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하마제 12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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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46회 작성일소설 읽기 : 혈하마제 126화
혈하-第 126 章 격이 다르다
“합출(合出)!”
그들의 검기와 도기가 하나의 원통처럼 그를 감싸며 베어왔다.
상하 팔방이 완전하게 막힌 가운데 도기와 검기가 폭발할 듯 돌출되었다.
사군보의 신형이 그들과 역으로 회전하면서 일갈을 터뜨렸다.
“차합!”
사군보의 몸이 허공에 무지개를 그리면서 짓쳐드는 검기를 피하였다.
파파파팍!
염왕오살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하얀 검기와 도기를 뿌려놓았다.
강기로 보호한 사군보의 옷자락이 미미하게 펄럭였다.
사군보는 혼신의 내력을 끌어올렸다.
그러자 검은 흑무가 전신을 감쌌다.
두 손에 맺히듯 피어오르는 마정은 하나의 검은 폭탄처럼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참(斬)!”
번쩍. 번쩍.
쌔쌔쌔-
염왕오살의 도검에서 하얀 기류가 번갯불처럼 쏟아졌다.
“타핫-!”
사군보의 양손에 맺힌 마정이 폭광 되었다.
이 긴장의 순간 열 두 개의 시선이 교차되며 촛점을 이루었다.
파-파-파-팍-!
꽈-르-릉-!
검은 강기가 허공을 수평으로 갈라놓았다.
“으-아-악!”
한 마디의 단말마.
하나 그것은 한 사람의 입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염왕오살이 동시에 비명을 지르다보니 마치 한 사람이 내지르는 것처럼 들릴 뿐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삶의 비명을 허공에 헤집으며 영원히 되돌아올 줄 몰랐다.
퍽-퍽-퍽-퍽-!
촤아아아아……
염왕오살의 수급이 떨어져 구르면서 혈우를 뿌리었다.
그들의 얼굴은 죽어서까지 놀란 표정을 지우지 않고 있었다.
왜 자신들이 죽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는 양.
“후훕!”
사군보는 길게 심호흡을 했다.
비록 그들이 자신의 공격에 황천행을 하긴 했지만 정말 무서운 자들이었다.
그때였다.
쓔아앙-
한 줄기 거창한 흑색 기운이 사군보를 향해 날아왔다.
기겁을 한 사군보는 즉시 적령장을 일으켜 흑색 강기에 맞서 나갔다.
콰앙!
폭발하는 힘의 충돌.
한 차례 서로 부딪치고, 서로 튕겨졌다.
뒤로 한 걸음 물러선 사군보 앞에 지금까지 느긋하게 전장을 지키던 중년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네놈은 탈명혈하? 네놈이 왜 여기 있느냐?”
“그러는 당신은 누구지?”
“난 현무천왕이다.”
“현무천왕! 대하교의 사대천왕 중 하나가 바로 당신이라고!”
놀라운 일이다.
-현무천왕(玄武天王)!
대하교 사대천왕 중 한 명이 이 자리에 있었다.
“오! 우리를 알아?”
“알다마다, 얼마 전 온갖 짐승들을 부리던 백호라는 놈도 나에게 혼쭐이 나서 도망을 쳤는데, 아직 백호가 얘기 안했나 보네?”
“백호천왕이 당했다고?”
현무천왕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거짓이 아닌 얼굴이다.
사군보가 이죽거렸다
“쪽팔려서 얘기 안했나?”
“흠……금시초문이다.”
“지금 들었으면 됐어. 자신 없으면 그냥 물러가라고 안 쫓아갈 테니까.”
“건방진 놈! 나와 그 짐승 놈과 같은 선상에 두지 마라!”
자존심이 상했는지 얼굴이 확 일그러지는 현무천왕.
“백호천왕을 싫어하나보네? 아무리 당사자 없을 때는 별별 소리 다 한다고는 하지만 짐승은 좀 그랬다. 그래도 같은 편이잖아.”
“같은 편? 흐흐흐흐……놈이 짐승들과 교감이 통해서 그 자리에 있을 뿐 놈은 우리와 다르다.”
“주특기로 자리를 차지한 게 미운가 보군.”
“놈. 언제까지 수다만 떨거나?”
“이제 그만 떨려고. 이 정도면 충분히 정비했을 테니까.”
말을 끝낸 사군보는 슬쩍 주변을 둘러보았다.
과연 그의 말대로다.
여지없이 밀리기만 했던 금란곡 여제자들은 그 잠깐 사이 전력을 재정비를 했다.
염왕오살을 죽이고, 가장 강한 강적을 잡아둔 덕분이다.
현무천왕은 어이가 없었다.
“내가 어린놈에게 놀아났군.”
