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학사 35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19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35화
“호현 학사, 너무 걱정하지 마시게. 나와 사형이 사부님과 같이 있다면 그 누구도 문제 일으킬 생각을 하지는 못할 것이네.”
두 사람의 걱정하지 말라는 말에도 호현의 머릿속에는 운학이 방헌학관에서 회오리를 만들어 내는 환상이 떠오르고 있었다.
‘휴우, 신선 어르신을 스승님에게 소개시켜 주는 것도 일이겠구나.’
호현을 보던 허명진인이 입을 열었다.
“호현 학사.”
“말씀하십시오.”
“무공을 익혀 볼 생각은 정녕 없는가?”
무공을 익힐 생각이 없냐는 말에 호현이 그를 바라보았다.
“두 분의 제자가 되는 것은 이미 거절을 했습니다.”
“제자가 되라는 것이 아니네. 그저 무공을 익혀 보라는 것이네.”
“저는 학사입니다. 저기 신선 어르신, 조금 떨어져 주십시오.”
호현은 자신의 등에 매달리려고 하는 운학을 밀어냈다. 그러자 운학의 눈이 붉어졌다.
“사형, 운학 업어 줘요. 저 다리 아파요.”
다리가 아프다는 운학을 호현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았다.
‘건물 한 채를 부수는 분이 무슨 다리가 아프다고.’
“우웅! 사형, 저 다리 아파요. 업어 줘요.”
손을 잡고 매달리는 운학의 모습에 호현은 거절을 하려 했다. 하지만 운학이 울컥하면 또 회오리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어쩔 수 없이 등을 내밀었다.
“그럼 조금만입니다.”
“네!”
운학이 냉큼 등에 업히자 호현이 한숨을 쉬었다.
‘졸지에 신선 어르신이 아닌 신선 아기를 보살피게 생겼군.’
속으로 중얼거린 호현은 자신을 보고 있는 허명진인에게 말했다.
“방금 말했다시피, 저는 학사입니다. 무공은 제 뜻이 아닙니다.”
“학사라도 맞으면 멍이 들고 칼에 베이면 피가 나네.”
“그렇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누구라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호현의 등에 업혀 있는 운학에게 시선을 둔 허명진인이 말했다.
“혹여 자네가 누군가에게 다치기라도 한다면 사부님의 분노를 막을 수가 없기 때문이네. 이제 자네 몸은 자네 혼자만의 것이 아니네. 자네가 다치면 그와 관련된 자들은 수십 배, 아니 수백 배의 희생을 겪어야 할 것이네.”
호현이 자신의 말을 생각할 시간을 준 허명진인이 다시 말을 이었다.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자네가 최소한 스스로를 호신(護身)할 수 있는 수준의 무공은 익히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네.”
허명진인의 설명을 들은 호현은 확실히 그 말에 일리가 있다고 여겼다.
‘확실히 내 몸은 이제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만약 내가 누군가에게 맞거나 공격을 당한다면 신선 어르신의 분노는 엄청 날 것이다.’
잠시 고민을 하던 호현의 머리에 청묘진인이 보여 준 태극권이 떠올랐다. 그렇지 않아도 태극권은 호현이 배워 보고 싶은 무공이었다.
“그렇다면 태극권을 익히고 싶습니다.”
“태극권을?”
“그렇습니다.”
호현의 말에 허명진인과 허학진인이 난감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태극권은 무당의 정수가 녹아 있는 무공이다. 태극권의 투로와 초식은 그리 어렵지 않으나 그 안에 깃들어 있는 무리와 정수를 이해하려면 무당의 고수도 뼈를 깎는 고통과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태극권을 익히려면 그 기반이 되는 무당의 무공들도 어느 정도 익혀야 했다. 단순히 태극권 하나만을 익힌다고 고수가 되는 것은 아닌 것이다.
잠시 서로를 보며 눈빛을 교환하던 허명진인이 입을 열었다.
“호현 학사가 태극권을 어디에서 들었는지 모르나, 그것은 쉽게 익힐 수 있는 무공이 아니네.”
허명진인의 말에 호현이 의아한 듯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생각하기에 태극권은 동작이 느리고 부드러워 자신이 익히기에 무리가 없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게다가 호현은 이미 태극권의 투로와 비슷한 태극호신공을 익히고 있지 않는가?
하지만 호현은 대놓고 익히기 어렵지 않을 것 같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그 말은 무당의 절학을 깎아내리는 말이 되니 말이다.
그런 호현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잠시 생각을 하던 허명진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태극권은 자네에게 어려울 것이니 우리가 적당한 무공 몇 가지를 찾아보겠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무공을 익히는 것은 선학전의 일이 끝나고 난 후로 하겠습니다.”
