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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하마제 105화

무료소설 혈하마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7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혈하마제 105화

혈하-第 105 章 종남풍운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그게 언제였나?”

“사흘 전입니다.”

“사흘 전? 그때라면 우리들이 장안성에 있었을 때인데……”

“절대 거짓이 아니니 확인해 보시지요.”

금령도장이 또 끼어들었다.

“이놈! 본 파에 그런 불미스런 일이 있었을 리 없다! 네놈에게 빈도의 목을 걸겠다!”

적미도장이 침중한 얼굴로 물었다.

“그 여인의 이름이 어떻게 되고, 소 시주와는 어떤 관계인가?”

“그 분은 여래부인 추상여입니다.”

“추상여! 정말 여래부인이 본 파에 들어왔단 말인가?”

적미도장은 물론 다른 장로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모두들 믿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여래부인이 어째서 본 파에……그것도 잡혀 왔다니?”

금령도장이 벌떡 일어나며 입에 게거품을 품으며 소리쳤다.

“사형! 저놈의 말은 모두 거짓입니다! 본 파에 시비를 일으키기 위한 구실을 만들려는 것입니다!”

적미도장은 의외로 침착했다.

“소 시주, 좀 더 자세히 말을 해 주겠나?”

사군보는 금령도장을 싸늘한 표정으로 노려보았다.

만약 적미도장이 그에게 호의적으로 대하지 않았다면 금령도장은 물론 종남파는 한 차례 피바람이 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적미도장의 얼굴을 생각해 노기를 참으며 입술을 움직였다.

“장로님께 한 가지 더 말할게 있습니다. 하지만……”

사군보는 금령도장과 신무도장을 바라보았다.

그들이 있는 자리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는 완고함이 어려 있었다.

“음……”

적미도장의 붉은 눈썹이 꿈틀했다.

그로서는 느닷없이 나타난 사군보의 의도를 가늠하기 힘든 눈치였다.

‘어떻게 할까? 강호 소문에 의하면 절대 흑도의 인물은 아니다. 손속이 잔인하다는 소문을 듣긴 했지만 월영산장이나, 수왕채의 일만 봐도……음……한번 믿어보자.’

적미도장은 사군보의 뜻을 알아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 시주, 빈도를 따라오시게.”

금령도장이 쌍지팡이를 들고 나섰다.

“사형, 안됩니다!”

적미도장은 금령도장의 말을 한 귀로 듣고 다른 귀로 흘려보냈다.

사군보는 묵묵히 앞서가는 적미도장의 뒤를 따랐다.

나머지 두 장로는 사군보를 집어삼킬 듯 쏘아 보았을 뿐 손을 쓰지 못했다.

“사형! 위험합니다! 그놈은 사형에게 암수를 쓸 것입니다!”

“……”

적미도장은 그 말을 못들은 척 계속 걸음을 떼어놓아 빈청 서쪽의 조그만 문으로 나갔다.

그것을 바라보던 두 장로는 무어라 귓속말을 나누더니 빈청 밖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하루가 지났다.

 

**

 

다음 날.

 

스슥.

캄캄한 밤.

종남파 상청관 북쪽 담을 소리 없이 넘는 인영이 있었다.

그 인영은 밖으로 나가더니 곧장 울창한 숲으로 들어갔다.

송림 하나를 벗어나고 또 다른 송림으로 들어가려 했을 때였다.

“흥! 기다리고 있었다.”

갑자기 인영의 앞에서 싸늘한 외침이 터지면서 수십 명의 황영이 나타났다.

모두들 황포를 입고 검을 빼든 것으로 보아 종남 제자들이었다.

그들의 맨 앞에는 두 명의 노인이 우뚝 서 있었다.

그들은 바로 사군보가 상청관 빈청에 들어갔을 때 만났던 금령도장과 신무도장이었다.

금령도장이 말을 꺼냈다.

“사군보! 여기서 죽어 주어야겠다!”

그들 두 장로에게 앞길이 막힌 인영은 사군보였다.

그러니까 적미도장과 어디론가 은밀한 곳으로 들어가 꼬박 하루를 같이 있었다가 막 나오는 길이 것이다.

사군보는 두 장로를 쏘아보며 눈꼬리를 치켜 올렸다.

