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하마제 15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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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86회 작성일소설 읽기 : 혈하마제 158화
혈하-第 158 章 누가 서신을 보냈나
사군보는 용사린로부터 종이를 받아 펼쳐보고는 안색이 크게 변했다.
종이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었던 것이다.
-삼화보를 대하교가 노린다.
삼화보(三花堡).
세 송이 아름다운 꽃이 있는 곳.
이는 악주쌍화와 그녀들의 큰언니이자 신녀방의 부방주인 백라선자 오현경을 일컫는 말이다.
사군보의 가슴은 큰 충격을 받은 듯 들끓었다.
그의 뇌리 속에 신녀방주와 소소의 얼굴이 교차되어 떠올랐다.
‘대하교에서 삼화보를 노리는 이유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둘 수는 없다.’
대체 누가 이런 편지를 전달해 준 것일까?
그 복면인은 대체 누구일까?
아직 강호는 대하교의 존재를 모른다.
몇몇 주요 인사들만이 쉬쉬하면서 상황을 지켜보는 입장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고급 정보를 알려주고, 사군보로 하여금 대하교의 행사를 막도록 유도하는 자.
정체가 모호하지만 알게 된 이상 이대로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사군보는 고개를 번쩍 들고 용사린에게 말했다.
“우리는 여기서 헤어져야겠다.”
“형님, 무슨 일 있어요?”
“나는 급히 가야할 곳이 있다.”
“같이 가면 안 될까요?”
“나 혼자 해결해야만 하는 것이다.”
용사린은 사군보의 눈이 활활 타오르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그 누구도 이미 그를 말릴 수 없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형님……”
“내가 일을 마친 후 남하할 것이니, 동정호에서 석 달 후 만나자.”
사군보는 단호히 말한 뒤 덧붙였다.
“영호윤을 만나게 되면 내 얘기도 전해주고.”
“형님.”
“미안! 이건 내 일이라서 아우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구나.”
휘익-!
사군보는 용사린이 뭐라 말할 틈도 주지 않고 신형을 날렸다.
“형님……”
용사린은 급히 쫓아갔다.
허나 이미 사군보의 종적은 찾을 수가 없었다.
용사린은 멍청해졌다.
그는 흑의복면인이 준 종이에 쓴 내용을 알지 못했다.
그러므로 사군보가 간 곳을 찾지 못했다.
용사린은 저물어 오는 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렇다. 어차피 형님이나 나난 목표는 하나다. 대하교를 쳐부수는 날 형님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용사린의 눈이 호기로 활활 타올랐다.
**
“그나저나 이상하게 배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군.”
사군보는 장강의 지류인 강변에 있었다.
그는 강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그 넓은 강에 배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강남으로 가려면 강을 건너 육로를 택하거나, 아니면 뱃길을 따라 내려가야 한다.
“이 큰 강에 배 한 척 보이지 않으니 너무도 이상하군…… 응?”
문득 그의 눈이 무언가를 발견한 듯 반짝였을 때였다.
“배다!”
저 멀리 한 척의 배가 강가에 정박해 있었기 때문이다.
“이보시오, 사공! 게 있소?”
그는 소리치며 배가 정박해 있는 강가로 갔다.
배는 족히 열 명이 탈 수 있을 정도다.
비바람을 막고,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나무 기둥에 기름을 먹인 천막을 씌워 선실을 만든 통선(通船)이다.
그러나 사공은 보이지 않았다.
족히 한 시진을 넘게 기다렸다.
하지만 사공은커녕 지나는 사람도, 지나는 배도 보이지 않았다.
버려진 배는 아니다.
나무를 깊이 강변에 박은 다음 배와 말뚝을 연결해 배가 떠내려가지 않도록 묶어 놓은 것을 보아 임자가 있는 배였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
마냥 기다리자니 언제 배 주인이 올지도 막막했다.
‘안되겠다. 시간이 촉박하다.’