“그건 왜인가? 무공을 익힐 거라면 하루라도 빨리 익히는 것이 자네에게 좋을 것인데?”
“그건 그렇지만, 선학전에서 일을 하기 위해 고용이 되었을 때, 그 기준이 무공을 익히지 않은 사람이었습니다. 제가 무공을 익힌다면 그 기준에 부합되지 않으니 무당에서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해결해 주겠네.”
“아닙니다. 기준이라는 것은 지키라고 있는 것. 저 하나 때문에 그 기준을 어길 수는 없는 일입니다.”
“자네 생각이 정 그렇다면 그리 하시게.”
고개를 끄덕인 허명진인이 문득 주위를 둘러보았다. 운학이 만든 회오리에 선인각은 이미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파손되어 있었다.
“그만 가세나. 우리가 자리를 비켜주어야 아이들이 와서 이곳을 정리할 것이 아닌가.”
허명진인 등이 걸음을 옮기자 호현이 운학을 업고 그 뒤를 따랐다.
운학을 업고 걸음을 옮기던 호현이 문득 운학에게 말했다.
“신선 어르신.”
“헤! 사형, 또 나보고 신선 어르신이라고 부른다. 에헴! 나는 어르신이에요.”
등 뒤에서 들리는 운학의 웃는 소리에 허명진인이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의 시선에 운학이 호현의 등에 얼굴을 묻은 채 웃고 있는 눈이 보였다.
‘사부님께서 웃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던가?’
허학과 자신에게는 늘 엄격하기만 했던 사부, 운학의 웃는 얼굴에 묘한 기분이 드는 허명진인이었다.
“신선 어르신이 제 몸에 넣으신 음양이기가 저를 괴롭게 합니다. 빼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음양이기? 사부님이 넣어줬다고?’
호현의 말에 의문이 든 허명진인이 그를 바라보았다.
“헤헤헤! 그거 몸에 좋은 건데, 왜 빼요?”
“저는 괴롭습니다만.”
“헤! 익숙해지면 몸에 좋은 거예요.”
“그래도 저는 불편합니다.”
단호한 호현의 말에 운학이 입을 쑤욱 내밀었다.
“빼기는 싫지만, 사형이 싫어하면 운학도 싫어요.”
말과 함께 운학이 호현의 등에서 내려왔다. 그러고는 호현의 가슴과 단전에 양손을 가져다 댔다.
화아악!
운학의 손에서 호현의 몸으로 청아한 기운이 흘러들어왔다.
‘이건 안 아프네.’
아니, 아픈 것이 아니라 기분까지 상쾌해지는 것 같았다. 호현의 몸에 들어온 운학의 기운들이 서서히 심장과 단전으로 향했다.
그러자…… 순간 호현의 몸에 머물고 있던 음양의 기운들이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응? 얘네들이 왜 이러지? 어?”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린 운학은 기운들을 강하게 움직이며 음양이기를 휘어잡기 시작했다.
그러자 음양이기가 반항을 시작했다. 그리고…… 호현의 몸에 엄청난 고통이 찾아왔다.
‘끄윽! 이거 갑자기 또 왜 이래?’
무당산에 오를 때, 내공을 받을 때는 입을 열면 안 된다는 호불위의 말을 떠올린 호현은 입을 비집고 나오려는 신음을 간신히 참아냈다.
주르륵!
호현의 코에서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허명진인이 급히 다가왔다.
“사부님, 멈추십시오. 호현 학사가 내상을 입었습니다.”
“응? 하지만 사형이 몸에 있는 것을 빼주라고 했는데? 난 사형 말 들어야 해요.”
말과 함께 운학의 기운들이 음양이기를 더욱 강하게 잡아끌기 시작했다.
호현의 입에서 핏물이 흘러내렸다.
주르륵!
운학의 기운이 강하게 끌면 끌수록 음양이기의 반항이 거칠어졌다.
그리고 호현의 몸이 느끼는 고통도 더욱 극심해지기 시작했다.
콰르릉! 콰르릉!
귓가에 울려대는 천둥소리에 호현은 정신을 잃을 것 같은 고통을 느꼈다.
“이상하다? 왜 안 뽑혀 나오지?”
호현의 몸에 진기를 불어넣으며 이상하다는 듯 중얼거리는 운학을 향해 허명진인이 급히 말했다.
“사부님, 그만하십시오. 이러다 죽습니다.”
“죽어요? 왜요?”
“호현 학사는 내상을 입었습니다. 더 이상 밀어붙이시면 죽습니다.”
