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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하마제 167화

무료소설 혈하마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8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혈하마제 167화

혈하-第 167 章 그가 왜?

 

식탁.

먹음직스럽고 푸짐한 음식들이 뜨거운 김을 내며 잔뜩 차려져 있다.

오범규를 비롯하여 그의 세 딸, 그리고 양사와 사군보가 식탁에 둥글게 모여 앉아 있었다.

아침식사 중이었다.

그들의 분위기는 실로 화기애애했다.

양사와 오현경은 정식 혼례를 치루지 않았다.

그것은 양사의 가문에 얽힌 혈한 때문이다.

양사의 고향은 신강 천산이다.

그곳에서도 전통과 역사가 깊은 태양문(太陽門)의 후손이다.

하나 12년 전, 양사 나이 열다섯 살 때 태양문은 신진 고수인 금우풍(金羽風)과 그를 돕는 독존문의 고수들에 의해 멸문을 당했다.

태양문의 멸망을 필두로 금우풍은 신강과 서장, 대막을 차지해 스스로 신강대제(新疆大帝)라 칭하더니 4년 전에는 새외 전역을 장악한 명실상부한 새외지존으로 등극하였다.

태양문이 멸문을 당할 당시 천축에 무공 수련 때문에 갔던 양사는 그곳에서 태양반(太陽盤)의 태양신공(太陽神功)을 대성해 복수의 길을 나선다.

하나 이미 금우풍은 신강에 없었다.

세력중 정에들을 데리고 중원으로 들어온 것이다.

태양반 양사가 신강에서부터 피 바람을 몰고 중원으로 오게 된 이유가 바로 금우풍과 결투를 하기 위함이다.

그 이전까지 그는 결혼을 미루고 있었다.

오범규야 말 많은 딸이 남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식을 올리지 않은 채 지내는 것이 탐탁하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 아닌가.

그래서 적극 사위인 양사를 돕는 것이 빌미가 되어 오늘과 같은 불상사가 일어난 것이라 양사는 생각하고 있었다.

어찌 되었건.

양사는 더운 음식을 먹으며 실로 감회로운 심정을 금치 못했다.

집안이 멸문지화를 당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에게도 따뜻한 가정이 있었다.

하나 집안이 망한 후 그는 복수의 일념으로 살아왔다.

그의 웃음과 해학, 거칠 것 없는 우스꽝스러운 몸짓은 자신의 과거를 감추기 위한 것들이었다.

그러나 이 자리는 가식을 부릴 필요가 없는 자리다.

식사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끝났다.

식사가 끝나자 오현경이 차를 내왔다.

그윽한 설향차(雪香茶)였다.

오현경은 찻잔을 받쳐 든 채 생글생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양사, 우리 조금 있다가 동정호에 가보지 않을 래요?”

양사는 미소 지으며 오현경을 바라보았다.

“안내해 줄 거야?”

오현경은 눈을 찡긋했다.

“공짜는 안돼요.”

“그럼?”

“호호…… 나중에 내 부탁 하나 들어주기, 어때요?”

“좋아.”

양사는 선뜻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그는 사군보의 옆구리를 툭 치며 말했다.

“친구도 같이 가지.”

오현경도 미소 지으며 거들었다.

“그렇게 하기로 해요. 가보시지 않았다면 사 공자님도 한 번 가 보세요. 경치가 아주 멋지니까요.”

사군보는 그들의 분위기에 자신도 모르게 이끌려 들었다.

“그렇게 하지요.”

그는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양사가 사군보를 향해 눈썹을 찡끗하며 말했다.

“나가지, 친구.”

그는 먼저 식탁에서 몸을 일으켰다.

사군보도 그를 뒤따라 일어났다.

그는 자신이 생각해도 이상할 정도로 양사에게 이끌려 다니는 것 같은 느낌을 어쩔 수 없었다.

사군보는 몰랐다.

자신이 강호의 은원을떠나 잠시 평하로운 일상을 즐기는 그 시각.

중원의 한 지역에서 엄청난 음모가 진행되고 있음을.

 

**

 

사마세가(司馬世家).

