 화산파 제자들을 훑어보다 현오를 보고는 살짝 얼굴이 굳어졌다.

 

‘어린 나이에 저런 경지라니…….’

 

현오를 보던 제갈경천은 제갈현을 바라보았다. 제갈현 역시 제갈세가의 기대를 받는 인재이기는 하지만 현오에 비해서는 떨어졌다. 그것도 많이 말이다.

 

‘현오가 호현 학사 덕에 무아에 들었다 했던가? 현오가 호현 학사와의 인연으로 무아에 이르렀다면, 만약 호현이 본가의 가솔이 된다면……. 후후후!’

 

미소를 지은 제갈경천이 화산파 사람들을 훑어보고는 이미 사라지고 없는 허학진인이 있던 곳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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