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하마제 13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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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64회 작성일소설 읽기 : 혈하마제 137화
혈하-第 137 章 신녀방과 양사
이때 홍사의 미소녀는 더욱더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소녀는 신녀방에서 왔어요.”
“예의가 없군.”
“네?”
“낭자는 날 알지만 난 낭자가 누군지 몰라요. 최소한 자기 이름 정도는 밝혀야 하는 게 아닐까 싶은데.”
“그렇군요. 제가 실수했군요.”
그녀는 포권을 취했다.
“신녀방의 음지지(陰芝芝)라고 합니다.”
“음낭자군.”
“단도직입적으로 본론만 말씀드릴 게요. 본시 본 방에서는 양 대협과 이곳에서 뵙자고 약속 드렸었으나 갑자기 본 방에 예기치 못하였던 다급한 사정이 있어 부득불 양 대협을 본 방까지 모시고 오라는 급명이 내려졌어요.”
태양반 양사가 야릇한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나 양사는 중원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르며 신녀방에 대해서는 더더욱 몰라요.”
“무슨 의미신지요?”
음지지는 시선을 혈첩으로 두었다.
혈첩.
그것은 신녀방에서 1년 전 신강에 있는 양사에게 보낸 것이다.
즉, 태양반 양사가 신강을 떠나 중원으로 온 것은 바로 이 초청장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신녀방을 모른다나, 어쨌다나?
그대 양사가 갑자기 사군보를 바라보았다.
‘왜 날 봐?’
그의 눈길을 받은 사군보는 의아함을 금치 못했다.
태양반 양사는 빙그레 웃으며 말을 했다.
그 말은 분명 홍사의 소녀에게 했지만 눈길은 사군보에게 주고 있었다.
“나는 저기 있는 저 사람과 같이 신녀방을 가고 싶군요.”
“음!”
사군보의 검미가 꿈틀거렸다.
양사의 말은 정말 뜻밖의 말이었다.
음지지도 의외인 듯 사군보를 바라보다 흠칫했다.
‘너무나 잘생긴 분이시다.’
그녀의 가슴이 뛰었다.
그때 양사가 다시 말했다.
“만약 저 친구가 가지 않는다면 나도 안 갈 거요.”
이건 단호한 어조였다.
사군보는 피식 실소했다.
‘이거 찜찜하네.’
찜찜한 정도가 아니다.
완전히 물귀신에 물린 기분이었다.
그러나 왠지 그가 하는 양일 지켜보고 싶었다.
그 이면에는 미염부인과의 약속도 깔려 있었고, 전날 도화방 감옥에서 만난 신녀방주 금노영 일도 그렇고. 신녀방에 대해 궁금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때 음지지가 양사를 보며 고개를 젓는 모습이 보였다.
“그건 곤란해요. 본 방은 아무나 가는 곳이 아니어요.”
양사가 고개를 젓는다.
“그를 ‘아무나’ 라 말하면 그가 화를 낼 건데.”
음지지가 물었다.
“대체 그가 누구기에?”
양사가 사군보를 바라보며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그는 탈명혈하요.”
“예?”
홍사의 소녀가 놀란 듯 경악의 소리를 발할 때 사군보는 뒤통수를 쳤다.
‘날 대번에 알아봐?’
**
두두두두!
어둠을 뚫고 한 대의 마차가 달린다.
두 필의 백마는 마치 하늘을 날듯이 질풍처럼 달려가고 있었다.
마차 속에는 태양반 양사와 사군보는 시종일관 한 마디도 나누지 않은 채 지그시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촉각은 예리하게 곤두서 있었다.
‘벌써 4일 째다. 마차는 줄곧 남쪽을 향해서 달려왔다.’
사방이 꽉 막혔다.
그 흔한 창도 없는 마차다.
하지만 그들은 능히 마차가 달리는 속도와 밖에서 불어와 마차 벽을 스치는 바람, 마차 안으로 스며드는 냄새 등으로 밖의 풍경을 알 수 있었다.
‘바람소리가 빨라지고 나뭇가지 스치는 소리로 보아 협곡으로 접어든 것 같다.’