무림사대세가 가운데 한 곳이다.

바로 그곳에 묵혈겁이란 글이 써진 깃발이 꽂혔다.

그날 밤,

달도 없는 칠흑 같은 밤은 죽음과 공포, 전율의 지옥이었다.

탈명혈하!

그의 인간의 능력을 벗어난 악마의 손아래 사마세가의 당주 중 네 명이 죽었다.

그리고 50여 명의 사마세가 사람들이 몰살했다.

사마세가의 가주 진천도천(震天刀天) 사마운(司馬運)은 탈명혈하과의 싸움에서 한쪽 눈을 잃었다.

그는 대노했다.

진천도천 사마운은 대정맹에 주창했다.

그는 절대 살려두어서는 안될 악마라고!

대정맹은 당장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건 청허자와 제갈세가에서 사건의 진상을 확실하게 밝히자고 강하게 주창했기 때문이다.

결국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쥔 청허자와 제갈세가.

그들은 급히 강호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작은 호수다.

용호(龍湖)란 이름을 가진 호숫가에 우아하게 자리 잡은 팔각정.

영호윤은 용호정(龍湖亭) 앞에 서 있었다.

그 옆에는 21살 정도 되어 보이는 도도한 용모의 여인이 서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곽수채(郭壽彩).

강남 무한(武漢)에 자리 잡고 있는 곽가장(郭家莊)의 장중보옥(掌中寶玉).

콸콸한 성격은 매사 거침이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갖고 싶은 건 꼭 가져야 직성이 풀리는 그녀의 욕심은 하늘을 찌른다.

곽가장을 사대세가의 반열로 올리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 있는 여자.

그녀는 영호윤의 속내를 읽었으면서도 그녀는 도도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일이시죠?”

영호윤의 반응은 전혀 뜻밖이었다.

그녀 앞으로 바싹 다가서며 들뜬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할 말이 있어서 이렇게 따로 시간을 냈습니다.”

“우리 거래는 모두 끝났잖아요.”

“그렇지요. 난 곽 낭자의 의뢰를 받아 사마세가를 분탕질 시켜 놓았고, 곽 낭자는 그 대가를 충분히 주셨지요.”

“뭔가가 더 필요한가요? 액수가 부족하다면 더 드릴 수 있어요.”

“액수는 아닙니다.”

“솔직하지 못하군요, 탈명혈하 사군보님.”

비웃는 어조다.

그런데 지금 뭐라 했는가?

탈명혈하 사군보?

아닌데.

그는 도성 태극진인의 제자인 영호윤인데?

게다가 사도세가를 분탕질한 의뢰라니?

곽수채는 팔짱을 꼈다.

두 팔뚝에 눌린 젖가슴이 불룩하니 도드라졌다.

“난 당신의 힘이 필요했고, 당신은 군자금이 필요했어요. 우리는 서로 자신의 이득을 위해 일을 처리했지요. 사마세가의 힘을 약화시켜 그 자리를 차지하고 싶은 내 욕심과……백도 무림에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사마세가의 힘을 약화시켜 대정맹의 전력을 깎고 나아가 군림성의 활동자금을 만들려는 당신의 욕심이 맞물려 서로 좋은 결과를 가져왔으면 된 것 아닌가요? 탈명혈하.”

다시 거론되는 이름.

“물론 그렇습니다.”

“좋아요. 제가 금 100냥을 더 드리죠. 더 이상은 안 돼요.”

“그게 아니라니까요!”

“그럼 뭐예요? 우리 둘이 만나는 걸 누가 보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영호윤의 얼굴이 단호해졌다.

“솔직하게 말하겠습니다.”

“어서 말해요.”

“다……당신을 사랑합니다. 이 말을 하기 전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사람들의 말소리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곽 낭자의 모습만 보일 뿐이었습니다.”

“네에?!”

곽수채는 잠시 멍한 표정으로 영호윤을 바라보았다.

‘이자가 갑자기 정신이 돌았나? 사랑 타령이라니! 지가 언제 날 봤다고?’

하지만 영호윤의 표정은 너무나도 진지했다.

