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하마제 183화
무료소설 혈하마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30회 작성일소설 읽기 : 혈하마제 183화
혈하-第 183 章 탈출
대하교 옥루.
이름 그대로 2층 누각을 모두 옥으로 만든 것처럼 화려하고 깨끗했으며 모양이 정교했다.
옥루 주위에는 10명의 흑의인들이 엄중한 경계를 펴고 있는 것이 옥루가 대하교에서 중요한 곳임을 알 수 있었다.
정오 무렵.
옥루 2층의 방에서는 정말 눈꼴 사나운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여전히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천황이 네 명의 시녀를 양쪽 품에 끼고는 음란하기 그지없는 짓거리를 하고 있었다.
시녀들의 몸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있었다.
천황도 거의 벗은 몸과 같았다.
시녀들의 몸을 뒤척이며 꺼내는 웃음과 벌겋게 달아오른 천황의 눈빛은 이 세상 최고의 음탕함이었다.
문밖에서 인기척이 들리는 것 같더니 굵직한 음성이 파고들어왔다.
“천황님, 계집을 데려왔습니다.”
천황의 손놀림이 뚝 멈춰졌다.
“들어오너라.”
문이 열려지고 두 명의 흑의인에게 부축된 공금연이 들어왔다.
공금연은 얼굴 전체가 멍으로 푸르죽죽했다.
창백한 안색에 머리는 아무렇게나 풀어헤쳐졌다.
“흐흐흐……”
천황은 거슴츠레한 눈으로 공금연의 아래 위를 훑어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갔다.
“공금연, 만약 네년이 사군보를 설득해 신주오보를 찾아준다면 네년이 바라는 모든 것을 줄 것이다. 그러나 거짓이라면 그 자리에서 네년의 사지를 찢어 죽일 테다.”
공금연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공자님은 어찌 했느냐?”
“살아 있다. 네년이 신주오보를 찾아오면 그놈의 목숨과 바꾸겠다.”
공금연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떨어뜨렸다.
천황은 두 명의 흑의인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들은 공금연을 데리고 문밖으로 나갔다.
“흐흐흐……”
천황은 닫힌 문을 바라보며 몇 마디 꺼내고는 네 명의 시녀가 기다리고 있는 침상으로 걸음을 떼어 놓았다.
“호호호……”
“후후후……!”
나녀들은 꿀을 본 벌떼처럼 천황에게 우르르 달려들었다.
**
육신의 고통.
마음의 고통.
사군보는 지금 그 두 가지 고통을 너무나 크게, 너무나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 것이다.
운기를 전혀 할 수 없었다.
천황이 어떤 수법을 사용했는지 공력이 폐지된 것 같았다.
그의 눈앞에 공금연이 두 흑의인에게 수모를 당하는 것이 선하게 떠올랐다.
사군보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안 돼! 그녀를…… 아! 공금연……”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흑흑흑……”
뜻밖에도 가까운 곳에서 여인의 흐느낌 소리가 들려왔다.
사군보는 처음에 그가 보고 있는 환상에서 공금연이 울고 있는 것이다 생각하고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런데 울음소리는 더욱 크고 뚜렷이 들려오는 것이다.
“흐흐흑……”
사군보는 눈을 가늘게 뜨고 창 밖에 한 사람이 서 있는 것을 보았다.
“아! 낭자……”
공금연이었다.
사군보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고는 눈을 크게 뜨면서 상체를 일으켰다.
“흐흐흑……소협, 괜찮으신가요?”
분명 공금연이었다.
“낭자, 이곳에는……”
공금연이 그의 손을 잡았다.
“안돼요! 소녀는 이미……흑흑흑……”
공금연은 얼른 뒤로 물러나더니 뇌옥 밖으로 뛰어 사라졌다.
사군보는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그녀에게 필시 좋지 않은 일이 있었다.’
그는 육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왜 이곳에 갇혀 있단 말인가? 더욱이 그녀는 나름대로 자유가 보장되어 있는 듯 나다니지 않은가?’
잡힌 몸이라면 어딘가에 갇혀 있어야 정상이거늘 그녀의 모습이 초췌해진 것은 사실이나 어느 정도의 자유는 보장된 듯 보였다.
이때 어디선가 전음이 들려왔다.
[소종사, 속하의 손을 쓰는 것이 늦음을 용서해 주십시오. 속하의 목숨을 걸고 소종사를 구출해 내겠습니다.]
석실에서 들었던 그 전음이었다.
사군보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살 수 있다!’
