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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하마제 150화

무료소설 혈하마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8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혈하마제 150화

혈하-第 150 章 태극진인의 제자

 

“……”

“100년 전 중원에는 검에 관한한 더 오를 것이 없어 하늘이라 불리던 분이 있었습니다. 그분 존함은 검천(劍天) 건곤검제(乾坤劍帝) 용륭(龍隆)이시지요.”

그는 용사린을 보며 말했다.

“용형은 필시 용 노선배의 후예일 것 같은데, 아닙니까?”

용사린은 놀란 듯 했다.

“맞습니다.”

영호윤은 눈썹을 기이하게 모았다.

“그렇다면 용형은 혹시 100년 전 무림에서 사라졌던 남해검문의 전인이십니까?”

용사린의 안색이 변했다.

뿐만 아니라 사군보도 놀랐다.

‘남해검문……’

용사린은 결심한 듯 물었다.

“당신의 말이 맞아요. 나는 바로 남해검문의 전인입니다.”

“아, 역시……”

영호윤은 감탄사를 연발했다.

 

-남해검문(南海劍門)!

 

강호에 숱한 검류가 있다 하나 기실 따지고 보면 그 뿌리는 모두 하나다.

모든 무공이 그러하듯 검도 역시 인의를 중심으로 한다.

죽이기 위함이 아닌 방어하기 위함이 그 우선인 것이다.

그러나 그 범례를 벗어난 검류가 있으니 바로 남해검문의 건곤삼식이다.

철저하게 죽이기 위해 펼쳐지는 살인검예.

하지만 결코 흑도의 검은 아니다.

한 사람의 악인을 개과천선시키느니 차라리 한 사람의 악인이라도 더 죽여 선량한 사람이 피해를 덜 보게 해야 진정한 의라 생각하는 다소 편협된 검법인 것이다.

그러면서도 상승검리를 지니고 있다.

100년 전.

남해검문의 위명을 크게 떨친 사람이 바로 당시 천하제일검이었던 검천이었다.

 

건곤검제(乾坤劍帝) 용륭(龍隆)!

 

현재까지 생존해 있는 불성 지불성승과 도성(道聖) 태극진인(太極眞人), 그리고 검천을 합해 무림삼천(武林三天)이라 칭했다.

물론, 지금은 세월이 흘러 불성, 도성을 비롯해 유성(儒聖) 만해대학사, 뇌성(雷聖) 국제강, 옥성(玉聖) 소수성모(素手聖母) 등, 이들 다섯 사람을 백천오성(白天五聖)이라 하지만 분명 검천 건곤검제는 100년 전 강호제일의 검수였다.

그러나 100년 전 야망을 불태우며 대륙에 상륙한 사해맹이 가장 먼저 한 일이 바로 남해검문을 치는 일이었다.

대륙정복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함이었다.

그 전투로 인해 검천 건곤검제와 남해검문은 강호에서 사라졌다.

그랬는데 용사린이 남해검문의 후예라니……

용사린의 눈빛은 이때 예리하게 번쩍했다.

그의 마음은 이때 의심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는 문득 딱딱하게 물었다.

“헌데 이 모든 것을 다 아는 당신의 정체는 뭐지요?”

영호윤은 돌연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하…… 불초 역시 여러분과 무관하다고는 할 수 없군요.”

“……”

“……”

“불초의 무공은 도성 태극진인께서 사사해 주셨습니다.”

“음……”

“아……”

사군보와 용사린은 비로소 고개를 끄덕였다.

도성 태극진인-

100년 전에는 불성 지불성승과 검천 건곤검제와 더불어 백도 무림을 좌지우지 하더니 100년이 지난 당금에 있어선 후배들인 뇌성, 옥성, 유성과 함께 백도 무림을 이끄는 살아있는 신화.

소림과 더불어 태산북두라 칭하는 무당파의 최고배분자다.

영호윤이 태극진인의 전인이라니……

실로 뜻밖이었다.

그러나 왠지 사군보와 영호윤 사이엔 눈에 보이지 않는 암류가 흘렀다.

이를 눈치 챘는지 영호윤이 뒷머리를 긁적였다.

“허허허…… 난 강호 소문 따위는 믿지 않습니다. 사 형이 군림성의 성주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떠돌지만……글쎄……난 대정맹의 늙은이 말들이 영 마음에 걸려서……사형, 너무 경계하지는 마시지요.”

“……”

사군보는 말이 없었다.

용사린은 달랐다.

“늙은이들이라면 구파의 장문인들 말입니까?”

“아……아니, 소림과 무당을 뺀 칠대문파와 몇몇 방파의 장문인들이 사 형을……큼! 큼! 허허……이거 요상하구먼……사 형을 척살제일호로 내세우는 바람에……허허허……그만 합시다. 군림성과 대정맹이 서로 아웅다웅거리든 말든 우리야 아직 젊은 나이 아닙니까.”

영호윤은 사군보와 용사린을 번갈아 보았다.

