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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학사 18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8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당학사 18화

“소문요?”

 

자신에 대한 소문을 들었다는 말에 호현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명정이 미소를 지었다.

 

“호현 학사에 대한 소문이 무당에 파다하게 퍼졌는데, 정작 본인은 못 들으셨나 보군요.”

 

명정의 미소로 보아 나쁜 소문은 아닐 거라는 생각에 호현이 웃었다.

 

“좋은 내용이었으면 좋겠네요.”

 

“좋은 내용입니다. 그런데 향화 하려고 오셨습니까?”

 

“네.”

 

호현의 말에 명정이 탁자에 놓여 있는 서책을 가리켰다.

 

“방명록에 이름을 기재하십시오.”

 

호현이 방명록에 자신의 이름을 기재하자 명정이 탁자 밑에서 향을 꺼냈다.

 

명정이 주는 향을 호현이 받자 호불위가 품에서 은자를 꺼내 내밀었다.

 

“무량수불.”

 

호불위가 주는 은자를 받으며 명정이 도호를 읊고는 방명록에 금액을 적었다.

 

“호 사제가 호현 학사 안내를 좀 해줄 수 있겠지?”

 

“물론입니다.”

 

명정에게 인사를 한 호불위가 호현을 데리고 태극전 안으로 들어갔다.

 

태극전 안에는 도교 여러 신들의 신상이 세워져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인자한 미소를 하고 있는 노인의 상이 서 있었다.

 

그 앞에 향로가 있고 많은 신도들이 향을 올리고 절을 하고 있었다.

 

태극전 내부를 신기한 듯 보고 있는 호현에게 호불위가 말했다.

 

“사람들이 절을 하고 있는 신상이 바로 태상노군이시네.”

 

노자도덕경의 가르침을 통해서만 알고 있던 태상노군을 직접 눈으로 보았다는 사실에 감동한 호현은 멍하니 신상을 바라보았다.

 

그런 호현을 위해 호불위가 주위에 있는 신상들을 하나씩 가리키며 그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

 

호현에게 하나씩 설명을 해주던 호불위가 문득 생각이 났다는 듯 다른 이야기를 하나 해주었다.

 

“이곳 태극전에는 신기한 이야기가 하나 있네.”

 

“신기한 이야기요?”

 

호불위가 신상이 있는 제단에 쌓여 있는 각종 과일과 음식들을 손으로 가리켰다.

 

“태극전에 바치는 음식 공물 중 일부를 신선께서 직접 내려와 가지고 가신다더군.”

 

호불위의 말에 호현이 무슨 말이냐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그 의미를 깨닫고는 깜짝 놀라 물었다.

 

“태극전에 신선께서 현신을 하신다는 말입니까?”

 

“현신이라고 하기는 그렇고……. 태극전에 바쳐진 음식들 중 일부가 감쪽같이 사라진다는 말이네. 사람들은 그것을 신선께서 드신다고 생각을 하지.”

 

“누가 몰래 가지고 갔을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호현의 의문에 호불위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다른 도관에서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이곳은 무당파 내에 있는 곳이네.”

 

호불위의 말을 들은 호현이 생각을 해보니 과연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하긴, 명백 선인과 같은 분들이 사는 무당인데 어떤 자가 공물을 훔쳐갈 생각을 하겠어.’

 

그런 생각을 하던 호현이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호불위를 향해 말했다.

 

“외부인이 가지고 가지 않았다면 무당 사람이 가지고 갔을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그것도 아닐세. 공물로 바쳐진 음식들은 자정이 되기 전까지는 아무도 손을 댈 수가 없어.”

 

“자정이 지나면요?”

 

“자정이 지나면 모두 회수를 해서 숲에 뿌려놓는다네. 숲에 사는 동물들이 먹을 수 있게 말이야.”

 

“그럼 무당 사람도 아니라는 말이군요.”

 

“그렇지. 게다가 음식들이 사라지는 것에 의문을 품은 본 문의 고수들이 태극전을 철저히 감시했었다네.”

 

“흠, 그래도 음식이 사라졌겠군요.”

 

“응? 어떻게 알았나?”

 

“그거야 무당 사람들이 지키고 있는데도 음식이 사라졌으니, 신선이 드셨다는 소문이 퍼진 것 아니겠습니까?”

 

호현의 말에 호불위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 말이 맞네.”

 

“그럼 정말 신선께서 공물로 바쳐진 음식들을 드시는 겁니까?”

 

“나는 신선일 것이라 생각하네. 그렇지 않다면 본 문의 고수들의 눈을 피해 어느 누가 공양된 음식을 가지고 갈 수 있겠나. 듣기로는 지금도 하루에 한 번씩 음식 공물들이 감쪽같이 사라진다는…….”

