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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하마제 149화

무료소설 혈하마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4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혈하마제 149화

혈하-第 149 章 광룡비검 용사린

 

“형님도 검을 쓰시는군요.”

사군보는 고소를 지으며 말했다.

“쓸모없는 검일뿐이네.”

용사린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형님, 형님이 쓸모없는 검을 지니고 다니신다면 소제는 아예 푸줏간에서 고기나 썰겠습니다. 그런 말씀 마십시오.”

용사린은 명왕검과 사군보의 기도가 예사롭지 않음을 한 눈에 본 것이다.

사군보는 단지 너털웃음만 지었다.

두 사람은 계속 대화를 나누며 술잔을 주고받았다.

그들은 얘기를 나눌수록 서로 의기가 상통하는 것을 느꼈다.

용사린은 대화를 나눌수록 사군보의 박학다식함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는 점차 사군보에게 마음이 이끌리는 듯 했다.

그는 눈을 크게 뜨며 감탄한 듯 말했다.

“정말 놀랍습니다. 저도 약간은 학문을 익혔으나 형님과 비교하면 마치 보름달과 반딧불을 비유하는 것 같습니다.”

사군보는 담담히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인가? 학문이란 꼭 책을 읽는 것만으로 터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네.”

“허긴 책으로 배운 것과 실생활은 많은 차이가 있더라고요.”

“그렇지. 책으로 인품을 배울 수도 없고, 책으로 세상을 읽을 수는 없지.”

사군보는 싱긋 웃었다.

그의 웃음에는 많은 인생을 달관한 것 같은 깊은 의미가 담겨있었다.

“형님은 꼭 수 백 년을 산 노인네 같아요.”

“예끼! 이 사람 보게.”

“저 봐, 말투도 완전 영감이야.”

“허~”

“농담입니다. 후훗.”

타용사린은 술잔을 들어 단숨에 마신 뒤 입을 열었다.

“형님, 저의 부친께서는 평생을 오직 검에만 바치신 분입니다.”

“……”

“검을 사랑한 나머지 아내와 자식까지 버리실 정도로 아버님은 검의 길을 가겼습니다.”

부친의 말을 하는 용사린의 얼굴은 어두웠다.

사군보는 용사린의 얼굴과 말 속에서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아픔이 있음을 알았다.

‘무슨 사연이 있는 게 분명하다. 그러나 남의 사생활을 묻는 것은 큰 실례일 수 있다.’

용사린은 술을 한잔 들이키고는 돌연 빛나는 눈으로 사군보를 바라보았다.

조금 전까지 어두웠던 기색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형님, 외람된 부탁이오나……형님의 기도를 보자 도저히 참을 수가 없습니다.”

“뭘 말이지?”

“형님, 소제와 한번 비검 해 주시지 않겠습니까?”

“비검!”

“네, 형님과 한번 겨뤄 보고 싶습니다.”

“난 검을 안 쓰네.”

“에이~ 형님 기도가 보통이 아닌데 무슨 말씀을.”

“정말 난 검을 쓰지 않는다네. 이 검은……흠……그냥 갖고 다니는 거라니까.”

“그 말은 검에 대한 모독입니다.”

“그렇게 들렸다면 미안하네. 하지만 정말이야.”

“아~ 이럼 안 되는데……한 번 겨뤄봐 줘요.”

“혹시 자네……”

문득 사군보는 요즘 강호를 떠들석하게 하는 한 사람의 기행을 떠올렸다.

“이제 보니 아우가 광룡비검이었군.”

“헤헤헤…… 부끄럽습니다.”

사군보는 감탄했다.

 

광룡비검(狂龍比劍)!

 

검에 미친 자.

강호에 출도한지는 얼마 되지는 않지만 그의 명성은 이미 강호에 널리 알려져 잇다.

검의 제일인자에 도전하는 미친 룡.

그는 강호의 유명검수들을 찾아다니며 비검(比劍)을 요청했고 모두 이겼다.

그가 상대한 자 가운데에는 이름 석 자만 대도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는 검의 달인들도 더러 있었다.

검을 찬 강호인만 보면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비검을 하는 자.

그가 바로 광룡비검인 것이다.

사군보는 용사린이 또 버릇이 발동했다고 생각했다.

‘후후후……검만 보면 기필코 비검을 해야 직성이 풀린다는 소문이 거짓이 아니었군. 용제를 본 순간 한 자루 날이 선 검 같다는 느낌이 오더니만……그와 한번 비검을 해봐……’

호승심(好勝心).

무도를 걷는 무림인이라면 누구나 갖는 호승심이 이 순간 사군보의 가슴에서 용솟고 있었다.

 

**

 

너른 초지다.

푸릇푸릇 새싹이 돋은 초지 위에 두 사람이 마주섰다.

부는 봄바람에 옷자락을 날리며 선 두 사람의 표정은 사뭇 무거웠다.

스르릉……

용사린이 말없이 검을 뽑았다.

그의 검은 특이했다.

검날과 검신은 물론 검병까지 온통 검은 색 일색이었다.

고요히 검을 빼든 용사린의 자세는 한 점의 허점도 보이지 않는 완벽, 그 자체였다.

