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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하마제 136화

무료소설 혈하마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7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혈하마제 136화

혈하-第 136 章 강호변천

 

대하교!

강호의 혼란을 야기시키는 천황 송주행.

그가 강호 어디엔가 숨어 음흉한 웃음을 짓고 있음을.

또한,

백련교!

그들의 존재를 강호는 아직 모르고 있었다.

 

쪼르르르.

사군보는 다시 술 한 잔을 따라 들이켰다.

죽엽청은 독했다.

목구멍에 불덩어리가 넘어가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의 가슴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써늘했다.

“여운이 잘해줘야 할 텐데.”

황산에서 담여운과 헤어질 때 그는 그녀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군림성을 조사해 달라고!

진짜 그녀에게는 고맙고, 미안하다.

무당 청허자의 뒷조사에.

배신자들의 행적 추적.

거기에 군림성까지.

그러나 담여운은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그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아마 지금 이 시간에도 그가 부탁한 것들을 조사하기 위해 편복당 전 제자들이 발이 부르트도록 뛰어 다닐 것이다.

그 사이 사군보는 강을 타고 동정호로 갈 생각으로 이곳에 왔다.

태현성은 장강의 끄트머리.

이곳에서 배를 타면 동정호까지 한 달이면 도착할 수 있다.

‘사해맹에 그가 있다, 백호천왕……’

바다의 제왕 사해맹.

수많은 해적단들을 하나로 통일한 사해맹은 사해마제 금룡해를 중심으로 한 채 대륙에 상륙했다.

사군보는 사해맹의 출현을 이미 예견하고 있었다.

작년이다.

장강의 패주인 수왕채주 수룡왕 이만기와 사해맹의 선발대가 동정호에서 싸울 때 사군보가 도와주지 않았던가.

당시 사군보는 수룡왕의 호협한 기질에 마음이 들었었다.

사해맹이 출현했다는 소문에 수룡왕 이만기가 맘에 걸렸다.

바다의 제왕이 강의 패주를 그냥 둘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사군보는 담여운을 통해 사해맹에 대한 정보를 들었다.

그 중 그를 놀라게 한 것은 대하교 사대천왕 가운데 백호천왕이란 자가 사해마제 곁에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사해마제는 그를 수하로 부린다고 했다.

‘사해마제 금룡해! 대하교에는 천황 아래로 쌍존, 삼제가 있다고 했다.’

대하교의 구성은 일황, 쌍존, 삼제, 사천왕, 오살, 육혈, 칠단의 편제(編制)를 두고 있다.

그 가운데 염왕오살은 죽었다.

또한 칠단(七團)이 바로 종남파를 위시한 아미, 공동, 청성, 화산, 곤륜, 점창의 칠대문파 가짜 장문인들이란 사실을 사군보는 알고 있다.

그런데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쌍존, 삼제들.

백호천왕을 수하로 부린다는 것은 곧 사해마제가 쌍존, 삼제 가운데 한 사람이라는 말이다.

더 볼 것도 없었다.

사군보는 동정호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사해맹을 영원히 물에 수장시키기 위한 거보였다.

이때,

덜컹!

주루 문이 열리면서 죽립을 쓴 사내 하나가 들어왔다.

‘고수다!’

사군보는 그 죽립인의 전신에서 일어나는 위압감에 그가 절정의 무력을 지닌 고수임을 알아봤다.

죽립 사내는 빈 탁자를 차지하고 앉았다.

여름 날씨라 덥고 습하건만 그는 죽립을 벗지 않았다.

죽립 탓에 그의 얼굴을 볼 수 없다.

하나 그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 충분했다.

더운 여름에 죽립을 쓴 것도 그렇지만 등에는 반(盤)을 매고 있었다.

반(盤).

무기의 일종이다.

생김새가 접시처럼 생겼다.

반이란 뜻은 ‘대야 반.’ ‘넓을 반’이란 말이니까.

죽립의 사내가 매고 있는 반은 무척 컸다.

등을 전부 가리고도 모자라 옆으로 둥글게 튀어나왔다.

