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하마제 125화
무료소설 혈하마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67회 작성일소설 읽기 : 혈하마제 125화
혈하-第 125 章 금란곡의 위기
사군보가 관심 있게 물을 때서야 취취는 근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렇사옵니다.”
“그럼 이럴 때가 아니지 않아요? 내가 도울 수 있다면 도울 테니 말해 봐요.”
“감사합니다. 공자!”
먼저 허리를 굽혀 절을 한 취취는 천천히 다음 말을 이어갔다.
“지금 저희 곡은 완전히 포위되어 있습니다. 사실 소녀가 여기서 기다렸던 것은 공자의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취취는 그의 표정을 살폈다.
그녀의 눈은 그의 대답을 간곡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좋아요, 기꺼이 생명의 은혜에 보답하리다.”
사군보는 쾌히 승낙하고는 공력을 운기 해 보았다.
단전에 모인 진기가 순조롭게 운용되었다.
아니 순조로울 뿐만 아니라 전에 비해 공력이 더 충만 되어 있었다.
‘음……익기신선환이란 것 때문에 공력이 늘어났나 보구나. 일단 이곳의 위기를 구한 후 곡주를 만나 자세한 애기를 들어야겠다. 은혜를 입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는 공력을 일주천하고 취취에게 말했다.
“옷 좀 주겠습니까. 이래가지고서야 어디 밖에 나갈 수 있겠나.”
“아! 여기 있어요. 곡주님의 분부로 미리 준비해 두었어요.”
“고마워요. 허면……”
사군보는 취취를 바라보았다.
일시 무슨 뜻인지 몰라 하던 취취는 그제야 그가 알몸인 것을 깨닫고는 이내 내실을 빠져나갔다.
그러나 힐끔힐끔 사군보를 쳐다보는 모습이 벌써 그의 모습에 현혹당한 것 같았다.
사군보는 재빠르게 일어나 옷을 입었다.
옷까지 마련해 놓은 것으로 보아 곡주는 꽤나 세심한 인물일 것이라고 생각 들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사물을 살피는 걸 잊지 않았다.
어느 것 하나라도 잃어서는 안 되는 것들이었다.
사물은 그대로였다.
사군보는 사물을 챙긴 다음 내실을 빠져나왔다.
내실 밖에서 취취가 기다리고 있었다.
“공자님! 절 따라오십시오.”
취취가 앞장서서 달려갔다.
사군보는 취취를 따라 몸을 날렸다.
**
그들이 일각 가량 달렸을 때 혈전장이 나타났다.
혈전은 어느 계곡의 끝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계곡에는 두 무리가 있었다.
여자로 구성된 무리와 흑의를 걸친 자들이다.
여자로 구성된 무리는 연신 후퇴를 하면서 적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녀들이 밀려날 때마다 서너 명의 제자들이 죽어갔다.
적영실은 치를 떨었다.
‘이대로 가면 전멸이다.’
그녀는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적의 막강한 세력 앞에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
더욱 가장 무서운 적이 아직도 전장에 나서지 않고 있었다.
대하교 무리들 가장 후미.
그곳에는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한 중년인이 느긋하게 뒷짐을 진 채 전장을 살피고 있었다.
고수는 고수를 알아보는 법.
적영실을 알 수 있었다.
저자야말로 적도 중 가장 강적이라는 사실을.
만약 저자가 전장으로 나서는 날에는 이 치열한 공방도 ㅅㅂ시간에 끝날 정도로 그가 지닌 능력이 막강하다는 것을.
어떻게 해서라도 저자가 나서기 전에 전장을 유리한 편으로 끌고 가야 한다.
그때다.
그녀의 눈에 두 사람이 곡 안에서 달려오는 게 보였다.
“아! 깨어났구나!”
묘하게 가슴이 뛰었다.
사군보가 전장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멈춰랏!”
사군보는 소리치며 허공에서 공중제비를 돌아 땅에 내려서려 했다.
그 순간,
휘류류륭--!
노도 같은 장력이 사군보의 앞을 가로막았다.
장력을 떨쳐낸 장본인은 30대의 인물로 그가 떨쳐낸 장력은 흉흉하기 그지없었다.
또한 사군보가 채 신형을 바로 세우기 직전의 기습인지라 사군보로서는 손도 못쓸 형편이었다.
위기가 몰려왔다.
사군보는 날아드는 장력을 훌쩍 뛰어넘었다.
“앗!”
대한이 기겁하며 주루루 뒷걸음질을 쳤지만 이미 늦은 다음이었다.
퍽!
“크악!”
