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하마제 9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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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88회 작성일소설 읽기 : 혈하마제 96화
혈하-第 96 章 제갈세가의 금제
사군보는 청허자 등이 자신에 대해 완벽하게 알지 못함을 확신했다.
자신이 묵혈방의 소종사란 사실은 모르는 눈치였다.
‘결국 채화당 때부터 날 알아봤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여기서 천라삼군과의 일을 얘기해야 하면 자신의 행적이 다시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굳이 자신을 드러낼 필요는 없다.
“우연히 그가 대하교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뿐……특별히 대하교에 대해 아는 건 없습니다.”
“음……”
담담하나 예리한 눈길로 사군보를 살피는 청허자.
곧 그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뭔가 사정이 있겠지……”
사군보는 말을 돌렸다.
“한 가지 여쭙겠습니다.”
“말해 보시게.”
“날 여기 부른 건 단순히 내 정체를 밝히기 위함입니까?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는 겁니까?”
“둘 다네. 그리고…… 소협의 신분을 밝혀줄 수 없나?”
“죄송하지만 그건 곤란합니다.”
“이유를 물어도 되겠나?”
“물과 기름은 겉돌 뿐입니다.”
“소협과 우리가 물과 기름이라 이거군.”
“……”
“흑도인인가?”
“……”
일부러 대답할 필요는 없다.
“흑도의 인물이 그 어떤 협의지사도 해내지 못한 의로운 일을 했군.”
“……”
“허긴, 흑도니, 백도니, 그게 다 무슨 소용 있으랴. 어차피 다 똑같은 강호인인데. 무량수불……”
잠시 침묵하는 청허자.
아마도 불확실한 사군보의 신세 때문에 차후 할 얘기 등에 대해 고민하는 것 같았다.
사군보는 말없이 기다렸다.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영원히 입을 열지 않을 것 같던 청허자의 입술이 떨어졌다.
“소협, 제갈세가에는 왜 왔나?”
“그 대답 여부에 따라 나와 당신들 사이의 일이 진행될지, 여기서 그칠지가 결정되겠군요.”
“정확하네.”
“어려운 대답은 아닙니다.”
사군보는 제갈성민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진짜십니까?”
“진짜?”
제갈성민의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내가 제갈청곤이 아니듯, 당신이 진짜 제갈세가주 맞는지, 그걸 물었습니다. 난 당신이 가짜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
제갈성민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건 청허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제갈성민이 청허자를 보며 주저거렸다.
사군보의 질문에 대답을 하기 위해서는 그의 허락이 필요한 눈치가 분명했다.
청허자가 대신 대답했다.
“그는 진짜네.”
“그럼 흥안련상맥에서 죽은 자가 가짜인가요?”
“그것도 알고 있었나?”
놀란 청허자였지만 곧 고개를 주억거렸다.
“편복당! 그 아가씨군.”
“그렇습니다. 편복당에서 우연히 흥안령산맥의 사건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흥미와 호기심이 동해 이곳에 들어온 거고요. 자, 진짜십니까, 가짜십니까?”
“무량수불……”
청허자는 도호를 외운 후 제갈성민에게 말했다.
“언젠가는 천하가 알게 될 일, 가주께서 직접 말하시지요.”
“난 제갈세가주네.”
“진짜십니까?”
“흥안령산맥에서 죽은 자가 가짜네.”
“내가 새외로 출타한 사이 가짜가 본가에 들어왔지. 새외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가짜가 본가에 있음을 알게 되어 크게 노하였다네. 그러나 내가 손을 쓰기도 전에 가짜가 먼저 선수를 쳤네.”
흥안령 산맥을 넘어오는 제갈성민 일행을 죽인 사건을 말함이다.
“그러나 그때 죽은 건 가짜.”
“그럼……가짜를 죽이고, 가짜처럼 행동하는 거군요.”
“그렇다네.”
“금제 때문입니까? 아니면 배후를 캐기 위함입니까?”
“금제도 아나?”
제갈성민은 크게 놀란 눈치였다.
“며칠 전 천리향을 조사하자고 말했을 때 그때 가주께서 직접 언급한 말입니다.”
“아! 그랬군, 이제 기억이 나네.”
제갈성민은 그 당시만 해도 제갈청곤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
“내가 새외에 간 것은 금제를 풀기 위함이네.”
“……”
사군보는 기다렸다.
