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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학사 21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0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당학사 21화

“무엇을 보았나?”

 

“네?”

 

“태극권에서 무엇을 보았냐는 말일세.”

 

“바람이 진인의 손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보았습니다. 혹시 도술을 부리신 겁니까?”

 

호현의 말에 청묘진인의 고개를 저었다.

 

“호현 학사의 눈에는 도술로 보였나 보군. 하지만 이건 무공이라네. 그것 말고 다른 것은 보지 못했나?”

 

“글쎄요…… 저는 도술로밖에는…….”

 

호현의 말에 청묘진인의 얼굴에 아쉬움이 어렸다.

 

태극권을 시전했을 때, 혹시 자신이 보지 못한 태극권의 진의를 호현이 보고 이야기해 줄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를 가졌던 것이다.

 

‘태극에 대한 깨달음이 크더라도 무공을 모르는 학사라 그런지 태극권의 진의를 보지는 못했나보군.’

 

“물…….”

 

속으로 중얼거리던 청묘진인은 문득 호현이 무슨 말을 했다고 생각했다.

 

“방금 뭐라 했나?”

 

청묘진인의 말에 호현이 양손을 들어 보였다. 그러고는 어설프게 청묘진인이 선보였던 태극권을 따라 몸을 움직였다.

 

물론 아주 어설픈 동작과 움직임이었지만 청묘진인이 태극권을 천천히 보여 주었기에 대충은 그 움직임을 따라 할 수 있었다.

 

청묘진인이 보여 준 태극권을 기억이 나는 대로 흉내를 내며 움직이던 호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멈췄다.

 

“역시…….”

 

호현의 중얼거림에 청묘진인이 기대감에 찬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뭐가 말인가?”

 

“태극권은 물과 같습니다.”

 

“물?”

 

“예전에 제가 가르치던 학사들이 저에게 태극에 대해 물은 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때 그들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그게 뭔가?”

 

“저는 그들에게 ‘만물은 음을 받치고 양을 포용하여 조화를 이룬다. 물처럼 행동하고 물처럼 생각하니 태극은 물과 같다.’ 라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호현의 말에 청묘진인이 감탄을 한 듯 손뼉을 쳤다.

 

짝!

 

“물처럼 행동하고 물처럼 생각하니 태극은 물과 같다! 대단한 깨달음이군. 태극을 상선약수로 비유하다니 말이네.”

 

청묘진인의 말에 호현이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한 말이 무슨 소리인지 이해를 하지 못하던 학사들과 달리 청묘진인은 바로 그 뜻을 알아챈 것이다.

 

‘진의를 바로 깨달으시다니. 하긴 학사들과 진인을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구나.’

 

“상선약수라…… 상선약수라…….”

 

청묘진인이 상선약수를 중얼거리는 것을 본 호현은 슬며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명백이 무오에 들었을 때 도사들이 갑자기 나타나던 것을 떠올린 것이다.

 

‘이번에도 도사님들이 나타나려나?’

 

하지만 지금 청묘진인은 무오에 든 것이 아니었다.

 

그저 상선약수와 태극과의 관계를 생각하고 있을 뿐이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호현의 모습에 청묘진인이 그 시선을 따라 주위를 보다가 물었다.

 

“왜 그러는가?”

 

“그게…….”

 

호현이 어제 명백이 무오에 들었던 일을 이야기해 주자 청묘진인이 웃었다.

 

“아무리 좋은 가르침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마음에 새길 수 있는 준비를 한 자가 아니라면 깨달음이라는 것은 그리 쉽게 오는 것이 아니지.”

 

말을 멈춘 청묘진인이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아쉽지만 지금 나는 자네가 준 가르침을 마음에 새길 수 있는 준비가 되지 않은 모양이네.”

 

하지만 아쉽다는 말과 다르게 청묘진인의 얼굴에는 밝은 미소가 드리워 있었다.

 

‘하지만…… 상선약수와 태극을 합일 하게 된다면 내 경지는 지금과 다를 것이다. 호현 학사가 명백에 이어 나에게까지 큰 은혜를 주는구나.’

 

청묘진인은 자신을 막고 있는 경지의 벽을 깰 수 있는 단서, 태극은 물과 같다는 가르침을 호현에게서 얻은 것이다.

 

호현을 보던 청묘진인이 품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러고는 작은 옥병을 하나 꺼내 내밀었다.

 

“받으시게.”

 

“이건…….”

 

“미안하지만 태청신단은 아니니 너무 기대하지는 마시게.”

 

“네?”

 

무슨 말이냐는 듯 바라보는 호현을 보며 청묘진인이 웃으며 말했다.

 

“옥령단이라고 부르는 것이네.”

 

“옥령단?”

 

“무당의 비전으로 만든 내상약이네.”

 

내상약이라는 말에 호현은 옥병을 바라보았다.

 

‘내상이라…….’

 

“학사인 제가 내상을 입을 일이…….”