사군보의 천뢰지(天雷指)가 대한의 하악골에서 후두골까지 관통하고 난 뒤였다.
사군보의 축천보행신법(縮天步行身法)은 이들을 처치하기에 아주 안성맞춤이었다.
펑!
“으아악!”
다시 다른 두 대한이 그의 장력에 날아갔다.
그러자 뒤쪽에서 혈전장을 지켜보고 섰던 다섯 늙은이가 장검과 귀두도를 빼들고 날아들었다.
“금란곡에 남자라니? 저 놈은 뭐야?”
“뭔 상관있어! 죽여 버려!”
가가가가-
다섯 노인의 공세에 사군보는 거침없이 그들의 틈을 헤집었다.
사군보는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았다.
펑! 펑!
“크악!”
그의 손과 발이 움직일 때마다 그를 막는 흑의인들은 추풍낙엽처럼 나뒹굴었다.
그때서야 다섯 늙은이들은 주춤했다.
의외의 강적에 긴장한 것 같았다.
“네놈은 누구냐?”
염소수염의 육순 노인이 카랑카랑한 음성을 토해냈다.
늙은이의 인상은 감정이라곤 전혀 없었다.
“묻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사군보는 싸늘하게 내뱉으며 다섯 노인을 주시했다.
“어린놈! 우리가 누군지를 모르는 놈이구나.”
이마에 검상이 나있는 노인이 말했다.
입술이 열리면서 누런 이빨이 드러나는 모습은 영락없는 발정 난 숫말이었다.
“자칭 무섭다고 위협하는 놈치고 허풍 떨지 않는 놈 하나도 없다.”
사군보는 비웃 듯 내뱉으며 힐끔 적영실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적영실과 죽검비녀대의 제자들은 적들로 에워싸여져 있었다.
그러나 적영실의 무공이 워낙 고강해 쉽게 패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가 잠시 한눈을 파는 순간,
“어린놈! 어딜 한 눈 파!”
“저 놈, 저거! 곡주를 보는 게 곡주 기둥서방 아냐?”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더니 네놈을 두고 하는 말이로구나.”
다섯 노인들이 제각 한 마디씩 했다.
“고양이도 못된 주제에 범이라니…… 늙은이, 그렇지 않느냐?”
사군보의 입에서 쏟아진 말들은 상대편을 철저하게 조롱하고 있었다.
“저, 저 찢어 죽일 놈!”
비쩍 마른 노인이 두 눈에 파란 불꽃을 튀었다.
서리서리 벋어지는 광망이 예사롭지 않았다.
이로 미루어 그들의 무공을 얕잡아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흐흐흐, 어린놈! 염왕오살(閻王五煞)이란 말을 들어보았느냐?”
영락 말처럼 생긴 노인이 두 눈에 살기를 번뜩이며 말하였다.
“염왕오살?”
사군보는 흠칫하며 되물었다.
“그렇다. 이 어르신네들이 바로 오살이니라.”
염소수염의 노인이 냉혹한 음성으로 씹어 뱉었다.
염왕오살은 묵혈방이 흑도 무림을 장악하기 이전의 고수다.
그러니까 50년 전, 흑도 무림을 한 축을 차지했던 염왕부의 호법들이었다.
그러나 염왕이 묵혈방주 묵혈대제 사악에게 패하고, 염왕이 비무하기에 앞서 약속한대로 염왕부를 해체시키자 강호에서 홀연히 사라졌던 자들이다.
그런 그들이 등장한 것이다.
사군보는 이들이 무섭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 배후에 있는 인물이 궁금했다.
사실 이들을 가볍게 부릴 수 있는 인물이라면 그의 무공 또한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더불어 그만한 세력을 지녔다는 말이 된다.
지금 사군보는 강호 거대방파로 돌연히 떠오른 패왕보와 암중으로 암약하는 대하교, 그리고 100년 만에 야망을 다시금 드러낸 사해맹…… 이들 세력과 제마오세, 나아가 백련교까지 염두에 두고 있었다.
누구라도 관계없다.
묵혈방과 관계된 자라면 설사 그것이 하늘일지라도 결코 용납하지 않으리라!
“염왕오살, 네놈들이 살인을 밥 먹듯 하는 놈들이라는 것을 안 이상……”
사군보가 말하다 말고 염왕오살의 상판을 하나하나 살피었다.
“안 이상 어떻다는 말이냐?”
키가 작고 뚱뚱한 삼살이 재미있다는 듯 물었다.
“골통을 부셔놓겠다.”
사군보의 음성은 더없이 싸늘하게 울리었다.
