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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호위 2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9,55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적호위 2화

장천운은 씻고 나서 간단히 식사를 한 후 집을 나섰다.

“음식은 꼭 데워서 드세요. 또 소화가 안 되어서 배 아프다고 하시지 말고요.”

“알았다.”

요리를 할 때 이인 분을 만들어서 남겨 놓는다. 그럼 무 노인이 알아서 먹었다.

맛이 없다고 투정 부린 적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

“그럼 다녀올게요.”

“조심해. 칼은 눈이 없으니까.”

“제가 뭐 어린애인 줄 아세요? 제 걱정 마시고 할아버지나 멀리 가서 길 잃지 말아요.”

“나도 애 아니야. 이 근처 길은 다 안다.”

“쳇, 그런 분이 저번에는 한 시진이나 길을 헤매다가 밤이 다 되어서 오셨어요?”

사실 그 일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그러나 무 노인은 아무 변명도 하지 않았다. 모르는 게 나았으니까.

“쓸데없는 소리 말고 일 끝나면 바로 들어 와.”

무 노인은 툭 쏘아붙이고 돌아섰다.

왠지 몰라도 느낌이 좋지 않았다.

폭풍우가 몰려들기 전날 같은 기분이랄까?

 

“무뚝뚝한 분이 오늘은 웬일이셔? 나를 다 염려해주시고.”

고개를 갸웃거린 장천운은 일터인 흑월루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집에서 흑월루까지 가는 길은 제법 멀었다. 다리를 세 개나 건너야 했고, 오물이 가득한 뒷골목을 오 리는 지나야 했다.

하층 빈민이 사는 뒷골목은 미로처럼 엉켜있었다. 그 길이 그 길 같아서 잠깐 정신을 팔면 샛길로 빠져서 한참을 헤매야 했다.

게다가 성질 고약한 동네 건달들이 곳곳에 진을 치고 있었다.

그 때문에 이 년 전 처음 흑월루에서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그곳까지 가는데 애를 먹곤 했었다.

지금이야 무사통과지만.

“오빠, 지금 일 나가는 거야?”

통나무로 만든 나무다리를 건너가는데 물가에서 빨래를 하던 소녀가 그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강씨네 딸인 향이였다. 이제 열세 살로, 내년부터 홍화루에서 일하기로 정해져 있었다.

물론 기녀가 되기로 한 것이다.

그 대가로 강씨의 약값을 일 년째 미리 받았는데, 얼굴은 조금 딸려도 몸매가 좋아서 제법 많은 선불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나마 향이는 다른 애들에 비해서 나은 편이었다.

얼굴도 몸매도 안 되는 계집애들은 하녀로 들어가야 했다. 당연히 선불도 쥐꼬리만큼 받아야 했고.

“그래. 아버지는 좀 어때?”

“여전하지 뭐. 매일 당장 죽었으면 좋겠다고만 하셔.”

“그 말씀하신 지 벌써 일 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그러셔?”

“이제 입에 붙으셨다니까.”

“강씨 아저씨가 빨리 나으셔야 네가 고생을 덜 할 텐데.”

“나야 오빠만 믿어야지. 헤헤헤헤.”

“내가 무슨 힘이 있어?”

“종이에게 들으니까 요즘 잘 나간다던데? 그럼 이삼 년 안에 조장 될 거 아냐?”

“그런 소리 마라. 요즘 죽겠다.”

“죽는 소리 그만하고, 내년에 나 홍화루에 가면 오빠가 머리 올려줘.”

“뭐? 이 자식이!”

“그럼 다른 놈팽이에게 맡길 거야? 난 싫어. 오빠 아니면 혀 콱 깨물고 죽어버릴래.”

“저게 말하는 것하고는. 야, 인마. 기녀가 된다고 바로 머리 올리는 줄 알아? 이삼 년 동안 이것저것 배운 다음에 올리는 거야. 그러니까 그 동안 성질 괜찮고 돈 많은 놈 하나 잘 물어 봐.”

“싫어. 난 무조건 오빠야. 이 년 전 물에 떠내려가던 걸 구해줬을 때 이미 결정된 일이라구.”

“어휴, 저게 정말……. 나 갈란다. 엉뚱한 생각하지 말고 아버지나 잘 모셔.”

“수고해, 오빠! 나중에 많이 배워서 오빠 즐겁게 해줄게!”

“으이그! 말세다, 말세. 저 쪼끄만 한 게 뭘 안다고…….”