결국 그는 궁여지책으로 스스로 배를 몰아 강을 건너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그냥 타고 나가자니 도둑질하는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
그는 우선 품에서 휴대용 필통을 꺼냈다.
그 안에서 작은 붓과 종이 대신 사용되는 지단(紙緞)을 빼내 배를 가져간다는 내용을 적었다.
그는 한 냥짜리 금원보(金圓寶)를 지단에 쌌다.
그 정도 금원보면 이런 통선 세 척을 사고도 남을 가격이다.
그는 금원보를 싼 지단을 나무 말뚝 밑에 끈으로 단단하게 매고는 배에 올랐다.
주인 몰래 배를 가져가는 것이 미안하지만 이렇게 함으로써 죄책감을 덜기 위함이다.
그는 삿대를 잡고 배를 저어 나갔다.
쏴아아아……
그가 강변을 떠나 강심으로 나아갈 때였다.
“사공! 강 좀 건넙시다.”
강 저 멀리서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군보가 고개를 돌려보았다.
강 건너에 일단의 무리들이 서서 그를 부르고 있었다.
‘보아하니 무림인들 같은데.’
아마도 그들은 사군보를 뱃사공으로 착각했나 보다.
그는 실소를 머금었으나 이내 배를 그들 쪽으로 몰았다.
자신도 배가 없어서 고생을 했다.
더욱이 자신을 부르는 이들의 목소리에서 다급함을 느껴졌다.
또한 그는 호기심이 일었던 것이다.
강가에 선 사람들은 하나같이 무기를 든 무림인들이었다.
백의 경장의 면사여인과, 그녀보다 약간 작은 체형을 지닌 청의 경장의 면사여인.
그리고 면사의 여인들을 호위하는 10명의 장한들.
이렇게 모두 12명이었다.
‘저들은 모두 일류 이상의 무공을 소유한 자들이다. 아마도 두 여인을 호위하는 자들인가 보군.’
언뜻 보아도 1갑자 이상의 내공을 지닌 일당백 무위의 고수들이었다.
그들은 은연중 두 명의 여인들을 호위하는 진형을 펼치고 있었다.
사군보의 시선이 그들에게 둘러싸인 면사를 한 여인들에게로 향했다.
그의 안광은 면사를 뚫어 보는 것이 가능했다.
두 여인의 얼굴을 확인한 그의 눈에 이채가 스쳤다.
‘대단한 미인들이다!’
여인들의 용모를 확인한 사군보는 그녀들의 미모가 보기 드문 미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오른쪽 백의 면사여인.
그녀의 용모는 가히 경국지색이라 할 만한 미모를 지니고 있었다.
좌측의 청의 면사여인.
그녀도 백의 면사여인에 그리 뒤지지 않는 미를 지니고 있었다.
단지 나이가 조금 어린 듯해 보였다.
나이 탓에 그 아름다움을 모두 발산하지는 못하고 있을 뿐, 앞으로 2, 3년 후라면 그녀의 미모도 백의 여인 못지않을 것이 분명했다.
‘언뜻 보아 자매들 같군.’
그의 생각대로 그녀들은 용모가 아주 비슷해 그녀들이 자매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사군보는 이내 시선을 거두고 조용히 배를 저어 그들에게로 갔다.
철썩, 철썩.
이윽고 강가에 배를 댔다.
“타시지요.”
“고마워요.”
“감사합니다.”
그들은 빠르게 배에 올라탔다.
동생인 듯한 청의 면사여인이 입을 열었다.
“사공! 강의 상류로 가 주세요. 대가는 후하게 줄 것이에요.”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옥이 구르는 듯 맑은 음성이었다.
“그러지요.”
사군보는 낮게 대답하고는 이내 배를 저어 상류로 거슬러 올라갔다.
쏴아……철썩. 철썩.
통선은 유유히 강물을 지쳤다.
문득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낀 사군보는 고개를 돌렸다.
청의 경장의 면사여인이 사군보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었다.
