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하마제 110화
무료소설 혈하마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32회 작성일소설 읽기 : 혈하마제 110화
혈하-第 110 章 함부로 돕는 게 아니다
-뇌정보에서 빙독장으로 자신을 죽이려 했던 신비인.
-같은 천뢰전음을 사용하며 자신에 대해 너무도 잘 아는 패왕보주와 만박노자를 죽인 자.
이 두 가지 단서만 있어도 된다.
아직 미흡하지만 전혀 아무 것도 몰랐을 때보다는 좀 더 가까이 원흉에게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
사군보는 주먹을 꼬옥 쥐었다.
“패왕보주……그녀의 정체를 밝혀야 한다.”
소제제가 그녀에 대해 아는 눈치였다.
그러나 그녀를 어디서 찾는단 말인가?
“일단 와우채로 가자. 만약 만박노자를 죽인 자가 원흉이거나 그 조종자라면 그는 분명 단자혈과 요니를 죽이려고 할 것이다. 살인멸구, 내가 원흉을 알지 못하게 하려고……그러나……”
일곱 명의 배신자 가운데 두 사람.
단자혈 고청흠.
요니 초난난.
사모와 제자는 불륜의 관계를 갖다가 그 끝을 맺지 못하고 배신이라는 더러운 오물을 낳고 말았다.
그들은 묵혈방이 무너지자 신분을 감춘 채 황산에 와우채를 세운 채 육체의 향연을 즐기고 있었다.
완전히 새로운 신분으로 변장했기 때문에 삼뇌마자 막여천 등이 찾을 수 없었던 것을 편복당이 알아낸 귀중한 정보다.
이들을 잡아 추궁을 하면 어쩌면 나머지 배신자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원흉을 알아낼 수 있는 유일한 단서.
정녕 만박노자를 죽인 자가 원흉의 끄나풀이라면, 그자는 두 사람과 사군보가 만나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때였다.
가까운 곳에서 느닷없이 여인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아악!”
사군보는 흠칫하여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고는 잠깐 망설였으나 몸을 돌려 소리가 난 쪽으로 다가가지 않았다.
“살려주세요!”
다시 여인의 숨넘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마치 사군보에게 소리는 것 같아 더 이상 모른 체 할 수 없었다.
그는 촉박한 걸음으로 숲으로 들어갔다.
조그만 숲이 끝나는 곳에 한 사람이 보였다.
사군보가 눈살을 찌푸렸다.
앞에 보이는 사람은 분명 여인이었다.
한데 어찌된 일인지 지면에서 3장 정도 높은 나뭇가지에 목이 매달린 채 대롱대롱 흔들리고 있는 게 아닌가.
‘자살을……!’
그것을 본 순간,
휘익-!
어느새 그의 몸이 허공으로 솟구쳐 줄을 끊어내었다.
동시에 밑으로 떨어지는 여인의 옆구리를 가볍게 낚아채어 땅으로 가볍게 내려섰다.
축 늘어진 여인은 20세를 막 넘긴 것 같은 꽃다운 몸이었다.
비록 창백한 안색이었으나 갸름하고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청의를 입고 있었으나 의식을 잃어서인지 아니면 목이 졸여져 몸부림을 쳐서인지 그녀의 옷매무새가 흩어진 채 한껏 풍염한 몸매를 드러내 놓고 있었다.
보일 듯 말 것 같은 앞가슴.
백옥같이 흰 속살은 보는 사람의 마음을 흔들기 충분한 마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걷어 올린 나삼으로 인하여 왼쪽 넓적다리가 희끗 드러난 것이 정말 사람의 심사를 혼란하게 만들었다.
사군보는 그런 것을 못 본 척 하며 얼른 여인의 맥을 짚어보았다.
뛰었다.
비록 미약하기는 하여도 아직 숨이 끊어지지 않은 것이다.
간발의 차이로 한 여인의 목숨을 구한 것이다.
‘다행이 죽지는 않겠군. 조금 지나면 정신이 돌아올 것이다.’
사군보는 여인을 잠시 내려다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막 몸을 솟구치려는 순간 뒤에서 나직한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으……”
힐끗 고개를 돌려보니 청의여인은 얼굴을 곱게 찡그리더니 몸을 뒤척이며 의식을 되찾고 있었다.
