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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호위 50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3,51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적호위 50화

사마경을 따라잡은 장천운은 선두에 서서 일행을 이끌었다.

철저히 은폐물을 이용해서 이십 리쯤 달렸을 때 사마경이 속도를 늦추고 말했다.

“좀 쉬었다 가.”

장천운은 쉬고 싶지 않았다.

종리성학의 추적은 느껴지지 않지만, 빌어먹을 감각이 아직도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위험상황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뜻.

“어디 불편하신 곳이라도 있습니까?”

“나는 괜찮아. 나보다 천운이 다친 것 같아서.”

“살짝 스쳤을 뿐입니다.”

장천운의 어깨는 피가 제법 번져서 청의가 흑의처럼 변한 상태였다.

“정말 괜찮겠어?”

“이 정도 상처는 홍구로의 귀호로 살 때 매일 달고 살았습니다.”

“정말?”

“제 위의 조장이 좀 거칠었죠.”

그 말에 저두심이 한마디 거들었다.

“구대 그 새끼, 정말 나쁜 새끼였습니다. 결국 눈알 빠지고 목뼈 부러져서 죽는 거 보니까 속이 다 시원했지요.”

“누가 대신 복수를 해준 거야?”

“사령주가 명을 내렸죠.”

“사령주? 사밀령의 사령주?”

“예, 소성주.”

“사밀령 사령주와 천운은 사이가 안 좋다고 들었는데. 아니었어? 천운이 던진 돌에 눈두덩을 맞기도 했다며?”

사마경의 말에 장천운이 머쓱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건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냥 좀 알아봤어.”

그냥 알아본 것이 아니다. 소연추를 시켜서 장천운에 대한 이야기를 채집 수준으로 철저히 알아보았다.

‘자신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야하는 사람이니까.’는 순전히 핑계일 뿐이고, 흥미가 일었기 때문이다.

“그땐 운이 좋았죠. 사령주를 화나게 해서 고생하긴 했지만, 그 일로 잠깐 시간을 벌지 않았다면 그때 죽었을 겁니다.”

“그래? 근데 왜 사령주가 천운을 위해서 복수를 해준 거야?”

“그게 좀…….”

장천운이 머뭇거리자 저두심이 말했다.

“조장이 말했죠. 구대 그 새끼의 눈알을 빼내고 목뼈를 부러뜨리면 비밀을 말해준다고요.”

“그래서 정말로 눈알을 빼내고 목뼈를 부러뜨린 거야?”

“예, 소성주.”

“그래서 천운은 비밀을 말해주었어?”

“크크크.”

저두심이 갑자기 웃다가 가슴을 움켜쥐었다. 단혼객이 마지막에 찔러온 검에 가슴을 제법 심하게 베인 것이다.

아마 살이 두껍지 않았다면 뼈까지 갈라졌을지 몰랐다.

“왜 웃어?

“조장은 사실대로 말했죠. ‘그 노인은 진짜로 무 노인이야.’라고요. 그러고는 뒈지게 두들겨 맞았죠.”

“사실을 말했는데 왜 맞아?”

무서운 자들에게 쫓기고 있다는 것도 잊은 듯 사마경은 흥미와 궁금함이 뒤범벅된 눈빛으로 저두심을 바라보았다.

“조장이 큭큭 대며 웃으니까 놀리는 것처럼 들렸나 봅니다.”

저두심의 말에 장천운이 피식 웃으며 한마디 덧붙였다.

“사실 놀리긴 했죠. 하마터면 죽을 뻔했지만.”

“총사가 그때 구해준 거야?”

“예, 소성주. 아마 조금만 늦게 나타났어도 가슴뼈와 심장이 밟혀서 터져버렸을 겁니다.”

“그 노인이 누군데 사밀령과 총사가 나서서 찾으려 한 거지?”

“저도 잘 모릅니다. 물에 떠내려 온 걸 구해줘서 일 년 정도 함께 살긴 했는데, 그날 어디론가 떠나버렸죠.”

담담히 말하던 장천운의 눈 깊은 곳에서 순간적으로 눈빛이 반짝였다.

소성주이라면 무 노인의 정체를 알 수 있지 않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때 사마경이 말했다.

“어쨌든 그 일 덕분에 천운이 나를 지켜주고 있으니 나로선 잘 된 일이네.”

‘덕분에 강련곡에서 고생 좀 했죠.’

장천운은 그렇게 말하고 싶은 걸 꾹 참고 넌지시 물었다.

“소성주, 혹시 육칠 년 전에 구천성이 반드시 제거하려 했던 노인에 대해서 들어본 적 있습니까?”