끝내 뭔가 호기심을 참지 못한 듯 그녀는 사군보의 옆에 와 물었다.
“진짜 사공 맞아요?”
“에?”
사군보는 다소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청의 경장의 면사 여인은 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당돌하게 또 다시 물었다.
“사공이 아닌 것 같아서 물었어요. 얼굴은 너무 잘 생겼고, 피부도 하얗고, 거기에 사공치고는 옷도 비싼 비단에 단정하고, 그리고 등에 맨 그 검은 검집만 봐도 보검 같은데, 사공 아니죠?”
사군보는 피식 웃었다.
그는 굳이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는지라 사실대로 얘기했다.
“사공이 아니고 악양으로 갈 일이 있어 잠시 배를 빌렸을 뿐입니다.”
“어머!”
갑자기 청의 경장의 면사여인이 호들갑을 떨었다.
“악양에 간다고요?”
“그렇소 만……”
“그럼 잘됐네요.”
청의 경장의 면사 여인은 박수를 쳤다.
“우리도 사실 악양을 가는 길이어요.”
“아, 그래요?”
“강을 건너 간 다음 육로를 택할지 아니면 뱃길을 택할지 결정할 생각이었는데 기왕 탄 배 악양까지 같이 가요. 비록 조금 비좁기는 하지만 이 정도 복잡한 것은 괜찮아요. 악양까지 배 삯을 알아줄게요. 그럼 그렇게 하는 거여요.”
완전 멋 대로다.
사군보는 승낙도 하지 않았는데 그녀는 자기가 주인인 양 행선지를 잡아 버렸다.
사군보는 어이가 없었지만 어차피 그가 가야할 곳도 악양이다.
‘혼자 여행을 하는 것보다는 같이 가는 것도 낫겠지.’
그는 피식 웃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럽시다. 그럼……”
“당연히 그래야지요.”
청의 경장 면사여인은 맑게 말하고는 그의 곁에 바싹 다가왔다.
그녀는 여전히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사군보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아직 어려서 그런지 경계심보다는 호기심이 더 컸고 궁금증을 참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사공, 아니지, 공자는 이곳 사람이 아니죠? 말투가 서북방의 방언이 섞여 있던데? 관외에서 왔나요?”
중원은 넓다.
자연 사는 방식도 다르고, 쓰는 말투도 다르다.
표준어를 사용한다 하지만 어쩔 수없이 섞여 나오는 것이 사투리, 즉, 방언이다.
사군보는 호기심 많은 그녀가 밉지 않았다.
꼭 여동생 같은 기분이었다.
“나는 산서 항산에서 왔습니다.”
“아! 항산!”
청의 면사여인은 놀란 목소리를 발했다.
“여행인가요?”
“천하를 유람하고, 견식을 넓히고자 중원에 왔는데 중원에 왔으면 당연 동정호를 구경해야 할 것이 아니오. 그래서 악양으로 가는 길이죠.”
“맞아요! 동정호는 정말 예쁘고 크고 멋있어요. 근데 항산도 좋은 것 같아요.”
“안 가본 모양이군요?”
“네, 말만 들었어요.”
“소저, 나중에라도 기회가 닿는다면 항산을 한 번 구경해 봐요. 중원의 다른 산과는 다른 기백을 느낄 겁니다.”
“꼭 가봐야겠군요.”
청의 경장의 면사여인은 야무지게 주먹까지 쥐었다.
둘은 그렇게 선미에 이런저런 얘기를 하였다.
촤아아……!
배는 빠른 속도로 강물을 타고 나아가고 있었다.
배는 하나의 협곡을 지나치고 있었다.
헌데 그때였다.
쾅! 콰쾅!
“꺄아악!”
요란한 굉음과 함께 사군보의 배 3장 앞에 커다란 물보라가 일어났다.
그 여파로 사군보의 배가 심하게 흔들렸다.
그것은 포탄(砲彈)으로 일어나는 포말(泡沫)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