“물론 이런 내가 이상하겠지요. 압니다, 나도 이상하니까요.”

“……”

“그러나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내 마음을 억제하려 갖은 애를 써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것 같았고, 숨조차 쉬기 벅찼습니다.”

영호윤의 모습은 약간 초췌해 보였다.

그는 정말로 자신에게 사랑의 도움을 구하는 어린양처럼 측은하게 그녀의 눈에 비쳐졌다.

왜 그런 말을 꺼냈을까?

곽수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당신 정말 탈명혈하 사군보 맞아요?”

“네! 제가 사군봅니다.”

미쳤다.

이게 어찌 돌아가는 건가?

왜 영호윤은 사군보 행세를 하고 있는 것일까?

“허~.”

곽수채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영호윤, 아니 사군보라 믿고 있는 상대방을 주시했다.

‘이만하면 괜찮긴 한데……’

무공 뛰어나고!

군림성이라는 막강한 배경이 있다.

‘다만 한 가지 걸리는 건 그가 흑도인이란 건데……’

어찌 되었건 곽가장은 대정맹 소속이다.

더불어 그녀는 곽가장을 백도의 주축으로 성장시키고 싶어 한다.

그런 그녀가 흑도인을, 그것도 요즘 강호에 혈풍을 일으키고 있는 자를 사귄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만 버리기엔 아까운 패야.’

그녀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일단 옆에 두고 볼까? 우릴 대신할 칼로는 제 격이니.’

곽수채의 눈빛이 사그라졌다.

영호윤은 열정에 타오르는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날 미친놈이라 해도 좋고, 천하의 개잡놈이라 욕해도 좋아요. 그냥……지금은 곽 낭자를, 당신이란 여자를 알고 싶을 뿐. 진심으로 안고 싶습니다.”

“안고 싶다고요? 허~ 돌겠네!”

곽수채는 뒷목이 잡혔다.

‘뭐야 이거? 완전 돌직구에 무대포잖아?’

순수하다고까지 느껴질 정도다.

이런 자가 어떻게 혈풍을 자아내는 살인마가 되었지 할 정도다.

그녀의 뇌리 속으로 그동안 숱하게 보아온 남자들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남자를 사귐에 자유분방하다.

그녀는 남자를 이용할 줄도 안다.

그렇게 자신을 거쳐 간 수많은 남자 중 이런 남자는 처음이다.

그 누구도 이런 식으로 사랑을 구애하지 않았다.

어떻게 하던 자신에게 점수를 따려고 노력했지 이렇게 대놓고 말을 하는 남자는 없었다.

도도하게 한 번 튕겨도 보고 싶고, 허튼 소리 하지 말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생각과 다른 말이 입에서 새어나왔다.

“정말 어이가 없네요. 우리가 얼마나 알았다고 안고 싶다니? 내가 그렇게 헤프게 보였나요?”

“헤프게 보인 게 아닙니다.”

“그럼 뭔가요?”

“평생 아끼고 사랑하고 싶습니다. 그 누구에게도 빼앗기고 싶지 않은 강한 소유욕에 지금 이렇게 말을 하는 동안에도 제 가슴은 뛰고 피를 끓게 하는군요.”

“내가 그렇게 이뻐요?”

“아름다워요. 낭자를 처음 본 순간 머리에서 별이 쏟아졌습니다.”

“호호호……거짓말이라 해도 기분은 좋네요.”

“거짓말이 아닙니다. 사실……난 오래 전부터 낭자를 가슴에 품고 있었습니다.”

“우리 첫 만남은 열흘 전이었어요. 사 공자가 제 앞에 나타난 것은.”

“아닙니다. 작년입니다.”

“네?”

“작년 초봄……난 동정호에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낭자를 처음 보고 그때부터 몰래 짝사랑을 해 왔습니다.”

“작년 초봄? 동정호?”

무한과 동정호는 그리 먼 곳이 아니다.

그녀는 종종 동정호로 놀러 가기도 했다.

또 작년 초봄이면 사군보가 수룡왕 이만기를 도와 사해맹 선단을 개박살 내던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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