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하마제 130화
무료소설 혈하마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10회 작성일소설 읽기 : 혈하마제 130화
혈하-第 130 章 음양천도
취록 색 옥대에서 휘황찬란한 빛이 일어났다.
그들은 일순간 형용할 수 없는 기이한 광경에 넋을 빼앗기고 말았다.
취록 색 옥대에서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글자가 있었다.
-음양쌍합(陰陽雙合), 정사지존(正邪之尊), 고금유일(古今有一), 천상천하독존(天上天下獨尊), 건(乾), 곤(坤)……-
그들의 눈은 빠르게 떠오르는 글자를 읽어 내렸다.
어느덧 글자가 스멀스멀 사라지자 다시 맑은 음향이 일며 취록 색 옥대는 단지 평범한 허리띠로 돌아왔다.
사군보의 눈은 먹이를 발견한 맹수처럼 번득였다.
“조금 전 그 구결이 바로 옥인개정대법의 구결인 듯 하네.”
“그런 것 같아요. 공자님. 어서 조사님의 말씀대로 묘권을 읽어보세요.”
사군보는 고개를 끄덕였다.
-묘권(妙卷)!
세 권의 책 가운데 가장 먼저 익히라던 비급이었다.
그는 첫 장을 넘기곤 눈이 동그래졌다.
아무것도 없었다.
두 번째 장에도 아무것도 없었다.
석 장, 넉 장……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사군보는 고개를 떨어뜨리며 두 번째 권인 음양천도를 집어 들고 속성으로 읽어갔다.
-도와 선이란 그 귀일점이 하나이기에 이제 그 요체를 적는다.
음양은 각기 그 성질이 다르나 궁극적으로 결과에 있어선 똑같은 도에 다다르니 결국 하나에 귀일하여 이를 묘(妙)라고 한다.
그 묘란 존재하는 것도, 존재하지 않은 것도 아니면서 우주요, 인간의 실상에 편만 되느니,
중략(中略)……
“휴! 너무나 현묘한 이치구나. 나로선 어린아이들이 보석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니 차라리 만두조각 만도 못하니……”
사군보는 자학지심(自虐知心)에 빠졌다.
-연자여,
묘란 극(極)을 말함이다.
그러니 우선 음양천도부터 익혀라.
기간은 보름이다.
그 안에 극의를 얻지 못하면 동부를 떠나도록 해라.
음양천도를 익힘에는 필히 음양선단을 두 사람이 매일 한 알씩 복용해야 한다.
인간의 욕망을 완전히 끊었을 때는 무언가 얻음이 있으리라.
당부하는데 음양선단을 복용하면 체내에서 엄청난 욕화가 끓어오른다.
그러니 음양천도대로 화합을 하되 한계선을 넘으면 그대들은 이곳에 뼈를 묻으리라.
‘한계선?’
관계를 갖으라고 권한다.
그러나 한계선을 넘지 말라고 한다.
그 한계선이 무엇일까?
사군보와 취취는 아리송한 가운데도 음양천도를 펼쳤다.
첫 장에는 음양입문이란 글이 써져 있었다.
그 밑에는 벌거벗은 남녀가 기묘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인간의 본능을 절로 끄집어내는 장면이었다.
여인은 벌거벗은 채 엎드려 있었다.
후배위다.
그것도 선 채 허리를 숙여 상체를 땅에 닿을 듯 깊이 내리고 엉덩이는 위로 쑥 올린 아무 민망한 자세.
한데 벌거벗은 남자는 엎드린 여인의 다리 사이에 앉아 묘한 눈빛으로 벌어진 그녀의 구멍을 바라보고 있었다.
엉덩이를 높이 올리고 두 다리를 팔(八)자로 벌린 탓에 여인의 구멍은 고스란히, 너무나도 또렷하게 사내의 눈동자 안으로 들어온다.
그 구멍을 보는 사내의 얼굴 표정에는 음심은 없었다.
오히려 경건하기까지 했다.
파락.
그들은 서둘러 다음 장을 넘겼다.
음양번뇌(陰陽煩惱)의 장이란 제호가 붙어 있었다.
이번에는 더욱 사람을 미치게 하는 그림이었다.
여인은 눈을 사르르 감은 채 쪼그려 앉아 있었다.
흔히 오줌 싸는 자세다.
