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학사 34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78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34화
“네? 운학은 배고픈데요.”
“그래도 이건 도교의 신…….”
말을 하던 호현은 문득 운학을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운학 어르신은 반선이시니…… 도교의 신선과 같지 않은가? 비록 반선이기는 하지만 신선은 신선이시니……. 어차피 도교 신선들에게 바쳐지는 공물이니 운학 어르신은 떡을 먹어도 죄가 아니겠구나.’
“히잉! 사형, 운학 배고픈데 이거 먹으면 안 돼요?”
떡을 손으로 주물럭거리며 칭얼거리는 운학에게 호현이 말했다.
“드셔도 됩니다.”
“헤! 잘 먹겠습니다.”
운학은 언제 칭얼거렸냐는 듯 환하게 웃으며 떡을 입에 넣고 먹기 시작했다.
“우걱! 우걱! 사형도 드세요.”
운학의 말에 호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반선인 운학이야 공물을 먹어도 죄가 되지 않지만 인간에 불과한 호현이 공물을 먹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신선 어르신을 처음 만났을 때 내 품에 있던 떡이 공물이었구나. 본의 아니게 도교 신선들에게 죄를 지었군. 무량수불.’
운학이 품에 넣어 준 떡을 호불위와 나눠 먹었던 것을 떠올린 호현은 속으로 도호를 읊었다.
“맛있다!”
어느새 떡을 다 먹고 기분 좋게 손을 털어 내는 운학을 보며 호현은 지금이 그를 설득해야 할 시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리 와 앉아보시겠습니까.”
호현이 근처에 부서져 있는 나무기둥을 가리키자 운학이 기둥에 엉덩이를 붙였다.
“사형도 앉아요.”
운학의 옆에 앉은 호현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아침에 봤던 두 노인 기억합니까?”
“노인요? 아침에 노인들 많이 봤는데?”
“저와 같이 이야기를 나누던 두 노인 말입니다.”
“아! 그…… 허명하고 허학인가 하는 노인들요?”
“그렇습니다.”
잠시 말을 멈춘 호현이 운학을 보며 말했다.
“앞으로…….”
순간 말을 멈춘 호현은 잠시 망설였다.
‘말을 듣게 하기 위해서는 사형인 척을 해야 할 텐데……. 하아! 신선 어르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은 예가 아니나, 어르신과 세상 사람들을 위해서는 어쩔 수가 없구나.’
속으로 중얼거린 호현은 마음을 다지고는 말을 이었다.
“앞으로 운학은 그 두 분과 같이 살아야 합니다.”
“헤! 사형도 같이 사시는 거예요?”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묻는 운학의 눈을 보고 호현은 고개를 저었다. 호현은 무당에서 평생 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에게는 천하 만민을 살펴야 할 위정자의 길이 있으니 말이다.
“저는 아닙니다. 운학만 그 두 분과 살아야 합니다.”
“우웅! 사형하고 같이 사는 것 아니면 운학은 싫은데요.”
“그래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싫어요! 운학은 이제 사형하고 헤어지지 않을 거예요!”
화아악!
운학이 고함을 지르자 주위로 먼지와 흙들이 사방으로 비상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벌어진 현상에 호현은 몸이 굳어졌다. 그리고 그런 호현의 귀에 전음이 들려왔다.
- 이런! 사부님께서 흥분을 하셨네. 일단 진정부터 시키시게.
‘허명진인이 근처에 있는 것인가?’
갑자기 들리는 허명진인의 전음에 반색을 하고는 급히 주위를 돌아보았다.
무당의 기인인 허명진인과 허학진인이라면 이 사태를 수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그 둘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그에 호현이 고함을 질렀다.
“어서 이것을 좀 해결해 주십시오.”
- 사부님을 진정부터 시키시게! 우리 둘로는 그것을 막을 수 없네.
다급히 들려오는 전음에 호현은 운학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미 호현과 운학의 주위에는 허명진인이 걱정하는 거대한 회오리가 형성되어 있었다.
휘이이익!
날카로운 바람 소리를 내며 주위를 휘어 감고 있는 회오리의 모습에 호현은 침을 삼켰다.
‘내 세치 혀로 인해 무당이 망하는 것인가?’
무당이 망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거대해진 회오리에 호현은 당황해 멍하니 있었다.
그러다 회오리를 잠재우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자 호현이 급히 소리쳤다.
“운학! 진정해라!”
