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하마제 14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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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95회 작성일소설 읽기 : 혈하마제 142화
혈하-第 142 章 여난
사군보는 담담히 말했다.
“그런데 부방주의 말은 나더러 방주를 치료하라는 얘기요?”
“그래요.”
사군보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부방주 말은 너무 간단하게 하는구려. 하지 않겠다면 어쩔 생각이죠?”
오현경의 안색이 싸늘하게 변했다.
“거절한다는 뜻인가요?”
“거절이 아니라 능력이 닿지 않는다……뭐 그런 뜻.”
“호호호호…….”
소름이 끼칠 정도로 차가운 교소가 오현경의 입으로부터 간드러지게 흘러나왔다.
“그대는 이미 거절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에요. 그대는 반드시 방주를 치료해야 돼요.”
사군보는 담담히 말했다.
“날 통제할 자신 있어요?”
그녀의 눈에서 한광이 뿜어져 나왔다.
“그렇다면 죽을 수밖에 없겠죠.”
그때였다.
돌연 아무도 예기치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태양반 양사가 갑자기 신형을 움직이며 서슴없이 두 손을 들어 침상 위에 있는 신녀방주의 혈도를 찍어 가는 것이었다.
“앗!”
“양사! 스스로 죽음을 택하고자 눈알이 뒤집혔구나!”
경악에 찬 노갈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오현경을 비롯한 신녀방의 여인들이 태양반 양사를 향해 일제히 공격을 가하려는 했다.
사군보의 손이 그녀들 보다 훨씬 빨랐다.
“멈춰!”
“그대가 감히!”
오현경은 느닷없이 사군보가 막아서자 경악하며 쌍장을 무서운 기세로 뻗어냈다.
동시에, 허리를 활처럼 뒤로 꺾어 태양반 양사를 그대로 강타해 버렸다.
펑!
“욱!”
양사는 가슴이 불에 데인 듯 화끈한 것을 느끼며 뒤로 비틀비틀 물러섰다.
그의 입에서 피가 분수처럼 뿜어진다.
사군보의 눈꼬리가 가느다란 경련을 일으켰으며 무서운 눈으로 오현경을 노려보았다.
그때였다.
슈슈슈슈슈!
사군보의 등 뒤로부터도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강맹한 기세가 엄습해왔다.
신녀방주를 지키고 있는 삼화들이 공격을 퍼부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가 누구인가.
상대는 바로 사군보다.
“하하하……!”
사군보는 휘몰아치는 몇 가닥 기류의 위력 따위는 안중에도 두지 않고 오히려 낭랑하게 웃었다.
그의 좌수가 삼화를 향해 불가사의한 속도로 쏘아져 갔다.
다른 한 손으로는 오현경을 향해 삼지를 퉁겨냈다.
“아악!”
“크으윽……!”
심장이 바싹 오므라들 세 마디의 처절한 단말마가 연거푸 실내를 진동시켰다.
삼화들은 모두가 핏덩이를 쏟으며 주르르 뒤로 밀려났다.
오현경 또한 낭패했던 것은 예외가 아니었다.
가슴을 움켜쥐고 뒤로 물러서고 있는 그녀의 입술을 타고 붉디붉은 핏물이 흘러내렸다.
이때였다.
“멈, 멈추세요……”
돌연 꺼져갈 듯 가냘픈 한 마디가 애처롭게 들려왔다.
듣지도 못할 만큼, 그러나 그 음성 속에는 너무도 간절한 애원이 깃들어 있어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애처로움을 유발시켰다.
사군보의 안면근육이 무섭게 경직되면서 믿을 수 없다는 눈빛을 띠었다.
‘그녀가 말을?’
방금 애처로운 목소리로 말을 던진 여인은 절대로 움직일 수 없는 신녀방주였다.
지금 신녀방주의 침상 아래에는 양사가 피를 흘리며 창백한 안색으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사군보는 빠른 순간 판단했다.
‘양사의 기가 신녀방주의 몸으로 빨려 들어갔던 것이다. 조금 전에 그녀의 혈도에 손을 대는 순간에……’
양사는 한 줄기 피를 입가로 흘리면서 힘겹게 고개를 들어 사군보를 응시했다.
