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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하마제 114화

무료소설 혈하마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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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혈하마제 114화

혈하-第 114 章 원수는 강하다

 

[흐흐흐……너도 제제의 나이 때문에……]

 

혼백의 한숨소리가 동굴에 꽉 들어찼다.

 

[제제는 불쌍한 아이다. 모두가 이 못난 아비 때문에 그 아이가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100살이 되었다는 소제제도 분명 그의 딸이다.

아직도 그녀를 아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보아 부친으로서의 깊은 정을 물씬 느낄 수 있었다.

혼백이 다시 긴 한숨을 내쉬었다.

 

[제제는 너를 좋아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 아비의 혼령까지 마다하고 너를 찾아 강호에 나간 것이다.]

[노부의 생각으로는 제제가 너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크게 받을 같다. 하지만 그 애가 하려는 일을 막지는 않겠다. 다만 전날 네놈을 처음 만났을 때, 그때 아주 죽여 이 세상에서 아주 없애는 것이었는데……]

 

사군보는 할 말이 없었다.

혼백의 음성이 조금 가까운 곳에서 들려졌다.

 

[네가 찾고 있는 원수도 어쩌면 그 일 것이다.]

 

갑자기 들려온 말,

사군보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분명 혼백은 자신이 애타게 찾는 원흉에 대해 말을 담고 있지 않은가?

그가 막 원흉의 정체를 물으려는 순간 혼백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 자는 지금의 네 실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

 

사군보는 너무나 큰 충격에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혼백의 묵직한 음성이 사군보의 울렁이는 가슴을 흔들어 놓았다.

 

[노부는 알고 있다.]

 

사군보는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누구입니까?”

 

[말할 수 없다. 말하면 노부의 혼령마저 그에게 빼앗길 것이다.]

 

사군보는 가슴은 크게 진탕되었다.

‘원수를 알 수 있다니……그러나……’

그러나 세상의 사정이 그러하다니 사군보로서는 그가 말을 해줄 때까지 물을 수 없었다.

잠시 서로가 무거운 침묵을 지켰다.

혼백이 결심을 굳힌 듯 침중한 음성을 보내왔다.

 

[녀석아! 제제 때문에 노부가 널 찾아왔긴 했다만……제제는 행여 네놈이 원수의 손에 죽을까봐 걱정되어 미리 원수를 알려주고 그에 대응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춘 후 원수와 싸우길 바라는 눈치지만 원수를 없애려면 신주오보 가운데 적어도 두 개 이상의 비밀을 풀어야 한다.]

 

“허억!”

사군보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두 개의 신주오보!

 

하나만 얻어도 유아독존인데 두 개를 얻어야 원수와 대적할 수 있다니……

혼백이 말했다.

 

[미리 말하는데 원수는 이미 신주오보 가운데 하나를 얻었다.]

 

“에엣? 그가 얻은 게 무엇입니까?”

 

[후후후……대지신봉! 대지신궁(大地神宮)의 비밀이 그에게 전해졌다.]

 

“아아……”

사군보는 아연했다.

 

-대지신봉!

 

신주오보 가운데 토(土)를 의미하는 보물.

대지신궁의 천년신비가 원흉에 의해 벗겨진 것이다.

그렇기에 적어도 두 개의 신주오보를 얻어야 그를 이긴다는 것이다.

혼백이 다시 말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말해 주겠다. 놈은 지금 목령환주까지 노린다. 만약 원수가 그것까지 얻으면 그땐 원수고 나발이고 말짱 꽝이다.]

 

“목령환주!”

사군보는 주먹을 꽈악 쥐었다.

 

-목령환주!

 

거령탑(巨靈塔)의 신비가 담긴 목(木)의 보물.

1년 전이다.

최초 혈비상혼에 의해 강호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수많은 무림인들의 목숨을 앗아간 채 죽음을 부르며 강호를 떠도는 목령환주.

이미 대지신봉를 지닌 원흉이 그것마저 손에 넣는다면 사군보로서는 원수를 갚을 길이 멀어진다.

사군보는 다그치듯 물었다.

“노선배, 부탁합니다. 원수를 알려 주십시오.”

“……”

혼백은 말이 없었다.

“부탁합니다.”

사군보가 간절히 애원하듯 말하자 긴 한숨을 내쉬며 혼백이 입을 열었다.

 

[좋다!]

