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학사 4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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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24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47화
- 하지만 이곳은 무당입니다. 그러다 문제라도 생기는 날에는…….
- 누가 대놓고 움직인다든? 우리는 현진 숙부를 만나러 가는 것뿐이니, 누가 뭐라고 하겠느냐.
제갈현의 말에 제갈인이 생각을 해보니 확실히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조카들이 숙부를 만나러 간다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제갈인이 고개를 끄덕이자 제갈현이 숙소를 빠져나갔다.
제2-12장 운무에 뒤덮인 장생각
선학전에 간 제갈현과 제갈인은 허탕을 치고 말았다. 제갈현진은 이미 호현과 함께 장생각으로 갔으니 말이다.
그 사실을 모르는 둘은 제갈현진이 어디로 갔는지 몰라 당황해 하고 있었다.
“현진 숙부가 어디를 가셨을까요?”
제갈인의 물음에 제갈현진이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구나. 무당에 아는 사람도 없는 분…… 그렇지. 늘 호현 학사 이야기를 했으니 그 사람과 같이 있을 수도 있겠구나.”
그런 생각을 한 제갈현이 주위를 둘러보다 천막 안에서 도경들을 정리하고 있는 도사에게 다가갔다.
“말씀 좀 묻겠습니다.”
제갈현이 포권을 하며 하는 말에 도사가 고개를 숙였다.
“무량수불, 말씀 하십시오.”
“호현 학사가 어디에 있는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호현 학사라면 아까 숙소로 가는 듯했습니다.”
“혹시 제갈현진 노사도 같이 갔습니까?”
“같이 가셨습니다.”
도사의 물음에 화색이 돈 제갈현이 재차 물었다.
“호현 학사의 숙소가 어디에 있습니까?”
“장생각입니다.”
‘장생각? 이름이 범상치 않은 듯한데……. 무당의 장로들이 머무는 곳인가?’
장생각이라는 이름에 의문을 품은 제갈현이 슬며시 물었다.
“장생각이라면…….”
“본문의 장로분들께서 머무는 곳입니다.”
‘장로들이 머무는 곳이라면 무당의 요지 중의 요지인데, 어찌 일개 학사가 그런 곳에 머문다는 말인가? 흐흠, 무당의 전대 기인인 허명진인 등과 친분이 있는 듯하던데, 그래서 그런 것인가?’
제갈현 등에게는 제갈경천이 호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에 그들은 호현을 무당의 기인들과 친분이 있는 뛰어난 학사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제갈현이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선학전에서 일단의 학사들이 몸에 묻은 먼지들을 털어 내며 밖으로 나왔다.
그런 학사들을 보던 도사가 잘 됐다는 듯 제갈현을 바라보았다.
“장생각으로 가실 거라면 저기 나오는 학사분과 함께 가십시오. 저분도 장생각에 처소를 두시는 분이니 어차피 그곳에 가셔야 합니다.”
도사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중년의 학사가 머리와 몸에 묻은 먼지를 털어 내는 것이 보였다.
바로 호현과 같은 방을 쓰는 진만이었다.
*
*
*
“호현 학사.”
각세진경을 보며 생각에 잠겨 있던 호현은 밖에서 부르는 소리에 밖으로 나왔다.
문 밖에는 허학진인이 운학과 함께 서 있었다.
“자네를 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올 것이네.”
“누가 저를…….”
“만나 보면 알게 되네. 자네하고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듯하니 적당히 상대해 주고 돌려보내게. 아! 사부님 이야기는 하면 안 되네.”
“알겠습니다.”
허학진인은 운학을 데리고 방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러자 운학이 고개를 저으며 호현을 바라보았다.
“우웅! 사형하고 같이 있을래요.”
어느 사이 자신의 손을 잡고 흔드는 운학의 모습에 호현이 고개를 저었다.
“잠시만 허학진인과 같이 계십시오.”
“우웅! 아까도 같이 못 있었는데…….”
“부탁드리겠습니다.”
“쩝! 알겠어요. 아! 그럼 이따 오면 저하고 놀러가요.”
“알겠습니다.”
그제야 운학이 잡은 손을 놓고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안타까운 눈으로 보던 허학진인이 호현에게 말했다.
“밑에 내려가 있으면 자네를 찾는 사람들이 올 것이네.”
그 말과 함께 방으로 들어가는 허학진인을 보며 호현이 밑으로 내려갔다.
