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학사 26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20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26화
무언가 설명을 할 듯 입을 열었던 운학이 말을 멈췄다. 그러다 웃으며 호현을 바라보았다.
“헤! 잊어 먹었다.”
말과 함께 운학이 멈췄다. 그러자 호현의 몸도 저절로 멈췄다.
‘멈췄다. 역시 신선 어르신이 내 몸을 움직인 거였군. 그런데 신선 어르신이 한 말에 의하면 주위의 기운에 따라 태극호신공이 변화한다는 것인가?’
주위의 기운이라는 것에 의문이 든 호현이 물었다.
“주위의 기운이 변한다는 의미가 무엇입니까?”
“기운이 변하니까 변하는 거죠. 사형은 그것도 몰라요?”
“잘 모르겠군요.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호현의 물음에 가만히 그를 보던 운학이 웃었다.
“주위의 기운이 변하는 것을 그냥 느끼면 돼요.”
‘하아! 제가 그걸 느낄 수 있었다면 왜 이러고 있겠습니까.’
호현은 속으로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기운이라는 것을 느낄 수가 없군요.”
“그래요? 이상하네……. 이렇게 잘 느껴지는데.”
말과 함께 운학이 호현의 손을 잡았다.
화아악!
그와 함께 호현의 몸에 운학의 기운이 노도처럼 흘러들어왔다.
‘아!’
그와 함께 피부를 통해 이상한 감각이 느껴졌다.
뜨겁고 차갑고, 때로는 부드러우며 때로는 거친, 모든 것이 생소한 감각이 말이다.
‘이건?’
그 모든 감각들에 호현이 당황하고 있을 때 운학이 말했다.
“이게 자연의 기운이이에요.”
‘이것이 자연의 기운?’
몸으로 느껴지는 기운들을 살피던 호현이 물었다.
“그렇군요. 그럼 이 기운들이 태극호신공과 관련이 있는 것입니까?”
호현의 물음에 운학이 멍하니 있다가 웃었다.
“아! 이제 생각났다.”
“그럼 저에게 가르침을 주십시오.”
“헤! 알겠어요. 주위의 기운을 느끼고 때로는 그것을 감싸며, 때로는 내 몸의 기운을 나누어 주는 것이에요. 하나를 주면 하나를 얻고,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내줘야 하는 거죠.”
무언가 심오한 깨달음이 담긴 운학의 말에 호현이 그 말을 되새기다 물었다.
“그게 무슨 의미입니까?”
“자연에서 얻으려고 하면 안 돼요. 자연이 주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며, 내 자신 속에 그들이 쉴 수 있고 살 수 있는 공간을 내어 주는 것, 그것이 바로 태극호신공이에요.”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내줘야 한다. 자연이 주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며 내 자신을 자연의 일부로 만들라는 것인가? 자연과 함께 숨 쉬는 태극호신공이라니……. 과연 무당이로구나.’
호현이 이때까지 알고 있던 태극호신공은 단순히 건강을 위한 기체조였다. 하지만 운학의 설명에 의하면 태극호신공은 자연과 일부가 되기 위한 것, 일종의 자연에 대한 예(禮)의 공부였다.
호현이 멍하니 자연과 하나가 되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운학이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아! 맞다! 운학이 사형 주려고 선물을 가지고 왔어요.”
“선물?”
“헤!”
운학은 품에서 서책 하나를 꺼내 내밀었다.
태극충뢰공
서책을 받아 제목을 확인한 호현은 깜짝 놀라 운학을 바라보았다.
“이건 태극충뢰공이잖습니까?”
호현의 말에 운학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형이 보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그래서 들고 왔어요.”
호현이 청묘진인과 하는 이야기를 운학이 들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건 무당의 보물인데, 어찌 외부 사람이 이것을 볼 수 있다는 말입니까?”
“응? 왜 사형이 외부 사람이에요?”
“그야 저는 무당 사람이 아니니…….”
“헤! 왜 사형이 무당 사람이 아니에요. 사형은 제 사형인데요.”
‘그럼……, 신선 어르신께서는 무당 사람이라는 말인가? 아! 무당에서 도를 얻어 신선이 되셨나 보구나.’
호현이 책을 받을 생각은 하지 않고 자신을 보고만 있자 운학이 웃으며 말했다.
“사형, 어서 받으세요.”
운학의 말에 호현은 태극충뢰공의 비급을 바라보았다.