 

말을 하던 호불위의 입이 순간 벌어졌다. 태상노군 신상 앞에 놓여 있던 떡이 사라지는 것을 본 것이다.

 

“떡이…… 떡이 사라져?”

 

“네?”

 

“방, 방금 태상노군 신상 앞에 있던 떡이 헉! 또 사라진다.”

 

깜짝 놀라 중얼거리는 호불위의 목소리에 주위에 있던 향화객들이 일제히 태상노군 신상을 바라보았다.

 

스윽!

 

그리고 향화객들의 눈에 놀라운 광경이 들어왔다.

 

태상노군 앞에 있던 떡 중 하나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는 것이다.

 

“헉! 신선이 현신하셨다.”

 

“태상노군께서 떡을…… 잡수신다!”

 

“우와와!”

 

“태상노군이시여, 우리 집에 떡두꺼비 같은 아이 하나만 점지해 주소서!”

 

“무량수불! 우리 어머니 병 좀 낫게 해주소서.”

 

향화객들이 절을 하며 난리를 피우는 모습에 호불위가 당황스러운 얼굴을 하다가 눈에 내공을 집중했다.

 

혹시라도 누가 은신을 하고 떡을 훔쳐 가는지 확인을 하려는 것이다.

 

안력을 집중해 태극전 내부를 훑어보던 호불위의 얼굴에 놀람이 어렸다.

 

태극전 그 어디에서도 사람이 은신하고 있는 흔적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하긴, 사람이 은신을 하고 있던 거라면 본산 어르신들이 놓치지 않았겠지. 그럼 진짜 신선께서 현신을 하셨다는 말인가?’

 

“무량수불.”

 

속으로 중얼거리던 호불위는 옆에서 들리는 도호에 고개를 돌렸다.

 

호불위 옆에는 언제 왔는지 명정과 몇몇 도사들이 도호를 읊으며 태상노군 신상을 향해 절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명정의 옆에 호현이 어느새 바닥에 오체투지를 한 채 예를 올리고 있었다.

 

“과연 무당이다. 과연 무당이야. 신선이 현신을 하는 곳이라니……. 무량수불. 아! 소원을 빌어야지. 스승님과 사형들이 몸 건강히 오래 오래 살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또한 사형들과 사부님을 모시고 같은 지붕 아래에서 살게 해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그것뿐입니다. 무량수불.”

 

정신없이 무량수불을 읊으며 소원을 비는 호현의 모습에 호불위도 슬며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무량수불. 무단표국이 호북 제일의 표국이 되게 도와주십시오. 제가 원하는 것은 딱 그것 하나뿐입니다. 제발 무단표국이 지금의 세 배 만큼만 커지게 해주십시오.”

 

“제발 저희 어머니 병 좀 낫게 해주소서.”

 

“제 막내아들 장가 좀 가게 해주십시오.”

 

“무량수불…… 무량수불…….”

 

*

 

*

 

*

 

태상노군 신상의 머리 위에서 회색 도복을 입은 왜소한 체격의 노인이 떡을 먹으며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노인이 입고 있는 회색 도복은 아주 오랜 시간을 입었는지 군데군데 헤어지고 찢어져 있었지만, 방금 세탁을 한 것처럼 깨끗했다.

 

“쩝! 쩝! 맛있다. 헤헤!”

 

나이에 걸맞지 않게 아이처럼 천진하게 웃으며 떡을 먹던 노인의 눈이 반짝였다.

 

“어! 사형이다. 헤헤헤! 사형이 돌아왔다.”

 

떡을 두 손에 꼭 들고 태상노군 신상의 머리에서 일어나려던 노인이 문득 눈가를 찡그리며 태극전 입구를 바라보았다.

 

“저 사람들 또 왔네. 귀찮게.”

 

노인이 몸을 일으키자 그 몸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제1-9장 제가 왜 사형입니까?

 

“청수 사숙님을 뵙습니다.”

 

“청수 사숙님을 뵙습니다.”

 

태상노군의 신상을 향해 절을 하며 소원을 빌던 호불위는 옆에서 들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태극전 안으로 청수진인이 중년 도사 둘을 데리고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급히 자리에서 일어난 호불위가 청수진인에게 예를 취했다.

 

“청수 사숙님을 뵙습니다.”

 

호불위의 인사에 고개를 끄덕인 청수진인이 굳은 얼굴로 태극전 내부를 훑어보았다.

 

날카로운 눈으로 태극전 내부를 훑어보는 청수진인의 모습에 호불위가 의아한 듯 바라볼 때, 청수진인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사숙님, 왜 그러십니까?”

 

“아무것도 아니네. 아! 방금 음식이 사라졌다고 하던데 혹시 자네도 봤나?”

 

“제가 처음으로 봤습니다.”

 

“그래? 그 이야기 좀 해주겠나.”