“싫어요! 사형은 또 나를 버리려고 그러잖아요!”
“나는 너를 버린 적이 없다!”
“아니에요! 전에도 사형을 따라가려던 나를 두고 사형 혼자 갔잖아요! 이번에도 나를 두고 가려는 거잖아요! 이제 다시는 사형하고 헤어지지 않을 거예요!”
콰콰쾅! 우지끈!
회오리에서 들리는 거대한 바람 소리에 섞여 선인각이 박살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다급함을 느낀 호현이 재차 소리쳤다.
“알겠다. 다시는 너를 두고 떠나지 않으마!”
호현의 고함과 함께 사방을 뒤집으며 세력을 키우던 회오리바람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후두둑! 후두둑!
제2-6장 여섯 개의 진기
회오리에 휩싸여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호현의 고함 소리를 들은 허명진인이 옆에 있는 허학진인을 바라보았다.
허학진인은 회오리바람을 질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호현의 눈에는 그저 회오리바람으로 보이고 있었지만 허학진인의 눈에 보이는 회오리는 강기의 덩어리였다.
강기를 한 줄기만 뽑아도 절정 고수라 불리는데, 그런 강기의 줄기로 저런 거대한 회오리를 만들다니……. 그 모습은 허학진인에게 강한 충격이었다.
너무나도 강한 힘에 공포를 느끼는지 몸을 떠는 허학진인을 향해 허명진인이 말했다.
“아무래도 사부님께서는 호현 학사 곁을 떠날 생각이 없으신가보군.”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침만 삼키는 허학진인을 보며 허명진인이 회오리가 있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찌해야 하는가. 이러다가는 무당이 다 날아가게 생겼으니…….’
속으로 중얼거린 허명진인의 기감에 수많은 기척이 감지되었다. 어마어마한 회오리를 보고 달려오는 무당의 고수들이었다.
하나둘씩 자신의 근처에 내려서는 무당 사람들에게 허명진인이 전음을 보냈다.
- 모두 물러가라. 이 근처에는 아무도 와서는 아니 된다.
허명진인의 전음에 모여들던 무당의 고수들이 멈칫거렸다. 하지만 전음을 보낸 사람이 허명진인인 것을 알고는 사방으로 흩어졌다.
허명진인이 무당 사람들을 피신시키고 있을 때 호현의 외침이 들려왔다.
“알겠다. 다시는 너를 두고 떠나지 않으마!”
그리고 회오리가 언제 있었냐는 듯 순식간에 사라졌다.
후두둑! 후두둑!
호현과 운학이 보이자 허명진인이 한숨을 쉬었다.
“휴우, 그래도 무당은 살았구나.”
회오리가 사라지자 그제야 안정을 찾은 허학진인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사형, 이제 어찌해야 합니까?”
“뭐가 말이냐?”
“사부님께서 계속 호현 학사를 따라 다니실 것 같으니 말입니다.”
“어쩔 수 있겠느냐? 사부님이 가시는 길에 우리가 따라다닐 수밖에.”
백 세가 다 되어가는 자신들이 앞으로 젊은 학사, 아니 젊은 학사 뒤를 따라다니는 스승을 따라다닐 생각을 하니 한숨이 절로 나오는 허명진인이었다.
“그래도 오랜 만에 산 밑을 내려가니…… 그것으로 위안을 삼자꾸나.”
“휴우, 하긴 그도 그렇군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젓던 허학진인이 문득 눈가를 찡그렸다.
“호현 학사는 학사잖습니까? 혹시…… 저희들이 학관에서 뼈를 묻게 되는 것 아닙니까?”
허학진인의 말에 허명진인의 얼굴도 살짝 일그러졌다.
*
*
*
선인각이 있던 자리에는 이제 부서진 나무와 기둥들만이 남아 있었다.
‘그 짧은 시간에 건물 하나를 없애시다니…….’
질린 눈으로 운학을 보던 호현은 문득 걱정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이 모습을 보니, 내가 무당의 일을 마치고 돌아갈 때에도 따라올 기세가 아닌가. 아니, 평생 나와 같이 있으시려 할 듯한데. 큰일이구나.’
신선을 데리고 다니다 잘못했다가는 마을 한두 개 박살나는 것으로는 끝나지 않겠다는 생각에 호현이 한숨을 쉬었다.
그런 호현을 옆에서 운학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제 속은 죽겠는데, 그렇게 순진한 눈으로 바라보지 좀 마십시오.’