“시끄러운 강호다 보니 별의별 말이 다 떠도는 법. 오늘은 그딴 것에 신경 쓰지 말고……자, 어떻습니까? 내가 한 잔 사리다.”

“……”

“……”

사군보와 용사린은 의외로 호방한 영호윤의 기질에 할 말들을 잃었다.

 

이윽고, 세 사람은 어느덧 서로 친밀감을 느끼게 되었다.

그들은 나이가 비슷한 젊은이로서 시간이 조금 흐르자 서로 의기가 투합 하는 것을 느꼈다.

세 사람은 단시간 내에 오래 사귄 친구와 같은 사이가 되었다.

그들은 함께 길을 떠났다.

그들의 방향은 같았다.

사군보와 같이 용사린도, 영호윤도 사해맹의 만행을 보다 못해 길을 나섰던 것이다.

기이하게도 그들 세 사람은 뜻이 통했다.

그러나……

 

**

 

객점의 방안.

황촉이 일렁이는 가운데 탁자에는 술과 안주가 차려져 있었다.

탁자에는 세 젊은이가 둘러앉아 있었다.

그들은 사군보와 용사린, 영호윤이었다.

그들은 밤을 그대로 보내기가 섭섭해 술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이미 대여섯 병의 여아홍이 바닥났다.

영호윤은 거나하게 취한 듯 연신 호탕하게 웃어 제쳤다.

사군보는 이따금 담담히 웃을 뿐이었다.

실상 그는 지난 반년 동안 심신수양이 이루어져 항상 마음이 평정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영호윤이 문득 물었다.

“사 형, 내가 한 가지 물어볼 것이 있는데 감히 운을 떼도 좋은지 모르겠군요.”

사군보는 술잔을 내리며 담담히 말했다.

“서슴지 말고 물어봐요.”

영호윤은 문득 정색을 짓더니 물었다.

“사 형의 미간에는 언제나 짙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는 것 같은데 혹시 큰 근심이 있는 거요?”

그 말에 용사린도 술잔을 탁 내려놓으며 말했다.

“소제도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형님에게 무슨 말 못할 걱정이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

사군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실 그의 얼굴은 다소 어두워졌다.

영호윤은 그의 잔에 술을 따르며 진지하게 말했다.

“우리가 서로의 마음을 믿는다면 서로의 근심을 나누어 가지는 것이 도리가 아니겠소? 무슨 근심인지 듣고 싶군요.”

“……”

사군보는 눈길을 내리깔았다.

그의 가슴 깊은 곳에 싸인 침중한 의식은 제마오세에 얽힌 일대비사와 대하교,  그리고 백련교 탓이었다.

하나 이들에게 함부로 말할 성질의 것이 아니지 않는가.

그래서 그의 미간에는 언제나 그늘이 사라질 줄을 모르는 것이었다.

사군보는 담담히 웃음을 보이며 그들의 말을 일축했다.

“누구에게나 말 못할 사정이 있는 법 아니요.”

용사린과 영호윤은 그 말에 더 이상 묻지 못했다.

사군보는 생각난 듯 용사린에게 물었다.

“참, 용제는 남해검문의 전인이니 이번 길은 필시 사해맹과의 묵은 빚을 청산하기 위함이 아니냐?”

용사린은 그 말에 두 눈이 번쩍 빛나며 살기 띤 음성으로 말했다.

“그렇습니다. 내가 강호에 나온 이유는 사해맹을 부수기 위함이 목적입니다.”

사군보는 내심 중얼거렸다.

‘용제는 사해맹에 대한 원한이 깊다. 하긴 100년 전 남해검문과 사해맹은 불공대천지간이 되었으니 허나 사해맹은……’

사군보는 무엇인가 깊이 생각에 잠겼다.

“하하…… 대정맹에서도 사해맹의 흉마들을 건드리지 못하는데 용형이 단신으로 사해맹을 쳐부수겠다니, 그 호기는 무림이 놀랄 일이야.”

“사해맹은 내 검 아래 고혼이 될 겁니다.”

용사린의 말은 자신과 살기에 차 있었다.

영호윤은 술잔을 들어 올리며 호탕하게 말했다.

“하하하, 우리 세 사람은 사해맹을 부수러 가는 같은 목적을 지니고 있어요. 멋진 협행을 후세에 남기게 될 겁니다. 자, 건배합시다.”

“하하하……”

“……”

밤이 깊었다.

 

**

 

무이산(武夷山).

무이산은 무르익은 봄기운으로 푸른 녹음을 발산하고 있다.

무이산의 절경은 빼놓을 수 없는 강남명승의 하나였다.

허나 마음이 바쁜 사람은 절경조차 눈에 들어오지 않는 법이다.

남해검문의 후예인 광룡비검 용사린은 동쪽으로 갈수록 더욱 살기가 짙어졌다.

그는 사해맹의 고수들을 만나 한 맺힌 검을 날릴 생각에 무이산도 단숨에 넘고자 했다.