 

“고맙습니다.”

 

[아직은 기뻐하지 말라.]

[나도 만약을 대비해야 하지 않겠느냐?]

 

“무슨……?”

 

[놈이 절대 날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다. 놈은 노부의 영혼을 영영 없앨 수 있는 술법을 알고 있다. 놈이 만약 노부가 네놈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힌 것을 안다면 그날로 노부의 영혼은 사라지고 만다.]

 

“대체 누구기에 술법까지……”

사군보는 대경실색했다.

 

[서두르지 말라. 조만간 모든 것이 다 밝혀질 것이다. 그 사이 노부는 그동안 딸애와 네놈, 그리고 노부 자신을 위해 마지막으로 해놓아야 될 일이 있다. 그 일을 마친 후 네놈을 다시 만나러 가겠다.]

 

사군보는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기다리겠습니다.”

 

[그럼 지금 떠나거라. 그리고 어느 누구에게도 오늘 노부와 나눈 이야기를 하지 마라. 만약 노부 이야기를 흉수가 듣는다면 네 목숨은 100개라고 해도 결코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명심하겠습니다.”

 

[제제를 잘 부탁한다.]

 

혼백의 음성은 더 이상 들려오질 않았다.

사군보는 속으로 몇 번이나 되뇌었다.

‘원수가 신주오보를 노리고 있다……’

이윽고 사군보는 천천히 몸을 움직여 동굴 밖으로 나왔다.

어느새 먼동이 훤히 터오고 있는 것이 사군보의 갑갑한 마음과는 정반대였다.

‘내 원수가 그렇게 고강한 무공을 지니고 있었다니……하지만 난 원수를 갚고 말 것이다. 내 몸이 백번 죽어도 원수의 목을 베어 부모님의 영전에 바칠 것이다!’

주먹을 불끈 쥐고 먼동이 터오르는 것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서는 무엇인가 모를 것이 뺨을 타고 주르르 흘러내렸다.

눈물이었다.

뜨거운 분루였다.

그의 몸은 허공으로 비스듬히 솟구쳐 올랐다가 사라졌다.

 

그가 떠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스스슥……

동굴 입구에 희끗한 것이 어른거리는 것 같더니 말소리가 나직이 들려왔다.

 

[불쌍한 녀석……]

 

**

 

지양성(池陽城)

안휘성의 남쪽. 황산으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대도시다.

자연 주루, 객점들이 관도를 따라 즐비하고 곳곳에서는 여인들의 교성이 창밖으로 흘러나오기도 했다.

 

지양성 뒷골목에 있는 작은 주루.

주루 안에는 아직 초저녁이라서 인지 별로 술꾼들이 보이지 않았다.

아니 작고 보잘 것 없는 곳이라 그런지 이곳에는 술꾼들이 찾아오지를 않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런 분위기가 사군보에겐 딱 어울렸다.

조용히 자신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을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군보는 일부러 창과 멀리 떨어진 구석자리를 찾아 앉았다.

무거운 표정이었다.

그의 표정을 보더라도 그에게 무척 깊은 근심거리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40대의 주루 주인이 배꼽을 보이게 옷을 입은 채 사군보에게 다가왔다.

“손님, 무엇으로 드릴까요?”

사군보는 주인을 힐끗 바라보고는 귀찮다는 듯 대꾸했다.

“아무거나 요깃거리로 주십시오.”

주인은 몸을 돌려가려다 사군보의 얼굴을 새삼 빤히 바라보았다.

“손님, 무슨 걱정이라도 있습니까?”

“……”

사군보가 말이 없자 주인은 씨익 웃고는 주방으로 사라졌다.

잠시 후, 주인은 쟁반에 술과 음식을 갖고 왔다.

그는 되돌아가지 않고 사군보의 맞은편에 털썩 앉아 술을 따랐다.

쪼르르륵……

“손님, 오늘 술을 내가 사는 거요. 마음 놓고 마셔요. 우리 집 술독을 비울 수 있으면 비워보시구려.”

사군보는 상대가 귀찮았으나 성의를 좋게 생각하여 술잔을 받았다.

“허허허……그 놈의 계집들이 무엇인지……요물이면서도 남자들에게는 꼭 필요한 존재인가 보오.”

말 많은 주인이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가?