“잘 놀면 됐지 뭐 또 그런 거 가지고 삐지시나.”
“후후후……입심만큼 실력도 좋은지 보자!”
“실력이 더 좋다!”
쓔아아……
사군보는 즉각 구유현명장을 갈겼다.
상대가 상대인 만큼 처음부터 전력을 다하는 것이다.
현무천왕은 비릿하게 웃었다.
“네놈 재롱은 여기까지 받아주지.”
고오오오오……
현무천왕의 몸에서 짙은 흑색 기운이 아지랑이처럼 일어나고, 그는 주먹을 내질렀다.
“흡!”
황급히 몸을 피한 사군보.
그런 사군보의 옆, 종이 대여섯 장 높이의 차이로 소름 끼치는 무엇인가가 훑고 지나갔다.
우두둑!
우두두두두둑!
두꺼운 나무가 일격에 부서지는 소리들이 살풍경하게 났다.
일직선으로 뻗은 파운장(破運掌)이다.
거침없이 질주하는 한 줄기 섬광에 수십 그루의 나무 기둥 중간이 통째로 날아갔다.
파운장이 그리는 일직선 공간에 있는 모든 나무들이 지상 위로 시끄러운 굉음과 함께 추락했다.
수십 그루이니 넘어가는 광경은 거대한 성벽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바닥을 치는 나무들이 허공으로 우수수 먼지를 뭉게뭉게 피워 올렸다.
어마어마한 위력이다.
내심 사군보는 식겁했다.
‘정말 백호천왕과는 격이 다르다.’
가까스로 피했지만 안도할 상황이 아니다.
파운장을 피하기 위해 측면으로 움직이며 거리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런 사군보에게 순식간에 쇄도하는 시커먼 섬광의 질주가 있었다.
콰우우우!
저 섬광의 본체는 현무천왕이었다
쌔액-
단숨에 접근하여 뻗어오는 손.
용의 발톱처럼 굽은 손가락이 몸을 피하고 있는 사군보의 손목을 잡았다.
용조수(龍爪手)다.
완맥을 제압함으로 힘을 쓰지 못하도록 한다.
몸이 움직이고 있는 방향의 반대로 현무천왕의 손이 사군보의 손목을 비틀었다.
“읏!”
관절이 하나 비틀리면 그와 연결된 다른 몸의 구조 역시 비틀린다.
그렇게 몸의 균형이 무너졌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가속도의 탄력을 받은 사군보의 육신은 허공으로 붕 떠올랐다.
허공에는 몸을 지탱할 만한 구석이 없다.
강한 다리 힘이 있어도 디딜 곳이 없으면 무용한 법이다.
그 상태에서 현무천왕의 손이 허공에 갈지자를 그렸다.
우둑! 둑!
한 손에 쏙 들어가는 장난감을 휘두르는 듯이.
제멋대로 허공에서 휘적거리는 사군보의 팔꿈치와 어깨에서 나서는 안 될 소리가 났다.
‘빌어먹을!’
세도 너무 세다.
잠시 잠깐 선기를 놓친 게 천추의 한이 되었다.
그렇게 사군보가 허공에서 장난감처럼 취급받는 사이 현무천왕의 오른발이 땅에서 멀어진다.
하늘 높이 떠올랐다 아래로 떨어지는 내려찍기.
도룡각(屠龍脚)이다.
휘잉-
그 자체만으로도 위협적이다.
사군보는 그 도룡각의 발끝에 흐르는 기운을 보며 얼굴을 굳혔다.
정면으로 막았다면 방어고 나발이고 뼛가루 하나 남기지 않고 이 세상의 티끌이 될 것 같은 거력.
그것이 지금 체공 중인 상황에서 머리 위에 떨어지고 있었다.
척추를 얼음물에 푹 담근 것 같은 오한이 전 신경 위를 내달린다.
“이대로는 안 당한다!”
휘리릭.
사군보의 손이 나(拏)의 요결로 회전하여 자신의 손목을 잡고 있는 현무천왕의 손목을 거꾸로 다잡았다.
묵혈대제 사악의 사대절기 중 하나인 지옥인이다.
뒤이어 힘껏 장력을 모아 현무천왕의 가슴팍에 날렸다.
이어지는 적령장.
팡!
격음과 함께 현무천왕의 몸이 뒤로 밀려났다.
동시에 사군보는 그 반발력을 이용해 있는 힘껏 뒤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이어지는 굉음.
콰아아앙!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땅이 울린다.
조금 전 나무가 쓰러진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거대한 먼지 구름이 피어올랐다.
휘류류륭……
그 먼지 구름이 다 걷혔을 때 드러나는 참상은 말로 표현하기도 힘들었다.
