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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하마제 190화

무료소설 혈하마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1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혈하마제 190화

혈하-第 190 章 난 영웅이 아니다

 

중인들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오오……드디어 오셨다!”

중인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군보가 천뇌사야 백리천의 안내를 받으며 군림청에 들어섰다.

짝짝짝-

박수와 더불어 장내는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만큼 그를 뜨겁게 맞아들인 것이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사군보가 짧은 한마디를 뱉곤 장내를 쓸어보았다.

그의 태도는 언제 보아도 믿음직스러웠다.

그의 눈길만은 오히려 평범하기 짝이 없었다.

“무량수불…… 사 시주. 오랜만입니다.”

적미도장이 반가운 도호를 읊조리며 일어나 반겼다.

홍기익이 다가와 사군보를 상석 자신의 곁으로 안내했다.

“소종사님, 자리에 오르시지요.”

“만나 반갑습니다.”

가볍게 인사를 한 사군보는 태사의에 앉았다.

그가 앉기를 기다리던 홍기익이 빠르게 입을 떼었다.

“소종사님, 외람되오나 생사를 건 일전에 임하기 전에 소종사에게 어떤 복안이 있는지 알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절혼검객 홍기익의 소개가 끝나자마자,

“와-아-아-”

짝-짝-짝-

우뢰와 같은 함성과 박수가 터졌다.

“감사합니다.”

사군보가 가볍게 예를 보이고는 말을 했다.

“먼저 나는 묵혈방의 건재를 만천하에 알리기 위해 우선 대하교를 칠 계획입니다.”

여기저기서 술렁였다.

“역시……”

“내 그럴 줄 알았다니까!”

장내가 소요로 시끄러워지자 백리천이 나직하나 힘이 실린 어조로 말했다.

“조용히 하시오.”

웅……

그의 음성엔 진기가 실려 있었다.

이내 장내는 조용해졌다.

사군보는 입을 열었다.

“우선 대하교의 팔다리를 끊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사해맹과 뇌정보를 칠 생각입니다. 우선 사해맹이 어느 정도의 전력을 지니고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오늘 제가 여러분을 기다리시게 한 것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제가 탐지한 그들의 전력은 의외로 막강합니다.”

사군보는 잠시 여유를 두었다가 말을 이어갔다.

“그들의 전력을 보면 맹주인 사해마제 금룡해를 비롯하여 백호천왕과 한신거군(閑神居君), 혈의마군(血衣魔君), 패살극황(佩殺剋皇)이 있습니다.”

중인들은 놀라움에 전신이 굳어버린 것 같았다.

한신거군, 혈의마군은 다 같이 60여 년 전에 활약하던 거마들이다.

두 사람은 항상 같이 행동했다.

패살극황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묵혈방이 흑도를 장악하자 강호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사실 그 당시 묵혈방의 위력은 죽은 자까지도 벌벌 떨게 만들었다.

사군보가 다시 말을 계속했다.

“사해맹의 총관은 야마신지라는 왜인입니다. 원래 그들은 왜인으로 구성된 해적단 단주였는데 무척 교활하고 잔인한 자라 합니다. 그 외에 당주와 향주가 있고 182명의 정예고수가 있습니다. 당주들 가운데 주목할 자는 녹주살성(綠珠殺星)과 화진삼살(火盡三殺), 함시신살(咸屍神殺) 고반인수(孤絆人獸)등입니다.”

“……”

“……”

이제 장내는 완전히 숨을 죽였다.

총관 야마신지는 천지쌍괴와 같은 연배의 인물이었다.

그의 태세비검육십사초(太世飛劍六十四招)는 무적을 자랑했다.

그의 별호처럼 그는 살생과 함께 살아온 인물이었다.

그랬으니 현 강호지사들로서는 역부족이 아닐 수 없었다.

게다가 녹주살성, 화진삼살, 함시신살, 고반인수 등도 별호가 가리키듯 새삼 설명할 필요조차 없었다.

그들 또한 묵혈방의 경고를 받고 자취를 감추었던 인물이었다.

