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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하마제 180화

무료소설 혈하마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1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혈하마제 180화

혈하-第 180 章 폭주하는 마성

 

천력패 장충이 앞으로 나서며 거칠게 말했다.

“낭자, 어째서 죽여선 안 된단 말이요? 대답해 봐요.”

“그건……”

황보경은 중인들을 둘러보았다.

허나 그들은 모두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일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청허를 바라보았다.

청허는 여전히 합장한 채 고요하고 맑은 시선으로 그녀의 눈길을 받았다.

“무량수불, 황보 여시주. 그것은 그의 업보요.”

“아……”

청허의 말에 황보경은 절망의 탄성을 발하며 비틀거렸다.

“황보 낭자……”

무학이 그녀를 부축했다.

헌데 이때 사군보는 갑자기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는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는 이미 오장육부가 파열되었으며 전신의 뼈는 모두 탈골되거나 부러져 성한 곳이라고는 한곳도 없었다.

더군다나 청허에게 맞은 일장은 그에게 치명적이었다.

그의 칠공에서는 검은 피가 흐르고 있었고 전신에는 살점이 너덜거리고 뼈까지 드러나 보였다.

사군보는 정신까지 혼미해지는 고통 속에서 갑자기 처절하게 부르짖었다.

“크흐흐…… 내 평생 정파와는 절대로 존립하지 않으리라. 으악!”

사군보는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

엄청난 고통이 그에게 엄습해 온 것이었다.

그 고통은 도저히 인간으로서는 참을 수가 없는 것이었다.

갑자기 그의 체내의 모든 피가 거꾸로 돌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고통은 더욱 가증되었다.

“으아아악-!”

그의 갑작스런 태도에 중인들은 어리둥절했다.

“아니, 저놈이 왜……”

천력패 장충이 앞으로 나섰다.

“흥, 고통스러우냐? 오냐, 내가 네놈의 고통을 단숨에 없애주마.”

장충은 성큼성큼 다가가 그의 솥뚜껑 같은 손바닥으로 사군보의 머리를 후려쳤다.

위잉-!

허나 그 순간,

“으악-!”

놀랍게도 비명을 터뜨린 것은 장충 그 자신이었다.

그는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10장 밖으로 나가떨어졌다.

그의 가슴에는 끔찍하게도 주먹만 한 구멍이 뻥 뚫려 있었다.

그곳으로는 선혈이 펑펑 솟구쳤다.

실로 눈 깜짝할 사이에 뒤바뀐 것이었다.

“대체 이게 어찌된 일이냐?”

“장충!”

“제길! 놈을 조심해라, 마공을 쓴다.”

중인들은 대경실색했다.

“크으응……”

사군보는 가슴을 움켜쥐고 웅크렸던 몸을 폈다.

그의 흉측하게 변한 모습이 드러났다.

그의 두 눈은 놀랍게도 완전히 흑색이었다.

또한 전신피부는 시커먼 먹빛이었다.

뿐만 아니다. 머리카락은 시뻘건 혈색으로 바람도 없는데 거꾸로 치솟으며 마구 흩날렸다.

그것은 정녕 인간이 아닌 악귀나찰의 모습이었다.

사군보는 고통이 극에 이른 순간 피가 거꾸로 돌면서 몸에 있던 묵혈사령신공이 일시에 격발된 것이다.

그의 몸에 잠재되어 있던 모든 진력들이 일시에 피를 따라 돌면서 그의 전신은 시커먼 먹빛으로 변했다.

역혈의 진력을 막지 못한다면 그는 이대로 인성을 잃은 악마가 되고 말 것이다.

역혈을 막으려면 만년설연실(萬年雪蓮實)이나 천년선학(千年仙鶴)의 타액(唾液)이 있어야 하는데 허허벌판에서 어찌 그것을 구할 수 있으랴.

“크아아아-!”

사군보의 입에서는 실로 듣기 끔찍한 울부짖음이 나왔다.

“정도의 쓰레기들, 모조리 죽이리라……”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것은 악마의 신음이요, 저주였다.

“헉!”

“우웃-!”

중인들은 대경실색해 뒤로 물러났다.

“크아아! 죽어랏!”

사군보는 악귀 같은 모습으로 갑자기 엄청난 흑무를 뿜으며 중인들 사이로 뛰어 들어갔다.

피가 솟는다.

엄청난 피의 돌풍이 몰아친다.

쿠르르릉……!

“으악-!”

“크아악-!”

악의 포효 속에 피를 말리는 인간들의 단말마.

꽈르르릉……꽈우우우……

“으아악-!”

“크악-!”

하늘도 두려워 문을 닫았고 땅조차 공포에 숨을 죽였다.

쏴아아아아……우르르릉……!

“끄으악-!”

“아악-”

지옥의 악귀원혼이여 춤을 추어라.