“죽일 놈! 참새가 죽어도 짹 한다더니……”
“흐흐흐…… 놔두게, 혀가 잘리면 더 이상 지껄이지 못할 테니까.”
염왕오살 등은 한 마디씩 뱉어내며 사군보를 포위하기 시작했다.
사군보도 그들이 검진을 발동시킬 때까지 우뚝 서 있었다.
“오살진동(五殺陳動)!”
염소수염의 대살이 일갈을 터뜨렸다.
염왕오살의 신형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사-사-삭-!
휘우우우우웅-우우우웅-!
염왕오살의 신형은 점점 빠르게 회전하였다.
삽시에 이젠 그들의 모습도 보이지를 않았다.
분명 그들은 전후좌우를 돌면서 방위가 바뀌었지만 너무나 빠르기 때문에 식별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사군보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우뚝 서 있었다.
언뜻 보기에는 아무런 방비도 없는 것 같았다.
그러나 사실은 완벽한 방어 자세를 그는 취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정제동(以靜制動),
고요함으로 움직임을 막는다.
석상마냥 움직임이 없다는 것은 곧 수많은 헛점이 있다는 말이며 또한 헛점이 하나도 없다는 말이기도 하니……
그 탓일까?
염왕오살은 쉽사리 공격을 못하고 있었다.
사군보의 신변에 어떤 이상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츠으으으으……
검은 기류가 흘러나와 그의 전신을 감싸기 시작한 것이었다.
염왕오살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들 역시 강호를 풍미해 왔던 고수들.
사군보의 변화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하지만 곧 그들은 사군보의 모습이 차츰 강기에 감싸이는 것을 보고나서야 동시에 일갈을 터뜨렸다.
“파멸강(破滅剛)!”
그 일갈이 떨어짐과 동시에,
슈우욱! 슈우우욱--!
휘류류륭……
무시무시한 장력이 축을 둔 것같이 회전하며 날아들었다.
꽈르르릉-!
강한 진동이 일면서 염왕오살의 장력과 사군보의 강기가 충돌했다.
사군보의 신형이 두 자 가량 솟구쳤다가 내려왔다.
염왕오살은 두 걸음 물러서며 경악한 탄성을 내질렀다.
“앗!”
“우리 강기를 그토록 쉽게 파헤치다니!”
염왕오살은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사군보를 주시했다.
그들이 떨쳐낸 파멸강은 그 어떤 호신강기라 해도 떡처럼 뭉개버리는 강력한 강기였다.
더욱이 마치 한 사람이 떨친 것처럼 보이나 기실 다섯 사람의 공력이 모아진 내가강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군보가 멀쩡함은 물론 자신들의 가슴이 찡하게 울리니 어찌 놀라지 않을 소냐?
“어서 덤벼라. 이번엔 용서치 않겠다.”
그는 염왕오살의 무공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그들은 오랫동안 함께 생활을 해 왔기 때문에 마음으로 서로 통한다.
합격진을 펼침에 있어 눈빛 하나로 상대의 의중을 읽을 수 있다는 것.
이것은 합격진이 갖는 그 어떤 무서운 위력보다 더 무서운 위력이 된다.
사군보는 단순히 강기 하나로 맞서다간 오히려 자신이 당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조금 전, 서로의 내공을 부딪친 순간 사군보는 염왕오살은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인다는 것을 알았다.
결국 상대는 다수지만 그가 싸우는 상대는 하나다.
다른 동료들의 내공이 하나요, 뭉쳐진 가공할 내공을 지닌 자와 싸우게 되는 것이다.
사군보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백호천왕과 강신웅과의 싸움.
거기서 그는 아주 중요한 것을 배웠다.
싸움에 있어 힘만 위주로 하는 것보다는 심리적인 압박과 상대의 허를 찌르는 권모술수가 효과적이라는 것을.
이제껏 그는 무리하게 공력만 믿고 싸워 왔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오냐, 네놈을 기꺼이 저승으로 보내겠다.”
염소수염의 대살이 노기에 찬 일갈을 터뜨렸다.
“등천(騰天)!”
염왕오살의 신형이 도검과 합일되었다.
신검합일(身劍合一)!
검과 몸이 하나가 됨은 검이 곧 나인 검즉아(劍卽我)의 무상검도.
신검합일이 된 염왕오살의 몸이 사군보의 주위를 무섭게 맴돌았다.
쌔애애애--!
휴류류륭……휴류류륭……
꽈우우우우……
이미 그 위력만으로도 사군보의 몸은 갈기갈기 찢기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