“미안하군요. 이런 모습을 보여서.”
사군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담담한 미소로써 그를 바라보았다.
양사는 말을 이었다.
“부끄럽다. 나 양사가 한낱 여자들에게 이런 꼴을 당하다니……”
그의 눈꼬리가 가늘게 경련을 일으켰다.
“나는…… 신녀방주의 눈을 보는 순간 나를 희생해서라도 그녀를 치료해주어야겠다는 강렬한 욕구가 일었습니다. 그것은 나의 의지와는 관계없는 욕구였지.”
사군보는 말했다.
“그것은 바로 신녀방주가 한 가닥 힘을 눈으로 보내 양형의 마음을 마비시켰기 때문이군요.”
양사는 흠칫했다.
“섭혼술?”
“그것과는 다를 겁니다.”
말을 하면서 사군보는 신녀방주에게 물었다.
“심안을 떴나요?”
“그것까지!”
신녀방주의 창백한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한 눈에 자기 몸 상태를 알아본 그가 기쁜 것이다.
양사는 그 장면에 희미하게 웃었다.
“그랬었군.”
어이없음이다.
결국 신녀방주는 눈빛을 통해 그의 마음을 조종했던 것이다.
양사는 진심어린 눈으로 사군보를 바라보며 힘겨운 듯 말을 꺼냈다.
“만일 친구가 부방주 등을 막아주지 않았다면 나는 신녀방주에게 모든 진력을 뺏기고 죽음을 면치 못했을 것이오.”
그는 고개를 떨어뜨렸다.
태양반 양사.
대륙을 횡단하며 그 이름을 떨친 승부사.
그러나 그의 기백과 신위, 강렬한 승부욕 등은 지금 이 순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아니, 사군보 앞에서는 너무나 미약한 것임을 양사는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양사는 고개를 들어 사군보를 바라보았다.
“친구, 이제 비로소 나는 느꼈네. 세상이 얼마나 넓고 또한……”
그가 여지까지 말했을 때였다.
사군보는 한 마디 말도 하지 않은 채 다짜고짜 손을 뻗어 양사의 기문혈을 그대로 가격했다.
파악!
“욱!”
양사는 입으로 피 화살을 뿜어내며 전신을 폭풍처럼 떨었다.
“다, 당신……”
양사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사군보를 가리켰다.
사군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물처럼 고요한 눈빛으로 양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기문혈을 강타 당한 양사는 시간이 약간 흐르자 전신 한 줄기 청아한 기가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그는 비로소 느꼈다.
사군보는 양사의 기문혈을 통해 자신의 기를 주입시켜 주었던 것이다.
과연 영웅다운 일면이 아니겠는가.
기문혈(氣門穴).
그곳은 356군데의 전신 혈도 중에서 가장 치명적인 사혈이었다.
하여 사군보가 갑자기 기문혈을 가격했을 양사는 크게 놀랐다.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
기문혈을 강타당하는 순간 급속히 사라져가던 진기가 돌연 역류를 일으키며 다시 모였던 것이다.
‘고맙소.’
양사는 감격의 눈으로 사군보를 바라보며 천천히 눈을 감고 운공조식에 들어갔다.
“……”
사군보는 그제야 조용히 몸을 돌려 신녀방주를 바라보았다.
짧은 순간에 양사의 기를 빨아들인 그녀는 참상에서 약간 상체를 일으키고 있었다.
그녀의 전신은 이상한 빛에 싸여 미약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신녀방주와 사군보의 눈빛은 허공에서 마주친 채 한동안 떨어질 줄을 몰랐다.
“호호호호호……”
돌연 피를 흘리며 고통에 차있던 오현경이 소름이 오싹 끼치는 교소를 터뜨렸다.
“탈명혈하, 신녀방은 절대로 너를 용서하지 않겠다.”
휘리릭-
그녀의 말이 끝나는 순간 부상을 당한 삼화는 자신들의 몸을 돌보지 않은 채 서서히 사군보를 에워싸기 시작했다.
그녀들은 이제 죽음마저 불사하고 있었다.
오현경이 말했다.