 

“있네.”

 

“네?”

 

“내상이라고 해서 특별히 거창한 것이 아니네. 아! 몸살 같은 경우 몸이 허하고 피로가 쌓여서 생기는 병이니 어떻게 보면 태청신단보다도 옥령단이 더 효과적일 수 있네.”

 

몸살과 태청신단 이야기에 호현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그 모습을 보며 청묘진인이 말을 이었다.

 

“또한 옥령단은 몸을 보하고 피를 맑게 하며 기가 잘 통하게 만들어 주니, 자네의 스승인 죽대 선생께서 원하던 보약으로 사용해도 효과적일 것이네.”

 

청묘진인의 설명에 호현이 옥병을 바라보았다.

 

‘무척 귀한 약인 것 같은데…….’

 

너무 귀한 약인 것 같아 받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호현의 머리에 문득 늙은 죽대 선생의 얼굴이 떠올랐다.

 

태청신단을 먹은 후, 그 기운 때문인지 잔병치레를 한 번도 하지 않은 죽대 선생이다. 하지만 가는 세월을 어찌 인간이 막을 수 있을까. 해가 갈수록 주름살이 늘어만 가고 있었다.

 

‘태청신단은 훗날 스승님께 큰일이 생기면 복용하시도록 하고, 옥령단으로 스승님의 몸보신을 시키면 좋겠구나. 하지만 너무 귀한 약인 듯한데…….’

 

옥병을 바라보던 호현은 죽대 선생에게 주고 싶은 욕심을 이기지 못하고 주저하며 말했다.

 

“이리 귀한 물건을 받는 것은 예가 아닌 듯한데…… 정녕 제가 받아도 되겠습니까?”

 

“주려고 꺼낸 물건인데 자네가 안 받으면 내가 서운하겠지.”

 

“그렇다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공 없이 너무 큰 물건을 받았다는 것에 부끄러워 얼굴이 붉어진 호현이 옥병을 만지작거리고 있자 청묘진인이 화제를 바꾸려는 듯 입을 열었다.

 

“본 문의 무공 중 태극충뢰공이라는 것이 있네.”

 

“태극충뢰공요?”

 

“그렇다네. 지금은 익히고 있는 사람이 없어 절전된 것과 마찬가지이지만 태극충뢰공의 구결 중 호현 학사가 한 이야기와 비슷한 내용이 있네.”

 

청묘진인의 설명에 호현의 얼굴에 호기심이 어렸다.

 

제1-11장 어제는 명백, 오늘은 청묘

 

태극충뢰공이라는 무공에 대한 말을 들은 호현이 물었다.

 

“음과 양이 서로를 승하게 한다는 것 말입니까?”

 

호현의 말에 청묘진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오에는 양의 기운에 음의 기운을 부딪치게 하고 자시에는 음의 기운에 양의 기운을 부딪쳐 서로의 기운을 강하게 만드는 것이네. 내공 증진과 파괴력 하나 만큼은 본 문에 있는 무공 중 가장 뛰어나지.”

 

청묘진인의 말에 호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말씀대로 그렇게 뛰어난 무공이라면 왜 절전이 된 것입니까?”

 

“익히는데 몇 가지 제약이 있었네. 그리고 태극충뢰공을 익히다가 사람들이 다치는 경우도 나왔다네. 하여튼 태극충뢰공에 의하면 음과 양이 서로 부딪치고 맞서면서 서로의 기운을 키운다고 적혀 있네.”

 

“흐흠, 서로의 기운을 키우는 면만을 본다면 음과 양이 서로를 승하게 한다는 것과 같지만…….”

 

태극충뢰공과 태극음양경을 생각하던 호현이 고개를 저었다.

 

“제 생각에는 음과 양이 부딪치며 힘을 키우는 것은 조화와 맞지 않는 듯합니다.”

 

“그럴 수도 있겠군.”

 

청묘진인이 자신의 말에 동의를 하자 호현이 생각을 하다 물었다.

 

“제가 태극충뢰공을 볼 수 있겠습니까?”

 

호현의 부탁에 청묘진인의 얼굴에 난감함이 어렸다.

 

호현이 비록 명백과 자신에게 큰 은혜를 주기는 했지만 무당의 무공 비급을, 그것도 절세비급이라고 할 수 있는 태극충뢰공을 호현에게 보여줄 수는 없는 것이다.

 

게다가 호현이 태극충뢰공을 본다면 일신에 큰 위험을 가지게 되는 것이기도 했다.

 

태극충뢰공을 노리는 악인들이 방헌으로 돌아간 호현을 납치할 수도 있는 일이니 말이다.

 

청묘진인의 얼굴에 드러난 난감한 표정에 호현은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아차! 내가 너무 주제가 넘었구나.’

 

“감히 무당의 비급을 보고자 하다니……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호현의 말에 청묘진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고개를 돌려 선학전으로 오는 길을 바라보았다.

