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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학사 14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3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당학사 14화

“지금 무당파 구경이라 하셨습니까?”

 

“네.”

 

명백과 같은 고수에게 부탁할 수 있는 기회를 고작 무당파 구경으로 날리려는 호현의 모습에 호불위가 급히 말했다.

 

“호현 학사, 무당파를 구경하는 정도는 내가 시켜줘도 되는데…….”

 

“아! 그렇군요.”

 

자신의 말을 이해한 듯한 호현의 말에 호불위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휴! 이제라도 말귀를 알아들으니 다행이…….’

 

“선인처럼 바쁘신 분에게 무당을 구경시켜 달라고 하다니……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그런 문제가 아니라고! 그리고 명백 사형은 선인이 아니야!’

 

호현의 말에 호불위가 속으로 중얼거릴 때 명백이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아무래도 제가 제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했나 봅니다.”

 

무림에서 자신이 차지하는 명성과 비중을 봤을 때 명백이 할 수 있는 일은 아주 많았다.

 

그런데 호현이 하는 부탁이란 것이 고작 무당 구경이라니……

 

“은인께서 원하시는 것이 무당 구경이라면 들어드리겠습니다. 대신 오늘은 늦었고, 내일 아침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저 때문에 명백 선인의 귀한 시간을 뺏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괜찮습니다. 그럼.”

 

명백이 포권을 하며 밖으로 나가자 호불위가 어이가 없다는 듯 호현을 바라보았다.

 

“허! 어떻게 무당칠검 중 한 명인 천라지검 명백 사형에게 무당 안내를 부탁할 수가 있지?”

 

“그게 어때서요?”

 

“그게 어때서?”

 

“네. 명백 선인께서 도울 일이 있느냐고 물으셔서, 지금 명백 선인이 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것을 부탁했을 뿐입니다.”

 

“허! 그럼 명백 사형이 너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것이 무당파를 구경시켜주는 것이냐?”

 

“네.”

 

호현의 말에 호불위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무언가 자신이 말린다는 생각을 했는지 급히 말했다.

 

“네가 원한다면, 명백 사형은 무당의 무공을 전수해 줬을 것이다.”

 

“학사인 저에게 무공이 무슨 필요입니까?”

 

“하다못해 건강을 위해서라도…….”

 

“건강을 위해서라면 스승님과 제가 따로 하는 것이 있습니다.”

 

“허! 무당의 무공을 마다할 만큼 자네 스승과 한다는 그게 뭔가?”

 

“아침마다 스승님과 함께 죽림을 산책하고 있습니다.”

 

“죽림 산책?”

 

“죽림의 아침 공기는 몸에 아주 좋습니다.”

 

호현의 말에 호불위가 할 말이 없다는 듯 멍하니 있자 동진이 웃으며 말했다.

 

“아침 죽림 산책과 무당의 무공이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인가? 무림에 이 소문이 퍼지면 많은 무림인들이 죽림에 살림을 펴겠군.”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호현이 동진을 보자 그가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아무것도 아닐세.”

 

그런 그를 이상하다는 듯 보던 호현이 문득 호불위를 바라보았다.

 

“청경진인은 만나 보셨습니까?”

 

“아! 청경진인……. 차라리 명백 사형에게 태청신단 이야기를 하지 그랬나? 명백 사형 정도의 위치라면 한 알 정도는 구해줄 수 있을 텐데.”

 

무당파 관람 안내로 명백에게 부탁할 수 있는 권리를 버리는 것이 아직도 호불위는 아쉬운 모양이었다.

 

그리고 태청신단이라면 명백에게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물건일 것이다.

 

하지만…… 호현이 이상하다는 듯 호불위를 바라보았다.

 

“태청신단요? 태청신단이야 어차피 청경진인이 주실 텐데, 왜 명백 선인을 귀찮게 합니까?”

 

‘끄응! 이 자식이 태청신단을 뭐로 알고.’

 

청경진인이 태청신단을 줄 것이라고 철썩 같이 믿고 있는 호현을 보며 호불위가 한숨을 쉬었다.

 

죽대 선생과 호현이 태청신단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방헌학관에서 충분히 들어 알고 있다.

 

이 두 사제지간은 태청신단을 무슨 몸보신하는 보약쯤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아직 만나지 못했다.”

 

“못 만나셨다고요?”

 

“사부님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선인각에 묵을 방을 정한다고 속가제자들을 모두 모으더군.”

 

“스승님의 편지를 전해야 하는데…….”

 

호현의 말에 동진이 그를 바라보았다.

 

“청경진인을 만나야 하는 것이냐?”

 

“그렇습니다.”