호현이 죽는다는 말에 깜짝 놀란 운학이 급히 손을 떼어 냈다. 하지만 문제는…… 운학이 호현의 몸에 넣은 진기를 놔두고 손을 땠다는 것이었다.
운학의 조정을 받던 진기들이 이제는 자기들 멋대로 움직이며 음양이기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 충격에 호현의 입에서는 피 분수가 터져 나왔다.
“푸흡!”
그러자 음양이기들 역시 반격을 하려는 듯 꿈틀꿈틀 거렸다. 하지만 운학의 진기들의 크기는 음양이기를 압도하고 있었다.
잡아 뽑으려고 할 때에는 어떻게 버티던 음양이기들이지만 지금은 부수려고 달려드니 버티지를 못하는 것이다.
호현의 얼굴이 붉어졌다 하얗게 되기를 반복하자 허명진인이 황급히 그를 앉히고는 등에 양손을 가져다댔다.
화아아악!
허명진인의 손에서 뿜어진 내공이 호현의 단전과 심장을 에워 쌓다.
그런 허명진인의 내공을 운학의 내공과 음양이기가 공격하기 시작했다.
쿵! 쿵! 쿵!
‘끄응! 대체 사부님은 무슨 생각으로 이런 기운을 넣으신 것인가…….’
무공을 모르는 학사의 몸에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강한 기운들에 허명진인이 침음성을 토했다.
-사제, 돕게.
허명진인의 전음에 허학진인이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 설마, 사형이 감당할 수 없는 기운이란 말입니까?
- 그것은 아니네. 하지만 지금 호현 학사의 몸에는 네 개의 기운이 서로를 공격하고 있네. 그 기운을 모두 내가 감수하려면 강한 기운을 주입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호현 학사의 몸이 감당할 수 없네. 사제가 심장에서 충돌하는 기운을 잡아주시게.
- 알겠습니다.
허학진인은 호현의 앞에 정좌를 하고는 그의 가슴에 손을 올렸다.
화아악!
허학진인의 내공이 호현의 몸에 들어오자 허명진인의 내공이 단전으로 집중되었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허학진인의 내공이 대신했다. 그렇게 단전과 심장을 두 사람이 감싸며 진정을 시키기 시작했다.
허명진인과 허학진인이 날뛰는 내공을 진정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쓸 때, 호현은 고통을 참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음양이기 두 개가 부딪힐 때도 죽을 것 같은 고통을 당했는데, 지금 호현의 몸에서는 총 여섯 갈래로 나누어진 기운들이 서로 부딪치고 있었던 것이다.
‘끄윽!’
신음을 토한 호현은 태극호신공을 펼치고 싶었다. 하지만 자신을 잡고 있는 허명진인과 허학진인의 손길에 몸을 일으킬 수가 없었다.
‘태극은 돌고 돌아 태극이다. 음양이 돌고 도니 그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다. 음은 만물을 포용하…….’
쿵! 쿵! 쿵!
몸에서 격렬하게 부딪치는 기운들에 호현은 속으로 신음을 삼켰다.
‘크윽! 음은 만물을 포용하고 양이 그를 받치니 세상 그 어느 것이 그 이치를 벗어날 수 있으랴…….’
고통을 잊기 위해 태극을 읊으며 그 뜻을 새기고 또 새기던 호현의 의식이 점점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돌고 돌아 태극이라…… 음양은 서로에게 반하지 않으며 조화를 통해 서로를 승하게 만…….’
그리고…… 호현의 마음에 작은 태극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단전을 자신의 내공으로 두른 허명진인은 운학의 내공과 단전에 깃들어 있는 음의 기운을 격리시켰다.
자신의 내공을 공격하는 음의 기운과 운학의 기운을 때로는 부드럽게 감싸고 때로는 강하게 밀어내기를 얼마……, 드디어 운학의 기운과 음의 기운이 잠잠해지기 시작했다.
‘휴우, 다행이 큰일은 벌어지지 않았군.’
기운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린 허명진인이 심장 쪽을 살펴보고는 허학진인에게 전음을 보냈다.
- 셋을 세면 동시에 손을 뗀다. 하나, 둘, 셋!
셋과 함께 동시에 허학진인이 손을 떼어 냈다. 그와 함께 손을 떼어 낸 허명진인이 빠르게 호현의 단전과 심장 부근의 혈들을 점했다.
그러고는 작은 병에서 단약을 꺼내 호현의 입에 넣어 주었다. 바로 무당 비전의 내상약 옥령단이었다. 그 모습을 걱정스럽게 보던 운학이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