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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하마제 104화

무료소설 혈하마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2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혈하마제 104화

혈하-第 104 章 변질된 의기

 

칠대문파.

강호의 숱한 위기 속에서도 꿋꿋하게 전통과 명예를 지켜왔던 그들이 악의 주구가 된 것이다.

반항의 대가는 컸다.

뇌옥에 갇히고, 더러는 죽임을 당했다.

죽은 것도 억울한 데 얘기를 들어보니 제삼자가 장로로 변장해서 행세를 하고 있는 것이다.

“허~ 너무하군. 일이 이렇게 될 때까지 아무도 몰랐다니……”

걸왕은 천황에게 시선을 돌렸다.

“성공했다! 정말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천황.”

“아직 놀라기는 이르다.”

가볍게 말을 한 천황은 철지화상에게 말했다.

“아직 때가 조금 이르니 칠대문파는 대기하면서 힘을 키우도록. 언제 명을 내릴지 모르니 준비를 해 둔 채로 때를 기다려라.”

“존명!”

그때 청성장문인 혜윤도장이 입을 열었다.

“천황, 탈명혈하에 대해서는 어찌해야 합니까?”

“그놈의 일은 손을 떼라. 내가 알아서 할 것이니.”

“……”

“……”

칠대 장문인들의 입이 무겁게 다물어졌다.

천황이 입을 열었다.

“그놈은 나날이 강해지고 있음은 물론 억세게도 운이 좋은 놈이더군. 단주들에게 맡겼다가는 오히려 타초경사의 우 범할 것 같아 내가 직접 나설 생각이니 그리 알라.”

철지화상이 나섰다.

“속하들에게 그놈을 맡겨주십시오.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 것입니다.”

쓰앗-!

천황의 눈에서 더욱 괴이한 광채를 내었다.

“자신 있나?”

“맡겨 주십시오!”

“좋아! 칠 단주들에게 명하겠다. 앞으로 100일 안으로 사가 놈을 찾아 죽여라. 그때까지 놈이 살아있다면 단주들의 목을 땅에 떨어뜨려야 할 것이다.”

사군보를 죽이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칠대 장문인들이 일제히 머리를 조아렸다.

“명을 따라 시행하겠습니다.”

“100일이다!”

“염려 마십시오!”

“절대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칠대 장문인들이 고개를 숙이고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상석은 이미 텅 비어 있었다.

걸왕이 그런 모습이 우습다는 듯 고개를 젖히며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허허헛……! 잘들 논다, 잘들 놀아!”

철지화상이 대뜸 일장을 뻗어냈다.

“이젠 죽어라!”

꽈르르릉……!

가공할 장력이었다.

이미 모든 비밀을 안 이상 절대 살려둘 수 없다는 양 철지화상의 손속은 잔인했다.

걸왕은 내상을 입고 있던 터라 철지화상의 일장을 막아낼 수 없었다.

펑!

둔한 소리와 함께 걸왕의 몸이 힘없이 날아갔다.

콰작!

나무 벽이 박살나며 걸왕의 몸은 빈청 밖 뜰로 날아갔다.

박살난 구멍 밖으로 뜰에 떨어진 걸왕의 몸이 비틀거리는 게 보였다.

“크으윽!”

숨넘어가는 것 같은 신음이 걸왕의 입 밖으로 새어나와 모두의 귀를 자극했다.

“놈의 목은 내 것이다!”

곤륜의 진천자가 번개처럼 빠르게 몸을 솟구쳐 박살난 벽의 구멍을 통해 밖으로 날아갔다.

그런데,

“없……없어졌다!”

밖으로 날아갔던 진천자가 새파래진 얼굴로 빈청에 뛰어 들어왔다.

“뭣이……!”

“그럴 리가……?”

여섯 명의 장문인들이 옷깃을 날리며 밖으로 나갔다.

사라졌다!

분명 허공에 피를 뿌리며 밖으로 나가떨어진 걸왕이었다.

뜰에 떨어져서도 곧 죽을 듯 비틀거리던 그였다.

그런데 그가 사라졌다.

“찾아야 합니다!”

“살인멸구(殺人滅口)!”

“찾아!”

칠대문파 장문인들은 각기 흩어져 상청관 주위를 샅샅이 뒤졌다.

