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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하마제 172화

무료소설 혈하마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4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혈하마제 172화

혈하-第 172 章 구대문파의 후기지수들

 

그 말에 얼굴이 갸름하나 무척 잘생긴 청년이 입을 열었다.

“탈명혈하 사군보! 이곳은 네가 마지막으로 숨을 쉬는 곳이 될 것이다.”

“그런가?”

사군보는 협곡 주위를 둘러보았다.

“음, 좋은 묫자리군……”

사군보는 중얼거리고 나서 문득 그를 향해 차갑게 말했다.

“그건 그렇고……내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백도 무림이 많이 발전한 것 같은데……우리 통성명이나 하는 게 어떨까?”

맨 가운데 서 있는 젊은 도인이 손을 모았다.

“무량수불…… 빈도는 무당의 무학(無鶴)이다. 소시주의 위명은 귀가 따갑도록 들어왔다.”

사군보는 눈썹을 치켜 올렸다.

“무당파라……그럼 영호윤을 알겠군?”

“무량수불……영호 사형은 이미 문에서 추방을 당하셨다. 바로 소시주 때문이다.”

“나 때문에? 그러니까 나랑 같이 있었다는 이유로 무당파에서 인재 하나를 버렸단 말이지……하하하! 그놈의 전통이 뭔지……쯪쯪쯪! 아까운 인재를 버렸군.”

“무량수불……”

무학이라 밝힌 젊은 도인은 합장한 채 도호만 읊조렸다.

 

무당 무학소사숙(無鶴少師叔)!

 

도성 태극진인의 제자다.

현 무당장문인인 무광 도장과는 배분이 갔다.

하여 무당파 제자들은 무학을 소사숙이라 부른다.

그런데 영호윤이 자신의 말마따나 도성의 제자가 확실하고 그가 사군보와 함께 지냈다는 이유로 문파에서 추방을 당했다 하니……

사군보는 이 순간 왠지 분노를 느꼈다.

그것은 오직 문파의 명예와 전통만 내세우는 백도인들을 항한 분노였다.

또한 인재를 알아보지 못하는 그들이 한심하기까지 했다.

“흥! 눈이 삐었지……”

즉시 차가운 코웃음이 그의 말을 받았다.

“흥, 너 같은 도배와 어울린다는 그 자체 하나만으로도 능지처참을 당하고도 모자르나, 도성 태사숙께서 자비를 베풀어 추방만 당했다. 이는 다 너 때문이다.”

“호오……그으래? 그러는 넌 누구냐?”

사군보에게 차갑게 냉소를 날린 자는 어깨를 피며 말했다.

“내가 바로 청성의 태을천강(太乙天剛) 봉단양(鳳團梁)이시다.”

“호오……봉단양이라……그런 젊은 고수가 청성에 있었던가?”

태을천강 봉단양 옆에 있던 회의청년이 차가운 얼굴을 더욱 차갑게 굳혔다.

“사군보, 똑똑히 들어라. 우린 대정구기(大正九奇)라고 한다. 나는 그 가운데 육기(六奇)인 아미(峨嵋)의 냉면신룡(冷面神龍) 비여래(比呂萊)다.”

“대정구기?”

정녕 금시초문이었다.

사군보는 이번에는 냉면신룡 비여래 옆에 서 있는 눈썹이 푸른 청년을 보며 물었다.

“너는?”

“나는 다섯째 공동의 청미서생(靑眉書生) 성육운(成育運)이다.”

“너는?”

사군보의 눈은 9척 거구의 흑의청년을 향했다.

흑의청년의 한 쌍 호목은 갑자기 분노와 원한으로 이글거렸다.

그는 우렁찬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나는 일곱째인 곤륜의 천력패(天力覇) 장충(張忠)이다.”

“……”

사군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표정에는 조금의 변화도 없었다.

그는 문득 주위를 무심히 둘러보았다.

“무학, 이곳에 숨어있는 자들을 공연히 숨어있는 쥐새끼로 만들지 말고 나오라고 해라.”

그의 말에 무학소사숙은 가슴이 섬뜩함을 금치 못했다.

‘과연 탈명혈하다. 이곳에 매복한 고수들은 모두가 각파의 일대제자들이다. 헌데 이토록 쉽게 눈치를 채다니……’

무학소사숙은 곧 입을 열려했다.