제갈성민은 결국 전부 다 털어 놓을 수밖에 없었다.
“내게 가해진 금제를 풀기 위해서는 한 사람의 도움이 필요했네. 그의 이름은 만박노자일세.”
“만박노자(萬博老子) 윤성림(閏成臨)!”
“바로 그 사람이지. 천하에 모르는 것이 없는 자. 그가 모르면 천하 그 누구도 모른다는 자.”
“정말 그 정도 능력입니까?”
“그는 하오문의 지존일세.”
“하오문!”
사군보는 대경실색했다.
-하오문!
천하의 갈려 있는 수많은 기루와 객잔, 반점, 도박장, 그리고 점쟁이와 떠돌이 보부상까지 그 세력이 뻗지 않은 곳이 없는 곳.
편평복이 하오문의 일개 분타 수준이라 하면 그 조직의 규모가 대충 이해가 갈 것이다.
하지만 하오문은 12년 전 붕괴되었다.
하오문의 붕괴는 아직도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가장 신빙성 높은 것은 내부 분열.
워낙 방대하고, 그 파벌이 많다보니 바람 잘 날이 없던 하오문이다.
그런 하오문이 갑작스럽게 활동을 멈추었다.
그 후 그 누구도 하오문이란 말을 쓰지 않았다.
하오문에 소속되어 있던 기녀도 한때는 하오문 소속을 자랑했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오리발을 내밀 정도로 극구 부정할 정도니 더 무슨 말이 필요하랴.
그렇게 강호에서 사라진 하오문의 지존이 바로 만박노자인 것이다.
사군보의 놀람은 그 탓만이 아니었다.
가짜 숙부라 여기고 있는 소양강.
그가 개봉에 있는 만박노자를 찾아간다 하지 않았던가.
사군보는 물었다.
“만박노자가 금제를 풀 열쇠를 쥐고 있다 이건가요?”
“그렇지. 그라면 내게 가해진 금제와 그 해독 방법을 알 수 있다고 나는 믿네. 하지만……”
“……”
“하오문은 사라졌지. 그래서 하오지존인 만박노자와 막역한 지우 관계인 역살귀흉을 찾아 간 것이네.”
“역살귀흉과 만박노자가 친구란 말입니까?”
“보통 사이가 아니었네. 묵혈방 자체에도 정보기관이 있었지만 사실 초창기에 묵혈방이 급부상 할 수 있었던 요소 중 가장 컸던 것이 하오문의 도움이었네.”
“하오문의 정보가 묵혈방으로 들어갔고, 그 다리 역할은 역살귀흉이 한 것이군요.”
“그렇지.”
“이해가 안 갑니다.”
“뭐가 말인가?”
“역살귀흉은 묵혈방 소속의 흑도인이었습니다. 가주는 전통 깊은 백도 협의지사고요.”
“소협은 아직 어리니 잘 모르겠지만 묵혈방은 다른 흑도세력과는 다르네.”
“다르다?”
“쉽게 표현을 한다면 묵혈방이 흑도 제일 세력을 있을 때가 가장 평화로운 시대였네.”
“음……”
“묵혈대제 사악……그는 세 개로 나누어져 서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던 흑도를 통일했네. 그리고 흑도인들을 자기 품에 안고 철저하게 강제했지. 흑도이되 백도보다 더한 통제였다네. 실례로……묵혈방 사람들은 무조건 지켜야 할 금기가 두 가지 있네.”
“금기!”
“첫째 인신매매……둘째 민간인 학살이네. 이를 어기면 가차 없이 응징했던 사람이 묵혈대제 사악일세. 흑도인이지만 우리들보다 더 정의롭고 호협했지.”
“……”
사군보는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백도의 오랜 전통을 갖고 있는 제갈세가주조차 존경하는 눈치가 가득했으니 어찌 안 그렸겠는가.
“묵혈방의 그 금기 사항에 반발했던 수많은 흑도 세력은 그렇게 묵혈대제 손에 강호에서 지워졌다네.”
“그래서 역살귀흉을 만났어도 그리 불편하지 않으셨다? 이건가요?”
“불편하기는……사실 반갑기도 했지. 묵혈방의 사람이 살아 있다는 사실이!”
꼭 오랜 친구를 말하는 것 같은 감정이 보였다.
“어쨌거나 난 역살귀흉에게 부탁을 했지. 만박노자를 찾게 해 달라고.”
