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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학사 36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0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당학사 36화

“우리 사형은 괜찮은 건가요?”

 

“상황을 봐야 알겠지만…….”

 

말을 하던 허명진인은 운학의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 있자 급히 말했다.

 

“괜찮을 것입니다.”

 

혹시라도 슬픔에 잠긴 운학이 회오리라도 일으키면 큰일이니 말이다.

 

허학진인이 호현을 안아 들자 허명진인은 장생각으로 향했다.

 

제2-7장 우리는 무당입니다

 

선학전 지하 서고, 호현과 운학이 서가 한쪽에 서 있었다.

 

“헤! 사형, 우리 놀아요.”

 

“저 일하잖습니까.”

 

“우웅! 사형, 나 심심해요.”

 

“제 말 잘 듣기로 했잖습니까.”

 

“우웅!”

 

입을 내미는 운학에게 시선도 주지 않고 호현은 정리하던 도경을 바구니에 집어넣었다.

 

어느새 도경으로 가득 차 있는 바구니에 호현이 운학을 향해 말했다.

 

“바구니가 가득 찼습니다.”

 

“헤! 알았어요.”

 

운학이 바구니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바구니가 저절로 떠오르더니 지상으로 향하는 계단으로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보며 호현이 한쪽에 놓여 있는 새 바구니를 집어 들었다.

 

그러다 어느새 바구니 속에 앉아서 웃고 있는 운학을 보고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휴우, 신선 어르신과 함께 한 지도 벌서 한 달이 다 되어가는군.’

 

그동안 호현은 지상의 서가를 정리하는 학사들과 달리 선인각 지하에서 일을 해왔다.

 

운학을 학사들과 같은 공간에 있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허명진인이 내린 조치였다.

 

그리고 그건 호현도 기분 좋게 받아들였다. 지하에는 귀한 도경들이 많다고 했으니, 그가 거절을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라면 운학이 옆에 딱 붙어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운학을 안아서 바구니에서 꺼낸 호현이 말했다.

 

“제가 말을 했잖습니까. 바구니는 들어가는 곳이 아니라 책을 놓는 곳이라고요.”

 

“헤헤헤!”

 

‘휴우.’

 

같은 말을 하고 또 하게 만드는 운학의 행동에 고개를 저은 호현은 서가에 꼽혀 있는 책을 조심스럽게 집었다.

 

워낙 오래도록 관리가 되지 않아 책이 눌리고 낡아 잘못 만지면 종이가 부스러져 버리는 것이다.

 

책을 살피던 호현이 문득 운학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주위에 사람이 있습니까?”

 

호현이 사람이 있냐고 물은 이유는 태극음양경 때문이었다. 태극음양경을 처음 본 그 날 이후, 운학은 사람들이 있다며 책을 보여 주지 않고 있었다.

 

“네. 저기에도 있고 저기에도 있어요.”

 

운학이 서가 주위를 손가락으로 지목하자 호현이 그쪽을 바라보았다.

 

‘내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쩝! 신선 어르신이 있다고 하면 진짜 있는 거겠지.’

 

속으로 중얼거린 호현은 다시 책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간혹 자신이 이름만 들어봤거나 희귀본이 나오면 따로 모아 놓았다.

 

명인에게 확인을 봤고 가져가서 보려는 것이다. 그렇게 호현이 책을 정리하고 있을 때 명인이 나타났다.

 

“식사 하실 시간입니다.”

 

지하실에만 있다 보니 시간 가는 줄도 모르는 것이다. 보던 책을 바구니에 넣은 호현이 명인과 함께 지하를 나왔다.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학사들이 정리를 해서 그런지 서고 정리는 삼 층, 이 층이 끝이 나고 현재는 지하와 일 층만을 남겨 둔 상태였다.

 

‘생각보다 이삼 층 정리가 일찍 끝났군.’

 

처음 왔을 때는 이것을 언제 다 정리하고 책을 보나했지만 무당 도사들이 옆에서 거들어 주고 학사들이 생각보다 정리를 빨리해 진행 속도가 빨랐다.

 

하지만 호현이 한 가지 생각을 못하고 있는 것이 있었다.

 

호현이야 마음에 드는 책이 있으면 그것을 읽느라 속도가 느렸지만, 다른 학사들은 그냥 책 이름과 내용만 후루룩 훑어보며 일을 했던 것이다.

 

그러니 속도가 빠를 수밖에…….

 

밖으로 나온 호현은 선학전 옆 천막에 놓여 있는 탁자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학사들을 볼 수 있었다.

 

호현이 자리에 앉자 밥그릇을 건네 준 유경이 웃으며 말했다.