대청으로 내려온 호현은 제갈현진이 차를 마시며 앉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직 계셨군요.”
“나야 딱히 할 일이 없는 인사이니……. 그래, 얻은 것이 좀 있는가?”
무아에 대해 묻는 제갈현진을 보며 호현이 한숨을 쉬었다.
“휴우, 모르겠습니다. 뭔가 잡힐 듯하면서도 잡히지를 않는군요.”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시게. 갑자기 온 깨달음이니 쉽게 손에 쥘 수 없는 것이겠지. 시간을 두고 생각하다보면 어느 순간 눈에 보일 것이야.”
“제갈 공께서는 어땠습니까?”
호현의 물음에 제갈현진이 예전 기억을 떠올리는 듯 눈을 감았다. 그러다 잠시 후 눈을 뜬 제갈현진이 웃으며 말했다.
“나는 무아에서 얻은 깨달음을 그대로 유지한 것 같군. 그 자리에서 국치명정을 생각했으니 말이야.”
“역시 대단하십니다.”
호현의 칭찬이 기분 나쁘지 않은 듯 제갈현진이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났다는 듯 입을 열었다.
“선학전 정리가 끝이 나면 방헌으로 돌아갈 것인가?”
“스승님 혼자 계시니 이곳 일이 끝나는 데로 돌아갈 생각입니다.”
“그렇군.”
잠시 생각을 하던 제갈현진이 웃으며 말했다.
“나도 자네와 같이 방헌에 가야겠네.”
“제갈 노사께서요?”
“한림원에 있을 때 받지 못한 죽대 선생의 죽대 가르침을 이번에 받아 볼 생각이네.”
죽대 가르침이란…… 죽대를 휘두르며 가르치는 죽대 선생의 가르침이었다. 즉, 매타작이라는 말이다.
매타작을 자처하는 제갈현진의 말에 호현이 웃으며 말했다.
“죽대 가르침을 따르기가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배움에 있어 쉬운 것이 뭐가 있겠는가? 힘들수록 얻는 것도 큰 법이지.”
‘후후후! 제갈 공께서는 스승님의 죽대 맛을 모르시니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입니다.”
웃으며 속으로 중얼거린 호현이 말했다.
“나중에 왜 말리지 않았냐고 저를 원망하셔도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그럴 리가 있겠는가.”
“알겠습니다. 제갈 공께서 오시면 스승님께서도 크게 기뻐하실 것입니다.”
‘오랜만에 죽대를 휘두를 사람을 만났다고 말입니다.’
뒷말을 속으로 삼킨 호현이 웃고 있을 때 장생각 대청에 일단의 사람들이 걸어 들어왔다.
화산파 사람들과 같이 장생각에 들어선 명균은 주위를 확인했다. 전갈을 보내기는 했지만 혹시라도 허학진인이나 운학이 있으면 문제가 생기니 말이다.
다행이 대청에는 제갈현진과 호현만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제갈현진을 본 명균의 눈이 굳어졌다.
‘제갈현진이 왜 이곳에 있는 것이지?’
무당의 모든 일을 자신의 손금처럼 봐야 직성이 풀리는 명균으로서는 제갈현진이 뜻밖의 장소에 있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무래도 사제들하고 이야기를 좀 해야겠군.’
속으로 중얼거린 명균이 자신의 뒤를 따라 들어오는 화산파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화산신검 풍범은 청수진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고, 지금 뒤에는 일대 제자와 학도사 한 명, 그리고 매화검룡이 있었다.
그리고 호현을 만나러 간다는 말에 따라 온 청진진인과 청기진인이 서 있었다.
장생각에 들어선 종경은 슬쩍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곳이 무당의 핵심 인물들이 머무는 장생각이군. 의외로 평범하네.’
장생각의 인상을 정리한 종경이 슬쩍 안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누가 호현 학사지? 중년인은 아닌 것 같고, 저 젊은이인가? 일단 눈썹 짙은 것 하나 빼고는 인상은 평범하군.’
청진진인과 청기진인에게 인사를 하고 있는 호현을 알아본 종경이 명균을 바라보았다.
“저 분이 호현 학사십니까?”
고개를 끄덕인 명균이 호현에게 다가갔다. 호현은 청진진인에게 청기진인을 소개 받고 있었다.
“청기 사제, 이쪽이 호현 학사네.”
“전에 선인각에서 봤습니다.”
“선인각에서?”
의아해하는 청진진인을 보며 청기진인이 말했다.