 

‘흐흐흐! 청수 사숙과 인사를 할 뿐만 아니라 이렇게 대화까지 하는 사이로 발전을 하다니.’

 

평소 같으면 쳐다보지도 못할 청수 사숙과 마주보고 대화를 한다는 사실에 기분이 날아갈 것 같은 호불위가 신이 나 아까 자신이 본 것에 대해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호불위가 하는 이야기를 듣던 청수진인이 태상노군 신상을 위아래로 훑어보다 고개를 저었다.

 

‘모습을 보여 주시는 것이 그리 어려우십니까.’

 

고개를 젓던 청수진인이 문득 바닥에서 절을 하고 있는 호현을 보고는 웃으며 말했다.

 

“호현 학사도 계셨군.”

 

“비나이다. 비나이…… 아!”

 

태상노군 신상을 향해 머리를 조아리며 절을 하던 호현이 그제야 청수진인을 보고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포권을 했다.

 

“청수진인께서는 언제 오셨습니까. 아! 청수진인께서도 소원을 빌러 오신 겁니까?”

 

호현의 말에 청수진인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신선에게 소원을 빌러 온 것은 아니지만……. 후우! 신선을 뵙고자 온 것이니 그게 그거겠군. 그런데 이곳은 어떻게 오셨는가?”

 

청수진인의 물음에 호불위가 웃으며 나섰다.

 

“호현 학사가 무당을 구경시켜 달라고 해서…….”

 

“호! 그래, 많이 보셨는가? 호현 학사의 눈에 무당이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네.”

 

청수진인의 말에 호현의 얼굴에 존경스러움이 어렸다.

 

“도교의 본산이라는 말이 과연 허언이 아니었습니다. 신선이 직접 내려와 공물로 바쳐진 음식을 드시다니 말입니다.”

 

호현이 정말 존경스럽다는 듯 포권을 하자 청수진인의 얼굴에 씁쓸함이 어렸다.

 

그러다 문득 호현을 바라보았다.

 

“어제 호현 학사가 도경에 관심이 많다고 들은 듯한데, 선학전을 가보는 것이 어떻겠는가?”

 

“선학전이라 하시면…….”

 

“도경을 모아 놓는 본 문의 서고를 선학전이라 칭한다네.”

 

“헉! 도경을 모아 놓은 서고!”

 

“학사들이 고용이 되면 일을 할 곳이지.”

 

서고라는 말에 깜짝 놀라 중얼거리던 호현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도경이 쌓여 있는 선학전에 가고 싶은 마음이야 가득하지만, 아직 정식으로 고용된 것도 아닌데 제가 어찌 선학전에 들어갈 수가 있겠습니까.”

 

“하하, 괜찮네. 호 사질이 호현 학사를 선학전에 데려다 주게.”

 

“알겠습니다.”

 

청수진인의 말에 호현이 망설였다. 선학전에 가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어쩐지 형평성에 어긋나 보였던 것이다.

 

“저는…….”

 

- 사형, 선학전에 간다고 하세요.

 

거절을 하려던 호현은 갑자기 귀에 들려오는 소리에 깜짝 놀라 주위를 둘러보다 호불위를 향해 물었다.

 

“혹시 저에게 사형이라고 하셨습니까?”

 

“뭐? 내가 왜 호현 학사에게 사형이라고 하나?”

 

호불위의 말에 호현은 다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지만 주위에는 자신에게 사형이라고 부를 만한 사람은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네……. 내가 잘못 들었나?’

 

- 사형, 선학전에 간다고 하세요.

 

고개를 갸웃거리던 호현은 재차 들려오는 소리에 몸이 굳어졌다.

 

‘헉! 뭐야. 누가 나한테 말을 거는 거지? 게다가 사형이라니……. 헉! 설마, 귀신? 아니지. 도교의 본산, 거기다가 신선이 현신하는 이곳에 귀신이 어떻게 나타나.’

 

갑자기 호현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헉! 설마, 신선?”

 

“깜짝이야. 왜 그래?”

 

호불위의 물음에 호현이 방금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려고 입을 열었다.

 

- 사형, 제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

 

입을 열려는 순간 들려오는 소리에 호현은 급히 입을 다물었다.

 

- 사람들이 저를 보면 막 잡으려고 해요. 사형, 일단 선학전으로 가세요.

 

‘그게 무슨……. 왜 신선님을 무당 사람들이 잡으려 한다는 말인가?’

 

고개를 갸웃거리던 호현은 일단 신선이 하라는 대로 청수진인에게 말했다.

 

“선학전에 가도 된다면 가보고 싶습니다.”

 

“그러시게.”

 

청수진인이 호불위에게 나가보라는 눈짓을 주었다. 그러자 호불위가 포권을 하며 예를 취하고는 호현과 함께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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