“후후후……두 마리 황소가 이곳에서 본인을 기다리며 씩씩거리고 있는 줄 알았다면 좀 더 일찍 나올걸 그랬군.”

금령도장이 소리쳤다.

“이놈! 적미사형은 어디에 계시냐?”

“지금쯤 아마 잘난 종남장문인 화안진인을 만나고 있을 것이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느냐?”

사군보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것을 알려고 여기서 나를 기다렸느냐?”

신무도장이 끼어 들었다.

“본 파를 모욕한 죄의 값을 받기 위해서다. 본 파를 능멸하고 마치 자기 집 안방인 양 제멋대로인 시주에게 종남의 무서움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그의 싸늘한 말에 사군보는 흰 이를 살짝 드러내며 씽긋 웃었다.

“내 앞에 서 있는 두 황소가 과연 그럴 능력이 있을까?”

황소-

종남파 사람들이 항상 황색도포를 입기 때문에 말하는 것으로 가짜 장문인인 것도 모르는 그들이 미련하기 짝이 없어 소(牛)라 칭한 비웃음이었다.

금령도장과 신무도장의 얼굴 근육이 크게 씰룩거렸다.

그러더니 다짜고짜 사군보를 공격해 왔다.

“놈! 주둥아리만큼 실력이 있는지 보겠다!”

쌔애애액--!

츄류륙!

그들은 사군보의 목과 가슴을 노리고 검을 휘둘러 들었다

검세가 허공을 가르면서 캄캄한 주위에 수십 개의 검화를 일으켰다.

“흥!”

사군보는 코웃음과 함께 당퇴법(幢退法)을 펼쳐 1장 밖으로 물러났다.

챙! 차차창-

50여 명의 종남 도인들이 일제히 검막을 형성하며 달려 들어왔다.

“종남의 위대함을 보여줘라!”

“저자를 그냥 보내면 강호인들이 종남을 업신여긴다!”

사방팔방에서 일어나는 검기와 검막은 무시무시했다.

사군보의 몸에 날개가 달렸다고 하더라도 절대 빠져나갈 수 없는 무서운 검초들.

츄츄츄츄츅-!

쌔애액! 스팟-!

날카로운 검기가 주위 공기를 갈기갈기 찢었다.

종남파 제자들이 펼친 검막 안에 사군보가 삽시에 갇혔다.

종남파 제자들은 사군보의 몸이 곧 갈기갈기 찢어질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팡!

파파파팟--!

풍선 터지는 것 같은 폭음과 함께 불꽃이 화려하게 피어났다.

“크으윽!”

“반탄강기! 상상 이상이다!”

종남파 제자들이 뒤로 쫙 밀려나갔다.

그들이 벤 것은 사군보의 몸이 아닌 그가 펼쳐낸 호신강기였다.

호신강기에 부딪친 검들은 불똥을 튀기며 부러져 나갔다.

사군보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하하하……어리석은 자들이군! 종남의 제자라고 하여 가상히 여겼더니 파리도 잡지 못할 재주뿐이구나.”

금령도장이 노기에 온몸을 떨었다.

“죽……죽일 놈! 간을 빼내겠다!”

“금령도장! 종남의 이름을 생각하여 내 1초를 양보했다. 하지만 2초는 양보할 수 없으니 조심하는 게 좋을 것이다.”

사군보의 얼굴이 어느새 차갑게 식었다.

금령도장이 이를 갈았다.

“본 파를 모욕한 놈을 죽이지 못하면 사문의 죄인이다! 죽기를 각오하고 놈을 죽여라!”

신무도장이 뒤를 이었다.

“만상다원(萬象多圓)!”

50여 제자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묘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번쩍! 번쩍! 번쩍!

휘리리릭-!

어둠 속에서 사람은 보이지 않고 검광만 가볍게 번쩍일 뿐이었다.

검진(劍陣)이었다.

‘심상치가 않다!’

종남파의 만상다원검진의 위력은 상당한 것이었다.

소림의 백팔나한진(百八羅漢陣)-

무당의 태극혜원검진(太極慧元劍陣)-

화산의 매화난분분진(梅花亂粉粉陣)-

곤륜의 운룡대구진(雲龍大九陣)-

종남의 만상다원진을 강호인들은 오대절진이라 칭한다.

사군보는 진기를 끌어 올렸다.

“혈산무학(血散舞鶴)!”

