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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학사 17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7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당학사 17화

그리고 다른 한편에 있는 속가무인들도 학사들과 내용은 달랐지만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어제 명백 사형이 무오에 들었다면서?”

 

“오 사형은 보지 못하셨나 보군요.”

 

“내가 조금 늦은 모양이더군. 그래, 그게 어떻게 된 일인가?”

 

“어제 호 사형이 데리고 온 호현 학사인가 하는 사람하고 대화를 하다가 갑자기 깨달음을 얻고 무오에 들었다고 하시더군요.”

 

“호! 그런 일이……. 제길! 나도 그 자리에 있어야 했거늘. 그 호현 학사라는 양반과 명백 사형이 무슨 대화를 한 건가? 대체 무슨 이야기를 했기에 명백 사형 같은 경지에 이른 사람이 갑자기 무오에 들었다는 말인가?”

 

“저와 같이 온 학사에게 물어 봤는데, 태극과 음양이 어쩌고저쩌고 하는데 통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더군요.”

 

“하긴…… 명백 사형 같은 분이 깨달음을 얻은 대화라면 우리 같은 범인들이 이해하기 어렵…….”

 

말을 하던 속가무인이 문득 대청으로 향하는 계단에 서 있는 호현과 호불위를 보고는 말을 멈췄다.

 

다른 속가무인들과 학사들도 호불위와 호현을 봤는지 소란했던 대청이 조금씩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자신들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호현이 대청으로 내려가다 호불위를 바라보았다.

 

“밥 먹기 전에 일단 좀 씻어야겠습니다.”

 

호현의 말에 호불위가 힐끗 그를 바라보았다.

 

“하긴 자네 몸에서 냄새가 좀 나기는 하는군.”

 

호불위의 말에 호현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어제 무당을 오르면서 땀을 한 말은 쏟았을 터인데 바로 면접을 보느라 땀에 전 옷을 갈아입지도 못했고, 씻지도 못한 것이다.

 

“킁! 킁!”

 

자신의 옷에 코를 박으며 냄새를 맡던 호현의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

 

어제 무당 장로들과 같이 있던 모습이 떠오른 것이다.

 

‘이렇게 냄새 나는 모습을 하고 무당의 어르신들과 대면을 하다니…….’

 

그런 호현을 보며 호불위가 말했다.

 

“이 층 구석에 가면 씻을 수 있는 곳이 있네. 거기서 씻고 내려오게나.”

 

호현이 씻기 위해 이 층에 올라가는 것을 보던 호불위가 오태석이 앉아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좋은 아침들일세.”

 

속가무인들이 앉아 있는 탁자에 놓여 있는 찻잔을 들어 목을 축인 호불위가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사형제들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들 그리 보는가?”

 

호불위의 말에 오태석이 슬며시 자신의 옆자리를 가리키고는 말했다.

 

“호 사형이 데리고 온 학사가 그 유명한 방헌현의 방헌신사라면서요?”

 

오태석의 옆자리에 앉으며 호불위가 웃었다.

 

“후후후, 들었나 보군.”

 

“게다가 어제 방헌신사와 대화를 나누던 명백 사형이 무오에 들었다 들었습니다.”

 

오태석의 말에 호불위가 미소를 지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위에 있는 속가 사형제들이 모두 자신을 주목하고 있는 것을 본 호불위는 얼굴에 드려진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그렇다네.”

 

“어떻게 된 일인지 자세하게 이야기를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오태석의 물음에 호불위가 그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사실 호불위도 명백과 호현 사이에 생긴 일에 대해서 정확히는 모르는 것이다. 물론 무슨 대화가 오갔는지는 알고 있다.

 

어제 호현과 청수진인 등이 그에 대해 이야기를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태극지도에 대해 이해를 하지 못했으니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감을 못 잡는 것이다.

 

‘나도 잘 모르는 태극 이야기를 하다가는 망신을 당할 수도 있으니, 화제를 돌려야겠군.’

 

속으로 중얼거린 호불위가 입을 열었다.

 

“흐흠, 그보다…….”

 

호불위가 슬쩍 주위를 둘러보는 시늉을 했다. 이미 호불위가 앉아 있는 탁자 주위에는 다른 탁자에 있던 사형제들이 모두 모여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제 청수 사숙님을 뵈었네.”

 

호불위의 말에 다른 사형제들이 깜짝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헉! 무당일검 청수 사숙님을?”

 

“그게 정말입니까?”

 

“호 사제, 대단하군.”