사군보와 영호윤은 용사린의 마음을 알기에 무이산의 지름길을 택했다.

 

하늘은 편운이 점점이 흩어져 있을 뿐 화사하게 밝았다.

세 사람은 행운유수와 같은 신법으로 몸을 날렸다.

헌데 이때,

“크아악-”

외마디 처절한 비명이 정적을 깨뜨리고 말았다.

세 사람은 흠칫 놀라며 일제히 신형을 멈추었다.

사군보는 예리하게 주위를 둘러보다가 말했다.

“북동쪽 10리 밖.”

그 말에 영호윤과 용사린은 움찔했다.

그들은 사군보의 내공이 생각보다 더 깊다는 것에 놀란 것이다.

용사린이 곧 고개를 흔들었다.

“또 무림인들끼리 싸우는 모양이군.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지 말고 우리 길이니 갑시다.”

사군보는 낭랑하게 말했다.

“아니, 이곳부터 사해맹의 장악지역이니 어쩌면 그들의 무리가 만행을 저지르고 있을지 모르는 일, 가보는 게 낫겠군.”

영호윤도 고개를 끄덕였다.

“동감입니다. 어서 가봅시다.”

용사린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어쩔 수 없네요.”

휙!

세 사람은 즉시 비명소리가 들린 북동쪽으로 방향을 잡고 날아갔다.

 

**

 

풀밭 위에 생사를 건 혈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30여 명의 장한들이 가운데 네 명을 포위하고 집중 공격하고 있었다.

이미 바닥에는 10여 구의 시체가 나뒹굴고 있었다.

주위는 온통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포위된 네 인물들도 모두 오랜 혈투로 인해 옷자락이 찢어지고 전신이 온통 피투성이였다.

그들은 세 명의 중년인과 한 명의 칠순 가량 된 노인이었다.

그들은 모두 도를 쓰고 있었다.

그들의 도법이 놀랄 만큼 정묘해 30명의 합공 속에서도 버텨내고 있었다.

특히 금의를 입고 있는 노인의 도법은 무척 뛰어났다.

그가 도기를 폭사할 때마다 어김없이 피가 튀고 장한들이 거꾸러졌다.

그러나 워낙 많은 진기를 소모한 듯 그의 움직임은 힘이 들어 보였다.

 

한편,

전권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는 네 명의 인물들이 싸움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중 두 명은 나란히 서 있었는데 각기 중년의 남녀였다.

중년인은 제법 청수한 용모였고, 여인은 요염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똑같은 복장을 입고 있었다.

각기 가슴에 일(日)과 월(月)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또 한 사람은 머리카락이 시뻘건 곤룡포를 입은 자다.

그는 눈도 시뻘겠으며 표정에도 음산한 살기가 풍겼다.

또 한 명은 전신에 흑의를 입은 50세가량 된 인물이었다.

그는 두 눈이 움푹 들어가 섬뜩한 인상을 주었다.

입술은 종잇장같이 얇고 콧날 또한 예리하여 잔혹한 인물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또한 몸은 깡말랐으며 그는 수중에 손가락 굵기의 다섯 자 가량 되는 긴 검을 들고 있었다.

이들은 장내의 혈전을 흥미 있게 바라보고 있었다.

 

차차창-!

우르르릉……꽈앙-!

“으악!”

“캑!”

장내의 혈전은 갈수록 치열해지기만 했다.

장한들의 무공은 보통이 아니었다.

그들은 일종의 진법에 따라 차륜진으로 공격하고 있어 포위된 네 명은 시간이 흐를수록 진기가 현저히 떨어져 허덕였다.

이때 혈전을 구경하던 가슴에 월자가 새겨진 중년여인이 교소를 터뜨렸다.

“호호호…… 무적일도 총진명! 이제 일도장(一刀莊)은 모두 죽고 너희들만 남았다. 순순히 굴복하는 것이 어떠냐?”

도광을 폭사하며 두 명의 장한을 튕겨낸 칠순의 노인은 노성을 질렀다.

“닥쳐라, 요부! 노부가 이까짓 놈들을 두려워할 줄 알았더냐? 어림없는 소리다.”

일(日)자가 새겨진 중년인이 음침한 웃음을 터뜨렸다.

“총진명, 네놈은 이미 내 마마강기(魔魔剛氣)에 격중 됐다. 계속 그렇게 버티다가는 내공이 고갈되어 스스로 피를 토하고 죽을 것이다.”

포위공격을 당하는 노인은 바로 강남 무림에서 영명을 떨치는 일도장의 장문인 총진명이었다.

 

무적일도(無敵一刀) 총진명(總陳明)!

 

한 자루 무적도(無敵刀)로 평생을 무림을 위해 노력해온 노고수.

백도무림인이라 해도 위선자나 배덕자는 가차 없이 베어버리는 철혈남아다.

특히 당금에 이르러선 남해를 장악한 사해맹에 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온 노영웅이었다.

그런 그가 궁지에 몰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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