고개를 설레설레 저은 장천운은 걸음을 빨리 했다.

 

무창의 홍등가 중에서도 가장 후미진 곳이 바로 홍구로(紅九路)다.

홍구로의 기루는 지은 지 오래 되어서 무척이나 낡고, 금방 쓰러질 것처럼 위태위태했다.

거기다 부서질 때마다 땜질하듯이 보수를 한 바람에 낮에 보면 누더기가 따로 없었다.

그래도 밤이 되면 화려한 불빛이 상처를 감춰주었다.

술에 취한 작자들이야 술과 여자만 찾을 뿐, 건물이 무너지는 것은 신경도 쓰지 않았지만.

대신 홍구로는 술값이 싸고 화대도 쌌다. 그 덕에 밤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대부분 가진 돈은 적은데 여자를 품고 싶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세상에 대한 불만을 술과 여자로 풀었다. 그것으로도 만족 못하는 작자들은 자기들끼리 싸웠고.

그러다 보니 말썽이 많이 생겼다.

술 처먹고 돈 못준다는 놈, 술값 속였다고 떼쓰는 놈, 싸우다가 죽는 놈 등등.

기루에서는 뒤처리 해줄 사람이 필요했다.

힘도 좀 있고, 인상도 좀 쓸 만하고, 필요할 때는 성질도 부릴 줄 아는 건달들이.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흑월회다.

그리고 그 흑월회의 본거지인 흑월루는 홍구로의 끝에 있었다.

 

흑월루의 문턱을 넘어선 장천운은 좌우를 둘러보았다. 오늘따라 흑월루의 분위기가 이상했다.

뭐랄까, 초조하다고나 할까? 아니면 겁에 질린 얼굴?

그랬다. 안에서 오가는 사람들의 표정이 모두 굳어 있었다. 특히 흑월회 사람들의 얼굴이.

홍구로를 지나올 때부터 느낌이 이상하더니, 아무래도 무슨 사달이 난 모양이다.

“어? 천운이 왔냐?”

마침 주루 안에서 나오던 청년 하나가 장천운을 발견하고 아는 척했다.

장천운은 즉시 절도 있게 포권을 취했다.

“나오셨습니까, 추 대주님!”

이름은 추소철. 나이는 스물다섯. 흑월회주 휘하의 다섯 소두목 가운데 하나로 흑살대(黑殺隊) 대주였다.

얼굴은 곱상하게 생겼는데, 그 얼굴만 믿었다가 가슴에 구멍 난 놈이 손발을 다 합쳐도 모자랄 정도였다.

“너 잘 왔다. 나 좀 따라와라. 시킬 일이 있으니까.”

추소철이 장천운을 손짓으로 불렀다. 그 역시 굳은 표정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거지?’

장천운은 의아해하면서도 지체하지 않고 추소철을 따라갔다.

잘못하면 아침 모임에 제때 도착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조장 구대가 난리방정을 떨 것은 자명한 일.

하지만 크게 걱정하진 않았다.

추소철은 회주가 가장 신임하는 흑살대주다.

손짓 한번으로 구대의 목을 칠 수 있는 무시무시한 존재.

추소철의 지시 때문에 늦었다고 하면 구대도 뭐라고 할 수 없었다.

 

“너, 단혈방(斷血幇)에 좀 다녀와라.”

“단혈방요?”

단혈방은 무창에 있는 아홉 개의 흑도세력 중 혈수문과 함께 쌍벽을 이루는 큰 방파다.

흑월회에 비하면 배 이상 큰 세력.

자신 같은 하급 졸개를 무엇 때문에 단혈방에 보내려는 걸까?

“네 눈치가 제법 비상하다고 들었다. 머리도 좋고 행동도 빠른데다 싸움도 곧잘 한다고 하더군. 그래서 보내려는 거다.”

“제가 그곳에 가서 무슨 일을 해야 합니까?”

“먼저 네가 알아야 할 일이 있다. 회주님 명으로 쉬쉬하고 있는데, 새벽에 홍구로 이곳저곳에서 우리 흑월회 형제들이 열 명 넘게 죽었다.”

“예?”

그래서 사람들 얼굴이 굳어 있었나?

“아무래도 내 생각으로는 단혈방 놈들 짓 같다.”

“그자들이 왜……?”