 

“그럼 가세. 나도 어차피 청경진인이 있는 곳으로 가야하니 말이네.”

 

“동진 학사께서요?”

 

“청경진인의 숙소 근처가 내가 지내는 곳이네.”

 

동진이 말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자 호불위가 슬며시 몸을 일으켰다.

 

그 모습에 동진이 그를 바라보았다.

 

“호 국주는 왜 나서시는 겐가?”

 

“청경 사숙에게 가는 길인 듯하니 나도 문안인사나 드리려고 하오.”

 

호불위의 말에 동진이 알아서 하라는 듯 말없이 등을 돌리고는 호현을 데리고 걸음을 옮겼다.

 

제1-7장 몸살에는 태청신단

 

무당산 천운봉.

 

무당산 칠십이 봉우리 중 가장 높은 봉우리인 천운봉은 언제나 짙은 운무로 덮여 있었다.

 

그런 천운봉 정상에서 한 노도사가 봉우리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노도사는 자신의 백발, 백염과 맞추기라도 한 듯 순백의 도복을 입고 있었다.

 

바람소리와 함께 노도사의 도복이 바람에 휘날리기 시작했다.

 

휘이익!

 

펄럭! 펄럭!

 

바람에 나부끼는 도복의 감촉이 마음에 드는지 미소를 짓던 노도사의 뒤로 한 중년 도사가 나타나더니 고개를 숙여보였다.

 

“선학전을 정리할 학사들이 도착했습니다.”

 

선학전이라는 말을 듣자 노도사, 현 무당파 장문인 백의검선 청운진인의 얼굴에 일말의 짜증이 일었다. 선학전은 무당파에서 도경을 보관하는 서고였다.

 

청결함과 정리정돈에 대한 일종의 강박증까지 있는 청운진인에게 정리가 되지 않은 선학전의 모습은 인세의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우연히 들렀던 선학전의 모습을 떠올리자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낀 청운진인이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린 청운진인의 눈에 구김 하나 없는 순백의 도복을 입고 있는 자신의 제자인 명균이 보였다.

 

명균의 깔끔한 모습이 마음에 드는 듯 고개를 끄덕인 청운진인이 입을 열었다.

 

“학사 선별은 누가 하고 있느냐?”

 

“명백 사제가 동진 학사와 함께 선별을 하고 있습니다.”

 

“동진 학사께 신세를 지는군.”

 

천운봉 아래로 끼어 있는 구름들을 지그시 바라보던 청운진인은 몸을 돌렸다.

 

“내려가자꾸나.”

 

청운진인이 무당이 있는 곳을 향해 걸음을 옮기자 명균 도장이 그 뒤를 따라 움직였다.

 

천운봉을 내려가던 청운진인이 문득 걸음을 멈추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하구나…….”

 

“그렇군요.”

 

청운진인의 말뜻을 아는지 명균 도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산 아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청운진인의 앞에 인영 둘이 나타났다. 인영 중 한 명은 명백이었고 다른 한 사람은 그의 스승이자 무당의 장로인 청온진인이었다.

 

“장문 사형을 뵙습니다.”

 

“장문인을 뵙습니다.”

 

두 사람의 예를 받은 청운진인이 지그시 명백을 보다 미소를 지었다.

 

“허허!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라는 말은 명백 사질을 두고 하는 말이군. 무당에 내가 모르는 기연이라도 남아 있었던 건가?”

 

청운진인의 말에 청온진인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 정도 성취에 일신우일신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더욱 정진을 해야 할 미숙한 제자일 뿐입니다.”

 

“청온 사제는 명백 사질이 천하제일검이 되더라도 부족하다고 할 듯하군.”

 

“천하제일 무공을 가지고 있으니 당연히 천하제일검을 노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사제의 그 호승심은 정말 말릴 수가 없군. 그런데 명백 사질은 학사들을 면접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지금 모습을 보니 어디서 기연이라도 찾은 것 같군. 어떻게 된 일인가?”

 

청운진인의 물음에 명백이 호현과 있었던 일과 그에게 들은 태극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청운진인의 얼굴에 흥미로움이 어렸다.

 

“돌고 돌아 태극이라…….”

 

작게 중얼거린 청운진인이 힐끗 명균을 바라보았다. 명백이 그 말에 무언가를 얻었다면 명균도 무언가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음양이 돌고 돌아 태극을 이룬다…….”

 

명균도 그런 생각을 했는지 중얼거리며 생각을 정리하는 듯했지만 별로 얻는 것이 없어 보였다.

 

‘아쉽군.’

