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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학사 11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2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당학사 11화

호현만 특별대우를 받은 것 같은 생각에 그가 싫어지는 진만 학사였다.

 

허나, 진만이 한 가지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동진이 호현이라고 해서 특별대우를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가장 어려운 질문을 받은 사람이 바로 호현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책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면 호현은 책에도 없는 깨달음에 대한 질문을 받았으니 말이다.

 

어쨌든 그런 사실을 모르는 진만은 호현에게 적대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런 진만의 마음을 모르는 호현은 여전히 무당의 정경에 취해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동수 도사에게 이것저것을 물어보고 있었다.

 

“저 건물에는 태극이 그려져 있군요.”

 

호현이 멀리 보이는 건물 벽에 그려진 태극을 가리키며 묻자 동수가 웃으며 말했다.

 

“태극전입니다. 태상노군에게 제를 올리는 곳이지요.”

 

“제를 올리는 곳이라……. 구경해도 되겠습니까?”

 

“외부인들에게 개방이 되는 곳이니 당연히 구경하셔도 괜찮습니다. 다만 오늘은 시간이 늦었으니 내일 구경하시지요.”

 

동수의 말에 호현이 아쉽다는 얼굴로 태극전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호현이 주위를 둘러보고 있을 때 진만은 학사들이 있는 곳에서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것도 가끔씩 호현을 가리키며 말이다.

 

사람들이 모두 모이면 숙소 배치를 할 것이라는 말을 전하고 동수가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이것저것 귀찮게도 물어 보는 자신에게 친절한 모습을 보여 준 동수의 행동을 떠올리며 호현이 미소를 지었다.

 

‘도인들이 하나같이 친절하고 자신을 낮출 줄을 아니 무당은 진정 도문의 본산이라 할 만하군. 무당파 건물이 현묘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그 안에서 사는 사람들의 기운이 깃들어서인가보구나. 무당에 온 일은 정말 잘한 일이야.’

 

무당의 현묘한 기운이 자신의 몸에 스며드는 것 같은 느낌에 기분이 좋아지는 호현이었다.

 

“호현 학사, 기분이 좋아 보이시오?”

 

기분 좋은 얼굴로 무당파 건물들을 둘러보던 호현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진만 학사가 몇몇 학사들과 함께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본 호현이 말했다.

 

“평소 흠모하던 무당산의 공기를 맡으니 절로 가슴이 트입니다.”

 

호현의 말에 진만이 자신과 함께 서 있는 학사들을 슬쩍 보고는 말했다.

 

“이 호현 학사로 말할 것 같으면 한림원 동진 학사와 막역한 사이입니다. 그리고 아까 저와 같이 동진 학사 앞에서 시험을 봤을 때, 마지막에 동진 학사께서 호현 학사에게 큰 가르침을 받았다며 머리까지 숙이셨지요.”

 

“호오! 그렇습니까? 이거 대단하군요. 한림원 학사에게 가르침을 내릴 수 있는 분을 뵙다니 말입니다.”

 

“역시 방헌신사라고 불릴 만하군요.”

 

진만이 호현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지 학사들은 그가 방헌신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대단하군요. 한림원 학사께 가르침을 내릴 능력이 된다니 말이오.”

 

“그런데…… 동진 학사께 가르침을 내릴 정도의 능력이 있는 분이 왜 이곳 무당산에 도경 정리나 하러 오셨는지 모르겠군요?”

 

학사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과 그들의 비꼬는 듯한 말에 호현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지금 이들이 자신을 보는 시선에서 적대감과 편견, 그리고 질투를 느낀 것이다.

 

만약 진만이 중간에 끼어 이런저런 악담을 하지 않았다면 그들은 호현에게 존경을 보냈을 것이다.

 

같은 학사지만 호현은 향시를 합격한 거인(擧人)이고 대석학이신 죽대 선생의 제자이니 말이다.

 

하지만 진만이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몰라도 그들의 시선과 말투에는 존경이 아닌 질투와 적대감만이 가득해 있었다.

 

그런 그들을 보며 호현이 입을 열었다.

 

“도대체 무슨…… 저를 적대시하는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호현의 말에 진만과 다른 학사들의 얼굴에 순간 당황이 어렸다. 호현이 이렇게 대놓고 왜 자신을 적대하냐고 물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하지만 곧 얼굴에 냉소를 지은 진만이 입을 열었다.

 

“호현 학사 당신이 단지 실력만으로 그 나이에 거인의 반열에 올랐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고, 당신의 깨달음이 한림원 동진 학사를 감복시켰다는 것도 믿을 수가 없기 때문이오.”

