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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학사 41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9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당학사 41화

“네가 인과 현을 데리고 장문인에게 배첩을 전하거라.”

 

“숙부님은 같이 안 가십니까?”

 

“나는 허명과 같이 올라가겠다.”

 

“알겠습니다.”

 

고개를 숙인 제갈정인이 제갈연을 바라보았다.

 

제갈연은 그들 일행 중 유일하게 여자였다. 그것도 젊고 무척 매력적으로 생긴 미녀 말이다.

 

“네가 현진과 숙부님을 모시고 올라오거라. 인과 현은 나를 따르거라.”

 

제갈정인은 말과 함께 경공을 시전해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 뒤를 제갈현과 제갈인이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그럼 사형, 먼저 오르겠습니다.”

 

허학진인의 말에 허명진인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전음을 보냈다.

 

- 장문 사질에게 독심수라 제갈경천이 가고 있다는 말을 전하거라.

 

- 장문 사질도 알고 있을 것입니다. 제갈세가가 균현에 나타났는데 모른다면 장문인 자격이 없는 것이지요.

 

- 그것도 그렇군. 하지만 은거를 한 지 오래된 독심수라를 알아보지는 못했을 것이다.

 

- 알겠습니다.

 

허학진인도 제갈정인이 사라진 곳을 향해 경공을 시전해 사라졌다.

 

호현과 제갈현진은 산을 오르느라 힘든 와중에도 학문적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학문으로는 이미 일가를 이룬 제갈현진이 호현보다 그 학식은 더 뛰어난지 모르겠지만, 색다른 호현의 가치관과 깨달음들이 그에게도 색다르게 다가온 것이다.

 

“헉헉! 힘은 들지만 호현 학사와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새로운 것을 느끼게 되는군.”

 

“헉헉! 저도 제갈 공의 가르침이 크게 다가옵니다.”

 

“헉헉! 내 한림원에 있을 때 죽대 선생께 가르침을 받지 못한 것을 아쉽게 생각했는데, 자네를 만나 보니…… 죽대 선생께 가르침을 받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일세.”

 

죽대 선생을 높게 평가하는 제갈현진의 말에 호현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그렇게 한참을 산을 타던 일행은 잠시 휴식을 취했다. 학사 둘의 체력으로는 휴식 없이 산을 타기는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니 말이다.

 

바위에 앉아 거친 숨을 쉬는 제갈현진에게 제갈연이 다가와 대나무로 만들어진 수통을 내밀었다.

 

“휴우, 고맙구나.”

 

제갈현진은 물을 마시고는 호현에게 수통을 내밀었다.

 

“자네도 드시게.”

 

“헉헉! 그럼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급히 물을 들이켠 호현이 수통을 제갈연에게 건넸다. 호현이 건네주는 수통을 받은 제갈연은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말했다.

 

“이렇게 계속 산을 오르시다가 쓰러지시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어요.”

 

제갈연의 말에 호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전에도 올랐지만 쓰러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군요.”

 

그런 둘을 가만히 보던 제갈현진이 웃으며 말했다.

 

“호현 학사의 나이가 열여덟이니, 연이가 한 살이 더 많구나.”

 

제갈현진의 말에 제갈연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여자의 나이를 함부로 밝히는 제갈현진을 향해 제갈연이 눈을 흘겼다.

 

“숙부님, 어찌 나이를…….”

 

“후후후, 뭐 어떠하냐? 서로 나이를 알아야 친하게 지낼 것이 아니겠느냐?”

 

“어머! 제가 왜 호현 학사와…….”

 

“그럼 친하게 지내기 싫은 것이냐? 호현 학사는 이래보여도 이미 거인(擧人)이다. 이미 일가를 이뤄도 늦지 않은 인재라는 말이지. 친하게 지내보거라.”

 

은근히 호현과 자신을 엮으려는 제갈현진의 모습에 제갈연이 급히 수통을 들고는 한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모습을 보고 제갈현진이 웃으며 호현을 바라보았다.

 

“우리 연아, 이쁘지 않은가?”

 

“네? 그건 왜…….”

 

“후후후, 나이 든 사람이 어린 청춘들에게 이런 것을 물으면 이유가 하나밖에 더 있겠나? 호현 학사보다 한 살이 많기는 하나, 가문에서 교육을 잘 받은 아이라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아이이네.”

 

제갈현진의 말에 호현은 자기도 모르게 제갈연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아름다운 처자이기는 하구나.’

 

“어차피 연아도 나와 함께 무당에서 머물 터이니 그동안 잘 해보게나. 둘이 좋아지기만 한다면 내가 힘껏 둘이 잘 되게 도와주겠네.”