“놈들이 귀룡문(鬼龍門)의 하부조직이 되기 위해서 온갖 짓을 다 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아마 우리를 집어 삼켜서 세력을 키우려고 하는 것일지도 모르지.”

장천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귀룡문은 호북성 남동부를 장악하고 있는 대문파다.

오십여 년 전, 무림맹을 누르고 천하제일세(天下第一勢)가 된 구천성(九天城)의 십이지부(十二地部) 중 하나.

단혈방이 정말 귀룡문의 하부조직이 된다면 무창의 흑도는 단숨에 단혈방의 손아귀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빠르게 머리를 굴린 장천운은 추소철의 생각을 읽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대주님. 그럼 놈들이 정말로 귀룡문과 연관되었는지부터 알아봐야겠군요. 그리고 새벽에 사람을 움직인 정황이 있는지도 알아보고요.”

추소철은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역시 똑똑하군. 바로 그거다. 이거 하나는 분명히 약속하마. 놈들 짓이든 아니든, 네가 정확한 사실을 알아오면 너에게 조 하나를 맡기겠다.”

지금까지 흑월회에서 열여섯 살짜리가 조장이 된 역사가 없었다는 걸 생각하면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물론 목숨을 담보로 한 보상이지만.

그래도 장천운은 가슴이 뛰었다.

조장이 되면 정기적인 보수를 받는다. 구역도 맡아서 관리하게 된다. 앞날에 해가 쨍쨍 뜨는 것이다.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해서 알아보겠습니다.”

 

***

 

장강(長江)과 마주한 무창 포구의 선창가에는 오가는 선원과 상인들이 흘린 돈이 엄청나게 굴러다녔다.

무창에서 가장 알짜배기 구역 중 하나.

단혈방은 바로 그 선창가를 관리하기 위해서 근거지조차 선창에서 가까운 곳에 두었다.

장천운은 꾀죄죄한 차림으로 위장하고서 단혈방이 보이는 선창가의 객잔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그들이 귀룡문과 연관되었다면 수상한 자들이 드나들 거라 생각했다. 또한 선창가의 객잔과 주루를 오가는 사람들 말속에서 어떤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 몰랐다.

그런데 단혈방을 감시한 지 일각도 되지 않아서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단혈방에 드나드는 사람이 너무 적었다. 게다가 그들의 얼굴도 흑월회 사람들처럼 굳어 있었다.

‘뭐야, 어떻게 된 거지? 설마 단혈방도 사람들이 죽은 것은 아니겠지?’

그의 의문이 풀리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단혈방 방도로 보이는 두 사람이 객잔으로 들어가면서 수군거렸다.

“씨발, 어떤 놈들이 죽인 거지?”

“혹시 혈수문 새끼들이 죽인 거 아냐?”

“위에서도 그렇게 생각하나 봐. 그런데 그 자식들이 그렇게 강한가? 혹시 어디서 고수를 영입한 것 아냐?”

“젠장, 이러나저러나 한바탕 전쟁이 일어나겠군.”

귀를 쫑긋 세우고 있던 장천운은 그 말만으로도 대략적인 상황을 유추할 수 있었다.

‘제기랄. 진짜 단혈방 놈들도 죽었잖아?’

그렇다면 일이 복잡해진다.

대체 누가 단혈방과 흑월회의 형제들을 죽인 걸까?

갑자기 몸이 으스스 떨리고 솜털이 곤두섰다.

‘혹시 혈수문도……?’

뭔지 모를 불길한 예감이 온몸을 엄습했다.

장천운은 자신의 그런 반응이 더 두려웠다.

자신은 유난히 감각이 뛰어났다.

단순한 오감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무의식중에 느껴지는 육감을 말하는 것이다.

오죽하면 아는 사람들이 귀신 들린 것 아니냐고 놀려댈 정도다.

지금 그 육감이 그에게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너에게 무서운 일이 다가오고 있어!

하지만 지금 당장 철수할 수는 없었다. 최소한 자신이 왜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 그 이유 정도는 알아봐야 했다.

이를 지그시 악문 그는 단혈방에 좀 더 가깝게 접근했다.

그때 골목에서 단혈방 방도 두 사람이 달려 나왔다.

나름대로 신경을 쓰며 움직였는데도 피하려 했을 때는 이미 코앞에 와있었다.

이제 와서 잽싸게 피하면 의심을 살지도 모르는 일. 장천운은 피하지 않고 부딪치게 놔두었다.

퍽!

“뭐야, 이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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