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하마제 9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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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26회 작성일소설 읽기 : 혈하마제 97화
혈하-第 97 章 잃은 것과 얻은 것
“자, 이제 보니 우린 한 배를 탄 입장일 수 있겠군요. 서로 대하교에 대한 정보를 공유한다면……어쩌면 제가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사군보는 뒷말을 흘렸다.
청허자가 애가 탔는지 끼어들었다.
“소협, 정보를 공유해주게.”
“내게 돌아올 이득이 있나요?”
“이해타산을 따지기 이전, 세상을 생각해 줄 수 없나? 그들은 온갖 만행을 저질러 온 세상의 해악일 세.”
그 점은 사군보 역시 공감이다.
비록 흑도의 길을 걷지만 인신매매니, 생체 실험 같은 것을 보고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게다가 제갈세가주가 진짜임이 판명되었다.
제갈성민과 청허자. 그리고 소림사는 대하교라는 월척을 낚기 위해 백현대사라는 미끼까지 던질 정도로 협와 의를 먼저 생각했다.
그저 백도, 흑도니 하는 것 떠나 돕고 싶었다.
특별히 백도인들과 원수진 일도 없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묵혈방을 배신한 자들을 척살하고.
묵혈방을 재건하는 운명이지만 그게 성공했다 해서 백도인들과 싸우고 싶은 마음을 사실 없다.
기왕이면 서로 공존하는 게 낫다는 게 사군보의 생각이다.
사군보의 원수는 백도가 아니니까.
그가 침묵하며 생각에 잠기자 제갈성민은 오해했다.
“돈을 원하나? 얼마면 되나?”
백도인, 협의지사는 의와 협을 먼저 따진다.
흑도인은 이득과 실리를 먼저 따진다.
아마도 그래서 돈 문제를 거론한 것 같았다.
“돈이야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요. 하지만.”
“하지만?”
“돈보다는 먼저 정보를 얻고 싶습니다.”
“어떤 정보인가?”
“사람을 찾습니다.”
“사람을 찾아?”
뜻밖의 제안에 청허자도 제갈성민도 의아해했다.
사군보는 입을 열었다.
“그들은……”
사군보가 찾는 7인.
그들은 모두 묵혈방의 붕괴에 직접적으로 가담한 배신자들이었다.
백미호(白美弧) 자자련(紫紫蓮).
단자혈(丹刺血) 고청흠(高靑欽).
요니(妖尼) 초난난(草蘭蘭).
수라묵검(修羅黙劍) 사후(査厚).
마창(魔槍) 동영문(東英門).
귀후(鬼后).
야불(夜佛).
그들의 명호가 밝혀질 때마다 제갈성민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건 청허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두 사람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제갈성민은 놀람을.
청허자는 의혹을 드러냈다.
청허자의 눈 밑으로 차가운 기운이 어렸다.
그 기운은 마치 뱀의 스산함. 그것과 같았다.
“소협……단도직입적으로 묻겠네. 묵혈방과 소협은 어떤 관계인가?”
사군보는 이미 이런 질문이 있을 줄 알고 있었다.
이들은 백도 무림의 주축이다.
이들이 한때 묵혈방의 주축으로 있었던 7인을 모르겠는가.
묵혈방이 붕괴된 이후 그날 한꺼번에 사라진 7인의 배신자.
삼뇌마자 막여천 등이 아무리 노력을 해도 찾을 수 없었던 그들의 이름이 사군보 입에서 나았다.
당연히 관계를 물을 수밖에 없다.
사군보는 생각한 바를 밝혔다.
“죄송합니다. 사부님의 엄명이 있으신지라……”
“사부의 엄명?”
“다만 한 가지 밝힐 수 있는 건……청허자께서 생각하고 계시는 것처럼 사부님은 묵혈방 사람이었습니다.”
“그렇군. 그래서 그들을 찾는 거군.”
청허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다.
묵혈방 붕괴 때 많은 사람이 죽었지만 또 많은 사람이 실종되었다.
그만큼 묵혈방의 규모는 크고, 고수도 많았다.
“그들을 찾아주시면 대하교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겠습니다.”
“시간이 필요하네.”
