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하마제 200화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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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56회 작성일소설 읽기 : 혈하마제 200화 (완결)
혈하-第 200 章 강호는…여전히 흐른다.
휙-
용사린이 사군보의 앞에 내려섰다.
“형님, 괜찮습니까?”
“괜찮아.”
“상처가 심합니다.”
용사린의 염려에 사군보는 고개를 흔들었다.
“이 정도 상처가 심한가? 나에게는 아무것도 아니네.”
용사린의 얼굴에는 온통 존경과 흠모의 빛이 어렸다.
“형님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이십니다.”
“영웅?”
사군보는 고개를 저었다.
곽치궐는 안색이 변해있었다.
이미 대세는 기울여 있었다.
백련교도는 고작 500명으로 줄었고, 그나마 부상자가 태반이었다.
허나 아직도 대정맹의 고수와 새로이 나타난 적수들은 합치면 근 천 명이 넘었다.
‘틀렸다.’
곽치궐의 얼굴에 분노가 피어올랐다.
그는 사군보를 쏘아보며 음침하게 말했다.
“탈명혈하, 나와 마지막 최후의 일전을 결할 의도가 있느냐?”
“기다렸다.”
사군보는 앞으로 나섰다.
용사린이 그의 앞으로 나섰다.
“형님, 소제가 상대하겠습니다.”
사군보는 무겁게 말했다.
“아우, 비키게. 저자는 나에게 도전을 했다.”
“……”
용사린은 뒤로 물러섰다.
그는 더 이상 그가 가장 존경하는 이의 뜻을 거스를 수가 없었다.
“……”
“……”
침묵과 긴장.
그리고 살이 터져 나갈 것만 같은 살기.
분위기는 터질 듯이 팽창되어 갔다.
오랫동안, 아주 오랫동안 화석처럼 굳어있던 두 사람의 절대고수가 조금씩 움직였다.
사군보의 명왕검 끝이 비스듬히 치켜 올라갔다.
윙윙-!
웅후한 파공음이 그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울렸다.
사군보의 피가 묻은 백의장포는 팽팽하게 나부꼈다.
이것은 그가 공력을 극도로 일으켰다는 증거였다.
곽치궐은 손을 모아 합장했다.
우우웅-!
엄청난 파공음과 함께 그의 몸 전체에서는 은은한 금광이 뻗어 나왔다.
그는 마치 금동인(金銅人)이 된 듯 금광에 감싸였다.
그 광경에 군웅들 중 누군가가 경악성을 발했다.
“저것은 악마의 금령대마신공(金靈大魔神功)이다!”
“아……”
이 순간,
“차앗-!”
곽치궐의 입에서 하늘의 일각을 쪼개는 것 같은 호통이 터졌다.
그의 쌍장이 펼쳐지며 찬란한 금색의 고리 환이 날아갔다.
“천극환(天極環)!”
그것은 백련교의 최고마공이었다.
아직껏 그 이상의 무공은 없었다.
쏴쏴쏴-!
귀청을 찢는 것 같은 파공음이 일었다.
금색의 거대한 고리 환 형태의 강기는 엄청난 압력을 발산하며 사군보를 강타해갔다.
그 범위는 방원 10장,
도저히 피할 수 없었다.
사군보의 명왕검이 수천만 갈래로 분리되었다.
“경운(驚雲)!”
우르릉-!
천지에 우뢰음이 울리고 섬광이 작렬했다.
섬광은 금색의 고리 환 같은 강기와 충돌해갔다.
사군보은 왼손으로 구유현명장까지 운용했다.
그의 왼손에서는 번쩍 하고 밝은 빛이 일어났다.
콰콰쾅-!
두 사람의 개세적인 공격이 격돌했다.
두 사람은 직감적으로 부딪치면 둘 다 죽는다는 것을 느꼈다.
허나 각자의 느낌은 달랐다.
사군보는 내심 부르짖었다.
‘나는 최선을 다했다. 동귀어진을 하더라도 원흉과 함께 죽으리라!’
곽치궐는 달랐다.
‘여기서 동귀어진 할 수는 없다.’
극히 미세한 차이로 사군보와 곽치궐의 공력은 급변을 일으켰다.
그 조금의 차이는 엄청난 결과를 가져왔다.
콰콰쾅-!
천지가 뒤집어지는 굉음이 울렸다.
“으아악-!”
“아아악-!”
처절한 비명과 함께 광풍의 소용돌이가 일었다.
휙-!
동시에 두 사람은 반대방향으로 날아갔다.
그들은 각기 5장거리에 떨어져 내렸다.
곽치궐은 가슴에 명왕검이 정통으로 꽂혀 있었다.