사군보와 양사는 암암리에 위치를 짚어가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지금 마차가 접어든 곳은 가히 세외별경이라 할 수 있는 아름다운 골짜기였다.
골짜기에 접어든 마차는 점차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이제 거의 도착한 모양이다.
사군보는 나름대로 깊은 사념에 잠겨 있었다.
‘신녀방은 세상에서 가장 신비로운 곳이다.’
양사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시종 눈을 감은 채 한 번도 뜨지 않았다.
그때였다.
드디어 마차가 멈추었다.
“이제 다 왔어요. 두 분은 내리세요.”
사군보와 양사는 서로의 얼굴을 힐끗 쳐다본 뒤에 나란히 마차에서 내렸다.
마차에서 내린 그들은 흠칫했다.
놀랍게도 마차는 거대한 대전의 안까지 들어와 있었던 것이다.
대전 안의 대청은 말 두 필이 끄는 마차가 들어왔는데도 여유가 있었다.
더욱 놀라운 일이 있었다.
절세의 미녀들이 질서정연하게 도열해 있다가 마차에서 내리는 사람을 향해 날아갈 듯 예를 올렸다.
“천녀들이 두 분 영웅을 뵈옵니다.”
양사는 도열해 있는 미녀들을 응시하며 한 줄기 미소를 입가에 머금었다.
“예쁘군. 쓸 만한 애들이 수두룩해……”
영웅호색(英雄好色).
사군보는 태양반 양사에게서 여러 가지 남아다운 기질이 있음을 새삼 발견할 수 있었다.
소녀들은 하나같이 우아하며 아름다운 백라의를 입은 절세의 미녀들이었다.
마치 선녀 보는 것 같았다.
사군보와 태양반 양사는 등 뒤로부터 다가오는 한 가닥 인기척을 느꼈다.
그와 동시.
“소녀들이 삼가 부방주님을 배알하옵니다.”
장중에 도열하였던 모든 소녀들이 옥구슬 같은 음성을 발하며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장중에 나타난 사람은 한 명의 절세 미부였다.
나이는 30세쯤 되었을까.
도대체 그녀의 아름다움이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창해 푸른 물방울 속에서 이제 막 태어난 듯한 인어의 싱싱함이 전신에서 풍겼다.
그 한 여인의 미모와 싱싱함이 뭇 수백의 모든 소녀들을 압도하고도 남을 정도였다.
사군보는 생각했다.
‘부방주라…… 과연 그녀의 경지는 어느 정도일까?’
그는 부방주를 예리하게 살폈다.
‘대단한 미색이다.’
그 모습만으로도 상대의 심신을 울렁이게 할 수 있을 만치 아름다웠다.
부방주가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
“우선 본 방을 찾아주신 두 분 고인께 방주 대신해서 감사드려요. 천첩은 신녀방의 부방주 신분으로 백라선자 오현경이라고 불러요.”
백라선자(白羅仙子) 오현경(吳炫瓊).
사군보는 한 가닥 미소와 더불어 답례를 보냈다.
“불초는 그냥 불청객입니다.”
태양반 양사가 웃으며 말했다.
“나는 태양반 양사요.”
“반가워요.”
“헌데 나에게 배첩을 보낸 까닭은 무엇이오? 또 날 이곳으로 안내한 소저가 말하기를 신녀방에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해서 우리를 이곳으로 데려왔다고 했는데 대체 무슨 일이요?”
오현경은 슬쩍 말꼬리를 돌렸다.
“서두르지 마세요. 두 분이야말로 신녀방이 건립된 이래 처음으로 방문해 주신 귀빈들이니 먼저 저희들 환영의 뜻을 받아 주시고 천천히 얘기를 나누어도 늦지 않을 거예요.”
그녀는 말을 끝내며 한쪽을 향해 슬쩍 눈짓을 했다.
그러자 양사와 사군보를 향해 각기 서너 명의 미인이 다가오며 공손하게 절을 올리는 것이 아닌가.
양사는 고개를 갸웃하며 슬쩍 오현경을 바라보았다.
“뭐요?”