“알아보시는 대로 알려주시면 됩니다.”
“좋네.”
청허자는 기꺼이 받아 들였다.
그는 사군보의 얼굴을 유심히 보며 말했다.
“하면 자네의 본 모습은 어떠한가?”
사군보는 내심 중얼거렸다.
‘얼굴을 보이는 것이야 상관없겠지.’
그는 얼굴을 쓱 문질렀다.
그의 본래의 영준한 얼굴이 나타났다.
한데 그의 얼굴을 본 청허자는 너무도 크게 놀란 듯 그만 안색이 흑빛이 된 채 눈을 크게 떴다.
“헉!”
“왜 그러십니까?”
사군보는 오히려 흠칫했다.
“아, 아니네!”
청허자는 급히 안색을 회복했다.
이어 부드럽게 물었다.
“정말 미남이군. 그래서 놀랐네.”
“감사합니다.”
“소협의 진짜 이름도 알려주게.”
“사군보라 합니다.”
“사군보……”
청허자의 표정이 또 한 차례 흔들렸다.
반면 제갈성민은 크게 놀란 눈치였다.
“사군보! 항간에 떠들썩한 탈명혈하가 바로 자네였군.”
“네.”
“허어! 탈명혈하를 직접 보게 되다니……”
“허명일 뿐입니다.”
사군보는 뒷머리를 긁적였다.
청허자가 묘한 눈길로 물었다.
“그럼 부친은 살아 계시나?”
그의 음성은 다소 떨리고 있었다.
사군보는 고개를 흔들었다.
“불행히도 소생은 어렸을 때 부모님을 여의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사부님 손에서 자라 부친의 얼굴도 모릅니다.”
거짓말이다.
아직은 자신의 진정한 정체를 밝힐 때가 아니다.
청허자의 얼굴이 기이한 빛을 띠었다.
“그것 안 되었군. 무량수불……”
안타까움이 묻은 도호를 읊조리는 청허자.
그는 품속에서 하나의 삼각 깃발을 꺼냈다.
“받으시게.”
“이것은?”
“이것은 호천기라는 것이네.”
“호천기?”
“무당파와 소림사, 제갈세가의 어느 분타, 어느 지점을 가더라도 이것을 보여주면 소협과 우리가 연락을 취할 수 있고, 소협은 우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네.”
“신표군요.”
사군보는 엄숙한 기색으로 삼각 깃발을 받았다.
1척 밖에 안 되는 작은 깃발이나 깃대와 기폭이 다 함께 천외신물인 듯 보광이 어렸다.
그때다.
사군보는 벼락이라도 맞은 듯 아찔했다.
‘이 향기는!’
호천기를 받은 순간 기이한 향기가 코끝에 와 닿았기 때문이었다.
그 향기는 바로 천리향이었다.
‘이럴 수가!’
사군보는 눈앞이 깜깜했다.
백현대사가 두루마리에 발라 놓은 그 향기!
똑같았다.
그때 청허자가 의기 가득한 어조로 무겁게 입을 열었다.
“소협, 비록 길은 다르나 세상을 위해 대하교는 꼭 척결되어야 할 자들! 대하교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되면 꼭 우리에게 알려주게. 우리도 소협이 부탁한 사람들을 빨리 찾아보겠네.”
청허자의 신신당부에 사군보는 의혹은 내색하지 않고 가라앉은 음성으로 말했다.
“알겠습니다.”
청허자와의 대화를 마친 후 사군보가 제갈성민을 보며 민망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가주님.”
“왜 나에게 할 말이 있나?”
“이게 참 말씀드리기 곤란한데.”
“기탄없이 말하게.”
“저어, 제갈빈……총관 말입니다.”
“제갈빈? 그 아이가 왜?”
“그게, 큼큼!”
사군보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녀와의 일을 다 말하자니 곤혹스럽고, 말을 안 하자니 이 또한 곤혹스럽다.
“대체 무슨 일인가?”
“그게……”
에라, 모르겠다.
사군보는 결국 말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사실 제갈빈과 결혼 문제로……”
“결혼?”
갑자기 제갈성민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 아이가 여자라는 걸 알고 있나?”
“알고 있습니다.”