사군보는 조용히 선채 염두를 굴렸다.

‘용제의 검공은 이미 검에 있어서 최고봉이라는 심검지경까지 이른 게 분명하다. 그가 검으로 승부를 결하려는 이상 나 역시 다른 무공을 쓰고 싶지 않다.’

검은 처음인데.

정말이다.

배우기는 했지만 마음먹고 검을 제대로 펼치는 것은 처음인 그였다.

그렇다고 쉽게 질수는 없었다.

츠츳-

사군보는 서서히 명왕검의 끝을 이동시켰다.

‘수라무상검법……이걸 이렇게 펼치게 될 줄이야.’

수라무상검법(修羅無上劍法).

선친인 묵혈대제 사악이 즐겨 사용하던 검법이다.

묵혈대제 사악은 혈정신공(血霆神功)을 기본 바탕으로 한 무공을 사용해 왔다.

장법으로는 천붕장(天崩掌).

수공으로는 지옥인(地獄印)이 있다.

묵혈사령신공을 익히는 관계로 혈정신공을 배우지 않은 사군보지만 천붕장, 지옥인, 수라무상검법의 구결과 투로는 이미 익히고 있는 그다.

이 모든 건 삼뇌마자 막여천을 통해 익혔다.

걸어 다니는 무공비서라는 말처럼 막여천은 수많은 무공구결을 외우고 있었다.

묵혈대제 사악은 종종 막여천과 함께 무학적 토론을 자주 했기 때문에 막여천이 묵혈대제의 무공을 낱낱이 알고 있었던 것이다.

슥.

사군보는 수라무상검법의 기수식을 취했다.

그의 검은 비스듬히 중단부를 겨누고 왼손은 검 결을 쥔 채 상단부를 가리켰다.

“……”

용사린의 안색은 대변했다.

그는 갑자기 상대방이 태산이라도 된 듯 거대한 위압감으로 자신을 짓눌러 오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특히 사군보의 검은 커다랗게 부풀어 오른 듯 해서 금세라도 산 하나쯤은 일 검에 벨 수 있을 것 같았다.

뿐만 아니다.

사군보가 왼손으로 쥐고 있는 검결은 자신의 모든 혈맥을 꼼짝할 수 없게 움켜쥐고 있는 것 같았다.

‘과연……’

용사린은 왠지 모를 감동의 물결이 자신을 휩쓰는 것을 느꼈다.

그는 검만의 인생을 살도록 운명 지어진 인물이었다.

그는 15년을 암흑의 동굴 속에서 오로지 검만을 미친 듯이 휘두르며 살아왔다.

그는 의식과 행동, 몸 자체가 곧 검이어야만 했다.

그러나 그가 강호에 나온 후, 그는 한 번도 적수다운 적수를 만나지 못했다.

그리하여 항상 그는 외로움을 느껴야했다.

한데 이제 드디어 참다운 적수다운 적수를 만난 것이다.

감동의 물결이 지난 후 용사린은 내심 날카롭게 부르짖었다.

“건곤혈비(乾坤血飛)!”

그의 검 끝이 섬광처럼 위치를 이동했다.

쌔애애액-!

‘윽!’

사군보는 내심 비명을 질렀다.

그는 자신의 중문이 열리며 날카로운 검기가 심장을 뚫고 들어오는 것을 느끼며 안색이 변했다.

‘대단하다……’

사군보는 물 흐르듯 하는 신법으로 좌로 움직였다.

귀원만겁신법이다.

그 순간 그의 검은 자세는 급변했다.

수라무상검법의 제1식인 수라도하(修羅渡河)였다.

파파파팟-!

휴류류륭……휘우우우웅……!

두 사람 사이에서 귀청이 찢어질 것 같은 파열음이 울렸다.

동시에 무수한 검의 불꽃이 작렬했다.

놀랍게도 주위 7, 8장 여의 공간은 회오리에 휩쓸리고 말았다.

나무, 바위, 할 것 없이 산산조각이 나 날아갔다.

거대한 검의 폭풍이 불었다.

폭풍에 두 사람의 신형은 파도를 가르는 바위의 일각처럼 꼿꼿했다.

용사린의 손목이 부르르 새로운 힘으로 떨었다.

그는 급히 생각을 던졌다.

‘건곤일식으로 안되겠다. 건곤혈란(乾坤血亂)!’

번쩍!

그의 검에서는 무지개빛 검기가 어지럽게 수십 갈래의 그물을 그렸다.

사군보는 즉시 수라무상검법의 2식인 수라무원(修羅無元)을 전개했다.

명왕검 끝에서 안개가 흘렀다.

쏴아아아-!

무형의 엄청난 강기의 소용돌이가 두 사람을 휩쓸었다.

펄럭-! 펄럭!

사군보와 용사린의 장삼은 찢어질 듯 펄럭였다.

검의 최첨단의 경지에 다다른 두 절대고수의 대결은 너무도 극점을 이루고 있었다.

만약 그 어떤 고수일지라도 그들 사이에 끼어든다면 그때는 형체도 없이 갈기갈기 찢겨 사라지고 말 것이다.

