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하마제 11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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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80회 작성일소설 읽기 : 혈하마제 117화
혈하-第 117 章 음모의 일각
“앗! 자살을……!”
그것을 본 사군보는 급히 문미령에게 달려갔다.
문미령은 썩은 고목 스러지듯 앞으로 푸욱 꼬꾸라졌다.
그녀는 스스로 심맥을 터드려 죽음을 택한 것이다.
사군보가 막 그녀 가까이 다가가는 순간 문미령이 힘겨운 목소리로 그를 바라보았다.
“군보……넌 영락없이 양숙 언니를 닮았구나……”
“허억!”
그녀에게 다가가던 사군보는 석상처럼 굳어졌다.
양숙.
그 이름은 그의 모친인 소양숙을 말함이기 때문이다.
문미령은 묵혈방 형당주를 지닌 여인이다.
그러나 그녀가 아무리 형당주였다고는 해도 사군보의 존재를.
아니 독신으로 강호에 알려진 묵혈대제 사악에게 소양숙이라는 부인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그녀가 알 수는 없다.
그런데 그녀가 자신의 모친을 안다?
이건 어떻게 해석해야 한단 말인가?
문미령이 씁쓸하게 웃었다.
“군보야, 너무 놀라지 마라. 난……그래……난 한때 네 아버지였던 성주를 사랑했었다. 물론 네 어머니였던 양숙 언니도 그 사실을 알고 날……나와 성주를 맺어주려고 했지만……끝내 난 성주를 배신하고 말았다……”
“……”
사군보는 멍해졌다.
그는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그저 문미령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문미령……
귀후 문미령은 죽음의 자락을 붙잡고 지난날의 음모를 말하기 시작하니,
그녀를 통해 묵혈방을 둘러쌌던 음모의 자락이 한 겹 벗겨지고 있었다.
-난 고아였다.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사창굴에 버려진 사생아였다.
난 내 나이 여덟이 될 때까지 창녀들의 심부름을 해주며 자랐다.
내가 본 것은 사내의 정액을 받은 댓가로 동전 몇 닢에 히히덕거리는 창녀들의 모습뿐이었다.
그렇게 자라온 난 사내들이 미웠다.
재수 없게 사내의 씨를 가져 그나마 창녀 짓도 못하고 다른 창녀들의 옷이나 빨면서 아이를 낳고……
그렇게 나은 아이를 나처럼 아무도 모르게 버리는 모습을 보며 난 자란 것이다.
그런 환경 탓인지 난 그 누구보다도 사내를 증오했다.
아이를 버리는 창녀가 미웠다.
그러던 어느 날, 아직 열 네 살 밖에 안 된 나를 포주 놈이 강간을 하려고 덤벼들었다.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그러나 당하고만 있을 수 없어 발버둥 치며 몸부림쳤지만 사내의 힘을 감당하기엔 여덟 살짜리 계집아이는 너무나 어렸다.
난 사내 배 밑에 깔려야만 했다.
옷이 찢겨나가는 순간 손에 잡힌 것은 머리통만한 돌멩이였다.
그걸 어떻게 들었는지 모른다.
다만 난 그것으로 포주의 마리를 내리 찧었고 그때 난 태어나 처음으로 살인이란 것을 하고 말았다.
겁이 난 난 도망을 쳤다.
그리고 문전걸식하는 사이 어느 덧 난 열 다섯 살이 되었다.
내 몸도 여자의 티를 서서히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한 번의 시련이 닥쳤다.
무릉산(武陵山)을 넘던 도중 녹림도들에 붙잡혀 무참하게 짓밟힐 위기에 처한 것이다.
그것도 한 놈도 아닌 일곱 놈이 날 윤간하려고 눈이 시벌겋게 충혈 되어 달려들었다.
나란 계집의 운명은 그렇게 비참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코 비참한 것만은 아니었다.
하늘의 손길이 내게도 뻗은 것이니 바로 그날 너의 아버지를 만난 것이다.
묵혈대제 사악.
묵혈방의 성주인 그 분이 그곳을 지나다 나의 위기를 보고 구해주셨고 난 그날 이후 묵혈방에서 살아가기 시작했다.