 

“지하실은 지낼 만한가?”

 

“그냥 그렇습니다. 일 층은 어떻습니까? 보기에는 다른 층보다 일 층에 쌓여 있는 책들이 더 많은 것 같던데?”

 

호현의 물음에 유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당 도사들도 귀찮은 것은 싫어하는지 층을 올라가야 하는 이삼 층보다는 일 층에 책을 더 많이 쌓아 두었더군. 하지만 우리 학사들이야 평생을 책과 같이 산 사람들이니 책 정리를 힘든 일이라고 여기면 안 되겠지. 그렇지 않나?”

 

“후후후, 맞는 말입니다.”

 

“그럼 식사하시게.”

 

어느새 호현 옆에서 밥그릇을 차지하고 있는 운학을 향해 유경이 웃으며 말했다.

 

“어르신도 식사 맛있게 하십시오.”

 

유경의 말에 운학이 고개를 들다가 급히 고개를 숙이고는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호현이 속으로 웃었다. 운학이 고개를 든 이유는 유경이 말을 걸어서였고, 급히 고개를 숙인 이유는 자신이 그에게 한 말이 떠오른 것이다.

 

도사가 아니면 다른 사람과 말을 하지 말라는 것 말이다. 그러니 호현이 속으로 웃을 수밖에.

 

운학의 그런 모습에 유경이 쓰게 웃었다. 호현에게 호감이 있어 그와 늘 같이 다니는 운학에게 몇 번 말을 걸었지만, 그때마다 이렇게 무시를 당했던 것이다.

 

“어르신께서는 아직도 나를 싫어하시나보군.”

 

“그럴 리가요. 그저 사람을 상대하는 것이 어색하실 뿐입니다.”

 

“그런데 어르신은 대체 누구신가? 입고 있는 옷을 보면 무당 분이신 듯한데?”

 

무당의 어른이 왜 호현과 붙어 다니는지 궁금했던 유경의 물음에, 밥을 먹던 학사들이 일제히 호현을 바라보았다.

 

그들도 운학의 정체가 궁금했던 것이다. 사람들의 시선에 호현이 어색하게 웃었다.

 

사람들이 궁금하다고 운학이 등선을 하다가 떨어진 반선이라고 말을 할 수는 없었다. 그것도 정신이 조금 나간 반선 말이다.

 

호현이 아무 말 없이 밥을 먹자 학사들은 입맛을 다시고는 다시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식사를 모두 마친 학사들이 차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호현은 지하서고에서 꺼내온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호현이 들고 있는 책은 각세진경이란 책으로 문답형식으로 되어 있는 도경이었다.

 

<높은 것은 하늘이 아니고 두터운 것은 땅이 아닙니까?>

 

<높은 것은 두터운 것에 의지하고 두터운 것은 높은 것에 의지하였으니, 비천한 것은 그 사이에 있어 위로는 높고 밝은 덕을 입었고 아래로는 넓고 두터운 은혜를 입은 것이니라. 이러함으로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란 것은 한 기운뿐이니라.>

 

상당한 깨달음이 담겨져 있는 물음과 답에 호현이 생각에 잠겼다.

 

‘높은 것은 하늘이요, 두터운 것은 땅이라……. 그 사이에 있는 인간은 하늘과 땅의 은혜를 받아 살고 있다는 의미로구나. 과연 옳은 말이로고. 또한 천지인은 하늘과 땅, 인간을 지칭하나 그것 또한 셋을 따로 나누어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인간은 땅과 하늘이 없으면 살 수 없고, 땅은 하늘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으며 하늘 역시 땅이 없으면 하늘조차도 없으니…….’

 

무언가 깨달음을 얻은 듯한 느낌에 호현은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다 햇살이 뜨거운 것을 느끼고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러고 보니, 그 날 이후로는 정오에 발작을 일으키지 않는구나.’

 

속으로 중얼거린 호현은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눈에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지만 허명진인의 말에 의하면 호현의 심장과 단전에는 총 여섯 개의 기운이 머물고 있단다.

 

운학의 기운은 음양이기를 부셔버리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었고, 허명진인과 허학진인의 기운은 음양이기와 운명의 기운을 가로막았다.

 

그리고 음양이기는 단전과 심장이라는 성벽에서 농성을 하는 위치에 있었다.

 

허명진인과 허학진인의 기운이 없다면 음양이기를 부수기 위해 움직인 운학의 기운이 호현의 심장과 단전을 먼저 부셨을 것이다.