사군보는 잠시를 망설이다 나직이 한숨을 내쉬더니 여인에게로 다가갔다.
“으……”
여인, 난자영(卵紫瓔)은 계속 몸을 뒤척였다.
고통에 흐트러졌던 옷매무새가 더욱 흐트러졌다.
볼록 솟아오른 알맞은 모양의 두 젖가슴이 반 이상이나 드러났다.
난자영의 하체를 살짝 가리고 있는 불그스레한 속옷까지 드러났다.
젠장!
사람을 홀리려 작정했나 보군.
사군보는 더 이상 보고 있을 수만 없어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건드렸다.
“여보세요.”
“으……”
난자영은 신음을 흘리면서 천천히 눈을 번쩍 떴다.
그녀는 사군보의 얼굴을 보더니 기급을 하며 놀라 상체를 벌떡 일어났다.
“누……누구세요?”
사군보는 마치 그녀에게 잘못이라도 저지른 것처럼 멋쩍은 표정으로 대꾸했다.
“길 가던 사람입니다.”
난자영은 사군보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놈들과 한패가 아닌가요?”
“그놈들이라니? 누구를 말하는 거요?”
자살 하려던 것이 아닌가?
사군보는 의아했다.
난자영은 두려움에 찬 시선으로 주변을 살폈다.
“정말, 정말 놈들과 한패 아니죠?”
“대체 무슨 말입니까?”
“아, 다행이다.”
난자영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공자께서 나를 구해주셨나요?”
그녀는 비로소 자신이 매달렸던 나뭇가지를 힐끗 올려다보았다.
부르르……
애처롭게 몸을 떠는 그 광경은 그 아무리 철석간장을 지닌 냉혈한이라도 안아주고 보호해주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했다.
사군보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숨을 크게 쉬어 마음을 안정시켰다.
“낭자, 무슨 일입니까?”
“그, 그게……원수를 쫓다가 원수의 수하 놈들에게 잡혔어요. 놈들은 나무에 목 매달아 죽게 하려고……”
“이상하네? 주변엔 아무도 없었는데?”
사람의 목숨이 아무리 질기다 해도 목을 매달게 되면 빠른 시간에 죽게 된다.
질식사하거나.
목뼈가 부러지게 되어 있다.
그녀의 말에는 어폐가 있었다.
정말 말 그대로 원수의 수하에게 잡혀 목 매달려 죽게 만들었다면 그 자들은 그녀 주변에 있어야 정상이다.
아무리 빠른 신법을 펼친다 해도 그렇다.
목을 매단 후 그냥 갔다고?
그러나 사군보의 생각은 거기서 더 나아가지 않았다.
꼭 죽는 것을 확인할 필요가 있을까?
그랬다면 매달고 그냥 갔을 것이다.
알게 뭐야.
“몸에 이상은 없어요?”
“목이 좀 아플 뿐……괜찮아요.”
난자영은 고개를 끄덕했다.
사군보는 그것을 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행이군요. 그럼 이만 난 갈 길이 바빠서.”
난자영이 화들짝 놀라며 따라 일어났다.
“그냥 가시려고요? 제 생명의 은인이신데……”
사군보는 씨익 웃었다.
“은혜라고까지 생각하지 마세요.”
난자영이 갑자기 그에게 다가오더니 품에 와락 안겼다.
“무서워요……”
사라랑.
난자영의 몸에서 향긋한 냄새가 물씬 풍겨졌다.
사군보는 멍청해졌다가 이내 당황으로 바뀌었다.
이런 때 어찌해야 좋을지 경험해 본적이 없었다.
무공으로 원수와 싸운다면 결코 양보가 있을 수 없고 인정이 앞서지 않는 사군보다.
하지만 이런 때의 사군보는 마냥 약하게만 보였다.
“낭자……”
난자영은 나직이 신음소리를 꺼냈다.
“아……!”
그것은 고통이나 괴로움의 신음이 아닌, 여인만이 지닐 수 있는 묘한 소리였다.
난자영의 몸이 차츰 불덩어리로 변해져갔다.
“무서워요. 안아줘요.
난자영은 더욱 거칠게 사군보의 가슴에 파고들며 온몸을 밀착시켰다.
“낭……”
사군보가 뭐라 말을 하려는 순간 그녀의 조그맣고 부드러운 손이 올라와 그의 입을 막았다.
“싫어요……”
순간이었다.