세상을 창조했다고 알려진 거인 반고의 발 한쪽이라도 소환된 것일까 싶다.
신화의 이야기를 끌어들일 만큼이나 거대한 구덩이가 저 멀리까지 여파를 남겼다.
“위험했다.”
뒷목을 만져보면 식은땀이 그득하다.
목에서 시작해 위로 머리카락을 한 줌 쥐어보면 손바닥이 온통 땀으로 젖었다.
“그럼 좀 수위를 높여볼까.”
챙.
현무천왕의 검을 뽑았다.
머리 위에서 손을 빙글빙글 돌리는 것처럼 휘익, 휘익 검을 돌렸다.
그러고는 발을 한 걸음 뻗을 때마다 형태가 분명하지 않은 알 수 없는 검의 궤적을 그렸다.
마치 춤을 추는 것 같다.
흐름을 따라 너울너울 흐른다.
그럼 검이 움직일 때마다 검 끝이 궤적을 그린다.
사군보가 섬뜩함을 느낀 것은 그 부분이다.
검이 흐르는 길을 쫓아보면 궤적이 보이고, 궤적을 보면 조금 전에 본 검의 흐름이 잔상처럼 시야에 남았다.
검이 그리는 궤적.
무한히 흐르는 궤적이 보였다.
한 번 본 것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검 끝의 궤적이 끝없이 흘렀다.
“오지 않으면 내가 간다.”
도발인가.
현무천왕의 한마디에 사군보는 주먹을 꾸욱 쥐었다.
왠지 호기가 솟는다.
“와라.”
“하하하……!”
현무천왕이 크게 웃었다.
“좋아, 좋아.”
검 끝이 변화한다.
형태를 알 수 없던 검의 궤적이 마침내 형태를 이룬다.
점이 모이면 선이 되고, 선이 모이면 면이 되며, 면이 모이면 입체가 된다.
현무천왕의 한 걸음이 앞으로 나아갔다.
점이 선이 되었다.
두 걸음에서 선은 면이 되고, 세 걸음을 걸었을 때 검의 궤적은 공간을 구축했다.
쌔애액-
검의 공간.
그 공간 안에서 절대적인 검.
너울너울 춤을 추면서 그 공간 안에서는 태산도 두 조각 낼 것 같은 그런 검이다.
형태가 드러나고 사군보는 그것을 보고 느낀다.
“이 한 번으로 끝내자.”
현무천왕답지 않게 경고를 했다.
하지만 그럴 만했다.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았다.
쌔애액-
현무천왕의 신형이 움직였다.
그를 따라 선이, 면이, 공간이 움직인다.
오라고 말했었던 사군보의 신형도 내달렸다.
묵혈사령신공을 극성까지 끌어 올린 탓에 마치 검은 용이 치달리는 것 같았다.
검과 장.
콰콰콰콰!
힘이 부딪치고 후폭풍의 여파로 만들어지는 배척의 공간 안에서 찰나의 투혼을 논한다.
참격과 둔격.
검의 궤적은 십 수 개의 흐름을 그리고 강의 주먹은 모든 흐름을 헤집는다.
그리고 한 번 더 격돌.
쾅! 콰아아아앙-
고막이 찢어지는 것 같은 굉음에 금란곡 여제자들은 물론 대하교 흑의인들까지 손을 멈추고 뒤로 물러나야만 햇다.
그리고 고요가 찾아왔다.
“……”
현무천왕과 사군보는 서로를 마주보고 서 있었다.
“쯧! 비싼 옷인데.”
사군보는 검에 베여 팔락거리는 앞섶을 손가락으로 튕겼다.
현무천왕은 겉모습을 말짱했다.
어느 한 군데 찢기거나 당한 기색이 없었다.
“마지막 수는 무엇이냐?”
“아! 그거……천붕장.”
“천붕장!”
천붕장(天崩掌).
묵혈대제 사악의 사대절기 중 하나이며 적령장, 구유현명장을 주로 사용하는 사군보가 회심의 일격으로 준비한 것이다.
천붕장은 내공 소모가 깊다.
일격필살의 파괴력을 지닌 대가다.
“묵혈대제의 망령이 널 구했구나. 우욱!”
현무천왕의 입에서 시커먼 피가 토해졌다.
꽈드득.
갑자기 현무천왕의 몸에서 무언가가 부셔지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는 뼈마디들이 금이 가고 터지는 소리.
이어.
펑! 퍼펑-
현무천왕의 몸이 마치 풍선 터지듯 터졌다.
몸 안으로 깊이 파고 들어온 장력의 기파가 이제야 폭발한 것이다.
비산하는 뼈와 살, 핏덩이가 천지사방으로 뿌려지는 것을 보며 사군보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게 말이야. 선친이 돕고 계신가 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