 

“무슨 말씀입니까?”

 

“흥! 나는 호현 학사가 죽대 선생의 후광을 얻어 향시에 합격했다 여기고 있소. 또한 죽대 선생의 이름 덕에 동진 학사가 당신한테만 편의를 봐줬다고 생각하오.”

 

잠시 말을 멈춘 진만이 주위에 있는 학사들을 가리켰다.

 

“그렇지 않다면 왜 우리들에게는 도경에 대한 물음을 던졌는데 호현 학사 당신에게만 다른 문제를 낸다는 말이오? 그것도 도(道)가 뭐냐니? 허! 도에 대해 묻는다면 나뿐만 아니라 이곳에 있는 모든 학사들도 그럴듯한 답변 하나둘쯤은 할 수 있을 것이오.”

 

말을 멈춘 진만이 주위에 있는 학사들을 향해 말했다.

 

“제 말이 틀렸습니까?”

 

“맞습니다. 맞고말고요. 도(道)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과연 산은 그 자체로 산이고, 물은 그 자체로 물이니 그 본질을 탐하라는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산은 산일뿐이요 물은 물일뿐이니 그에 굳이 의미를 붙일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학사들이 하나둘씩 도에 대한 유명한 문구들을 읊기 시작했고, 그에 대해 뜻풀이를 해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호현이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들이 왜 자신 앞에서 지극히 당연한 말인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라는 말을 해대고 있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라는 말은 금강경오가해에 나오는 한 구절이 아닌가?

 

게다가 금강경오가해에 나오는 이 말은 도에 대해서 설명을 하는 구절이 아니라 사물의 본질을 바로 보라는 의미의 내용이었다.

 

‘이자들은 지금 자신들이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나 알고 하는 것인가? 나라는 사람에 대한 본질조차도 보지 못하고 있으면서?’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들이 자신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니,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상관없다.

 

호현이 학문을 수학한 것은 이런 자들에게 인정을 받기 위해 한 것이 아니니 말이다.

 

진만의 말에 의하면 능력 없는 자신을 죽대 선생이 힘을 써서 향시에 합격을 시켰다는 것이다.

 

또한 능력 없는 자신이 무당파에 고용되기 위해 죽대 선생의 이름을 팔았다는 것이 된다.

 

그 말은 죽대 선생이 제자를 위해 과거에서 부정행위를 했다는 말이 되니…….

 

‘이자들은 지금 스승님을 욕보이고 있다.’

 

그에 화가 난 호현은 아직도 도에 대해서 떠들어 대고 있는 학사들을 하나하나 훑어보았다.

 

“다들 할 말들은 다 하셨습니까?”

 

호현의 말에 서로 잘났다는 듯 도에 대해 설교를 하던 학사들이 그를 바라보았다.

 

“뭐가 말인가?”

 

“도에 대해서 주절주절 하는 것 말입니다.”

 

“뭐라?”

 

호현의 말에 진만이 어이가 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주절주절?”

 

“그렇습니다.”

 

“어허! 어찌 죽대 선생이라는 대석학의 제자 입에서 주절주절이라는 천박한 말이…….”

 

“아니지요. 지금 진만 학사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천박하다고 하는 것입니다.”

 

“뭐라?”

 

“배움의 틀을 깨고 생각의 씨를 심어, 그 씨가 자라 깨달음이 되고 깨달음이 깊어 마음이 되니 그 마음이 사람을 널리 이롭게 할 때, 그것이 바로 진정한 도가 되는 것입니다.”

 

동진 앞에서도 한 말이지만 호현이 이루고자 하는 도는 사람을 이롭게 하는 도이다.

 

어쨌든 호현의 말에 순간 주위가 조용해졌다.

 

“지금 저자가 뭐라고 한 겁니까?”

 

“그, 글쎄요.”

 

“배움의 틀을 깨고 생각의 씨를 심는다는데?”

 

“흠, 말은 멋지군. 생각의 씨라…….”

 

‘내 말이 무슨 말인지도 이해하지 못하는 자들이 감히 스승님의 이름을 함부로 논하다니.’

 

자신이 한 말을 이해하지도 못하는 자들이 스승님인 죽대 선생을 모욕했다는 사실에 화가 난 호현은 진만을 노려보았다.

 

지금의 상황을 보면 자신과 시험을 같이 본 진만이 헛소문을 퍼뜨렸다고밖에 볼 수 없는 것이다.

 

학식과 나름 지닌 깨달음이 깊다고는 하지만 아직 호현은 어렸다.