잠시 운학을 보던 호현이 입을 열었다.
“저를 계속 따라다니시려면 몇 가지 약조를 해주셔야 합니다.”
“약조? 약속 말이에요?”
“그렇습니다.”
“헤! 운학은 약속 잘 지켜요.”
‘정말 그러기를 바랍니다.’
속으로 중얼거린 호현이 말했다.
“첫째, 다시는 이런 식으로 회오리를 만들어 주변에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됩니다.”
“우웅! 저도 모르게 나오는 건데…….”
“안 됩니다.”
“알겠어요.”
“둘째, 저 이외…….”
잠시 말을 멈춘 호현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허명진인께서는 나와 주시겠습니까?”
호현의 부름에 어디선가 허명진인과 허학진인이 하늘에서 내려왔다.
평소 같으면 신선의 강림이라 여기고 절을 하고 기도를 했을 호현이지만, 무당에 와서 너무 많은 것을 봐서인지 하늘을 나는 모습 정도에는 놀라지도 않는 호현이었다. 게다가…….
‘어마어마한 회오리를 만들어 내는 분의 제자들이니 하늘을 나는 것 정도야 어려운 일이 아니겠지.’
운학 앞에 내려선 두 사람이 예를 올렸다.
“허명이 사부님을 뵙습니다.”
“허학이 사부님을 뵙습니다.”
자신들의 예를 시큰둥하게 받는 운학을 보며 쓰게 웃은 허명진인이 호현을 향해 말했다.
“왜 불렀는가?”
“신선 어르신에게 몇 가지 금제를 하려고 합니다.”
멀리서 호현이 하는 이야기를 다 들었기에 무슨 말인지 아는 허명진인이 입을 열었다.
“첫째는 알고 있네. 그럼 두 번째 금제 때문에 우리를 청한 것인가?”
“그렇습니다.”
호현은 운학을 바라보았다.
“이 두 분 보이십니까?”
“헤! 사형, 운학 눈 좋아요.”
보이는 것을 왜 물어 보냐는 운학의 물음에 호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이 두 분과 같은 복장을 입은 사람과만 말을 나눠야 합니다.”
“우웅! 무슨 말이에요?”
“말 그대로입니다. 앞으로 도사 복장을 한 사람과만 대화를 하시고 상대를 하셔야 합니다. 다른 복장을 한 사람과는 대화를 하시면 안 됩니다.”
- 왜 그런 금제를 거는 것인가?
허명진인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전음을 보내자 호현이 설명했다.
“혹여 신선 어르신께서 저를 따라 무당을 나가게 될 경우……, 사람들의 말에 현혹되실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최소한 도사 분들이라면 신선 어르신을 현혹시키지는 않겠지요.”
호현의 말에 허명진인과 허학진인이 쓰게 웃었다.
‘도사 중에도 악인들이 있을 수 있거늘……. 호현 학사가 우리 도사들을 너무 높게 치는구나.’
허명진인 등이 쓰게 웃을 때 호현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제가 곁에 없을 때에는 반드시 이 두 분과 같이 있으셔야 합니다.”
“헤! 운학은 사형하고 늘 있을 건데 왜 저 사람들하고 있어요?”
“혹시 모르니 하는 말입니다. 제 말을 듣지 않으실 겁니까?”
“운학은 사형 말 잘 들어요! 사형이 없을 때는 저 사람들하고 있을게요.”
운학의 말에 호현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제가 이 두 분과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제 이야기를 들으시면 안 됩니다.”
“네!”
운학이 손으로 귀와 입을 막았다. 그 모습에 호현이 작게 웃으며 고개를 젓고는 허명진인 등을 향해 말했다.
“신선 어르신을 설득하는 일에 실패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자네가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알고 있네. 그리고 최소한의 제약이라도 걸지 않았는가.”
허명진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호현은 걱정이라는 듯 운학을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제가 무당을 내려갈 때가 문제입니다. 신선 어르신의 성격으로 볼 때 제가 몰래 무당에서 사라지기라도 하면 큰일을 벌이실테니까요.”
“그러실 것이네.”
“그럼 어찌해야 합니까? 제가 계속 무당에 있을 수도 없는 일인데 말입니다.”
“어쩌겠는가. 사부님도 같이 하산을 해야겠지.”
“신선 어르신께서 인세에 나가시면 생길 문제가 한둘이 아닐 듯한데…….”
“걱정하지 마시게. 나와 허학이 사부님을 따를 것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