‘신선 어르신께서 무언가 착각을 하고 계시구나. 그렇기에 나를 사형이라 생각하고 계시지만 진짜는 아니잖은가. 그러니 무당 사람이 아닌 나는 이것을 받으면 안 되는 것이다.’
무당에서 태청신단과 옥령단의 은혜까지 받았는데, 태극충뢰공 비급까지 받는 것은 아니다 싶은 생각에 호현은 고개를 저었다.
“신선 어르신의 마음은 고맙지만 저는 이것을 받을 수 없습니다.”
“응? 왜요? 보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어서 보세요.”
어린 애처럼 보채는 운학에게 호현이 미소를 지었다.
“보고 싶다고 마음대로 무당의 보물을 볼 수는 없는 것입니다. 저는 감히 무당의 보물을 볼 정도로 간이 크지 못합니다.”
호현의 말에 심통이 난 듯 그를 보던 운학이 갑자기 장난스러운 웃음을 보였다.
“헤! 사형이 안 본다면 저도 더 이상 보라고 하지 않겠어요.”
운학의 장난스러운 얼굴에 순간 불안함을 느꼈던 호현은 그가 책을 품에 집어넣는 것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 내 눈앞에서 책을 펼치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이구나.’
“헤! 대신 태극충뢰공을 몸으로 느끼세요.”
“네?”
몸으로 느끼라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몰라 되물으려던 호현의 눈에 운학의 양손이 번개처럼 움직이는 것이 들어왔다.
그리고…….
호현의 몸을 운학이 빠르게 점혈하기 시작했다.
파파파팟!
운학의 점혈에 몸이 굳은 호현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왜……?’
호현의 의문에 찬 눈빛을 받으며 운학의 양손이 둥글게 원을 그리기 시작했다.
화르륵! 화아악!
운학의 오른손에는 뜨거운 기운이, 왼손에는 차가운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헤! 사형, 시작할게요.”
‘무, 무엇을…….’
호현의 중얼거림이 끝나기도 전 운학의 양손이 호현의 가슴과 단전에 밀착되었다.
가슴으로 뜨거운 기운이, 그리고 단전에서는 차가운 기운이 밀물처럼 쏟아져 들어왔다.
‘커억!’
가슴과 단전에서 생전 처음 느껴지는 고통에 호현은 뇌가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
점혈을 당해 입조차도 벌리지 못하는 호현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이, 이런…… 크악!’
호현이 속으로 비명을 지르며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운학의 얼굴에는 여전히 천진한 웃음이 걸려 있었다.
“헤! 이제 시작할게요.”
‘헉! 시, 작도 안 한……. 커억!’
운학이 어떻게 했는지 호현의 가슴과 단전에 머물던 뜨겁고 차가운 기운들이 맹렬하게 회전을 하기 시작했다.
특히 단전에 머물러 있던 차가운 기운은 비좁은 단전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광폭하게 움직여 대기 시작했다.
단전이 터질 것 같은 고통에 호현의 입에서 자기도 모르게 침이 질질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크아아악!’
단전을 이리저리 두들기며 회전을 하던 기운이 빠르게 위로 솟구치며 심장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심장을 돌던 뜨거운 기운도 단전을 향해 움직였다.
그리고 두 기운이 부딪혔다.
쾅!
주르륵!
호현의 입에서 한 줄기 피가 흘러내렸다.
“어? 사형, 입에서 피가 나요?”
운학은 호현의 입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하지만 내공 운용은 멈출 생각이 없는 듯 호현의 몸에서 다시 음양의 기운이 부딪혔다.
쾅!
푸화악!
이번에는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어?”
뿜어낸 피를 뒤집어쓴 운학이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다 호현의 몸에서 손을 떼어 냈다. 그러고는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
그러자 운학의 통제를 벗어난 음과 양의 기운들이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음과 양의 기운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서로를 향해 부딪치기 시작했다.
쾅! 쾅! 쾅!
음과 양의 기운들이 부딪치는 충격에 호현은 이를 악물며 고통을 참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런 호현을 보던 운학이 자신의 몸에 묻은 피를 보고는 중얼거렸다.
“옷이 더러워졌다. 옷이 더럽혀지면 사형한테 혼나는데…….”
멍하니 피 묻은 옷을 바라보던 운학의 모습이 갑자기 사라졌다. 운학이 사라지는 것에 호현은 놀라 속으로 소리쳤다.
‘으윽! 이렇게 만들어 놓고 그냥 가시면 어떻게 합니까! 으악!’
콰콰쾅!