그런 상태로 눈앞에 서 있는 사내의 육봉을 한 손으로 살짝 감싸 쥐고, 또 한손은 반쯤 오므려진 자신의 구멍을 살짝 쓸어 올리고 있었다.
남자는 그런 그녀를 선 채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어떤 화공(畵公)이 그렸는지 너무나 사실적이며 미세한 표현까지 놓치지 않았다.
그림이기보다는 마치 살아 있는 실사 같았다.
“큼!”
사군보의 눈은 붉은 욕념이 띠기 시작했다.
스윽!
그는 자신도 모르게 취취를 감싸 안으며 그녀의 헐렁한 나삼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말랑말랑한 살결이 손이 닿았다.
순간 취취가 눈을 부라렸다.
“이게 무슨 짓이에요. 벌써 이러면 어떻게 극의를 극복할 거예요!”
그녀의 싸늘한 냉갈에 사군보는 움찔했다.
“아차!”
사군보는 실책을 느끼며 급히 그 다음 장을 넘겼다.
파락.
음양접문(陰陽接門)의 장이란 제호가 붙어 있었다.
그 밑에는 여인이 양다리를 쫙 벌린 채 엉덩이를 들고 눈을 흘기며 요염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남자의 두 손은 여인의 젖가슴을 잡은 채 육봉을 여인의 구멍에 대고만 있었다.
‘삽입 전이네.’
파락.
그들은 다시 책장을 넘겼다.
음양입동(陰陽入洞)의 장이었다.
남녀가 완전히 결합한 상태에서 노를 젓고 있는 형태를 그려 놓았다.
그림 밑에는 주석이 달려있었다.
-음양입동(陰陽入洞).
두 사람이 화합을 하되 남녀는 그 벽을 넘어서는 안 된다.
매장마다 12시진, 그러니까 4주야를 그림 형태대로 일을 치러야 하지만 선을 넘지 마라.
사군보와 취취는 뒤의 책장을 넘길 생각도 안하고 암담한 심정에 책을 덮었다.
“공자! 우리가 선을 넘지 않고 견딜 수 있을까요?”
“솔직히 나도 자신이 없군요.”
“하지만 이를 악물고 부딪쳐 봐요. 이 관문을 뚫어야 하나의 깨달음을 열 수 있다고 했어요.”
“해봅시다.”
사군보는 말끝을 흐리더니 표정을 단호하게 굳혔다.
그렇다.
그는 결심이 한 번 굳어지면 기어이 일을 해내고야 마는 그런 마음의 소유자였다.
“그림대로 행하려면 소녀는 공자를 최대한으로 유혹해야 하는 과정인데…… 공자의 결심이 굳으니 한 번 도전해 보아요.”
그녀는 말을 맺으며 동시에, 음양신단 두 알을 꺼내 자신이 한 알을 삼키고 한 알은 사군보의 입에 넣어주곤 옷을 몽땅 벗었다.
이내 그녀는 음양천도의 첫 장을 넘기고 입문의 자세를 취했다.
사군보도 이내 옷을 완전히 벗고 그녀의 다리사이에 앉았다.
약효가 퍼지는가.
사군보와 취취는 전신이 달아오르며 눈에서는 욕념을 뿜어냈다.
하나 그들은 이를 악물었다.
사군보는 그녀의 볼록하면서도 기복을 일으키는 아랫배를 뚫어지듯 주시하고 있었다.
이성과 욕망의 처절한 싸움이 전개되었다.
사군보의 꽉 다물어진 이빨 사이에는 실낱같은 핏방울이 흘러내렸다.
그는 음양선단의 약효로 인해 이성과는 달리 손은 그녀의 하체를 더듬고 있었다.
“으음, 하아!”
취취는 미묘한 신음성을 터뜨리며 다리를 살짝 오므렸다.
더욱더 인간을 유혹하는 자극적인 자세로 사군보를 유혹했다.
그녀의 하체는 서서히 상하좌우로 조금씩 꿈틀거렸다.
사군보의 몸과 마음은 그녀의 기묘한 율동을 쫓았다.
그의 한손은 그녀의 구멍으로, 다른 한손은 펑퍼짐한 둔부로 옮겨가 자극적인 행동을 취했다.
이때 취취는 흥분에 몸을 떨면서도 사군보의 행동을 놓치지 않고 보고 있었다.
“정신 차려요! 어서 운기를 하세요.”
그녀의 일갈은 사군보의 뇌리를 둔중한 쇠망치로 치듯 충격을 주었다.