그는 구석진 곳에 아무렇게나 버려두었던 음식을 찾아 마구 먹었다.
밖에서 그를 살려내려고 하는 만큼 안에서도 살 수 있는 몸을 만들어 놓아야 했다.
의지가 깊으니 어느새 고통도 사라진 것 같았다.
초조하면서도 불안한 시간이 계속 흘렀다.
그러나 사군보가 기다리는 그 전음의 사람은 좀처럼 나타나지를 않았다.
사군보는 다시 실망에 빠져들 때였다.
덜컹!
철문이 열려지는 소리와 함께 횃불이 들어오고 뒤따라 두 명의 흑의인이 보였다.
가끔씩 있던 일로써 몇 조각의 빵과 썩어가는 음식을 사군보에게 집어넣기 위한 것에 불과 했다.
“먹어라!”
흑의인 하나가 안으로 음식을 집어던지면서 소리쳤다.
그리고는 일을 끝냈다는 듯 돌아서려는데 괴변이 생겼다.
퍽!
한 흑의인이 갑자기 그 자리에 퍽 쓰러졌다.
이 순간 나머지 한 흑의인은 번개처럼 빠르게 몸을 움직여 철창문을 열고 사군보를 끌어냈다.
그리고 쓰러진 흑의인의 옷을 벗기고 사군보에게 입혔다.
“소종사, 이것이 처음이고 마지막 기회입니다.”
흑의인은 나직이 말하고는 밖으로 걸음을 떼어놓았다.
사군보는 횃불을 들었다.
‘마지막 기회다.’
입속으로 되뇌고는 이를 악물고 태연히 걸었다.
두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지만 악으로 버티었다.
철문을 나서니 밖은 캄캄했다.
근처 너 댓 명의 흑의인들이 횃불을 가운데로 둘러앉아 있다가 그중 하나가 두 사람을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육로, 화섭자가 있으면 좀 주게.”
그는 두 사람에게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이때 횃불 둘레의 흑의인들 중 다른 하나가 소리쳤다.
“맹삼(盟三), 화섭자. 여기 있네.”
그러자 두 사람에게 다가오던 흑의인이 몸을 돌렸다.
“후……”
사군보 옆의 흑의인은 나직이 안도의 숨을 내쉬고 걸음을 계속 떼어놓았다.
두 사람이 한 곳에 이르러 횃불을 껐다.
바로 왼쪽으로 높은 담이 있었다.
“소종사, 밖에서 누가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사군보는 미간을 찡그렸다.
“난 담을 넘지 못합니다.”
“속하가 넘겨드리겠습니다.”
“당신은……”
어둠속에서 날카로운 외침이 터졌다.
“웬 놈이냐!”
대여섯 개나 되는 인영이 허공으로 솟구치면서 곧장 두 사람에게 날아왔다.
“소종사, 죄송합니다.”
흑의인은 말을 끝내자마자 사군보를 번쩍 들어서는 담으로 집어던졌다.
그가 담 밖으로 떨어졌을 때,
“소종사, 속하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누군가 나직한 음성과 함께 사군보를 덥석 받아서는 쏜살같이 앞으로 내달렸다.
“으악!”
담 저쪽에서 처절한 비명소리가 터졌다.
‘고마워요……’
사군보는 그 비명이 그를 구해준 흑의인의 것임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의 귓전으로 바람이 스쳐지는 소리가 쌩쌩 들렸다.
서너 개의 숲을 가로 질렀을까.
돌연,
“잘 왔다!”
느닷없이 앞쪽 숲에서 서너 명의 흑의인이 불쑥 튀어나왔다.
아니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벽력같은 외침과 함께 사군보를 안고 있는 사람에게 일장을 뻗어냈다.
꽈우우웅-
느닷없는 기습이었다.
“흥!”
그 사람은 싸늘하게 코웃음을 꺼내며 본능적으로 몸을 빙글 돌려 왼쪽으로 1장이나 피해냈다.
“어딜!”
어느새 뒤쪽에서 다른 흑의인이 덮치면서 무서운 살초를 펼쳐냈다.
사군보를 안고 있는 사람은 두 손을 쓸 수 없으니 다시 몸을 옆으로 피해냈다.
휘익! 휘익!
밤하늘로 불화살이 솟구치는 것이 추격하고 있는 사람이 다른 매복에게 연락하는 것이었다.
“흐흐흐……사후(査厚), 네놈이 천황을 배반했구나. 오늘 뜻밖에도 횡재를 하게 되었다.”
사후(査厚).
아무도 사군보를 도와주는 사람의 이름인 듯 싶었다.