허나 이때 한쪽에서 우렁찬 음성이 울려왔다.

“대단히 무뢰하구나.”

잡초 속에서 한명의 중년인이 몸을 서서히 일으켰다.

그는 일신에 적포 장삼을 입고 있었으며 눈이 부리부리한 게 무척 성질이 폭급하다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두 눈은 두 줄기 섬광 같은 신광이 번쩍거리고 있었다.

그를 본 순간 사군보의 눈썹이 꾸물거렸다.

적포인의 얼굴은 낯이 익었다.

아니 잊을 수 없는 얼굴이다.

뇌운장 국제강.

바로 그였다.

사군보는 두 눈에 기광을 뿜으며 말했다.

“정말 뇌성인가?”

“내가 바로 뇌운장 국제강이다!”

“가짜에게 제압당했다던데?”

“으득! 놈의 수중에서 탈출한 게 벌써 2년전이다. 그나저나! 사군보, 내 딸아이를 어떻게 했느냐?”

‘과연 저자가 진짜 국제강이란 말인가?’

그로서는 당연한 의혹이다.

강호인들은 모르고 있다.

뇌정보가 대하교에 의해 점령을 당했다는 것을.

또한 국제강이 대하교에 의해 납치되었다는 사실을.

‘만약 저자도 가짜라면 대정맹은 완전히 대하교에 의해 조종이 되고 있는 것이다.’

사군보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저 자가 진짜건 가짜건 저자가 나타났다는 것은 대정맹에서 기필코 날 제거하겠다는 뜻인데……후후후……뜻대로 될까?’

국제강은 노성으로 말했다.

“원래 노부는 무림에 나올 생각이 없었다. 허나 너로 인해 딸아이가 아비를 배신하고 흑도 놈들인 군림성과 함께 행동을 하더니 부인마저 잃었다. 그래도 노부는 참았다. 하나 네놈 행위가 너무나 잔인하여 스스로 나서게 된 것이다. 이곳에 온 모든 고인들도 마찬가지다.”

국제강은 슬쩍 손을 흔들었다.

스스슥……

잡초의 여기저기서 28인들이 동시에 일어섰다.

“……!”

사군보는 짧은 순간에 그들을 모두 훑어보았다.

그들 중에는 그의 눈에 익은 인물들이 있었다.

그에게 팔 하나를 잃은 종남 신무도장을 비롯해,

청성신검(靑城神劍)…… 곤륜일학(崑崙一鶴)……점창(點蒼) 탁탑천왕(托塔天王) 맹웅(盟雄)……화산(華山) 창룡검(蒼龍劍) 사진악(社進惡)…… 공동팔걸(空同八傑)……아미(峨嵋) 십절천공(十絶天公)……소림(少林) 금강팔나한(金剛八羅漢)…… 무당사검(武當四劍)…… 등이었다.

그들은 한 결 같이 구대문파의 일대제자와 장로급 인물들이었다.

‘대정맹의 인물들이 총동원 했구나.’

이곳 오뢰산에는 명실공이 전 중원의 구파의 절정고수는 거의 모인 셈이었다.

사군보는 상황이 극에 이르렀음을 느꼈다.

‘대하교……두 마리 토끼를 노리는구나.’

두 마리 토끼는 사군보와 구파의 장로들을 말한다.

사군보를 죽이기 위해 내몬 장로급 고수들이다.

만약 그들이 이긴다 해도 구파는 그 손실이 클 것이다.

반대로 그들이 모조리 사군보에게 죽는다면 대정맹에선 결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사군보 뿐만 아니라 군림성까지 공격하는 백도의 분노.

그리되면 대정맹이나 군림성이나 서로 양패구사하게 된다.

천황 송주행의 음모가 눈에 보였다.

‘쯪쯪쯪……불쌍한 사람들……’

사군보는 주위를 둘러보며 내심 혀를 찼다.

대하교의 꼭두각시가 된 줄도 모르는 한심한 대정맹 고수들로 밖에 그는 보이지 않았다.

대정구기 가운데 셋째인 옥면검룡(玉面劍龍) 남궁혁(南宮革)이 음침하게 웃으며 말했다.

“탈명혈하. 이분들은 바로 각파의 장로들로서 대정맹에서 가장 높은 어른들인 천성이십팔숙(天星二十八宿)이시다.”

남궁혁은 남궁세가의 인물임과 동시에 점창파 속가제자다.