 

“호 사질이 오는군.”

 

청묘진인의 말에 호현이 고개를 돌려 보니 호불위가 걸어오고 있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나?’

 

걸어오던 호불위가 청묘진인을 보고는 황급히 뛰어오더니 예를 취했다.

 

“청묘 사숙님을 뵙습니다.”

 

호불위의 인사에 고개를 끄덕인 청묘진인이 웃으며 호현에게 말했다.

 

“그럼 호현 학사, 다음에 또 보세나.”

 

“다음에 뵙겠습니다.”

 

기분 좋은 얼굴로 사라지는 청묘진인에게 고개를 숙여 보인 호불위가 슬며시 호현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된 건가?”

 

“뭐가 말씀입니까?”

 

“청묘 사숙하고 왜 같이 있냐는 말이네.”

 

“아! 선학전으로 오셨더군요.”

 

“그렇군…… 응?”

 

말을 하던 호불위가 호현의 손에 들린 옥병을 보고는 물었다.

 

“손에 들린 건 뭐가?”

 

“옥령단입니다.”

 

“오, 옥령단!”

 

호현의 말에 호불위가 깜짝 놀란 얼굴로 옥병을 바라보았다.

 

“청묘 사숙이 주신 건가?”

 

“너무 귀한 물건이라 거절을 하려 했으나 스승님을 생각해서 받았습니다. 태청신단으로 몸보신을 할 수는 없으니까요.”

 

몸보신이라는 말에 호불위가 황당한 눈으로 호현을 바라보았다.

 

‘허! 태청신단도 모자라 이제는 옥령단으로 몸보신을 할 생각인가? 이러다 본 문의 영약들이 모두 죽대 선생의 입에 들어가겠구나.’

 

한숨을 쉬며 옥병을 보던 호불위가 문득 고개를 갸웃거렸다. 손톱 반 정도 크기를 가진 옥령단을 생각해 볼 때, 옥병의 크기가 꽤 커보였던 것이다.

 

“잠시 줘 보게.”

 

호불위의 말에 호현이 옥병을 건네주었다. 옥병을 받은 호불위가 뚜껑을 열어 보았다.

 

화아악!

 

뚜껑을 열자 가슴속이 시리도록 청아한 향기가 주위를 휘감았다. 손바닥에 옥병을 기울이자 안에서 작은 녹색의 환 여섯 알이 흘러나왔다.

 

“진짜 옥령단이다.”

 

‘하긴 청묘 사숙이 준 것인데 가짜일 리가 없겠지. 그런데 여섯 알이나 주시다니.’

 

손에 들린 옥령단을 보며 침을 삼킨 호불위가 슬며시 호현을 바라보았다.

 

“꿀꺽! 호현 학사…….”

 

“안 됩니다.”

 

“응? 내가 무슨 말을 할 줄 알고?”

 

“옥령단 좀 나눠 달라는 것 아닙니까?”

 

“그건…… 커험! 여섯 알이나 되는데 한 알쯤 나눠줘도…….”

 

“청묘진인께서 주신 선물입니다. 선물을 남에게 주는 것은 예가 아니지요. 게다가 먹는 것인데 말입니다.”

 

호불위의 손에서 옥병을 받아 옥령단을 집어넣으며 호현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건 스승님의 건강을 위해 필요한 약입니다.”

 

호현의 말에 호불위는 입맛을 다셨다. 돈을 주고라도 구하고 싶지만 무당의 약을 돈을 주고 살 수는 없었다.

 

옥령단을 품에 넣는 호현을 보고 호불위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휴! 밥이나 먹으러 가세.”

 

호불위의 말에 호현은 극심한 공복감을 느꼈다.

 

‘그러고 보니 오늘 먹은 거라고는 떡 반쪽이 전부구나.’

 

배고픔을 느낀 호현은 호불위의 뒤를 쫓아 걸어갔다.

 

*

 

*

 

*

 

호현과 헤어진 청묘진인은 무당의 장문인 청운진인과 마주 보고 앉아 있었다.

 

청운진인이 거하는 장문인실은 무당의 중심인 자소궁에 위치해 있었다.

 

갑자기 할 말이 있다고 찾아온 청묘진인에게 청운진인이 차를 건넸다.

 

“드시게.”

 

청운진인이 주는 차를 마시며 청묘진인이 조금 답답한 눈으로 방안을 훑어보았다.

 

서가에는 틀에 맞추기라도 한 것처럼 책들이 흐트러짐 하나 없이 꼽혀 있었다.

 

그리고 한쪽에 걸려 있는 도복들 또한 그림이라도 되는 것처럼 한 점 흐트러짐조차도 보이지 않았다.

 

너무 틀이 잡히고 깔끔한 방안의 모습에 청묘진인은 갑갑함을 느꼈다.

 

뭐라도 조금 흐트러지거나 지저분해야 자연스러운데, 청운진인의 방은 너무 인위적인 느낌이 강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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