그의 등 뒤로 검 끝이 삐죽 나온 참혹한 모습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의 왼손은 이미 썩어 문드러지고 없었다.
그것은 사군보의 묵혈사령신공의 마기에 녹은 것이었다.
사군보도 역시 처참했다.
그의 안색은 백지장처럼 창백했으며 그의 복부와 옆구리, 그리고 오른쪽 가슴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려있었다.
그 사이로 뼈와 내장이 들여다보일 정도로 끔찍한 상태였다.
두 사람은 극심한 상처를 입고는 목상처럼 우뚝 서 상대를 멍하니 보고 있었다.
이때,
소제제가 처절하게 울부짖었다.
“공자님, 흐흐흑……”
이제까지 움직이지 않던 곽치궐이 비틀거렸다.
그의 입에서 피분수가 터져 나왔다.
“크윽, 네놈이 나타나는 순간 나는 네놈이 내 극성임을 알았다.”
곽치궐의 입과 코, 귀에서는 검은 핏물이 흘러나왔다.
“그래서 너를 없애려고 그렇게 노력했었다. 결국 천기란…… 크윽!”
백련교의 교주-
야망으로 천하를 잡겠다고 60년간이나 모계(謀計)로 천하를 희롱했던 대효웅은 이렇게 죽었다.
쿵!
곽치궐은 고목처럼 쓰러졌다.
사군보는 멍하니 그의 주검을 내려다보았다.
‘모든 것이 끝났다. 당신이 먼저 죽었지만 나 역시 당신을 따를 것이다.’
사군보는 허망해졌다.
하늘을 보았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었다.
허나 그 순간 그는 더 이상 감상에 젖을 수가 없었다.
“윽-”
갑자기 전신혈맥이 팽창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으…… 올 것이 왔구나……’
모든 군웅들은 곽치궐의 죽음에 관심을 쏟고 있었다.
사군보는 서서히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는 전신에 힘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그는 자신이 죽음의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드는 것을 느꼈다.
‘이것은 묵혈사령신공의 저주다……’
푸른 하늘은 비어 있었다.
***
단애(斷崖).
깎아지른 것 같은 단애 끝에 한 인영이 표표히 옷자락을 나부끼며 서 있었다.
사군보는 상처가 깊은 짐승이었다.
그의 상처는 절망적이었다.
이제까지 그가 버틴 것만도 초인적이 아닐 수 없었다.
그가 서 있는 곳은 천도봉에서 멀지 않은 곳의 천애(天崖)였다.
바람에 아무렇게나 헝클어진 그의 머리카락은 마구 휘날리고 있었다.
사군보의 얼굴에는 문득 희미한 그리움이 피어올랐다.
‘제제, 미안해……’
고독한 야수의 눈에 눈물이 망울졌다.
거센 바람에 눈물은 흔적도 없이 날아가 버렸다.
바로 이때였다.
“무량수불……”
청아한 도호가 그의 정신을 일깨웠다.
사군보는 돌아섰다.
그의 뒤로 대정오기가 비상한 얼굴로 그를 에워싸고 있었다.
그들의 눈에는 비장한 결의와 살기가 떠올라 있었다.
사군보는 불안한 예감을 느끼며 물었다.
“그대들이 나를 찾아온 이유는 무엇이요?”
무학은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당신을 제거하기 위해서요.”
“나를……제거한다, 라……”
사군보는 허탈해졌다.
그의 눈에서 문득 흑광이 솟았다.
“흐흐흐…… 나는 아직 죽지 않았다. 너희들도 알겠지?”
“알고 있소.”
무학은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대정오기는 기이한 진법을 펼쳤다.
“우리 대정오기는 동귀어진의 공격으로 그대와 함께 무림의 평화를 위해 이 천애에 뼈를 묻으려 왔다.”
무학의 비장한 말이었다.
남궁혁이 피를 토하듯 외쳤다.
“네놈이 백련교의 음모를 막아준 것에는 고맙게 생각한다! 하지만! 백도와 흑도는 세불양립이다!”
“우린……우리의 피로 백도의 미래를 밝히겠다.”
그들의 뜻은 명확했다.
백련교도 대하교도 모두 사라진 지금 백도 무림의 힘은 크게 약화되었다.
그 반면 흑도 무림은 탈명혈하를 중심으로 승승장구.
여기서 탈명혈하만 죽인다면 백도는 다시희망을 갖게 된다.
그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다.
결코 그들을 욕할 수 없었다.
“으하하하……좋아! 와라!”
콰르르릉-!
사군보가 쌍장을 어지럽게 휘두르자 엄청난 폭음과 함께 대정오기는 뒤로 날아갔다.
“제길!”
“부상을 당했어도 맹수는 맹수란 말인가?”
“억울하다!”