온몸에서 터지는 폭발음과 충격에 몸을 들썩이던 호현의 머릿속에 죽대 선생과 사형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죽대 선생과 사형들은 호현을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스승님…… 사형들, 제가 이렇게 죽나 봅니다.’
주르륵!
코에서 피가 흘러내리더니 턱을 타고 내려 땅에 떨어졌다.
그리고 호현의 몸이 바닥에 쓰러졌다.
털썩!
연속으로 부딪치는 음양의 충격에 운학의 점혈이 풀린 것이다.
바닥에 쓰러진 호현은 몸을 부들부들 떨어댔다.
‘이대로 죽으면 안 되는데…… 내가 죽으면 스승님 식사와 차 시중을 할 사람이 없는데…… 이대로 죽으면 스승님은 혼자 남으시는데.’
자신이 죽으면 혼자 남게 될 죽대 선생에 대한 걱정으로 호현은 어금니를 깨물었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어!’
죽을 수 없다는 생각에 호현은 지독한 고통을 참으며 자신의 몸에서 부딪치고 있는 기운들을 느끼기 위해 안간힘을 쏟았다.
뇌가 타들어가는 고통을 참으며 몸 내부를 살피던 호현은 음과 양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다행이라면 음과 양의 기운이 워낙 그 성질이 차이가 많이 나서 기운을 느끼기가 쉽다는 것이었다.
태극충뢰공의 영향인지 음과 양의 기운들은 쉴 사이 없이 서로 부딪치고 있었다.
‘끄윽! 음과 양이 서로의 기운을 키우기도 전에 사람이 먼저 죽겠구나.’
쾅! 쾅!
몸 이곳저곳에서 부딪치는 음양의 기운에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낀 호현은 혀를 깨물었다.
푸욱!
혀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정신을 조금 차린 호현은 음양의 기운에 정신을 집중했다.
‘지금 이 고통은 음과 양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서로에게 반해서 생기는 것이다. 어떻게든 충돌을 막고 음과 양을 조화시켜야 해. 그것이 내가 살 길이다.’
무인이라면 자신만의 내공심법으로 어떻게든 기운을 조절했을 것이다.
하지만 호현은 내공 운기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학사다. 그런 호현이기에 몸에서 날뛰는 기운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부들부들!
떨리는 몸을 부여잡으며 호현이 몸을 일으켰다.
“으드득! 이, 이대로! 죽을 수는 없어!”
몸을 일으킨 호현은 품안으로 떨리는 손을 집어넣었다.
“헉! 헉! 무당의 선약이라면…….”
품에서 나온 호현의 손에는 옥령단이 들어 있는 병이 들려 있었다.
병에서 옥령단을 꺼낸 호현은 그것을 입에 집어넣었다.
“크윽! 꿀꺽!”
화아악!
옥령단을 복용하자 순간적으로 청아한 기운이 내부를 감싸 안았다.
옥령단의 기운에 정신이 든 호현은 입술을 깨물며 몸을 일으켰다.
자신의 몸에서 움직이는 기운이 음과 양이라는 것을 떠올린 호현은 태극을 중얼거렸다.
“헉헉! 음양의 조화가 필요해. 끄윽! 태극은 돌고 돌아 태극이니 음과 양 역시 돌고 돌아 태극이라.”
입술을 깨물며 중얼거린 호현은 천천히 양팔을 좌우로 펼쳤다.
그러고는 천천히 태극호신공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호현이 알고 있는, 몸으로 태극을 이룰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바로 태극호신공이니 말이다.
“태극은 돌고 돌아 태극이니 음과 양 역시 돌고 돌아 태극이라. 만물은 음을 받치고 양을 포용하여 조화를 이루니…….”
태극에 대한 깨달음을 떠올리며 태극호신공을 펼치던 호현은 순간 몸을 멈췄다.
호현의 몸에서 날뛰던 음과 양의 기운이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며 맹렬하게 회전을 시작했던 것이다.
투투투투툭!
음과 양의 기운들이 회전을 하며 호현의 내부를 미친 듯이 두들겨대기 시작했다.
자신의 몸에서 들리는 콩 볶는 소리와 충격에 정신을 잃을 뻔한 호현은 입술을 깨물었다.
푸욱!
입술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정신을 차린 호현은 다시 몸을 움직이며 중얼거렸다.
“만물은 음을 받치고 양을 포용하여 조화를 이루니 물처럼 움직이며 물처럼 생각한다면 절로 조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태극은 돌고 돌아 태극…… 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