“언제 알았나?”
“여기 들어오는 날, 알게 되었습니다.”
“한 달 전부터 알고 있었다 이거지?”
“사실 제갈빈. 그분도 제가 진짜 제갈청곤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의심하고 있었습니다. 우린 한 달 넘도록 서로를 지켜보며 염탐하고 서로를 속이고 그랬던 거지요.”
“그래서? 그것과 결혼은 무슨 상관인가?”
“그러니까 얼마 전 그분과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전, 가주님이 가짜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제갈세가 안에서 날 도와줄 사람이 필요했고, 그분은 제갈승과 결혼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보니 서로가 서로를 필요하게 된 겁니다. 서로 이용하는 거라 보시면 됩니다.”
“계속 해보게.”
“그 분은……나보고 가주님께 말씀드려 그분과 내가 결혼하는 거로……그러니까 제갈승 말고 제갈청곤이랑 제갈빈이 결혼하는 거로……말하기 참 그러네요.”
“허!”
제갈성민은 어이가 없다는 양 헛바람만 토해냈다.
“그러니까 제갈승이란 결혼하기 싫으니 차라리 조카와 하겠다? 그걸 자네에게 시켰고? 날 설득시키라고?”
“네, 만약 내가 이 말을 가주에게 안 하면 내가 제갈청곤이 아니란 것을 가주에게 알린다고 하는 바람에……”
“서로 이해타산도 맞았겠지.”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그럼 내가 묻겠네.”
“말씀하십시오.”
“그 아이가 올해 몇 인지 아나?”
“38살로 알고 있습니다.”
“자네는 몇인가?”
“21살입니다.”
“17살 차이군.”
“그게 그렇게 되는군요.”
“만약 내가 그 아이와 자네 뜻대로 ‘그래, 둘이 결혼해라!’하고 승낙을 한다면 자넨 어떻게 하겠나?”
“그, 그게……”
사군보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제갈성민은 참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알겠네. 내, 더 이상 자네를 곤란하게 하지 않겠네.”
“하오면……”
“내가 빈이에게 잘 말하지. 빈이, 그 아이가 그렇게 가기 싫어하는 시집이라면 굳이 집안 시끄럽게 하면서까지 승이에게 그 아이를 보낼 필요는 없지. 어쩐지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질질 끈 이유가 있었군.”
“후~ 다행이군요.”
정말 다행이었다.
이제 제갈세가에서 볼일은 없다.
떠날 생각인데 자꾸 발목을 잡는 게 제갈빈 문제였다.
그 곤란한 문제가 해결되었으니 홀가분할 정도다.
***
밖은 아직 밤이었다.
‘마치 꿈이라도 꾼 것 같군’
그의 안색이 변했다.
그는 뒤돌아서서 어둠 속에 우뚝 치솟아 있는 존각을 바라보았다.
‘천리향이 호천기에서 났다.’
호천기는 청허자 품에 있었던 물건이다.
백현대사는 스스로 미끼가 되었고, 물증이 있는 두루마리에 천리향을 발랐다.
무당의 무양자의 죽음도 석연치 않았다.
둘 다 그 어떤 사움 흔적도 없이, 편안한 죽음을 맞이했다.
이는 두 사람을 죽인 자가 모두 지인이라는 것.
그것도 무척 가까운 사람이 용의자다.
무당 청허자의 신분이라면 아무 의심 없이 백현대사와 무양자에게 접근할 수 있다.
하나……
상대는 청허자다.
백현대사가 천리향을 뿌릴 때 청허자가 같이 있었을 수도 있다.
이 모든 작전을 적을 색출해내기 위한 소림과 무당의 합동작전이었으니 이 또한 배제할 수 없는 일이다.
무양자는 무당의 장로다.
청허자가 동문을 살해했다?
더욱 청허자는 오늘 제갈세가에 왔다.
무양자의 시신을 운반하기 위해 무당 제자들과 함께.
사군보의 마음속에는 한 가닥 의혹이 연기처럼 치솟았다.
‘담 낭자에게 부탁해서 청허자를 깊이 파보라고 해야겠다.’
사군보는 급히 제갈청곤의 거처로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