그들의 진법은 단 1초만에 무참히 깨지고 만 것이었다.
바닥에 쓰러진 대정오기의 얼굴은 해쓱하게 질려버렸다.
“놈의 무공은 진정 끝이 없구나……”
그들의 마음속에는 공포가 덮였다.
허나 그들의 각오는 너무도 비장했다.
그들은 스스로의 죽음으로써 전 무림의 평화를 얻어내기로 각오한 것이다.
그러므로 죽음이 두렵지 않았다.
그들이 다시 간격을 좁혀왔을 때, 사군보는 갑자기 우렁찬 괴소를 터뜨렸다.
“크흐흐…… 나는 너희들에게 해줄 것을 다 해 주었다. 대정맹를 위해서 대하교도 백련교도 무너뜨렸다. 헌데 너희들이 나에게 베푸는 것은 무엇이냐? 고작 내가 탈명혈하라는 이유로 나를 죽이려고 하지 않았느냐?”
“……”
“……”
대정오기는 몸을 떨었다.
그렇다.
탈명혈하의 말은 하나도 틀린 것이 없다.
그러나 정과 사의 세불양립(世不兩立)!
그것이 그들이 탈명혈하를 죽이려는 이유였다.
사군보가 갑자기 앙천광소를 터뜨렸다.
“하하…… 나는 다시 돌아가겠다. 전 무림을 묵혈의 뜻으로 피로 물들이겠다.”
츠츠츠츷.
사군보의 전신이 순식간에 시커먼 먹빛으로 변했다.
“하하하…… 묵혈사령신공이다!”
시커먼 마기가 아지랑이처럼 일어난다.
전신으로 마기를 두르던 한 순간 사군보는 움찔했다.
‘제길 지치네……’
지친다.
정말 지친다.
끝도 없이 윤회하는 피의 수레바퀴.
‘욕심 좀 낼까?
쉬고 싶다.
아주 작은 욕심이지만 정말 쉬고 싶었다.
‘그래, 까짓 내가 없어도 강호는 돌아간다.’
그는 마기를 풀었다.
쓰으으.
사군보의 먹빛얼굴이 갑자기 놀랄 만큼 빠르게 급변했다.
종잇장 같이 창백하게 변한 것이다.
사군보는 갑자기 전신의 기력이 완전 탈진되며 온몸의 혈관이 팽창하는 것을 느낀 것이다.
그 순간이었다.
“이때다! 놈이 지쳤다.”
“모두 쳐!”
“가거라, 마의 추종자여!”
무학의 호통과 함께 대정오기의 합공이 벼락을 쳤다.
꽈르-!
우르르릉……꽈우우우우……
다섯 줄기의 장력은 일직선으로 뻗어 모두 사군보의 가슴에 적중했다.
“크아악-!”
단말마의 비명.
사군보의 몸은 핏덩이가 되어 날아갔다.
그의 몸은 끝이 없는 천애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
무산(巫山).
아름다운 명산이다.
무산의 절경 속에 언제부터인지 한 명의 백삼의 삿갓 쓴 청년이 유유히 걷고 있었다.
그는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흥얼거리는 그의 눈앞 언덕 위에는 자그마한 모옥이 지어져 있었다.
모옥 주위엔 모두 세 여인이 나와 있었다.
소제제……
취취……
국연옥……
그녀들은 흥얼거리며 언덕을 오르는 삿갓인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
삿갓 쓴 청년은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얼굴이 드러났다.
사군보였다.
어떻게 천애에서 대정오기의 합공을 맞고 떨어져 죽은 그가 살아난 것일까?
태산 천도봉의 대혈전 당시, 백련교와 중원과의 대혈투를 끝으로 천년 야망의 신주오보도 암흑의 저주도 영원히 강호에서 사라졌다.
또한 강호는 새로운 정립을 맞았다.
-대정맹(大正盟)!
-군림성(君臨城)!
정과 사의 두 하늘이 서로 양립한 것이다.
그러나 탈명혈하 사군보는 강호에서 영원히 사라졌다.
항간에 떠도는 말에 의하면 대정오기의 손에 의해 죽었다는 소문이었고, 이를 증명하듯 군림성의 성주 자리는 공석으로 비어져 있다.
군림성은 지옥혈제와 용사린에 의해 움직이고 있었다.
-탈명혈하 사군보.
그는 끝내 죽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아니다.
그는 죽지 않았다.
아니 사실 일부러 당해 주었다.
더는……더는 강호에 있기 싫어서.
그저 조용히 산천에 묻혀 살고 싶을 뿐이었다.
영원히 피를 흘리지 않는 곳에서.
유유자적(悠悠自適),
그는 노래를 부르며 돌아가고 있다.
사랑하는 여인들에게.
大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