 

명균에게서 시선을 돌린 청운진인이 산 아래를 향해, 정확하게는 무당이 있는 곳을 향해 시선을 주었다.

 

‘도사인 명백에게 태극의 가르침을 준 학사라…….’

 

무당에 재밌는 사람이 들어왔다는 생각이 든 청운진인이 미소를 지으며 걸음을 옮겼다.

 

*

 

*

 

*

 

동진을 따라 무당파 경내를 걷는 호현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날 줄을 몰랐다.

 

‘태양이 떠 있는 무당과 달이 떠 있는 무당의 경관이 이리도 다르다니……. 그야말로 돌고 도는 음양의 조화가 아닌가?’

 

아침에 봤을 때와 또 다른 색다른 경관을 보이고 있는 무당의 건물들을 보며 호현이 미소를 지을 때, 동진이 한쪽에 있는 건물을 가리켰다.

 

“내가 머무는 곳일세.”

 

동진이 가리키는 곳을 보던 호불위의 얼굴이 굳어졌다. 동진이 가리킨 곳은 다른 곳도 아닌 무당파 장로들이 머무는 숙소인 것이다.

 

“동진 학사께서 머무는 곳이 장생각입니까?”

 

“그렇다네. 무슨 문제라도 있나?”

 

동진의 물음에 호불위가 급히 옷차림을 정리하며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어, 어서 드시지요.”

 

‘세상에, 장생각이라니…….’

 

장생각에 머물고 있을 무당의 어른들을 떠올린 호불위의 얼굴에 기대감이 떠올랐다.

 

호불위의 사부인 청명진인도 무당의 장로이지만 장생각에 머물고 있지는 않다.

 

많은 무당의 일반 장로들은 장생각에 머물기보다는 무당에 있는 동굴이나 혼자만의 초옥을 지어 제자들을 키우거나 수련을 하며 지냈다.

 

무당의 청자배 중 장생각에 머무는 자들은 대부분 무당에 있는 전과 각을 책임지고 있는 핵심 인물들이다. 같은 장로라도 그 영향력이 다른 것이다.

 

‘오늘 내 눈이 크게 호강을 하겠구나. 오늘 장생각 장로님들과 어떻게든 안면을 익히고 인연을 이어야 한다.’

 

호불위가 서둘러 장생각으로 향하자 동진과 호현이 그 뒤를 따랐다.

 

장생각에 도착한 동진은 입구에서 번을 서고 있는 도사에게 호현과 호불위를 소개했다.

 

“이 두 사람과 함께 안으로 들어가도 되겠는가?”

 

동진의 말에 도사가 웃으며 고개를 숙여보였다.

 

“무량수불. 무당에서 청해 온 손님이 가지 못할 곳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안내를 해주겠다는 도사의 말에 그럴 필요가 없다는 말을 하려던 동진이 입을 다물었다.

 

언제 나타났는지 다른 도사 한 명이 장생각 입구를 지키고 있는 것을 본 것이다.

 

“따르시지요.”

 

앞장서서 걸어가는 도사를 보며 동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를 가든 상관은 없지만 무당의 눈은 대동해야 한다는 건가?’

 

동진 등이 그 뒤를 따라 걸어가자 도사가 장생각 안으로 일행들을 안내했다.

 

무당의 장로들이 거하는 곳이라서 그런지 장생각 안은 조용하면서도 정숙한 분위기였다.

 

장생각 일 층에 있는 대청에서 백발을 기른 도사 넷이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하하하! 관중삼마 놈들을 잡아 녀석들 목에 검을 대니 그놈들이 살려 달라고 애원을 하더군. 그래서 내가 말했지. 악인 한 명이 마시는 물은 선량한 백성 천을 죽이는 독이 되니! 내 어찌 그 독을 남겨 두겠느냐!”

 

장로 중 한 명이 옛 무림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한쪽에 앉아 있던 장로 중 한 명이 손을 들어 이야기를 막았다.

 

“손이 계신데 너무 우리끼리만 이야기를 하고 있군.”

 

동진과 호현 쪽으로 시선을 돌린 장로가 웃으며 청했다.

 

“동진 학사와 호현 학사는 이리 와 앉으시게.”

 

장로 중 한 명이 비어 있는 자리를 가리키자 동진이 포권을 하고는 호현을 데리고 그 자리에 앉았다.

 

두 사람만을 청했기에 호불위가 어찌 할 바를 모르고 우물쭈물하자 장로가 웃으며 말했다.

 

“호 사질도 이리 와서 앉게.”

 

“감사합니다.”

 

장로의 허락에 호불위가 호현 옆에 비어 있는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은 호불위가 힐끗 거리며 주위에 있는 장로들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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