“구천성이 제거하려 했던 노인?”

“예.”

사마경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제거하려 했다는 건 적이었단 말인데, 그런 일에 대해선 들어본 적이 없는데?”

“성이 동방이라고 하던데요.”

“동방? 글쎄? 난 모르겠어.”

하긴 육칠 년 전이면 사마경이 열한두 살 때다. 어린 소녀가 거대한 구천성의 내밀한 정책에 대해서 어찌 알겠는가.

장천운은 더 묻지 않았다.

소득은 없지만 잠깐 이야기를 나눈 것도 나쁘진 않았다.

지나치게 당겨져 있던 긴장감이 풀어지면서 사마경의 기분이 한결 나아진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자신의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아서 문제지.

“조금 더 속도를 내죠.”

장천운이 말하고는 속도를 높였다.

‘이제 오십 리만 가면 될 것 같은데…….’

 

잠시 후, 장천운은 숨을 깊이 들이쉬며 완만한 경사면의 언덕 위로 올라갔다.

“빌어먹을.”

그의 입에서 욕이 절로 튀어나왔다.

언덕 너머는 평지에 가까운 풀밭이었다. 그런데 반대편 쪽에서 무사 수십 명이 언덕 쪽으로 오고 있었다.

전면 쪽에서만 오는 게 아니었다. 북쪽에서도 이삼십 명이 나타났다.

몸을 낮춘 장천운은 손을 들어서 자신의 뒤를 따라 언덕으로 올라오는 사마경 등을 멈추게 했다.

[또 있어?]

사마경의 전음이 고막을 울렸다.

살짝 떨리는 목소리. 나름대로 흔들리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긴장감을 완전히 숨기진 못했다.

[천주검문 무사들인데, 오십 명도 넘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이쪽으로는 가기 힘들겠는데요?]

[그럼 어디로 가?]

[저를 따라오십시오.]

장천운은 언덕을 내려와서 사마경을 우측으로 인도했다.

그제야 상황을 눈치 챈 소연추와 저두심이 바짝 긴장했다.

 

장천운은 세 사람과 함께 남쪽으로 이동했다.

‘추 형과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찾을 텐데…….’

남쪽으로 가면 합비와 멀어진다. 추소철 등과 합비에서 만나기로 했거늘.

하지만 천주검문이 펼친 방어벽을 뚫고 가기에는 너무 위험했다.

그들과 싸우는 사이에 종리성학이라도 나타나면 빠져나갈 가능성이 더욱 줄어들 것이다.

남쪽으로 해서 백 리 정도 돌아가면 저들의 눈을 피할 수 있을지도…….

‘하루 정도는 기다리겠지.’

장천운은 지체되는 시간을 하루로 잡았다. 별 일만 없다면 충분한 시간이었다. 백 리를 돌아가는 것뿐이니까.

그때만 해도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앞으로 그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 초감각을 지닌 그조차 예상하지 못했다.

그저 약간의 불안감만 있었을 뿐.

 

***

 

“찾았군.”

나지막한 야산의 능선 위에서 저 아래쪽 들판을 내려다보던 추산이 조소를 지었다.

네 사람이 들판을 달려가고 있었다.

모두 남자 복장을 한 자들.

하지만 그는 넷 중 둘이 여자임을 알아보았다.

아무리 감추어도 여자와 남자의 움직임은 미묘하게 달랐다.

어릴 때부터 남자처럼 크며 수련에 집중한 여자라면 남자와 동작의 차이가 거의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오랫동안 여인으로서 행동하며 살아온 여자는 그 차이를 한순간에 좁힐 수 없는 법이다.

“다른 놈은 다 죽여도 상관없다. 소성주만 잡아.”

추산의 좌측에 서 있던 땅딸막한 중년인이 물었다.

“끝까지 반항할 경우 어디까지 손을 써야 합니까?”

추산이 얇은 입술 끝을 비틀며 말했다.

“목숨만 붙여서 데려가면 되니, 손을 쓰는 한계는 그대들이 알아서 하도록.”

“알겠습니다, 대주.”

“시작해.”

 

삼십여 리를 달린 장천운은 추적이 느껴지지 않는 데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손에 땀이 찼다.

지쳤기 때문이 아니다. 삼십 리가 아니라 삼백 리를 달려도 지치지 않을 그였다.

그런데도 심장이 두근거리는 이유는 불안감이 줄어들기는커녕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표정이 굳은 그는 폭이 육칠 장 정도 되는 작은 냇가가 나오자 단숨에 날아서 건넜다.