성주는 내게 무공을 가르쳐 주었다.
난 1년이란 짧은 세월에 일약 절정고수로 성장했다.
귀후-
왜 귀후가 항상 안개 같은 뿌연 귀무로 몸을 가리며 나타나는 줄 아느냐?
그건 그때 내 나이 겨우 열여섯 밖에 안 되었기 때문에 내 진면목을 감출 생각에서 그런 무공을 펼친 것이다.
난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녀가 되었다.
어린 시절에 당했던 그 수많은 시련과 증오가 쌓이고 쌓여 날 그렇게 만든 것이다.
하지만 내게도 뜨거운 사랑이 있었다.
은인인 묵혈대제 사악님을 향한 사랑의 불길이었으나 그분은 항상 냉정했다.
그러면 그럴수록 나는 더욱 냉혈녀가 되어야 했다.
어느 날, 더 견디지 못한 난 성주의 침실로 옷을 벗은 채로 쳐들어갔다.
그러나 성주는 날 안아주지 않았다.
그때 알았다.
그 누구도 모르는 성주님의 감춰진 부인이 있음을.
그리고 아들이 한 명 있다는 것을……
결국 난 성주님을 마음에만 담아야 했다.
그런데 어떻게 알았는지 양숙 언니는 날 동생처럼 아껴주시고 성주님을 설득해 결혼을 시켜주려고 무던히 노력하셨다.
난 그분의 따뜻한 마음에 감동했다.
비록 성주님이 승낙하지 않는다 해도 난 그분을 이해할 수 있었다.
양숙 언니는 여자인 내가 보기에도 가장 자애롭고 자상하며 성스러운 분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다.
양숙 언니와 난 어느 새 언니, 동생 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내게 돌연 한 사람이 나타났다.
아버지란다.
이름도 얼굴도 모른 채, 아니 아버지는커녕 어머니 얼굴도 모른 채 자라온 내게 아버지가 나타난 것이다.
난 믿을 수 없었다.
갑자기 나타나 아버지다 하고 떠드는 그가 증오스럽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의 말을 듣고 난 눈물을 흐려야만 했다.
난 버려진 사생아가 아니었다.
아버지는 강호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신비방파의 총관이었는데 숙적인 무리들이 어머니와 갓난 핏덩어리인 날 인질로 한 채 아버지에게 방파의 기밀을 빼내라고 협박을 했던 것이다.
아버지는 그들의 요구사항을 들어주는 척하면서 가짜 기밀문서를 가지고 협상장소로 나가셨다.
그러나 놈들은 그것이 가짜라는 것을 알고는 그 자리에서 어머니를 죽이고 날 안은 채 아버지에게서 도망을 치기 시작한 것이다.
아버지는 절대고수였다.
결국 위기를 느낀 자들은 짐밖에 안 되는 날 사창굴에 내던지고는 도망을 친 것이다.
그로부터 18년,
아버지는 날 찾아 강호를 수소문한 끝에 드디어 내 앞에 나타나신 것이다.
처음엔 믿지 않았으나 당시 난 사람의 정이 그리울 때였다.
그때부터 아버지와 난 남들의 눈을 피해 자주 만났다.
그러면 그럴수록 난 의아했다.
왜 떳떳하게 만나지 못하는 것일까?
결국 그 의혹을 물어본 난 청천벽력과도 같은 말을 들어야만 했다.
어머니를 죽인 원수,
날 사창굴에 버린 원수들,
그 무리들은 군림성이란 자들로 그들은 묵혈대제 사악이 강호인들 모르게…… 심지어 같은 묵혈방 사람들도 모르게 키우고 있는 친위조직이라는 것이다.
또한 아버지가 속해 있는 조직과는 앙숙이었으니 어찌 떳떳이 만날 수 있으랴.
난 또 다시 얄궂은 하늘을 원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토록 사랑한 성주가 어머니를 죽인 원흉이라니.
마음의 갈등이 몸을 휘어감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말이 아버지 입에서 흘러나왔다.