아비수라의 마기 속에 혼백 잃은 자들이 수급이 쌓인다.

탈명혈하 사군보는 미친 듯이 머리를 감싸 쥐고 울부짖고 있었다.

“으아아아-!”

그는 갑자기 앞으로 내달았다.

실로 어마어마한 속도로 그는 달려갔다.

그의 뒤에는 피비린내가 물씬 풍기고 있었다.

대정맹 고수들의 시체 20여구가 썩어들고 있었다.

살인광처럼 날뛰는 사군보에 미처 대항조차 못하고 그들은 황천으로 갔다.

사군보의 공격은 실로 인간의 상상을 수만 배나 뛰어넘을 정도로 엄청났기 때문이었다.

살아남은 대정맹 고수들은 사라져가는 사군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넋을 잃었다.

“그는 사람이 아니다. 악마다……”

중인들은 모두 진저리를 쳤다.

청허는 그 혜광이 가득한 눈으로 하늘을 보고 있었다.

그는 무엇을 생각하는 것일까?

황보경은 온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바보 같은 사람들, 그의 가라앉은 마성을 다시 격발시키다니…… 아아……’

그녀의 창백한 뺨 위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때,

번쩍!

콰르르-꽈르르릉-!

섬광에 이어 벽력이 천지를 진동했다.

쏴아…… 쏴아아……

갑작스런 폭우가 오뢰산을 붕괴시킬 듯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

 

“커어억-!”

쿵!

미친 듯 달리던 사군보가 돌연 눈알을 까뒤집으며 몸을 진저리쳤다.

그의 몸은 썩은 고목 넘어가듯 비 젖은 땅위에 꼬꾸라졌다.

“……”

조용하다.

그의 몸은 죽은 듯 미동조차 없었고 숨소리마저 들리지 않았다.

죽은 것인가?

끝내 몸 안에서 일시에 격발된 묵혈사령신공의 마성과 그 동안 익힌 모든 무공들의 정화들이 한꺼번에 폭발해 그 고통을 이기지 못해 죽은 것일까? 

쏴아아아아……

우르르릉-- 번쩍!

비는 오건만, 한 번 쓰러진 사군보는 오는 비를 그대로 맞으며 움직일 줄 몰랐다.

그런데 어느 한 순간.

스스슥……

물안개가 끼듯 희끗한 인영 하나가 쓰러진 사군보 앞에 나타났다.

치이이이……!

오는 비가 그의 몸에 닿기도 전에 수증기로 변해 날아갈 정도로 무시무시한 공력을 지닌 자였다.

얼굴엔 금빛 복면은 했다.

체구는 건장했으며 전신으로는 지엄한 기도가 칼날처럼 뿜어지고 있었다.

“……!”

금빛 복면인은 쓰러진 사군보를 차가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눈길 하나로 사군보의 몸을 수 천 수만 번 쪼개고 찢을 정도로 무서웠다.

금빛 복면인이 나직이 웃었다.

“흐흐흐……사군보, 네놈도 역시 애비와 똑같은 전철을 밟는구나. 묵혈사령신공! 비록 그 힘은 막강하나 너무나 막강해 인간의 체력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끝내 인성을 잃는 악마가 되고 말지……후후후……이제 네놈이 지닌 백이령만 손에 쥐면 나는 신주오보 가운데 세 개를 가지게 된다. 후후후!”

신주오보(神州五寶)!

제마오세의 천년신화가 어린 신주오보.

이때, 숲에서 한 거대한 인영이 솟구쳐 나와 사군보 옆에 내려서자마자 무릎을 끓었다.

“천황님을 뵙겠습니다.”

나타난 인물 역시 얼굴을 천으로 복면을 하고 있어 얼굴은 볼 수 없고 눈빛만 푸르스름하게 반짝일 뿐이었다.

금빛 복면인이 바로 대하교주이며 제마오세 가운데 대지신궁의 후예, 묵혈방을 붕괴시키고 당금 무림을 혼란으로 몰고 가고 있는 원흉이었다.

천황의 입에서 나지막한 듣는 사람의 가슴 깊숙이 파고드는 음성이 떨어져 내렸다.

“애송이 놈을 교로 데려가 백이령와 금란곡 계집들이 어디에 있는 지 그 행방을 알아내라. 그 일을 성사시키면 그 상으로 소림과 무당을 주겠다.”

복면인은 허리를 굽실했다.

“천황님의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신주오보을 찾지 못하면……”

“그……그건……”

“대신 네가 죽겠느냐?”

복면인은 감히 거역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천황님께 속하의 목숨을 기꺼이 바치겠습니다.”

“목적이 이루어지면 사가 놈을 사지를 잘라 죽여랏! 혼령이라도 다시 살아날 수 없게 해야 한다.”

“명심하겠습니다.”

“흐흐흐……”

천황의 웃음소리가 허공 높은 곳으로 사라져갔다.