 

그리고 호현의 성품은 고집불통과 외골수인 죽대 선생의 영향을 받아 너그럽다고는 할 수 없었다.

 

예를 들면…… 힘없는 양민에게는 한없이 너그럽고 자애롭지만 가진 자들에게는 한 치의 용서도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호현의 입장에서 학사들은 학식이라는 것을 가진 자들이었다.

 

진만을 노려보던 호현이 입을 열었다.

 

“당신이 무슨 능력이 있어 내 스승인 죽대 선생을 모욕하는 것이요.”

 

“어허! 내가 언제 죽대 선생을 모욕하였다는 것인가? 나는 능력 없는 자네가 죽대 선생의 이름에 기대어 입신양명을 꾀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일세.”

 

“스승의 이름에 기대어 입신양명을 꾀한 적이 없소.”

 

“그래? 그럼 자네의 능력이 진정 향시에 합격할 그릇이 되며, 동진 학사에게 가르침을 내릴 능력이 된다는 것인가?”

 

오랫동안 학관을 운영했다고 하더니, 진만의 말은 교묘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만약 호현이 진만의 물음에 그렇다고 할 경우, 호현의 학식이 동진보다 낫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 된다.

 

하지만 아니라고 할 경우에는 호현은 죽대 선생의 후광에 힘입어 향시에 합격했다는 말이 된다.

 

어느 쪽으로 말을 해도 호현으로서는 난감한 상황이 되는 것이다.

 

‘내가 생각해도 참 좋은 물음을 던졌구나. 흐흐흐! 네가 어떠한 답을 하던지 이 많은 학사들 앞에서 너는 망신을 당하게 될 것이다.’

 

입을 다물고 있는 호현을 보며 미소를 짓던 진만의 얼굴에 순간 의아함이 어렸다.

 

호현의 얼굴에 한 줄기 고소가 어리는 것을 본 것이다. 그 모습에 자기도 모를 불안함이 생긴 진만의 얼굴이 굳어졌다.

 

“왜…….”

 

“……?”

 

“왜 내가 당신의 물음에 답을 해야 합니까?”

 

“그게 무슨……?”

 

진만의 물음에 호현이 한숨을 쉬었다.

 

“휴! 내가 왜 당신의 물음에 답을 해야 하냐고 묻는 겁니다. 내가 이곳 무당산에 온 이유는 도가의 본산인 이곳의 현묘한 기운을 느끼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내가 왜 치졸한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있어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군요.”

 

“치졸한?”

 

“그렇습니다.”

 

호현은 주위에 있는 학사들을 쭈욱 둘러보았다. 그 시선에 학사들이 움찔하더니 뒤로 물러났다.

 

호현의 눈빛에서 무언가 이상한 기운을 느낀 것이다.

 

호현에게 망신을 줘야 할 학사들이 밀린다는 것을 느낀 진만이 말했다.

 

“흥! 결국은 피하는 것이군. 할 줄 아는 것이 번드르르한 말 뿐인가 보지? 결국은 우리가 물은 것에 대한 답은 하나도 못하잖나.”

 

“피하지 않습니다.”

 

강하게 진만을 노려보던 호현이 말을 이었다.

 

“저에게 묻고자 하는 것이 스승님의 후광을 빌어 향시에 합격을 했느냐는 것이면 아니라고 말을 하겠습니다.”

 

호현의 말에 진만의 얼굴에 득의양양한 미소가 어렸다.

 

“호! 그렇다면 호현 학사의 학식과 깨달음이 동진 학사를 넘어선다는 것이로군.”

 

진만의 말에 호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 모습에 미소를 지은 진만이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보였다.

 

“이렇게 대단한 학사님을 만나게 되었으니 이 진모, 황송하기 이를 데가 없소이다.”

 

진만의 비아냥거림에 호현이 입을 열려는 순간 한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만 학사는 정말 황송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오.”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진만이 이맛살을 찡그리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얼굴이 굳어졌다.

 

학사들 뒤쪽에 동진 학사와 명백이 굳은 얼굴로 서 있는 것을 본 것이다.

 

저벅! 저벅!

 

동진 학사와 명백이 호현의 곁으로 오더니 주위에 있는 학사들을 둘러보았다.

 

동진과 명백은 남은 학사들의 시험을 끝내고 오는 길이었다. 명백은 학사들에게 숙소를 배당해 주기 위해, 동진은 호현과 이야기를 더 하기 위해 말이다.

 

그러다 호현을 둘러싼 학사들을 보게 되었고, 무슨 일인가 싶어 옆에서 그 이야기를 듣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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