그러나 걸왕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낭패한 꼴이 된 칠대 장문인들은 한자리에 모여 한참을 쑥떡거리다 종남장문인인 화안진인만 남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얼마 후,

동천으로 해가 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종남산은 어젯밤 사이의 그 삼엄한 분위기는 어디로 가고 평소의 종남산이 되어 있었다.

 

**

 

미시(未時; 오후 1시-3시) 경.

상청관 앞에 사군보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군보는 마치 종남산의 산세를 구경하듯 천천히 걸음을 떼어놓으며 상청관의 문으로 다가갔다.

상청관 문은 활짝 열려져 있었다.

사군보가 입구에 채 닿기도 전에 30대의 도인 두 명이 다가오면서 물었다.

“소 시주께선 무슨 볼일이 있으신지요?”

“화안진인 장문인을 만나러 왔습니다.”

도인들의 얼굴이 험악하게 변했다.

그도 그럴 것이 새파랗게 젊은 놈이 종남파의 장문인 존함을 함부로 입에 담으니 어찌 종남파 제자로 분노치 않겠는가.

그러나 도인들은 수양이 깊은지 솟구치는 분노를 삭이며 공손히 대꾸했다.

“장문인께선 지금 명상에 들어가 계시니 열흘 후에나 만나 뵐 수 있을 겁니다.”

사군보는 피식 웃음을 짓고는 상대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화안진인은 쥐구멍에만 숨어 있을 모양이군. 어젯밤에 난리 통을 치르더니 갑자기 쥐새끼가 되었어.”

도인 중 하나의 얼굴이 무섭게 일그러졌다.

“쥐새끼??!”

“이제 보니 네놈은 본 파에 시비를 걸러 왔구나.”

창.

두 명의 도인은 등에서 검을 빼들더니 다짜고짜 사군보의 가슴을 베어 들어왔다.

휙! 휙!

바위라도 베어낼 것 같은 검세였다.

하지만 그들이 베어낸 것은 바람뿐이었다.

“어?”

“흑!”

두 도인이 놀람의 소리를 꺼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나 이미 사군보는 어느새 정문을 지나 빈청이 보이는 넓은 공지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섯거라!”

그들이 소리를 지르며 사군보의 뒤를 부리나케 쫒아갔지만 어림없는 일이었다.

사군보는 그냥 천천히 걷고 있는 것 같았을 뿐이나, 도인들이 아무리 빨리 달려가도 그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그가 빈청으로 오르는 계단에 막 발을 올려놓을 때였다.

“무량수불……소시주께선 어인 일로 본 파에 시비를 거요?”

허공에 음성이 들려왔다.

어느새 사군보 앞으로 세 명의 노도인이 사뿐히 내려섰다.

그들에게서는 속세의 온갖 시비를 떠난 선도의 기풍을 느낄 수 있었다.

사군보는 내심 뇌까렸다.

‘고수! 조심해야겠다.’

“화안진인을 만나러 왔는데 정말 만나기 힘들군요. 죄송하지만 안내 좀 부탁드리죠.”

가운데 눈썹이 붉은 노도인이 나섰다.

“무량수불……빈도는 종남의 제일장로인 적미(赤眉)라고 하네. 소시주의 용건이 어떤 것인지 빈도에게 말하실 수 있겠나?”

그의 도호가 말해주듯 적미도장의 눈썹은 신기하게도 붉은 색이었다.

그러나 그의 이름이 갖는 의미는 컸다.

적미도장.

종남에서는 가장 인품이 깊고, 무공 또한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을 만치 강하다고 소문이 난 자이다.

상대가 적미도장이라 해서 기가 죽을 사군보는 결코 아니었다.

그의 관심은 종남파 장로들이 과연 자신들의 장문인이 가짜란 사실을 아느냐 하는 것뿐이었다.

사군보는 빠르게 생각을 굴렸다.

‘이들은 아직 아무 일도 모르고 있나 보구나.’

그는 적미도장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말 못할 것도 아니지요. 근데 말입니다. 여긴 보는 사람이 너무 많네요.”

“흠……”

“날 수상한 사람이라 생각하지 마시지요. 정말 수상한 사람이라면 이렇게 스스로 몸을 드러내며 이곳을 방문하지 않았을 겁니다.”

듣고 보니 그도 그렇다.

하지만 정체도 모르는 사람을 선뜻 장문인에게 안내할 수도 없는 일이다.

“꼭 화안진인이 아니어도 난 상관이 없는데.”

“그럼 빈도가 소 시주와 얘기를 나눠도 무방하겠습니까?”