싸아아아……
사군보는 야릇한 향내를 콧속 깊은 곳에서 느꼈다.
“낭자, 이러지 마시오. 난……나는……”
사군보는 그녀를 떼어 놓고는 뒤로 물러났다.
“낭자, 미안합니다.”
그녀에게 한마디를 남기고 막 돌아섰다.
핑-
그런데 갑자기 눈앞에서 무엇이 어른거리는 것 같았다.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으나 이번에는 눈앞이 아찔했다.
‘왜 이럴까?’
이때 뒤쪽에서 난자영의 음탕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호호호……”
사군보는 가슴이 철렁 떨어져 내렸다.
‘속았구나!’
그는 몸을 홱 돌리며 난자영에게 덮쳐갔다.
“아……!”
하지만 그녀에게 채 가지도 못하고 중도에서 신음소리와 함께 털썩 주저앉았다.
세상이 빙글빙글 돌았다.
“이년……네년이 내게……독을……”
사군보는 이를 악물로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두 다리는 마치 깊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듯 움직여지지 않았다.
눈은 떴으나 앞의 여인이 수십 개가 되어 빙글빙글 돌았다.
“호호호……어리석은 놈! 기어코 네놈을 잡았구나! 할아버지께서 기뻐하실 거다.”
‘빌어먹을!’
사군보는 의식을 잃지 않으려 기를 썼다.
그러면 그럴수록 독기는 온몸으로 퍼지는 것 같았다.
“호호…… 탈명혈하 사군보, 내가 네놈을 잡기 위해 강호 구석구석을 돌아다니지 않은 곳이 없었다. 기분이 좀 어떠냐?”
사군보의 귓가로 난자영의 음성이 들려왔다.
웅- 웅-
그녀의 음성은 마치 메아리처럼 울렸다.
“이……이년……”
“호호…… 강호 사람들이 네놈을 왜 무서워하는 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어리석기 짝이 없는 놈일 뿐인데……”
사군보는 운기로써 독기를 막아보려 단전의 기력을 끌어올리려 했다.
‘크윽!’
진력은 모이지 않고 경맥이 잘려 나가는 것 같은 고통이 느껴졌다.
“아……!”
비명을 꺼내지 않으려 이를 악 물었어도 어느새 그 소리는 입 밖으로 새어나갔다.
이런 때는 하늘을 놀라게 하는 무공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
사군보는 눈을 크게 떴다.
난자영은 실실 웃었다.
“다 소용없다. 네놈에게 쓴 독은 보통 독이 아니다.‘
“개 같은 년, 당장 해약을 내놔라!”
“네놈이 맡은 독향은 산공독과 환락산(歡樂酸)이 섞인 것이다.”
“뭐!”
“네놈 소문은 익히 들었다. 어지간한 독으로는 중독이 되지 않는다면서? 그레서 산공독에 환락산까지 구하느라고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느냐?”
산공독이라면 시간이 걸릴 뿐 체외로 배출시킬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환락산이다.
독약의 이름을 보니 춘약이나 음약 종류 같았다.
춘약이나 음약은 일반 독과는 다르다.
혈액독이다.
즉, 혈액 속으로 서며 들기 때문에 배출하기가 힘들다.
“환란산은 심지를 자극하는 춘독의 일종이다. 환상을 꾸게 하고 환몽에 사로잡혀 결국 생기가 다 빠져나가게 되는 독이다. 재물을 쫓는 자라면 황금의 바다 속에서 수영을 하다 결국 생기가 다 빠져 그 꿈속에서 죽고, 원수를 쫓는 자라면 죽는 그 순간까지 싸움박질 만 하다가 결국 지쳐 죽는 환상의 독이다.”
세상에 그런 독이 있다니.
“사군보! 난 네놈을 곱게 죽이지 않을 것이다.”
싸앗-
난자영의 두 눈에서 새파란 독기가 터져 나왔다.
“네놈의 진기를 모조리! 한 올도 빠지지 않고 모조리 빨아 먹을 것이다.”
“미, 미친 년!”
“발버둥 쳐도 소용없다. 곧 넌 황홀한 꿈을 꿀 것이다. 호호호호……”
“어, 어림없다! 내가……나, 사군보가 그깟 꿈에……흐억!”
사군보는 그만 헛바람을 들이켰다.
눈앞의 정경이 바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