우리한테 인사하는 얘들은 뭐냐?
이런 물음이었다.
오현경은 야릇하기 이를 데 없는 미소를 지으며 태양반 양사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이 아이들은 오늘부터 두 분의 시중을 들어줄 아이들이예요.”
양사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렇다면 무척 인색한 편이로군. 신녀방에는 미인들이 수두룩한데 겨우 서너 명이라니…… 그건 너무 째째한 것 아냐?”
사군보는 그만 멍했다.
‘맙소사! 여기가 무슨 기방인 줄 아는 모양이군.’
오현경의 눈꼬리가 상큼 위로 올라갔으나 애써 웃음을 지으며 말을 꺼냈다.
“언제든지 요구하세요. 마음에 안 드시면 바꿔 드릴 테니까요.”
양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일단 써보고 나서 얘기합시다. 일단 써보고 나서 시원치 않으면 그때 교환하지.”
써보고 얘기해?
남자답다 해야 하나?
아니면 너무 싸가지 없고 한량이라 해야 하나.
사군보는 양사가 하는 행동을 보며 그 속을 감지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오현경은 달랐다.
‘더러운 자식!’
수치심과 모멸감을 느꼈는지 그녀의 고운 얼굴에 차가운 기운이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참아야 한다.
태양반 양사.
그는 신녀방에서 무려 3년 동안 공 들여 찾아낸 자다.
그 성정이 지랄 같고, 여색을 밝힌다 해도 지금은 일단 그가 필요하다.
곧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두 분…… 편히 쉬도록 하세요.”
말을 끝낸 그녀는 두 사람이 얘기를 하기도 전에 가볍게 눈인사를 하고는 사라져 버렸다.
양사는 어깨를 으쓱했다.
“거참…… 뭐가 뭔지 도무지 모르겠군.”
그러다가 주변에 서 있는 소녀들을 보며 싱긋 웃었다.
“하지만 나쁠 것도 없지.”
아예 침까지 흘린다.
“오래간만에 미녀들을 끼고 묵은 때 좀 벗겨볼까?”
양사를 바라보는 사군보의 입가에는 한 줄기 미소가 흐르고 있었다.
‘연기가 그럴 듯하네.’
연기라.
그럼 저 경박해 보이는 언행이 다 연기란 말인가?
**
호화롭기 이를 데 없는 방이었다.
방의 한복판은 자색의 대리석으로 깎아 만든 화려한 욕조 놓여 있었다.
천장에는 오색의 궁등이 현란한 불빛을 뿌려주고 있었다.
수증기가 뿌옇게 솟아오른다.
양사는 따뜻한 욕조에 몸을 담근 채 지그시 눈을 감고 있었다.
지금 그의 주위에는 중요한 부분만 간신히 가린 절세의 미녀들이 그의 몸을 닦아주고 있었다.
“아~ 좋다. 황제가 안 부럽다.”
미녀들의 손에 몸을 내맡기고 있는 양사는 느긋하기 없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가.
어쩌면 그는 아무런 생각도 않은 채 미인들의 나긋한 손길을 음미하지도 몰랐다.
이때,
찰랑!
부드럽기 이를 데 없는 손이 가슴을 스치고 약간 아래로 내려갔다.
‘음, 거긴……’
양사는 슬쩍 눈을 떠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아름다운 얼굴을 약간 붉히는 듯했으나 양사가 아무 말도 없자 좀 더 손이 아래로 내려갔다.
막 그녀의 손이 육봉에 닿을 때다.
양사는 빙그레 웃었다.
“됐다. 거기는 내가 닦도록 하겠다.”
무안했는지 그 미인은 슬그머니 손을 치우며 아름다운 얼굴에 홍조를 피어 올렸다.
“이제 일어나시어요.”
아리따운 음성이 귓전에 들려왔다.
양사는 느릿하게 욕조에서 몸을 일으켰다.
미인들은 양사가 몸을 일으키는 순간 그의 완벽한 육체에 저마다 감탄을 금치 못했다.
양사는 피식 웃었다.
“어딜 그렇게 뚫어지게 보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