“그 이외에도 천인오살(天印五殺), 강호사흉(江湖四凶), 중원오악(中原五惡) 등이 있으며 사해맹의 분단과 각 단주들이 200여 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들 무공 또한 강호 일류에 버금가는 것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그리고 사해맹의 수하들은 대략 1,500에 이른 것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

“……”

장내는 완전 침묵해 버렸다.

그 누구도 입을 떼려 하지 않았다.

사해맹은 100여 년의 원한을 갚기 위해 강호로부터 자취를 감춘 마두들을 고스란히 포섭한 게 틀림없었다.

지금은 거마들을 은거토록 한 묵혈방이 없으니 강호는 정말 그들의 신천지일 게 틀림없었다.

강호는 이들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막는다면 누가 막을 것인가?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래서 더욱 초조하고 불안했다.

그러나 이건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백련교!

대하교과 또 다른 음모자들이었다.

무엇보다 어부지리를 노리는 그들이 두려웠다.

생사를 초월하여 결전을 벌인다면 강호는 최소한 살아남을 수는 있었다.

그러나 백련교는 누가 막을 것인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음모자들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사군보도 할 말이 없었다.

그렇다고 그마저 입을 다물면 그 누가 이 분위기를 깨뜨리겠는가?

그 누가 좌절에 빠진 강호 무림의 사기를 북돋울 것인가?

이젠 모든 일들이 그 한 몸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사군보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천천히 입을 떼었다.

“제가 여러분들에게 한 가지 사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그의 음성은 담담하게 흘러나왔다.

그의 음성은 장내의 굳어버린 침묵을 봄눈처럼 녹여버린 것 같았다.

그들의 시선이 모두 사군보에게 쏠린 것도 사실이었다.

“하늘엔 두 개의 태양이 있을 수는 없습니다. 하늘엔 달이 둘일 수도 없습니다. 그건 바로 강호의 주인이 둘일 수 없다는 것과 같습니다. 여러분, 그리고 여러 노선배님들, 바로 여기에 모인 분들이 강호의 주인이십니다.”

“……”

“……”

여기까지 말한 사군보는 장내를 쓸어본 다음 다시 말을 계속했다.

“바로 그것입니다. 우린 지금도 보이지 않는 힘을 얻고 있습니다. 진정한 사해맹의 주인인 대해멸존이 그렇고……영원한 마종 지옥혈제가 또 그러하며……여기 참여하신 여러분들이 그렇습니다. 그리고 우리를 암암리에 지원하는 또 다른 세력들도 있습니다. 아직은 그 힘이 미약하지만 그들도 결전에 임하면 반드시 일익을 담당할 것입니다.”

사군보의 음성은 차츰 격앙되어 갔다.

그가 말하는 지원자는 북해 금란곡이다.

북빙여제 취취가 이끄는 여전사들이 곧 강호로 들어오게 된다는 소식을 그는 천뇌사야 백리천으로부터 들은 것이다.

그녀들의 힘은 그에게 큰 힘이 된다.

사군보의 음성 하나하나엔 혼이 실렸다.

강과 약이 조화를 이루면서 장내를 완전 휘어잡고 있었다.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가 그들의 기대와 힘을 얻고 있는데 이렇게 의기소침해 있다면 누가 생사를 돌보지 않고 결전에 임하겠습니까?”

사군보의 열변은 열기를 뿜고 있었다.

그의 음성은 완전 장내를 뒤덮고 멀리까지 퍼져나갔다.

“우리의 최대 적은 바로 우리입니다. 이렇게 의기소침하여 두려움을 갖는다면 우린 아무도 이기지 못한 것입니다. 그것은 이미 우리 자신이 종에게 굴복해버렸기 때문입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 장내엔 새로운 동요가 일기 시작했다.

“그렇습니다.”

“백련교건 대하교건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

“강호는 우리들의 것입니다.”

중인들의 얼굴에 호기가 가득 찼다.

그것을 본 여덟 명의 초인들.

지옥혈제, 옥붕여제, 천지쌍괴, 대해멸존, 검성, 철궁마종, 걸왕 등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심히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 부끄러움은 곧 사군보에 대한 신망으로 바뀌었다.