그때 저 앞쪽 야산에서 나무 위를 밟으며 날아오는 자들이 보였다.

‘빌어먹을!’

종리성학이 대동한 자들과 비슷한 청의인 들.

숫자마저도 비슷했다.

 

그의 뒤에 내려선 사마경이 입술을 질끈 깨물고 물었다.

“어떻게 할 거야? 다시 건너갈까?”

“건너가도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뒤에서도 추적자들이 언제 쫓아올지 모른다. 이제 물러설 길은 없다.

“제 뒤에서 너무 떨어지지 마십시오. 선자, 두심 형! 전력을 다해서 뚫고 갈 테니 조심하쇼!”

스릉!

현월을 빼든 장천운은 날듯이 달려오는 단혼객들을 향해서 땅을 박차고 신형을 날렸다.

‘넌 할 수 있어, 장천운!’

그때 청의인들의 뒤쪽에서 차가운 일갈이 터져 나왔다.

“소성주! 순순히 우리를 따라간다면 손끝 하나 대지 않겠소!”

“흥! 이제 보니 백부의 수족이라는 사계 중 추산이군.”

“그렇소. 내가 왜 왔는지 안다면 순순히 말을 들으시구려.”

“정말 웃기는군! 죽이겠다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헛소리냐!”

사마경도 지지 않고 냉랭히 받아쳤다.

“누가 감히 소성주를 죽이겠다고 했단 말이오?”

“누구긴 누구야? 백부의 그 잘난 시종이지!”

추산의 이마에 주름이 그어졌다.

종리성학. 그가 그리 말한 듯했다.

‘어쩌면 주군은 종리성학의 뜻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겠군.’

그래서 자신을 보낸 것인지도…….

“이 추산이 모든 것을 걸고 책임지겠소. 구천대령주께선 소성주의 목숨을 거둘 뜻이 조금도 없으시오.”

“흥! 이미 늦었어! 백부 곁에 나를 죽이겠다고 하는 자가 있는 이상 돌아갈 순 없다, 추산!”

사마경은 위기의 상황에서도 구천성의 소성주답게 조금도 굴하지 않고 당당히 말했다.

그렇게 두 사람의 말이 오가는 사이, 장천운과 청의인들의 거리가 지척으로 가까워졌다.

단혼객 중 하나가 조소를 지으며 장천운의 정면으로 날아들었다.

“네놈이 장천운이구나!”

“알면 됐어!”

일 장 간격.

구성 공력을 끌어올린 장천운은 처음부터 천뢰구검 중 천뢰일사를 펼쳤다.

번쩍!

섬전이 허공을 꿰뚫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번개가 그만큼 빠를까.

일 장가량 죽 늘어진 검은 선이 이승에서 저승까지 이어지면 단혼객의 가슴을 관통했다.

“꺽.”

단말마를 내지르며 움찔한 단혼객은 믿을 수 없다는 눈빛을 한 채 그대로 꼬꾸라졌다.

동시에 장천운이 둥실 떠오르는가 싶더니, 벌이 이 꽃 저 꽃 오가면서 꿀을 빨듯이 하늘을 자유자재로 유영했다.

희미한 그의 모습은 좌우로 움직일 때마다 대여섯 개로 흩어졌다. 어느 것이 진체인지 판단하는 것조차 힘들 정도.

그 와중에 날벼락이 떨어지니 단혼객들로서는 기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놈이 사술을 쓴다!”

“상대하지 말고 물러서서 거리를 둬라!”

땅딸막한 중년인이 악을 쓰듯 소리치자, 단혼객들은 자존심을 접고 뒤로 물러섰다.

그 사이 단혼객 둘이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비틀거렸다.

“듣던 것보다 더 대단한 놈이구나!”

추산이 눈을 치켜뜨고 날아들며 검을 내질렀다.

그의 검첨에서 검기의 폭풍이 일었다.

어지간한 절정고수는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검세.

후우우웅!

검기의 폭풍이 허공에 떠 있는 장천운을 덮쳤다.

장천운은 허공에서 세 번 몸을 틀며 추산의 검세를 쳐냈다.

허공에서 천둥소리가 울렸다.

떠더더덩!

추산의 검에는 강력한 힘이 실려 있었다.

두 사람의 검세가 정면으로 부딪치자, 환귀자의 술법을 가미한 귀운신법으로 허공을 유영하던 장천운의 몸이 훌훌 날아갔다.

깜짝 놀란 사마경이 눈을 크게 뜨고 소리쳤다.

“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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