사군보는 흠칫했다.
‘사후! 설마……’
그는 고개를 돌려 자신을 구해준 사람의 얼굴을 보았으나 곧 실망어린 표정을 지었다.
난생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아니군……이름이 같다고 똑같은 사람일 수는 없다.’
세 명의 흑의인들이 서로 눈짓을 주고받더니 다시 사후에게 덮쳐들었다.
이번에는 사후의 퇴로를 미리부터 막으면서 협공하는 것이었다.
삐익! 삐익!
동시에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휘파람소리가 들렸다.
사후의 안색이 크게 변해졌다.
‘어느 새 놈들이!’
앞뒤가 막혀진 것이니 이것저것 망설이고 피하고 할 여유가 없었다.
“물러가거라!”
외침이 터지며 세 흑의인에게 막 부딪칠 듯이 덮쳐갔다.
펑!
사후의 묵직한 신음소리와 함께 쓰러질 듯이 비틀거렸다.
“흐흐흐……마지막이다!”
세 흑의인들이 마무리를 하겠다는 듯 사후의 뒤를 바싹 쫒아왔다.
사후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더니 어디에서 그런 힘이 솟구쳤는지 앞으로 내달렸다.
“흐흐흐……도망가지 못한다!”
세 흑의인들은 다 잡아놓은 먹이라는 듯 사후의 뒤를 바싹 쫒아왔다.
사후의 입가에는 검붉은 피가 주르르 흘러내라고 있었다.
숨결도 거칠어 질대로 거칠어 있었다.
그대로라면 얼마를 못가서 쫒고 있는 세 흑의인에게 붙잡힐 것 같았다.
사후는 운이 다한 모양이다.
기껏 도망간다는 것이 막다른 길이었다.
“흐흐……그곳이 네놈이 죽어야 할 곳이냐?”
어느새 세 흑의인이 쫒아 와서는 음흉한 웃음을 흘러냈다.
그러나 사후는 뜻밖에도 담담히 웃었다.
“이놈아! 죽음을 앞에 두고 미쳤나 보구나!”
세 흑의인이 앞으로 다가왔다.
퍽!
사후 자신이 천령혈을 후려친 것이다.
머리가 금방 피투성이가 되면서 사후의 몸이 옆으로 쓰러졌다.
“흐흐흐……수고를 덜어주었군……”
세 흑의인의 말이 끝나는 것과 함께 허공에서 천둥 같은 소리가 떨어져 내렸다.
“어리석은 놈들!”
세 흑의인이 기급을 하고 뒤로 물러났을 때 천황이 앞으로 내려섰다.
“어찌된 일이냐?”
“저……저놈이 스스로 죽음을……”
“사가 애송이는 어디에 있느냐?”
그제야 세 흑의인은 한 사람이 안 보인다는 것을 알았는지 안색이 홱 변해졌다.
“못……못 보았습……”
천황의 눈에서 시퍼런 살기가 번뜩였다.
“으아악!”
“악!”
세 명의 흑의인이 처절한 비명과 함께 일 장 뒤의 석벽으로 날아가 쿵! 부딪치고는 떨어졌다.
천황은 막다른 길 밖으로 솟구치면서 명을 내렸다.
“사가 놈은 절대 혼자 움직이지 못한다. 놈은 공력을 잃었다! 샅샅이 뒤져라! 놈을 못 찾으면 네놈 모두를 죽이겠다.”
“존명(尊命)!”
한 곳에 모여 있던 흑의인들이 쫙 퍼졌다.
천황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계곡을 이 잡듯이 뒤졌으나 사군보의 그림자도 찾아내지 못하자 반은 미치광이었다.
“찾아라! 못 찾으면 네놈들은 죽는다!”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지만 없는 사람을 어떻게 찾아낸단 말인가.
어느새 먼동이 터오고 있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죽일 놈들!”
천황은 힘없이 여기저기에서 모여들고 있는 흑의인에게 무서운 살초를 펼쳐냈다.
꽈르릉……!
“아악!”
“으아악!”
죄 없는 흑의인들이 날벼락을 맞은 것처럼 비명과 함께 나뒹굴었다.
삽시간에 흑의인들을 처참하게 죽인 천황은 그래도 부족한지 주위의 석벽과 나무들을 향해 장력을 밀어냈다.
펑! 펑! 펑!
돌가루가 어지럽게 날아오르고 나무들이 힘없이 쓰러졌다.
얼마를 그렇게 했을까?
천황은 계곡 밖으로 솟구치면서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설마……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