그래서 그 모습은 꼭 거북이 등 같았다.

그 큰 반의 옆면은 톱니바퀴처럼 날카로운 칼날들이 튀어나와 있었다.

만약 저 반이 빙글빙글 돌아가면서 허공을 가른다면 거기에 걸리는 무엇이든 댕강댕강 잘리고 말 것이다.

사군보와 죽립의 사내는 서로에게 신경조차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러나 사군보는 죽립의 사나이를 유심히 살펴보는 한편, 암중으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저 자는 태양반이 분명하다.’

 

태양반(太陽盤) 양사(楊思).

 

독문 병기 태양반으로 1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에 대강남북을 휩쓴 사나이다.

그에 대해서 알려진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다만 그가 관외에서 들어왔다는 사실 외에는 알려진 것이 전부다

최초로 그가 발을 디딘 곳은 신강(新疆)이다.

신강 땅의 패주라는 파라솔(把喇率)이 그의 태양반에 목이 달아난 것을 시작으로 그는 대륙을 가로질러 오면서 고수들을 차례로 꺾었다.

그의 이름 앞에는 이제 승부사란 이름이 따로 붙었다.

사군보가 양사를 볼 때, 사실 죽립 속의 양사의 눈길도 그를 보고 있었다.

양사는 고요하게 하게 앉아 있는 사군보를 응시하며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양사의 입술이 약간 씰룩거렸다.

‘지금까지 싸워온 그 어떤 고수보다도 강한 상대다.’

그것은 고수의 본능이었다.

아니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욱 상대에 대해 감탄하고 있었다.

깊숙이 눌러 쓴 죽립의 음영 속에서 그는 한시도 방심치 않고 싸늘한 신광을 뿜었다.

‘정(靜)속에 동(動) 있고 동 속에 정이 있다.’

고요하면서도 물 흐르듯 멈추지 않는 기도!

영웅만이 영웅을 알아보는 법이었다.

두 사람 모두 내심으로는 팽팽히 긴장되어 숨을 죽였다.

그러면서도 겉으로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조용히 자신 앞에 놓인 술잔만을 기울이고 있을 뿐이었다.

한데 이상한 것이 있었다.

양사의 탁자에는 붉은 핏빛의 혈첩 하나가 섬뜩하게 놓여 있었다.

혈첩(血帖).

그것은 누군가를 초청하는 초청장인 듯 배첩의 앞면에는 양사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렇다면 태양반 양사는 누군가에게서 혈첩을 받고 이곳에 온 것이란 말인가.

“인기척……!”

태양반 양사가 한 차례 꿈틀했다.

그는 느릿하게 고개를 돌려 입구를 바라보았다.

언제 나타났는가.

그곳에는 한 명의 아름다운 부인이 얼음처럼 싸늘한 눈빛을 발하며 소리 없이 서 있었다.

그녀는 거의 투명한 얇은 흑의 나삼을 두르고 있었다.

사군보 역시 천천히 그를 쳐다보았다.

흑의 나삼의 소부와 태양반 양사, 그리고 사군보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후훗……”

태양반 양사의 입에서 싸늘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소부는 알듯 모를 듯 야릇하고 신비로운 미소를 입가에 떠 올리는 것이었다.

그녀는 얼음 같은 음성으로 말했다.

“태양반 양사…… 이곳은 그대가 설칠 곳이 아니며, 나는 그런 웃음을 두 번 이상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 주세요.”

말이 끝나기 바쁘게.

슥.

그녀의 신형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아니 그렇다고 느끼는 순간 어느새 사군보와 태양반 양사 사이에 내려섰다.

그 같은 행동에는 상대를 안중에도 두지 않는다는 오만한 기색이 어려 있었다.

“계집, 까불지 마라.”

태양반 양사의 입으로부터 심장을 얼려버릴 듯한 냉혹한 음성이 새어나왔다.

“계속해서 고상한 척 한다면 내 태양반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차가운 눈빛으로 태양반 양사를 쏘아보았다.