 

“청수 사숙을 어디서 뵈신 겁니까?”

 

오태석이 부럽다는 듯 호불위를 보며 말했다.

 

“사형, 너무 하십니다. 청수 사숙님은 저도 뵙고 싶은 분인데, 저도 좀 데리고 가지 그러셨습니까.”

 

사형제들의 말에 호불위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나도 호현 학사 덕에 사숙님들을 뵌 것이라, 자네를 청할 생각을 하지 못했군.”

 

“사숙님들? 헉! 설마 청수 사숙님들 말고 다른 분들도 뵈신 겁니까?”

 

오태석의 물음에 호불위가 느긋하게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미소를 지었다.

 

“청묘 사숙, 청진 사숙, 청현 사숙에게도 인사를 드렸지. 후후후, 명백 사형이 무오에 들었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들었는지 사숙들께서 호현 학사를 은인처럼 대하시더군.”

 

웃으며 말을 하던 호불위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 급히 말했다.

 

“아!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될는지 모르겠지만…… 어제 청수 사숙께서 호현 학사에게 태청신단을 주셨다네.”

 

“태청신단!”

 

“지금 청수 사숙이 호현 학사에게 태청신단을 주었다고 하셨습니까?”

 

태청신단이라는 말에 경악을 하는 사형제들을 보고 호불위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가 청수 사숙의 이름이 들어간 일에 거짓을 말하겠나?”

 

작기는 하지만 호북 무림에서는 그래도 명가라고 할 수 있는 진검장의 장주인 오태석도 구경조차 해 보지 못한 것이 태청신단이다.

 

그런 태청신단이 호현에게 주어졌다는 사실에 부러움과 질투를 느낀 오태석이 투덜거렸다.

 

“일개 학사에게 태청신단이라니……. 호현 학사는 무인도 아니잖습니까.”

 

오태석의 말에 호불위도 문득 태청신단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현의 성격상 분명 태청신단은 그 스승인 죽대 선생이 가지게 될 것이다.

 

물론 태청신단이 어떤 물건인 줄 알았으니 몸살 같은 가벼운 병증에는 사용하지 않겠지만, 결국은 늙은 죽대 선생의 입에 들어가게 될 터.

 

‘쩝! 죽대 선생이 먹을 것을 생각하니 아깝기는 아깝군.’

 

“그나저나 호 사형, 축하드립니다.”

 

“축하?”

 

“호현 학사의 합격은 확실하잖습니까?”

 

오태석의 말에 호불위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후후, 그건 그렇지.”

 

‘장로님들도 이쁘게 보았고, 게다가 명백 사형에게는 은인이 되니 호현 학사가 떨어질 일은 없겠지. 이제 만운만 익히면 절정도 꿈은 아니구나.’

 

호불위와 오태석 등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호현이 대청에 모습을 드러냈다.

 

학사들이 있는 곳에는 시선도 주지 않은 채 호현이 호불위가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호현 학사님.”

 

호현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절로 눈가가 찡그러졌다.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의 주인을 아는 것이다.

 

고개를 돌린 호현은 자신을 보고 있는 태경과 고손기를 볼 수 있었다.

 

“하실 말이라도 있으십니까?”

 

호현의 말에 서로를 한 번 쳐다본 태경과 고손기가 포권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저희의 무례를 사과드리겠습니다.”

 

“저희가 눈이 멀어 거인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두 사람의 사과에 호현이 미간을 찡그린 채 그 둘을 바라보았다.

 

‘어제만 해도 기세가 등등하던 자들이 오늘은 왜 갑자기 이러는 거지?’

 

동진과 학사들 사이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듣지 못한 호현은 의문어린 눈으로 그들을 보다가 물었다.

 

“저에게 왜 사과를 하시는 겁니까?”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 사과를 하는 것입니다.”

 

“어제 일이라…….”

 

잠시 두 사람을 바라보던 호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호현이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호불위가 있는 곳을 향해 다시 걸어가자 고손기가 급히 그를 불렀다.

 

“호현 학사님!”

 

그 부름에 호현이 고개를 돌리자 고손기가 잠시 망설이다 물었다.

 

“진정 저희를 용서해 주시는 겁니까?”

 

“알겠다고 말을 했습니다만…….”

 

우물쭈물하며 자신을 바라보는 고손기와 태경을 바라보던 호현은 주위에 있는 학사들을 둘러보았다.