금령도장의 입에서 굉렬한 외침이 토해졌다.

학이 춤추는 곳에 피가 뿌려지리라!

한순간 허공으로 수십 수백의 검화가 확 일어나면서 그것이 너울너울 춤을 추며 사군보에게 다가왔다.

휘류류류류륭……

슈슈슈슈슈슈-슈슈슈슉-!

검화가 사군보의 몸에 막 닿으려 했을 때였다.

“아아아아아!”

사군보는 공력을 끌어 올려 탈명귀음을 토해냈다.

사자후와 같은 굉음.

그 굉음은 진을 형성하고 있는 종남 제자들의 고막을 파고 들었다.

“윽! 정신 집중이 안 된다!”

“골이 울린다!”

탈명귀음에 중남 제자들이 만든 진에 균형이 깨졌다.

그와 동시 사군보는 쌍장을 거칠게 밀어냈다.

구유현명장에 이은 적령장까지.

꽈앙-!

집채만 한 크기의 거대한 종을 쇠뭉치로 거칠게 때리는 것 같은 소리가 터졌다.

어둠속으로 선혈이 어지럽게 확 뿌려졌다.

“으악!”

“윽!”

쿵! 쿵!

종남 제자들이 썩은 나무토막처럼 아무렇게나 쓰러져서는 다시 움직이지를 못했다.

단 한순간에 50여명의 도인들이 하나처럼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주위에 피비린내가 짙게 풍겨져서 역겹게 만들었다.

“이……이놈……”

금령도장은 두려움과 노기가 뒤섞인 표정으로 몸을 떨었다.

그로서는 믿지 못할 광경이었다.

종남파 개파 이래 만상다원검진을 단 일합에 깨는 일이 눈앞에 벌어졌으니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그는 너무나 놀란 나머지 사군보에게 덮쳐들지를 못했다.

사군보는 금령도장과 신무도장을 말없이 바라보기만 했다.

신무도장 역시 혼쭐이 나간 듯 멍청히 서 있을 뿐이었다.

아마 그들은 생전 처음으로 이 같은 괴변을 직접 보았을 것이다.

사군보는 그들 두 장로들을 바라보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더 이상 피를 보고 싶지 않으니 물러가라.”

죽음 직전에 사신이라도 만났는가?

금령도장은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쳤다.

“이놈! 종남은 천년을 두고 네놈과 원한을 맺어질 것이다!”

그는 신무도장와 함께 상청관 쪽으로 몸을 솟구쳤다.

도망치는 것이다.

헌데 바로 그 순간,

“잠깐!”

사군보의 싸늘한 음성이 그들의 앞길을 가로 막았다.

갑자기 마음이 변한 사군보.

이에 가슴이 철렁한 금령도장은 몸을 홱 돌리고는 두려움을 감추려는 듯 버럭 소리를 질렀다.

“무엇이냐? 설마 네놈의 목을 지금 우리 앞에 내놓으려는 것은 아니겠지?”

사군보는 빙그레 웃었다.

“당신에게 받아야할 것이 있어서다.”

“무엇이냐?”

“흐흐흐……”

사군보는 괴이하게 웃으며 금령도장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이내 그는 땅바닥 한쪽에 떨어져 있는 검을 집어 들었다.

피링-

검을 흔들자 맑은 검명이 일어났다.

“놈! 역시 그럴 뜻이었구나. 흥! 좋다! 기꺼이 받아 주겠다.”

금령도장은 다음 일이 어떻게 되리라는 것을 짐작하고는 검을 빼들고 사군보에게 맞섰다.

신무도장도 표정을 굳힌 채 사군보에게 검초를 펼칠 태세를 보였다.

그러나 사군보는 신무도장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후후후……”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나직한 웃음은 마치 염라의 사자 같은 것이었다.

금령도장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종남파의 장로가 이제 강호에 나와 이름을 떨치기 시작한 후기지수에게 이처럼 두려움을 갖는다는 것은 금령도장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종남파의 문제였다.

스슥……

슥……

몇 걸음을 다가가고, 몇 걸음을 물러섰을까?

연신 뒤로 주춤거리며 물러서던 금령도장이 일순 벼락같은 외침을 발했다.

“날 무시하는 거냐!”

“아니, 이제 시작하려고!”

쌔액-

사군보는 검을 찔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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