“양사, 다시 한 번만 참겠어요. 그러나 두 번 다시 그러한 말을 한다면 용서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명심해 두세요.”

금방 서리라도 내릴 만큼 싸늘한 음성이었다.

태양반 양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호기로운 목소리로 낭랑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그대의 얼굴은 아름다우나 붉은 입술로 나불거리는 말은 어찌 그리도 앙칼지고 차갑지? 만일 그대가 다시 한 번 버릇없게 지껄인다면…… 이번에는 아주 영영 그 심장의 고동을 멈추게 해 줄 것이다.”

그는 그 말을 끝으로 더 이상 그녀 따위는 관심도 없다는 듯 지그시 눈을 감았다.

미동도 하지 않았다.

완전 무시다.

“이런 자가!”

그녀의 반달 같은 눈썹이 경련을 일으켰다.

바로 이때였다.

“냉홍(冷鴻), 더 이상 무례하지 말고 그만 물러서도록 해라.”

꾀꼬리 같은 음성이 모두의 귀를 즐겁게 하며 부드럽게 들려왔다.

태양반 양사와 사군보는 소리가 나는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려보았다.

사르륵……

옷자락 끌리는 소리.

혼백마저 황홀경으로 사로잡는 맑고 청아한 향기가 풍겨왔다.

갑자기 어두운 하늘에 태양이 떠오른 양, 도도한 향기를 휘몰며 나타난 것은 경국지색의 미소녀다.

별빛 흐르듯 청아한 눈매.

순백의 살결이 얇은 홍사 사이로 보일 듯 말듯 춤추며 일렁거렸다.

정말이다.

미소녀가 나타나는 순간 대파각 전체가 환하게 밝아지며 향기로 뒤덮이는 것 같았다.

냉홍이란 이름을 지닌 소부가 황급히 허리를 조아렸다.

“태양반 양사가 먼저 시비를 걸어오기에……”

번쩍!

예리한 파공음과 함께 옥빛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듯했다.

차악!

“악!”

뺨을 얻어맞는 소리에 이어 냉홍의 입에서 짧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

누구도 홍사의 미소녀가 손을 쓰는 것을 보지 못했지만 틀림없이 그녀가 냉홍의 따귀를 때린 것이었다.

홍사의 미소녀는 태양반 양사를 향해 정중하게 말했다.

“용서하세요. 냉홍의 무례를 소녀가 대신 사과드리겠어요.”

청산에 우는 한 마리 꾀꼬리.

그녀의 음성은 나직하면서도 교양과 지성을 담은 채 마치 옥구슬처럼 맑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사군보는 조금 전에 섬전처럼 일며 허공에 나타났다 사라진 옥빛을 보고는 크게 경악하고 있었다.

‘저것은 섬라옥(纖玉羅)이다! 섬라옥수를 사용하면 오직 한 줄기 옥빛과 빠른 번갯불 같은 기운만이 나타났다가 사라질 뿐이다.’

그는 침을 절로 삼켰다.

‘저 소녀는 신녀방 사람이다.’

섬라옥수(纖羅玉手)!

그 수법은 신녀방의 수법이다.

궁 안에서도 당주급 이상의 고수만 전수를 받는 일급 무공이다.

그러나 홍사의 미소녀가 사용했던 것은 극성까지는 이루지 못한 것 같았다.

그 광경에 사군보는 문득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깜빡했다.’

미염부인.

봉절현 천운각 도박장을 운영하고 있는 여인.

신녀방 지부장인 그녀는 1년 후 소주 망월루로 오라고 했었다.

그걸 깜빡하고 있었던 사군보다.

한편.

태양반 양사는 오히려 사군보보다 더욱 놀라는 심정이었다.

‘중원에는 상상도 못할 기인이사들이 헤아릴 수조차 없이 많다고 하더니 과연 허언이 아니었구나.’

홍사의 미소녀!

쥐면 한 줌도 안 될 듯한 소녀이건만 그녀마저도 일찍이 상상도 못했던 절정고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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