 

자신과 눈이 마주친 학사들이 슬며시 고개를 돌리는 것을 보며 호현이 입을 열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저를 시험 하려던 분들께서 오늘은 왜 이러시는지 알 수가 없군요. 하지만 어제 일에 대해 사과를 한다면 기꺼이 받아들이고 넘어가겠습니다. 그러니 더 이상 신경 쓰지 마십시오.”

 

호현이 포권을 하며 호불위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자 태경과 고손기의 얼굴에 부끄러움이 어렸다.

 

“하아! 어린 나이에 저 만한 학식과 인품을 가지고 있다니…….”

 

“그러게 말일세. 어제의 행동을 생각하니 부끄럽기 이를 데가 없군.”

 

태경과 고손기 등은 자신들을 용서하는 호현의 행동에서 대인의 면모를 느끼고 있었다.

 

*

 

*

 

*

 

호불위가 어디선가 얻어온 주먹밥을 들고 호현과 함께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잠을 너무 오래 자 해 떨어지기 전에 무당을 구경하려면 시간을 낭비할 수 없는 것이다.

 

저벅저벅!

 

걸음을 옮기던 호불위가 힐끗 호현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아까 학사들하고는 무슨 일인가? 분위기가 어째 자네에게 사죄를 하는 듯하던데?”

 

명백이 무아에 든 것까지만 알고 그 일이 벌어지게 된 계기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없어 학사들과 호현과의 일을 알지 못하는 호불위였다.

 

호불위의 물음에 호현의 얼굴이 굳어졌다.

 

“별일 아닙니다.”

 

“그래? 자네 얼굴을 보면 별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뭔데 그래?”

 

호불위의 물음에 호현이 한숨을 쉬고는 어제 있었던 일을 설명해 주었다.

 

어제 일을 들은 호불위가 피식 웃었다.

 

“하여튼 능력도 없는 것들이 별짓을 다한다니까. 근데 그걸 그냥 용서해 줘? 나 같으면 확 요절을 내버리겠구만…….”

 

“저에게도 생각이 있습니다.”

 

“그래? 무…….”

 

흠칫!

 

말을 하던 호불위는 호현의 굳어진 얼굴에 입을 다물었다.

 

‘학사들이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건드린 것 같군. 하긴 무림인으로 따지면 호현 학사는 절정고수고 다른 자들은 이삼류 급이니……. 잘못 건드려도 한참을 잘못 건드린 게야.’

 

“그런데 저희는 지금 어디로 가는 겁니까?”

 

호현의 물음에 자신만의 생각에서 깨어난 호불위가 말했다.

 

“혹시 보고 싶던 곳이라도 있나?”

 

호불위의 말에 호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태상노군에게 제를 지내는 태극전을 보고 싶습니다.”

 

“거기는 또 어떻게 알았나?”

 

“어제 동수 도사님이 알려 주셨습니다. 가서 볼 수 있겠습니까?”

 

“물론 가능하지.”

 

호불위가 앞장서서 걸음을 옮기자 호현이 환하게 웃으며 그 뒤를 따라 걸어갔다.

 

*

 

*

 

*

 

태상노군과 도교의 신들을 모시는 태극전은 향화를 올리려고 찾아오는 많은 신도들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태극전 앞에 도착해 신기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는 호현에게 호불위가 말했다.

 

“태극전에 들어가려면 일단 향을 사야하네.”

 

“향요?”

 

“태상노군과 여러 도교의 신들에게 제사를 지내는 곳이니 당연히 향화를 해야 하지 않겠나? 따라오게.”

 

호불위가 주위를 둘러보다 태극전 앞의 탁자에 앉아 있는 중년 도사에게 다가갔다.

 

“명정 사형.”

 

포권을 하며 인사를 하는 호불위를 보고 명정 도장이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호 사제, 어제 왔다는 이야기는 들었네. 그동안 잘 지냈는가?”

 

“저야 늘 그렇지요.”

 

호불위와 인사를 나누던 명정 도장이 문득 호현을 보고는 슬며시 물었다.

 

“호 사제와 같이 왔다는, 그 소문의 학사님이신가?”

 

명정 도장의 말에 호불위가 속으로 웃었다.

 

‘명정 사형도 명백 사형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나 보구나.’

 

“맞습니다. 인사드리게, 명정 사형이시네.”

 

호불위의 소개에 호현이 포권을 하며 고개를 숙여보였다.

 

“방헌에서 온 호현입니다.”

 

“무량수불, 명정입니다.”

 

호현을 잠시 보던 명정 도장이 웃으며 말했다.

 

“소문에 들은 것보다 더 훤칠한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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