“나야 감사하지요.”

“그러면 빈도가 안내하겠네.”

적미도장은 말을 끝내고 앞서서 빈청으로 들어갔다.

사군보는 주먹을 불끈 쥐어 보고는 그를 뒤따랐다.

그의 뒤를 금령도장(金靈道長)과 신무도장(神武道長)이 따랐다.

 

**

 

빈청.

별다른 장식도 없고 탁자나 의자 같은 것도 안보였다.

그냥 널찍한 대청일 뿐이었다.

세 장로들은 빈청 가운데 책상다리를 하고 앉더니 그 앞을 가리켰다.

“누추하지만 앉으시죠.”

사군보는 빈청 바닥에 앉았다.

적미도장이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소 시주, 먼저 소시주의 이름을 밝혀주시지요.”

“사군보라 합니다.”

세 장로들의 안색이 홱 변했다.

“탈명혈하!”

“그럼 소시주가 요즘 이름이 난……”

“그렇습니다. 바로 탈명혈하라 불리는 자가 바로 납니다.”

벌떡!

세 장로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 시주, 그렇다면 잘못 찾아왔네. 본 파는 소 시주에게 장문인을 만나 뵙게 할 수는 없네.”

사군보는 앉은 채로 피식 웃었다.

“이렇게 앉아 있는 사람에게 살초를 펼칠 만큼 세 분이 뻔뻔하다고 난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아까도 얘기했지만 내가 위험을 무릅쓰고 이곳을 찾아온 이유가 궁금하지는 않나요? 보다시피 난 싸울 의지가 없는데.”

“끄응……”

“거, 말 좀 하자는 겁니다. 말 좀.”

“음……”

기세등등하던 세 명의 장로는 서로의 얼굴을 힐끗 바라보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적미도장이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

“소 시주가 본 파에 찾아온 진정한 이유는 어떤 건가?”

사군보는 세 장로를 쏘아보며 되물었다.

“마치 내가 종남파를 피로 씻을 것 같은 긴장이 느껴지는데……누가 언제 혈겁을 일으키겠다고 했나요? 혹시 귀 파에서는 내게 혈겁을 받을 잘못이라도 저지른 것이 아닙니까?”

금령도장이 둥그런 눈을 부라렸다.

“소 시주, 다시 본 파를 모욕하는 말을 꺼낸다면 소 시주는 크게 후회하게 될 것이다!”

사군보는 어깨를 으쓱했다.

“내가 귀 파를 두려워했다면 어찌 스스로 이곳까지 들어왔겠습니까?”

“이놈!”

쨍-!

어느새 검을 빼들은 금령도장이 사군보를 향해 검초를 발초하려는 순간, 적미도장이 얼른 그의 행동을 제지했다.

“사제, 소 시주의 말을 들어보세.”

하지만 금령도장은 자못 못마땅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사형은 저놈을 어째서 내버려 둡니까? 저놈이 본 파를 모욕한 것만으로도 열 번을 죽어 마땅한 것입니다!”

적미도장이 표정을 굳혔다.

“사제……”

금령도장은 입을 다물었다.

적미도장이 사군보에게 고개를 돌렸다.

“소 시주, 이제 본론을 말해 보게.”

사군보는 헛기침을 가볍게 꺼내고는 입술을 움직였다.

“난 한 사람을 찾아왔어요.”

적미도장은 미간을 찡그렸다.

“사람을 찾아?”

“사실 내가 장문인을 만나려는 것은 한 사람의 행방을 알기 위해서지, 그래서 꼭 장문인을 보자는 것은 아닙니다.”

“그 사람은 누군가? 본 파의 제자인가?”

“귀파 사람이 아닙니다.”

“아! 그럼……”

“한 여인입니다. 중년부인으로 며칠 전에 이곳으로 들어왔다고 하던데……”

금령도장이 소리쳤다.

“흥! 잡스런 소리만 계속 지껄이는구나! 도를 닦고 있는 본 파에 어찌 여인이 들어올 수 있느냐? 두고 보자 하니 점점 못하는 소리가 없구나! 네놈은 오늘 이곳에서 절대 살아서 나갈 수 없을 것이다!”

적미도장은 침착했다.

“소 시주, 그 여인이 분명 본 파로 들어왔단 말이오?”

“스스로 들어온 게 아니라 잡혀 왔다고 하더이다.”

“잡혀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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