“젊은이, 여인 때문에 그러는 것이라면 너무 상심 말게. 비록 나도 얼마 전에 마누라가 어떤 놈과 눈이 맞아 도망갔지만 이렇게 편하게 지내고 있지 않은가. 정 그렇다면 내 딸을 만나게 해주지.”

술도 안 먹은 것 같은데 그는 괜한 말까지 지껄였다.

사군보는 다시 술을 따라 단숨에 비웠다.

“……”

“허허허……젊은이, 혹시 이곳으로 오다 요즈음 이곳에 나타나기 시작한 진짜 요녀를 만난 것이 아닌가?”

“……”

“그놈의 요녀! 말만 들었지만 내 한번 만나고 싶네. 히히힛……글세 반반한 남자를 만나기만 하면 양기를 모두 빼버린다고 하는데 나도 양기가 빠져 병신이 되는 한이 있어도 그 계집의 품에 묻혔으면……”

사군보에겐 더더욱 관심 없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주인은 이야기에 신이 나는지 입을 계속 움직였다.

“요녀가 젊은이를 만났으면 그냥 내버려둘 리 없는데……”

듣다 못한 사군보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용히 생각 좀 하려고 했는데 주인 때문에 모두 망친 것이다.

그가 일어서자 주인이 너스레를 떨며 웃었다.

“아! 벌써 가려는가? 히히힛……그녀를 찾아가려는가?”

“……”

사군보는 말없이 탁자에 은자 한 닢을 떨어뜨렸다.

그는 히히덕거리는 주인을 뒤로 한 채 주루 밖으로 나섰다.

그가 막 주루 문을 나가려는 순간 주인의 음성이 뒤따라왔다.

“히히히……그 요녀의 이름이나 기억해 두고 찾아가게. 들리는 말에 의하면 그 계집의 이름은 문미령(文美令)이라고 하네.”

사군보는 문 밖으로 나가려는 몸을 홱 돌렸다.

아니 돌린 순간 그의 몸은 어느새 주인 앞에 섰다.

“지금 누구라 했지요?”

그의 눈에서 쏟아져 나오는 시퍼런 살기는 보는 사람의 간담을 써늘하게 했다.

“왜……왜 이러나?”

주인이 부들부들 떨었다.

설마하니 이 젊은 손님이 강호인인 줄은 몰랐던 것이다.

사군보는 싸늘히 말했다.

“요녀의 이름이 무어라고 했느냔 말이오?”

“당……당신은 무림인이었나?”

“어서 말해요!”

“문……문미령……”

사군보가 윽박지르듯이 물었다.

“분명 그 요녀의 이름이 문미령이 맞아요?”

“그……그렇다네”

“누가 그런 말을 당신에게 해 주었지?”

“손님들이……손님들의 이야기를 들었다네……난, 난 아무런 죄가 없어.”

“어디를 가야 그녀를 만날 수 있어요?”

“몰라. 아무 곳이나, 아무 때나 불쑥 나타난다고 하는 것 밖에.”

“알았어요.”

휘익!

사군보는 쏜살같이 몸을 날려 밖으로 날아갔다.

그가 주루 밖으로 사라지고도 한참이나 부들부들 떨던 주인은 맥이 풀렸는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으으……하마터면 죽을 뻔했다. 뭔 놈의 눈빛이 염라귀신 같냐?”

한편,

밖으로 나온 사군보는 동쪽 산기슭을 향해 내달리면서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문미령! 네년을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이야. 오냐, 11년 전의 배신의 댓가가 얼마나 큰지 내 똑똑히 가르쳐 주겠다.”

그 누구도 모르리라,

문미령(文美令)!

이 이름이 갖는 공포를.

문미령.

그 이름은 묵혈방 형당주였으며 피도 눈물도 없다는 냉혈녀 귀후, 언제나 희뿌연 귀무(鬼霧)로 몸을 감싸고 다닌다는 그녀의 본명이다.

그 이름을 아는 사람은 묵혈방 안에 오직 세 사람 뿐이다.

그녀 자신과, 이미 죽은 묵혈대제 사악, 그리고 귀후의 본명이 문미령이라고 사군보에게 가르쳐준 삼뇌마자 막여천, 이들 셋뿐이었다.

강호인들에게는 녕혈여마두란 이름으로 알려진 그녀가 이곳 장안성에서 사내의 양기를 빨아먹는 요녀로 둔갑해 있을 줄은 아무도 짐작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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