용사린의 얼굴은 온통 흥분으로 붉게 달아올랐다.

‘건곤이식으로도 안되겠다. 그렇다면……’

용사린은 망설였다.

그의 머릿속에는 문득 부친의 말이 떠올랐다.

 

-제3초 건곤파천황(乾坤破天荒)은 절대 함부로 사용하지 마라.

상대가 극악무도하거나 네가 죽음에 이르기 전에는 절대 사용하지 마라.

건곤파천황은 천하에서 가장 잔혹한 검법이다.

 

용사린은 호승지심이 일어났다.

‘최소한 크게 다칠지언정 죽지는 않을 것이다.’

용사린은 돌연 왼발을 앞으로 내밀며 검을 가슴으로 끌어당겼다.

그의 눈에서 번개 같은 광망이 쏟아져 나왔다.

파파파팟-!

헌데 바로 이때다.

사군보가 뒤로 물러서며 외치는 것이 아닌가.

“용제, 그만 두세……”

용사린은 자세가 크게 흐트러졌다.

“아니, 왜?”

사군보는 명왕검을 거두었다.

그는 빙그레 웃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자네나 나나 마음속에 모두 호승지심을 가지고 있네. 아무도 지려하지 않을 것이네.”

“……”

사군보는 낭랑하게 말했다.

“자네가 이번에 전개하려는 검식은 보지 않아도 극히 무서운 것임을 알 수 있네. 허나 나 역시지지 않으려면 그와 맞먹는 검초를 펼치게 될 것이네. 그렇다면 결과는 어찌 되겠는가?”

“……”

용사린의 표정이 변했다.

“그 결과는 극히 명약관화한 일이네. 자네나 나, 둘 중 한명은 크게 다치거나 죽을 것이네. 꼭 그런 결과를 봐야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사군보의 말에 용사린은 얼굴이 온통 붉어졌다.

그는 즉시 검을 천으로 감쌌다.

이어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부끄럽습니다. 형님, 소제가 철없이 호승심만 앞서서……”

사군보는 단지 빙그레 웃을 뿐이었다.

용사린은 문득 탄식하며 말했다.

“아무래도 소제는 형님을 따라가려면 먼 것 같습니다.”

사군보는 낭랑하게 웃으며 그의 어깨를 쳤다.

“하하하…… 용제답지 않은 말을 하는군. 자네의 무공은 이 우형 역시 평생 처음 보는 것이었네.”

“별 말씀을……”

용사린은 겸손의 말을 하며 싱긋이 웃었다.

헌데 바로 이때 어디선가 낭랑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하하하…… 두 분의 무예는 실로 막상막하군요. 실로 보는 불초의 마음은 온통 감탄과 존경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

사군보와 용사린은 깜짝 놀랐다.

“누구요?”

용사린의 외침에 한 고송위에서 한 명의 청년이 마치 깃털이 떨어지듯 가볍게 내려왔다.

그는 25세 가랑의 극히 준수한 용모에, 일신에는 화복을 걸쳤다.

눈썹이 진하고 눈빛이 이글거렸다.

우뚝 선 콧날과 굳은 입술은 진정 감탄할만한 용자(勇者)의 기질을 갖춘 미남이었다.

화복청년은 포권 했다.

“두 분의 결투를 숨어서 본 것을 용서바랍니다. 허나 결코 고의는 아니었습니다.”

사군보는 안색이 약간 굳어졌다.

‘내 청력은 10리 밖에서 낙엽이 떨어지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헌데 저자가 불과 10장 밖의 나무에 숨어 있었는데도 기척을 느낄 수가 없었다니……’

화복청년은 자기소개를 했다.

“불초는 영호윤(令狐尹)이라 합니다. 다시 한 번 두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

영호윤의 절제된 행동 속에는 어딘가 모르게 음침한 구석이 엿보였다.

사군보는 곧 가볍게 웃으며 담담히 말했다.

“영호 형의 기척을 듣지 못한 우리에게 오히려 영호 형의 출현은 부끄러움을 주는 구료. 그렇게 미안해 할 필요는 없습니다.”

영호윤은 눈에 기이한 빛을 스치며 물었다.

“실례지만 두 분의 성함은 어찌 되십니까?”

사군보는 나직이 입을 열었다.

“사군보.”

영호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 이거 큰 실례를 했습니다. 이제 보니 군림성의 성주님이셨군요. 이거 몰라 뵙습니다.”

“……”

사군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분 형씨는?”

영호윤은 용사린을 향했다.

용사린은 무뚝뚝하게 말했다.

“나는 용사린이라 합니다.”

영호윤은 오, 하고 탄성을 발했다.

“혹시 요즘 한 자루 검으로 무림의 검법 명가만을 찾아다니며 결투를 신청하는 이 아니십니까?”

용사린은 간단히 말했다.

“바로 접니다.”

영호윤은 눈썹을 치켜 올렸다.

“정말 큰 인연입니다. 이런 곳에서 두 분 같은 영웅을 만나다니 정말 불초의 영광입니다.”

그는 문득 무엇이 생각난 듯 말했다.

“참, 용형의 무공을 보니 생각나는 것이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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