어느새 그는 시체나 진배없는 사군보를 복면인에게 넘기곤 사라진 것이다.

복면인은 그래도 무릎을 꿇은 채 잠시 더 있다가 벌떡 일어나더니 사군보에게 침을 탁 뱉었다.

“퉤! 이제 네놈이 죽던가, 노부가 죽던지 둘 중 하나 하겠군.”

어느새, 50여 명의 흑의인들이 주위에 몰려있었다.

“이 죄인을 데려가라!”

흑의인들 중에서 60 정도의 노인이 앞으로 미끄러져 나오더니 대뜸 옆구리에 끼었다.

축 늘어진 사군보는 흘러내린 검붉은 선혈로 온 몸이 적셔졌지만 미동도 안했다.

“가자!”

복면인이 먼저 몸을 솟구쳤다.

나머지 흑의인들도 뒤를 따라 어둠속으로 휙휙 사라져갔다.

 

**

 

천야만야한 벼랑.

그 끝에 조그만 암자가 있었다.

거친 바람만 불어도 암자는 뒷쪽 벼랑으로 떨어질 것 같은데 아직까지 그대로인 것을 보니 이상한 일이다.

그것을 시험이라도 하듯이 거칠고 싸늘한 바람이 불어왔다.

휘이이잉-!

그 바람을 따라온 듯 암자 앞으로 한 노니가 불쑥 나타났다.

주름이 깊고 허리가 약간 굽혀져 있으나 암자를 바라보는 눈빛은 샛별처럼 신비롭게 반짝 거렸다.

노니가 암자로 몸을 솟구쳐 문 앞에 가볍게 내려서려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암자의 문이 덜컹 열려졌다.

“아! 노선배님, 이제 돌아오시는군요.”

반색을 하는 음성과 함께 소녀가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녀는 바로 국제강의 딸 국연옥이었다.

노니는 아무런 대꾸 없이 암자 안으로 들어갔다.

암자 안에 또 한 사람이 보였다.

한 남자가 한쪽 구석에 누워있었다.

칠순 가량의 노인은 죽음을 눈앞에 둔 듯 숨을 헉헉거리고 있었다.

노니는 노인의 맥을 짚어보더니 국연옥에게 물었다.

“내가 처방해준 대로 약을 사용했느냐?”

국연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로 빠짐없이 복용시켰어요.”

“잘했다. 상세가 많이 나아졌구나.”

노인이 힘겨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옥붕(玉鵬), 본 파에 대해서 무엇을 좀 알아보셨나요?”

 

옥붕여제(玉鵬女帝)!

 

백천오성 가운데 유일한 여인.

옥붕여제는 노인을 바라보며 어두운 얼굴을 했다.

“여전해요. 겉으로는 조금도 변해진 것이 없어요. 개방 방주 걸왕이 암암리 확증을 잡으려고 동분서주 하고 있어요.”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노인은 병상에 누워 있는 자신이 못내 서러웠는지 늙은 노안엔 슬픔과 걱정이 태산이었다.

옥붕여제는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화 시주께서 본니를 찾아오지 않았다면……우린 대하교의 음모를 전혀 모른 채 당할 뻔 했어요. 정말 고마워요, 가족과 문하생들을 모두 잃은 아픔보다 강호를 먼저 생각하는 화 시주야말로 진정한 협의인이 아니고 뭐겠어요.”

“부끄럽군요. 내 힘이 부족해 놈들에게……”

노인은 복받치는 설움에 말끝을 흘렸다.

그런 그를 보며 국연옥의 얼굴에도 슬픔이 번졌다.

‘화검장원이라면 그래도 명가이거늘 단 하룻밤 사이에 멸화를 당하다니……만약 나와 지랄마군 노선배가 조금만 늦었어도 화 노선배 역시 죽음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하늘의 뜻인지 그분만은 구할 수 있었다.’

국연옥은 문득 넉 달 전의 일이 떠올랐다.

 

그녀는 적미도장과 함께 군림성에 있었다.

군림성은 강호에 소문난 것과 마찬가지로 묵혈방의 생존자들과 묵혈대제가 죽기 전에 안배해 둔 진정한 묵혈의 힘이었다.

군림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대하교의 움직임을 간파하고 있었다.

국연옥과 적미도장이 군림성에 몸을 의탁할 수 있었던 것도 일찍이 종남파에 입문한 채 신분을 감추고 암약해온 군림성의 제자 덕이었다.

그들은 그곳에서 사군보를 기다렸다.

하나 사군보의 행방이 홀연 묘연해지고 군림성에서는 그들 나름대로 안배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던 한 달 전,

천지쌍괴가 돌연 군림성을 방문했다.

천지쌍괴의 합세는 군림성에겐 큰 힘이 되었다.

그들이 대하교에 대항할 준비를 하던 중 뜻밖의 소식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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