아버지가 속해 있는 조직이 묵혈방을 공격하니 미리 몸을 피해 있으라는 것이다.
난 고민했다.
은인이자 마음속의 정인인 성주에게 이 사실을 알릴 것인가?
아니면 아버지를 도울 것인가?
결국 아버지를 택했고 그날 묵혈방은 무너졌다.
묵혈방이 무너지는 날 나 또한 무너져야 했으니……
모든 것이 거짓말이었다.
아버지란 사람은 나의 과거를 캐내 그 과거를 이용해 접근해온 가짜였던 것이다.
그리고 난 그 가짜 아버지를 진짜로만 믿고 있다가 그놈에게 내 순결을 빼앗기고 말았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어찌하여 내게 이런 시련이 닥친단 말인가?
더욱 큰 시련은,
강신웅(姜信雄)!
그 늙은 여우 놈은 내 무공을 완전히 망가뜨리고 날 자신의 성노로 갖고 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놈의 정액을 받으며 난 속으로는 눈물을 흘렸으나 겉으로는 신음을 뱉어야만 했다.
내가 치욕의 그 짓을 한 까닭은 오직,
복수(復讐)!
사랑했던 성주를 배신하게 한 놈들의 심장에 칼을 꽂기 위한 복수의 일념 때문이었다.
5년이 지났다.
그 치욕의 세월 동안 난 차근차근 복수의 칼날을 갈았다.
-천요섭령공(天妖攝靈功)!
남자의 양기를 빨아들여 공력을 만드는 채양보음공!
난 그 무공을 강신웅 몰래 익히기 시작했다.
그러는 한편 놈들의 약점을 캐기 위해 강신웅 외에도 수많은 사내를 받아들이는 요녀가 되어야 했다.
난 색녀가 되어 나와 잠자리를 같이한 자들에게서 조금씩…… 그들이 전혀 눈치 채지 못하게 아주 조금씩, 조금씩 양기를 모아 단전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사내와 잠자리를 같이 하는 숫자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내 내공도 높아졌다.
그렇게 또 다시 3년이 지나서 비로소 난 옛날의 내공을 되찾을 수 있었다.
바로 그때, 운명이 내게 기회를 주었다.
금낭(金囊)!
신주오보 가운데 금란곡의 비밀이 담긴 보물.
그것이 숨겨져 있는 한 장의 장진도를 강신웅이 해독을 하고자 침실로 가져온 것이다.
그날 밤, 난 뜨거운 숨결로 강신웅을 침대 위로 끌어들였다.
그리고 천요섭령공으로 놈의 내공을 빨아들였다.
그러나 놈은 절정고수, 다른 놈들과는 달리 눈치를 챈 그놈이 날 죽이려고 하자 난 알몸으로 도망쳐 나왔다.
당시 난 강신웅이 해독하려고 가지고 왔던 장진도를 지닌 채 그곳을 탈출했다.
그리고 바로 그날 강신웅은 내게 100년 공력을 빼앗기고 말았다.
호호호호……
통쾌한 일이었다.
놈의 공력을 빼앗고 천황의 심장을 갉아먹을 장진도를 가지고 도망쳤으니 그곳이 난리 났을 것은 뻔한 일이었다.
통쾌했다.
그로부터 난 그들에게 쫒기는 신세가 되었다.
내공을 키우기 위해 숱한 사내들을 유혹해 그들의 양기를 빨아먹으며 이날 이때까지 살아온 것이다.
그러나 이젠 여한이 없다.
널 만났으니까……
군보야,
잘 들어라,
묵혈방의 원흉은 바로,
-대하교(大河敎)!
천황 송주행이 이끄는 바로 대하교다.
그러나 더 무서운 것은 대하교의 진정한 정체다.
천황 송주행은 천 년 전 제마오세 가운데 하나였던 대지신궁의 후예다.
결국 대하교가 곧 대지신궁인 것이다.
대하교의 힘은 무섭다.
그들이 지닌 세력은 당장이라도 강호를 정복할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하다.
그러나 그들은 함부로 행동하지 못하고 있다.
그 까닭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