 

허명진인의 말에 의하면 그 기운들을 뽑아내야겠지만 음양이기가 심장과 단전에 너무 단단하게 자리를 잡아버려 빼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운학에게 다시 말을 해 기운을 없애달라고 하자니 무슨 이상한 짓을 할지 알 수가 없어 그것 역시 너무 위험했다.

 

실제로 저번에 음양이기를 빼낸다고 운학이 손을 썼을 때는 호현이 죽을 뻔하기도 했고 말이다.

 

‘하아! 몸 안에 화약을 안고 평생을 살아야 한다는 말인가.’

 

가슴을 손으로 쓸어내린 호현은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양손을 펼치며 태극호신공의 기수식을 취했다.

 

태극호신공은 방헌학관에 있던 학사들도 자주 연마를 했기에 스승인 죽대 선생이 보더라도 크게 탈이 날 것 같지도 않아 시간이 나면 한 번씩 수련을 하는 것이다.

 

호현의 몸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호현이 태극호신공을 연마하고 있을 때 진만이 그것을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호현이 태극호신공을 펼치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고 여긴 것이다.

 

무당 고용 기준이 바로 무공을 익힌 사람은 안 된다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자신이 첫 날 한 일이 있어 그동안은 참고 있었지만,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 여긴 진만이 한쪽에서 도경들을 정리하고 있는 도사들에게 다가갔다.

 

“명인 도장.”

 

진만의 부름에 명인이 그를 바라보았다.

 

“필요한 것이라도 있으십니까?”

 

“그것이 아니라 물을 것이 있어서 그러네.”

 

“말씀하십시오.”

 

“무당에서 학사들을 뽑을 때 분명 무공을 익힌 사람들은 안 된다고 하였네.”

 

“맞습니다.”

 

명인의 답에 진만이 호현을 가리켰다.

 

“그런데 호현 학사를 보게. 저건 분명 무당의 태극호신공이네. 그런데 왜 태극호신공을 익히고 있는 호현 학사가 아직도 무당에서 일을 하고 있는 것인가?”

 

하고 싶은 말을 한 진만이 속이 시원하다는 얼굴로 명인을 바라보았다.

 

“호현 학사가 일을 그만두어야 하는 것 아닌가?”

 

진만의 말에 명인이 태극호신공을 익히고 있는 호현을 바라보고는 말했다.

 

“태극호신공은 제가 호현 학사에게 알려드린 것입니다.”

 

“명인 도장이?”

 

“제가 알기로 명백 사형이 언급한 본문의 고용 기준은 기체조 이상의 외공입니다. 태극호신공은 본문에서 양민을 위해서 만든 기체조이니 그 기준에 어긋나지 않습니다.”

 

진만이 그 설명에 미간을 찡그리자 명인이 호현을 가리켰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태극호신공은 무공이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명인의 말에 진만은 호현이 펼치는 태극호신공을 바라보았다. 태극호신공의 가장 큰 특징은 느리다는 것이다.

 

느리게 한 없이 느리게 몸을 움직이며 손과 발로 원을 그리며 움직인다.

 

그렇기에 관절을 풀고 몸을 유연하게 하기에는 좋을지 몰라도 사람을 때리거나 공격하기에는 적당하지 않았다.

 

저렇게 느린 태극호신공에 맞을 사람은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럼 나도 태극호신공을 익혀도 상관없겠군.”

 

“물론입니다. 원하신다면 제가 알려드리겠습니다.”

 

명인이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호현을 제외한 모든 학사들을 모으더니 말했다.

 

“방금 진만 학사와 이야기를 하다 태극호신공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혹시 여러분들 중 태극호신공을 익히고 싶으신 분이 있다면 말씀하십시오. 제가 오늘부터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명인의 말에 학사들이 서로를 보다가 그중 한 명이 말했다.

 

“하지만 무공을 익히면 선학전 일을 못하는 것이 아닙니까?”

 

그 물음에 진만에게 했던 말을 똑같이 해준 명인이 말했다.

 

“태극호신공은 무공이 아닙니다. 그저 건강을 위한 기체조일 뿐입니다. 그러니 익히고 싶으신 분은 배우셔도 됩니다.”

 

“그럼 저는 배우겠습니다.”

 

“나도 배우고 싶군.”

 

“유경 어르신이요? 나이도 많으신 분이 왜…….”

 

“나이가 많을수록 운동을 해야 하는 법일세. 게다가 무당에서 배우는 것이니 민가에 전해지는 것보다 더 좋겠지.”

 

유경의 말에 그 옆에 있던 단짝 학사 막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그렇군. 그럼 나도 배워야겠네. 집에 가서 손자 녀석들에게 알려 주면 녀석들이 좋아하겠군.”

 

“그것도 좋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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