워낙 무예가 출중해 점창파의 미래가 그에게 달렸다고 할 정도로 그의 이름은 널리 알려져 있다.

“……”

사군보는 웬 개가 짖느냐는 듯 묵묵히 허공을 바라보았다.

이 순간 그의 눈은 무심(無心), 그것이었다.

“자, 이래도 너는 이곳에서 살아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느냐?”

사군보는 남궁혁의 말을 귓전으로 흘렸다.

그의 생각은 단지 그의 내부에서 독단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어쩌면 이번 일전은 내 평생 다시없을 위기지도 모른다. 하나 피하고 싶지는 않다. 내 몸이 설사 산산조각으로 부서진다 해도 나는 결코 피하지 않을 것이다.’

그의 다짐은 끝났다.

남은 것은 행동뿐이었다.

그 행동에 따르는 결과는 필시 비참할 것이 틀림없다.

사군보는 후회를 모르는 사나이였다.

그는 대정구기의 둘째인 무학을 주시하여 물었다.

“후후…… 무학, 내 듣기로 여기에 구천대제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는 왜 보이지 않느냐?”

무학을 비롯한 대정맹 고수들이 안색은 모두 변했다.

곧 무학은 평정을 되찾으며 담담히 말했다.

“무량수불…… 구천대제란 정의의 수호신,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우리들 중에 그 누구라도 구천대제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구천대제는 이곳에도 있고 또한 그 어느 곳이든 흑도가 있는 곳에는 모두 있다.”

사군보는 코웃음 쳤다.

“흥! 무학. 궤변을 늘어놓지 마라. 천하에서 오직 구천대제만이 나와 자웅을 겨룰 수 있다. 이곳에는 숫자만 많았지 나 탈명혈하과 마주설 자는 한 명도 없다.”

그의 말에 중인들은 모두 안색이 대변했다.

실로 너무도 광망스러운 말이 아닌가.

국제강은 노한 노성을 질렀다.

“진정 무뢰한 놈이로구나! 내 네놈에게 뜨거운 맛을 보여주어 하늘이 얼마나 높은지 보여주겠다.”

국제강은 그 자리에서 넓은 적포 자락을 휘두르며 일장을 뻗었다.

우우웅-!

그의 절기 중 하나인 대뇌장(大雷掌)이었다.

이는 공력이 2갑자 이상이어야만 전개할 수가 있는 패도적인 장법이다.

사군보는 태연하게 대소를 터뜨렸다.

“으하하하…… 비록 당신이 백천오성 가운데 한 사람일지는 모르나 나에게 있어서는 늙어 죽지 못한 노물에 불과하다.”

그의 오른손이 슬쩍 좌우로 흔들렸다.

적령장이었다.

꽈르르릉-!

천지가 붕괴되는 것 같은 굉음이 두 사람 사이에서 울렸다.

국제강은 막중한 타격을 받았다.

그는 가슴이 뒤집히며 자신도 모르게 뒤로 연속 세 걸음이나 밀려나고 말았다.

그의 안색은 순식간에 대춧빛이 되고 말았다.

상대방은 그 자리에서 어깨를 흔들! 했을 뿐.

‘이럴 수가…… 노부의 내공으로도 저놈이 끄덕하지 않다니……’

사군보는 음침하게 말했다.

“이제 무엇인가를 좀 알았나? 만약 더 이상 분수를 모르고 나이만 믿고 덤빈다면 그때는 관을 준비하지 않은 것을 후회할 것이다.”

실로 모욕적인 말이다.

국제강의 수염이 뿌리까지 부들부들 떨렸다.

그의 번갯불 같은 빛을 발하는 두 눈에는 핏발이 어렸다.

“이…… 하늘 높은 줄 모르는 흑도의 애송이 놈, 내 사생결단을 내고 말리라.”

국제강의 적포 장삼이 일순 팽팽히 부풀어 올랐다.

휴류류륭……

그는 전 공력을 극성으로 끌어올린 것이었다.

허나 이때 무학이 앞으로 미끄러지며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는 발을 움직이지도 않고 어깨를 흔들리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3장의 거리를 미끄러지는 뛰어난 신법을 구사했다.

사군보는 그 신법에 약간 눈썹을 움직였다.

그것은 이미 구파의 무공 중에 실전된 지 수백 년이나 된 취영환이보(聚影幻移步)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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