 

그 말에 호현이 어찌할 바를 모를 때 제갈경천이 다가왔다.

 

“무슨 말을 그리 재밌게 하느냐?”

 

이미 둘이 하는 말을 근처에서 다 듣고 있던 제갈경천이 짐짓 모르는 척하며 다가온 것이다.

 

“호현 학사와 연이가 잘 어울릴 것 같아 제가 중매를 서려고 합니다.”

 

제갈경천이 슬쩍 호현을 바라보았다.

 

‘저 나이에 거인이 된 아이라면 우리 연아와도 잘 어울리겠지. 게다가 구지검선의 총애를 받는 듯도 하니…….’

 

호현의 옆에 착 달라붙어 있는 운학을 보며 제갈경천이 미소를 지었다.

 

“그리 된다면 그것도 선연이겠지. 하지만 그 전에 지금은 산을 오르는 것이 먼저다.”

 

제갈현진의 체력 회복을 도와주기 위해 제갈경천이 그의 맥문을 잡고는 내공을 불어넣어 주었다.

 

그 모습을 보던 운학이 호현의 맥문을 잡았다. 제갈경천의 모습을 흉내 내려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본 허명진인이 급히 그를 만류했다.

 

“사부님, 그만두십시오.”

 

“왜요?”

 

“위험합니다.”

 

정신이 온전하지 않아 저번처럼 호현의 몸에 막대한 내공을 불어넣는다면 체력 회복은커녕 오히려 그를 해치는 결과가 될 수 있었다.

 

위험하다는 말에 저번에 호현이 죽는다는 말을 떠올린 운학이 겁이 나는 얼굴로 급히 손을 회수했다.

 

운학이 손을 회수하자 허명진인이 힐끗 제갈경천을 보고는 호현에게 말했다.

 

“자네 체력을 회복시켜 주고는 싶지만 위험할 듯하군.”

 

- 자네 몸에 있는 진기들이 내 내공을 거부할 테니 말이네.

 

뒤이은 허명진인의 전음에 호현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앉아 있던 바위에서 몸을 일으키고는 태극호신공의 자세를 취했다.

 

그 모습에 허명진인이 말했다.

 

“피곤할 텐데 태극호신공을 익히려는 것인가?”

 

“얼마 전에 느낀 것인데, 태극호신공을 수련하면 정신도 맑아지고 힘도 솟는 것 같더군요.”

 

“그래?”

 

허명진인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 호현이 태극호신공을 펼쳤다.

 

그 모습을 보던 허명진인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태극호신공을 몇 십 년 동안 수련한다고 해서 무림인들처럼 많은 내공을 쌓을 수는 없다.

 

다만 몸을 부드럽게 하고 건강을 유지하며 몸의 기운을 돋워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간혹 재능이 있는 자들은 태극호신공으로 내공을 쌓기도 하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재능이 있고 오랜 기간 수련을 해야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익힌 지 얼마 되지도 않는 태극호신공을 수련하면서 정신이 맑아지고 힘이 솟는다?

 

그에 대해 의아해하고 있을 때 어느새 제갈현진의 체력 회복을 도와주고 다가온 제갈경천이 말을 걸었다.

 

“허명, 나와 이야기 좀 하세나.”

 

“말하시게.”

 

허명진인의 말에 제갈경천이 힐끗 운학을 보고는 전음을 보냈다.

 

- 운학진인…… 에 대한 일일세.

 

제갈경천의 말에 허명진인이 그를 바라보았다.

 

-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가?

 

- 운학진인께 문제가 있는 듯한데…….

 

- 감히! 사부님을 모욕하는 것인가!

 

허명진인의 노성에 잠시 그를 보던 제갈경천이 고개를 저었다.

 

- 그저 운학진인이 걱정이 돼서 하는 말이네.

 

- 내가 자네를 모르나? 독심수라의 독심이 뜻하는 바는 자네보다 내가 더 잘 알 것이네. 사부님에게는 아무 문제없네.

 

- 자네, 정말 내가 확인을 하게 만들 생각인가?

 

제갈경천의 전음에 그를 노려보던 허명진인이 슬며시 운학에게 말했다.

 

“사부님.”

 

“왜요?”

 

제자인 허명진인에게 존대를 하는 운학의 모습에 제갈경천의 마음에 확신이 생겼다.

 

‘분명 구지검선에게 문제가 있다. 그것도 정신적인……. 치매인가? 아니면 기억상실?’

 

운학의 문제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허명진인이 말했다.

 

“호현 학사가 배가 고플 듯한데, 무당에 가서 음식을 좀 가져다주시겠습니까?”

 

허명진인의 말에 운학이 슬쩍 호현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형은 배고프면 안 돼요. 제가 가서 가져올게요.”