사군보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런 일이…… 방심은 금물이거늘……”
그는 이내 보리신공을 운기했다.
보리신공은 불문 선공이다.
마음을 정양하기에는 이보다 더 좋은 운기는 없다.
그러자 마음이 가라앉았다.
욕념이 다소 가심을 느낀 그는 열심히 행공에 전력을 쏟으며 그녀의 체위를 주시했다.
주야의 구분도 없이 시간은 화살처럼 쏘아져 갔다.
**
보름 후,
그들은 마지막 관문을 드디어 돌파했다.
“공자님, 축하해요.”
그녀의 눈가에는 이슬방울이 맺혔다.
얼마나 참기 힘든 고통의 순간이었든가.
사군보의 몸은 완전히 뼈다귀에 가죽을 씌워놓은 듯 삐쩍 말라 있었다.
그와는 반대로 사군보의 두 눈은 더욱더 맑은 빛을 뿜어냈다.
부처가 얻은 깨달음의 심안과 같이 맑고 깨끗했다.
“인간의 한계란 끝이 없군. 내가 주할 곳은 어디인가? 얻으려 한 자는 많되, 얻는 자는 아직 없었던 음양천도비학의 현묘함은 자연의 순리였다.”
사군보의 깨달음이 평범히 말하는 자연의 순리였단 말인가?
그의 심중에 든 마음의 변화를 드러내지 않았으니 모를 일이었다.
“취취! 이제 나는 묘의 일자를 깨닫기 위해 정신을 하나로 모아 정심할 생각이니, 그동안 좌측 보고를 열고 그 안에 있는 무학이라도 깨달아요.”
사군보는 그 자리에서 눈을 감아버렸다.
침묵이 연공실을 싸고 돌았다.
“아! 공자의 말대로 나도 무슨 무공이 더 익혀야겠구나.”
그녀의 발걸음은 중앙 석대의 우측 방으로 옮겨졌다.
취취는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스르릉……
묵직한 음향과 함께 문이 열리자 그녀는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두 눈은 튀어 나올 듯 빛을 내고 있었다.
“세상에……”
그녀는 가는 탄식을 자아냈다.
그녀의 탄식이 오히려 당연한지 몰랐다.
보고는 좌우로 중앙의 통로를 두고 갈라져 있었다.
좌측에는 관처럼 생긴 철함들이 한 줄로 늘어져 있었다.
통로 우측은 먼지가 한 치나 앉았을 성 싶은 서가에 제목도 없는 책들이 무수히 꽂혀 있었다.
통로의 끝에서는 청동화로에서 담담한 대나무 냄새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녀는 좌측에 있는 철함들 중 첫 번째 철함을 열었다.
사라랑~
번쩍! 번쩍!
“아! 예뻐, 너무 예뻐!”
철함 안에는 온갖 보석들이 눈을 자극시키며 광채를 뿜어냈다.
서둘러 옆의 철함을 열었다.
번쩍! 번쩍!
역시 상당량의 보석이 들어 있었다.
취취는 정신없이 철함들을 열면서 내부로 나아갔다.
11번째 철함은 앞의 철함과는 크기나 모양이 달랐다.
“이건 뭐가 들었을까?”
덜컹.
“아! 검이네!”
11번째 철함 안에는 한 눈에 봐도 신검으로 보이는 검이 들어 있었다.
12번째에는 쌍도가, 이어 지는 철함 안에는 모두 신병이기, 병장기들이다.
그렇게 20개의 철함을 연 취취는 어느새 내부 벽에 닿아 있었다.
뒤돌아보니 뚜껑이 열린 20개의 철함에서 온갖 휘황찬란한 보광이 새어나와 실내를 아주 황홀한 기운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이것들을 팔면 나라도 사겠다.”
상당한 가치를 지닌 재화들.
문파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재력이 있어야 한다.
재력이 뒷 바탕 되어야 조직을 만들 수 있고, 문하 제자들을 건사할 수 있다.
원래 터전이었던 북해를 떠나 중원에 자리 잡은 금란곡.
흔히 타향살이다.
그러다보니 재정적 문제가 있음을 일개 제자인 취취도 알고 있을 정도다.
‘이걸 곡주님과 총관에게 알리면 두 분이 무척 좋아하시겠다.’
취취.
그녀는 영락없는 여자였다.
“건너편에는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