“선인각이 부서졌을 때 말입니다.”
“아! 그렇군. 하긴 그때 자네도 있었지.”
운학이 선인각을 부술 때 모여들었던 장로들 중에는 청기진인도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다.
“호현 학사, 이쪽은 진무각주를 맡고 있는 청기 사제이네. 본문에서 가장 젊은 장로지.”
청진진인의 소개에 호현이 포권을 하며 말했다.
“방헌현 방헌학관 죽대 선생의 제자 호현입니다.”
“얼굴은 몇 번 봤는데 인사를 나누지를 못했군. 청기라고 하네.”
그런 호현과 청기진인에게 다가온 명균이 화산파 사람들을 가리켰다.
“호현 학사, 이분들은 화산파에서 오신 분들입니다.”
“화산?”
‘화산에서 온 사람들이 나를 보자는 사람들인가?’
화산파 사람들을 보던 호현이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그들에게 다가갔다.
“혹시 화산이라면 중원 오악 중 하나이자, 도교 명산 중 하나인 그 화산입니까?”
호현의 물음에 종경이 웃으며 말했다.
“맞습니다. 저는 화산파 일대 제자 종경입니다.”
“화산파?”
화산파라는 이름을 처음 듣는 호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리 화산파가 구파일방에 속하고 그 명성이 하늘을 찌른다 해도 무당파에 비하면 떨어진다고 할 수 있었다.
호현이 무당파를 아는 것도 황도관 관주인 청경진인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호현으로서는 화산파를 모를 수밖에.
화산파가 뭔가 생각을 하며 호현은 슬쩍 종경의 옷차림을 보았다. 종경이 입고 있는 도복을 봐서는 화산파도 무당파처럼 도문인 모양이었다.
‘하긴 무당에 있는 도문의 이름이 무당파이니, 화산에 있는 도문의 이름이 화산파라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겠지.’
속으로 중얼거린 호현은 일단 상대가 화산이라는 도가 명산에 있는 도관의 도사라는 것에 호감이 생겼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방헌현 방헌학관 죽대 선생 밑에서 수학하는 호현이라 합니다.”
담담히 자기소개를 하는 호현의 모습에 종경이 미소를 지었다.
‘화산의 이름에 떨지 않는군. 하긴 소문의 반만 맞더라도 그만한 깨달음을 가진 사람일 것이니, 화산의 이름에 떨지 않겠지.’
“갑자기 찾아와 번거롭게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괜찮습니다. 그런데 저를 만나자 하셨다고요?”
“호현 학사께 가르침을 듣고자 왔습니다.”
“가르침?”
“가르침이라 해서 대단한 것은 아닙니다. 그저 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뿐입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명균이 손을 내밀었다.
“일단 앉으시지요.”
명균의 말에 화산파 사람들과 호현이 대청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자리에 앉던 종경이 문득 자신들을 못마땅한 눈으로 바라보는 제갈현진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자는 누구지? 복장을 보면 학사인 듯한데…….’
제갈현진을 보던 종경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이쪽 분은…….”
“저와 같이 일을 하시는 제갈현진 노사이십니다.”
“제갈현진?”
종경의 중얼거림에 제갈현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포권을 했다.
“제갈세가의 제갈현진입니다.”
제갈현진의 말에 종경이 놀란 듯 일어서며 포권을 했다.
“제갈세가의 문무쌍절 중 문절 제갈현진 노사를 뵙다니, 영광입니다.”
“저야말로 화산의 매화칠검 중 일절이신 칠화만개 종경 도장을 뵈니 영광입니다.”
서로를 견제하듯 바라보던 종경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제갈세가 분이 이곳에 계실 줄은 몰랐군요.”
“같은 호북에 있는 무당의 어려움을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적은 힘이나마 돕고자 왔을 뿐입니다.”
제갈현진의 말에 종경이 속으로 웃었다.
‘고작 서고 정리를 하는데 제갈세가의 자랑인 문무쌍절 중 문절이 왔다? 청운진인이 날을 세운 이유가 제갈세가 때문이었군.’
청운진인은 제갈세가라는 선례가 있어 화산도 비급을 노렸다고 여긴 것이다. 그것을 생각하자 종경의 입맛이 썼다.
생각해 보면 제갈세가 때문에 무당과 얼굴을 붉힌 격이니 말이다.
그 생각에 제갈현진을 보는 종경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그 시선을 느낀 제갈현진이 미간을 찡그리며 그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