 

마지막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운학이 사라졌다.

 

“헉! 사라져? 말도 안 돼!”

 

운학이 사라지는 것에 제갈경천이 경악을 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제갈경천은 운학과 허명진인이 무슨 대화를 하는지 들으려고 기감을 잔뜩 올린 상태였다.

 

방심을 한 것도 아니고 기감을 잔뜩 올린 상태에서 일 장 안에 있던 사람의 행적을 놓쳤다는 것은 제갈경천의 무위로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것이다.

 

‘일 장 이내에서 내 이목을 피해 사라진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불가능하다.’

 

제갈경천이 경악을 하고 있을 때 그 주위로 강기의 막이 어느새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것을 느낀 제갈경천의 눈이 강기의 막을 펼친 허명진인으로 향했다.

 

“무슨 의미인가?”

 

“무당을 우습게보지 말게.”

 

“우습게보지 않네.”

 

“그렇다면…… 사부님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지 말게. 이건 친구로서 하는 부탁이자 경고이네.”

 

허명진인의 말에 제갈경천의 눈이 가늘게 떠졌다.

 

“구지검선께 문제가 있기는 한 모양이군.”

 

제갈경천의 말에 허명진인이 그를 노려보다 입을 열었다.

 

“사부님께서는 등선을 하시다 떨어지셨네.”

 

“그래 그렇…… 응? 등선?”

 

“그렇다네.”

 

잠시 허명진인이 하는 말의 의미를 헤아리던 제갈경천이 물었다.

 

“혹시 그 의미가 도가적인 해석이 필요한 것인가?”

 

“아니네. 나와 허학이 사부님이 하늘로 올라가시는 등선을 목도했고, 다시 땅으로 떨어지시는 것도 보았지.”

 

운학이 정말 신선이 되다 말았다는 말에 제갈경천이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게 사실인가?”

 

“내가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있는데, 왜 거짓을 말하겠나? 하늘에서 떨어진 충격 때문인지 그 이후 사부님의 정신이 조금 이상하시네.”

 

허명진인의 말에 멍하니 있던 제갈경천의 얼굴이 굳어졌다. 허명진인이 말을 한 이유라는 것이 떠오른 것이다.

 

“자네가 나에게 사실을 말한 이유라는 것은…… 설마, 더 이상 구지검선에 대한 일을 덮지 않는다면 본가를 공격하겠다는 것인가?”

 

그 말에 허명진인이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대답은 충분했다.

 

‘무당이 본가를 공격한다? 아니…… 무당이 나설 필요도 없겠군. 본가에는 허명과 허학을 감당할 사람이 없으니 이 두 사람만 나서서 치고 빠지기를 몇 번만 해도 본가는 멸문을 당하겠군.’

 

전대 천하 십대고수에 들었던 허명진인과 허학진인이다. 두 사람이 현역에 있을 때는 소림도 무당에 한 수 접을 정도로 위세가 하늘을 찔렀다.

 

그런 두 사람이 합심을 해 제갈세가를 공격한다면 버틸 수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제갈세가 제일 고수라고 할 수 있는 자신도 허명진인과 허학진인에 비하면 반 수 이상 뒤지니…….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은 사부님에 대한 이야기를 자네만 알고 있었으면 해서이네. 이건 오랜 친우로서 하는 내 부탁일세.”

 

말이 부탁이지 협박이나 다름없는 말에 제갈경천이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거절을 하면 가문이 망하니 말이다.

 

“알겠네. 대신 두 가지만 묻겠네.”

 

“물어보시게.”

 

“구지검선 어르신은 정신이 온전하지 않은 듯하시던데, 괜찮은 건가?”

 

“지금은 괜찮네.”

 

‘그건 다행이군. 만약 구지검선 어르신이 주화입마에 들어 살성이 되셨다면 그 누구도 막지 못했을 테니…….’

 

속으로 중얼거리던 제갈경천이 슬쩍 태극호신공을 수련하는 호현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오면서 들으니 구지검선께서 호현 학사를 사형이라고 부르시던데?”

 

“호현 학사를 예전에 돌아가신 사형이라고 생각하시네.”

 

“그것도 별 문제가 없는 것인가?”

 

“사부님께서 호현 학사와 떨어지지 않으려 하는 것이 문제이기는 하나…… 나와 사제가 늘 호현 학사 주위를 맴도니 그것도 문제가 되지 않네.”

 

“그것도 다행이군.”

 

잠시 생각을 하던 제갈경천이 입을 열었다.

 

“나를 비롯한 제갈세가는 앞으로 구지검선에 대해서는 일체 상관을 하지 않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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