“순순히 들어주었나요?”
“마침 역살귀흉도 중원으로 들어올 기회를 보고 있었더구먼.”
“네?”
“역살귀흉은 막북몽고에서 힘을 키웠네. 그 힘은 그곳에 안주하기 위함이 아닌 묵혈방을 붕괴 시킨 자를 찾고 복수하기 위함이었네.”
사군보는 가슴이 찡했다.
자신을 키워준 16인의 묵혈방 고수들도 그랬더니 만 역살귀흉까지 묵혈방을 그리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왜 헤어졌습니까? 함께 행동했으면 역살귀흉은 죽지 않았을 것 아닙니까?”
사군보이 음성에 원망이 어렸다.
함께 행동했다면 그랬다면 역살귀흉은 죽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그리 생각하자 제갈성민이 원망스러웠다.
“그 당시만 해도 흉수들이 그토록 빠르게 움직이고, 그 조직력이 첨밀할 줄 몰랐지. 다 내 불찰이네.”
금제를 풀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더 역살귀흉이 필요한 게 제갈성민이었다.
그 역시 역살귀흉의 죽음으로 타격을 받은 자이다.
사군보는 눈을 감았다.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역살귀흉의 심중에 있던 묵혈방의 그림자가 얼마나 큰 지 느껴졌다.
그 사이 제갈성민이 말을 이었다.
“그렇게 되는 바람에 어쩔 수없이 난 배후를 캐기 위해 진짜이면서도 가짜 노릇을 하고 있었던 것이네.”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많이 힘들어 보였다.
“혹시 그 금제 말입니다. 어떤 금제인지, 누구에게 당한 것인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그건……”
잠시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던 제갈성민이 말을 이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고수였네. 1년 전이었지. 무한에 일을 보고세가로 돌아오는 날 막고 느닷없이 비무를 하자는 자가 있었네. 난 그의 호기에 호응해 비무를 받아 들였지만……”
“……”
“그에게 패배하고 집으로 돌아와 보니 몸에 이상이 생겼더군……”
제갈성민의 안색이 참담해졌다.
“지금 내 일신의 내공은 평소의 반밖에 되지 않는다네. 그나마 남아 있는 내공을 전부 개방하면 뇌에 자극을 받아 정신을 잃지. 그냥 기절하는 게 아니라……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 버린다네.”
“혹시 이지를 망각하고 자기 자신이 아닌 살인과 피를 그리워하는 괴물이 되는 건 아닙니까?”
문득 광혈단이 떠오른 사군보다.
제갈성민은 입만 쩍 벌렸다.
“대체 자네는 누군가?”
긍정의 표시다.
“역시 그랬군요. 그 금제는 대하교에서 푼 겁니다.”
“대하교!”
“아마도 가주님과 겨룬 자가 대하교의 주요 자리에 있는 자 중 한 같군요.”
“자네, 대하교를 잘 알고 있군.”
“우연히……”
사군보는 제갈성민과 청허자를 보면서 대하교의 구조에 대해 말을 해 주었다.
그의 말이 계속 될수록 청허자아 제갈성민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갔다.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방대하고 치밀한 조직에 놀란 것이다.
사군보는 자신이 아는 것을 다 밝혔다.
“제 생각에는 사대천왕급 이상의 고수와 가주님이 겨룬 것 같습니다.”
“교주인 천황……쌍존……삼제……사대천왕의 상승 무공을 익힌 자들 말하는가? 그들의 실력을 직접 보았나?”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간접적으로 실력을 평가할 수 있는 계기가 있었습니다.”
소녀문주 소율향.
독모.
이 두 사람은 단과 당이라는 하부조직의 수장이다.
그들과 직접 손을 겨뤄본 사군보다.
결국 두 여자를 통해 그 위에 있는 상관들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한 가지 더 덧붙였다.
“소림과 무당에서 조사했다고 하니……공동묘지 지하에 있던 곳, 그것에서 광혈단이라는 독단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광혈단!”
“바로 가주가 복용한 독단입니다.”
“해약은? 해약은 구했나?”
“죄송하지만 해약은 모르겠고……이젠 더 이상 광혈단을 제조하기 힘들 겁니다. 왜냐하면 광혈단을 제조하던 이해독왕이 제 손에 죽었으니까요.”
“이해독왕! 그가 거기 있었다니!”
제갈성민은 놀람을 금치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