사실이었다.

결전에 임하기 전에 정신적으로 패한다면 승리는 처음부터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절혼검객과 육효신걸, 천라삼군, 수룡왕 등, 이미 사군보의 무공과 그의 인품에 마음을 빼앗긴 사람들은 얼마나 감격했는지 몰랐다.

그건 인간의 거룩한 단언이었다.

그 누가 강호의 장래를 위하여 이처럼 자신을 초개같이 내던지겠는가?

복수-

원한-

그것이 들어가 있는 결전이지만 그것은 단지 작은 일이다.

진정으로 큰 대의는 바로 강호를 일으켜 세우겠다는 큰 뜻이었다.

그것도,

마(魔)!

묵혈의 후예인 사군보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니 누가 감격치 않으랴?

흑도 곧 강호다.

그들은 가슴이 뭉클함에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사군보는 냉정하게 말을 꺼내었다.

“여러분, 우리 다 같이 우리가 강호에 주인임을 이 자리를 빌려 다 함께 맹세합시다.”

와-아-아-아-

“와-!”

짝짝짝-

장내는 떠나갈 것 같은 함성과 박수가 터졌다.

함성과 박수는 한참동안 가라앉을 줄을 몰랐다.

사군보는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것은 안도의 한숨이었는지도 몰랐다.

강호인 모두의 추앙을 받는 영웅이 되기 이전에 그도 한 사람의 강호인이었기에……

 

**

 

그날 밤,

군림청의 밀실.

천정에는 커다란 백색 야명주가 밀실을 비치고 있었다.

밀실에는 사군보를 비롯해 군림성의 여덟 초인들과 총관 천뇌사야 백리천이 앉아 있었다.

상석에는 사군보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들은 결전을 앞두고 열띤 회의를 진행 중에 있었다.

회의를 주도한 사군보가 좌중을 둘러보며 말을 이어갔다.

“……우리가 사느냐 죽느냐 이번 결전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들의 전력을 알고 있는 이상 승리는 반드시 우리의 것입니다.”

그는 승리를 전제한 다음 회의를 진행시켰다.

“우리는 먼저 사해맹과 어떤 결전을 벌이는 게 유리할지 그 방법을 연구 검토하겠습니다. 좋은 의견 있으시면 말해 보십시오.”

대해멸존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노부의 생각으로는 외난내중(外亂內重)의 계략이 나을 듯 싶네.”

“외난내중……”

“밖으로 공격을 가하고 안으로 좌시하는 것으로……사해맹 안에는 노부와 뜻을 같이 하는 동지들이 상당수 있지. 그들을 설득해 어떤 싸움에도 나서지 못하게 한다면 결국 남은 것은 대하교의 꼭두각시들뿐이네.”

“……”

“……”

“혼전을 꾀하되 작은 돌은 중간 돌로 막고, 중간 돌은 큰 돌로 막으면 우리의 희생이 줄어든다고 보네.”

이 계략은 제갈공명이 쓰던 계략이다.

지옥혈제가 시큰둥하니 말했다.

“대해멸존, 거 어렵게 말하지 말고 쉽게 말하자구……그러니까 큰 적을 맞아 싸우되 손바닥……에잇! 나도 헷갈리네. 내가 사해마제를 친다. 그리고……자네,”

지옥혈제는 돌연 천지쌍괴를 바라보았다.

“넵!”

“말씀하십시오!”

천지쌍괴는 자신들이 호명되자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군기가 팍 든 모습이다.

천지쌍괴가 아무리 날고 긴다 해도 지옥혈제 앞에서는 어린아이일 뿐이다.

지옥혈제가 혀를 찼다.

“쯪쯪! 그렇게 심장이 약해서야……자네들이 백호인지 현무인지 하는 족속들을 맡고……그리고……자네.”

이번에 지목된 자는 걸왕이었다.

개방의 방주인 걸왕 역시 지옥혈제가 자신을 부르자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부르셨습니까?”

완전히 부동자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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