“이제 결정해라!”
침묵을 지키던 사군보는 무거운 걸음을 옮겨 신녀방주의 곁으로 다가갔다.
“……”
그는 신녀방주의 얼굴을 아무 말 없이 내려다보았다.
신녀방주 또한 그를 바라보았다.
눈빛과 눈빛!
두 사람의 눈빛은 수많은 의미를 담은 채 그렇게 허공에서 뒤엉키고 있었다.
‘살리자……’
사군보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녀가 지닌 태음의 기운을 내가 갖자.’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 번 이와 같은 행위를 한 적이 있다.
바로 옥인개정대법이 이와 같은 방식이다.
먼저 빙정을 융정시킨 후 그 빙정을 취취에게 나누어줬다.
그와 같이 신녀방주의 태음지기를 받아 들여 정화시키고 본연의 내공들과 융합을 한다면 사군보에게는 그야말로 천연인 것이다.
사군보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오현경을 바라보며 흘리는 듯한 음성으로 말했다.
“준비해 주시오. 부방주……”
그의 승낙이 떨어지는 순간 오현경은 흥분을 억제하지 못하며 그 자리에서 허물어지듯 무릎을 꿇었다.
“분부대로 거행하겠사옵니다. 주상.”
치료가 끝나기도 전에 벌써부터 주상이라고 부른단 말인가
마침 운기조식에서 깨어난 양사는 오현경을 힐끔 쳐다보며 혼잣말처럼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거참…… 성질 한 번 되게 급한 여자로군. 변덕도 심하고.”
오현경은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양사를 쏘아보며 냉랭한 음성으로 말했다.
“당신, 조용히 나 좀 봐요.”
양사는 뭐에 질린 사람처럼 움찔하며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싫은데.”
두 남녀, 성격이나 그 밖의 모든 것을 봐서 가장 어울리는 한 쌍이 될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을 갖춘 그들이었다.
**
성전(聖殿).
그 전각은 전체가 투명하고 신비로운 유리로 만들어져 있었다.
지금 그 안에서 무림 앞날을 짊어져 나갈 또 하나의 역사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단아하며 그윽한 향기가 풍기는 방의 한쪽에 화려한 침상이 놓여 있었다.
한 쌍의 봉황이 나르듯 수놓아진 금침이 깔려 있다.
그곳은 정녕 초야의 신방을 방불케 했다.
황촉불이 비치는 속에 한 여인.
이따금 공기가 일렁일 때마다 불빛은 여인의 아름다운 나신 위에 어른거렸다.
그녀는 지금 죽은 듯 깊이 잠들어 있었다.
긴 머릿결.
그것만으로도 그녀는 눈이 부셨다.
유리로 빚었는가.
투명하게 빛을 발하는 그녀의 나신은 숨이 막히다 못해 아예 전율이 일어날 정도였다.
특히 그녀의 가슴은 유난히 유혹적이었다.
더불어 매끄러운 단전을 타고 내리며 그 아래 신비의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는 비림은 환상을 자아내고 있었다.
지금 그 나체의 여인 앞에 사군보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의 손길은 조금은 떨리는 듯하며 신녀방주의 투명한 나체를 천천히 쓸어가고 있었다.
손길은 잠시도 쉬지 않고 신녀방주의 곳곳을 누볐다.
비록 잠들어 있지만 육체는 무의식중에서도 달아오르는 것인가.
사군보의 손길이 쓸어갈 때마다, 점차 그녀의 젖가슴은 터질 듯 팽팽히 부풀어 오른다.
붉디붉은 유두가 가녀린 꽃잎처럼 긴장에 떨고 있었다.
촛불 아래.
황홀한 나신을 쓸어 가는 그의 얼굴에서는 쉴 새 없이 땀방울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는 지금 어느 때 보다 긴장된 모습이었다.
사군보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옆에 준비되어 있는 유리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유리상자 안에는 수많은 침이 들어 있었다.
침을 집어든 사군보는 약간 긴장된 표정을 지으며 신녀방주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중요한 관문이다. 침이 한 치라도 빗나간다면 만사는 끝장나는 것이다.’
사군보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전신의 기를 집중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