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하마제 9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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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58회 작성일소설 읽기 : 혈하마제 95화
혈하-第 95 章 청허자
사군보의 손은 그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그의 전신에서는 열기가 확확 뿜어져 나왔다.
미녀는 다리를 서서히 비틀며 눈을 반쯤 내려 감았다.
사군보의 손은 흑발을 떠나고 있었다.
그의 손은 그녀의 허벅지를 서서히 쓰다듬기 시작했다.
미녀는 입술을 살짝 벌리며 더욱 향기를 토해 냈다.
사군보의 손은 그녀의 두 다리를 더듬어 내려갔다.
옥으로 깎고 다듬은들 그리 곱지는 못하리라!
어느덧 사군보의 호흡도 거칠어졌다.
신이 아닌 이상 어찌 그토록 엄청난 유혹을 뿌리칠 수 있으랴?
“허억!”
그는 미녀의 반라지신 위로 쓰러졌다.
흑발미녀가 돌연 그를 휘어 감았기 때문이었다.
미녀는 유지같이 매끄러운 두 팔로 사군보의 목을 휘어 감았다.
사군보는 그녀의 터질 듯 부푼 육봉 사이에 얼굴을 묻었다.
미녀는 두 다리를 벌려 그의 하반신을 뱀처럼 휘어 감았다.
사군보의 피가 미친 야생마처럼 들끓었다.
이때다.
스스……!
문득 기나긴 흑발이 마치 살아있는 뱀처럼 그의 허리를 휘어 감았다.
사군보는 미녀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목마른 자의 샘을 찾는 것처럼 미친 듯이 비벼댔다.
젖가슴은 놀랄 만큼 풍만하여 그의 얼굴을 파묻고도 남음이 있었다.
사군보의 두 팔은 그녀의 개미같이 가는 허리와 산같이 큰 둔부를 쓰다듬었다.
미녀의 한 팔이 베개 밑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손끝에는 하나의 투명한 천잠사(天蠶絲)가 걸려 나오는 것이 아닌가?
그녀는 사군보의 거친 공격에 몸을 꿈틀거리며 신음을 발했다.
하나 그녀의 손은 서서히 사군보의 목에 천잠사를 걸고 있었다.
마침내 사군보의 목에 천잠사가 걸렸다.
“호호홋……! 넌 당했다!”
그녀는 천잠사를 힘껏 조였다.
“으윽!”
사군보는 비명을 지르며 눈을 부릅떴다.
목에 감긴 천잠사는 무서운 힘으로 그의 목을 졸라맸다.
“으으……!”
사군보의 충혈 된 눈이 튀어나올 듯 부릅떠졌다.
“호호호…… 결국 너도 별 수 없구나.”
흑발미녀는 사지로 칭칭 감으로 천잠사를 더욱 당겼다.
한데 바로 이때였다.
“후후…… 무엇하고 있는 거요?”
문득 싸늘한 조소가 그녀의 귓전에 파고드는 것이 아닌가?
미녀는 소리가 들린 곳을 돌아보았다.
“아악!”
그녀는 귀신이라도 본 듯 비명을 질렀다.
사군보가 침상 머리맡에 멀쩡하게 선 채 흑발미녀를 비웃고 있지 않은가?
그녀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럼?’
그녀는 급히 자신이 목을 조르고 있는 사내를 보았다.
“하악……!”
그녀는 찬 숨을 삼켰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그녀가 그토록 사지로 칭칭 얽매어 놓고 천잠사로 목을 조르고 있던 그것은 사람이 아닌 베개에 불과했다.
“이럴 수가……!”
그녀는 전신에서 힘이 쑥 빠져 버렸다.
허탈했다.
말할 수 없이 허탈했으며 죽고 싶도록 수치스러웠다.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상대방의 눈길 밑에 그녀는 자신이 지극히 보 잘 것 없고 추악한 벌레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난생 처음 느꼈다.
그녀는 한없는 절망의 구렁텅이로 추락하는 자신을 느끼고 그만 혼절하고야 말았다.
**
문(門).
그것은 지극히 평범한 나무문이었다.
존각의 가장 중지인 협성의 거실에 드디어 사군보는 도달했다.
그는 잠시 마음을 가다듬은 다음 문을 밀었다.
스르르……!
문은 쉽게 열렸다.
안으로 들어선 사군보는 흠칫 놀랐다.
안은 하나의 넓은 정실이었다.
아무런 꾸밈도 없었으며 단아하고 고고한 기품이 흐르고 있어 그 주인의 성품을 느끼게 했다.
바닥은 자단목이 깔려 있었다.
창문에는 평범한 휘장이, 그리고 가구집기도 송목이 주류였다.
정실 중앙에는 탁자가 있었고 탁자 맞은편에 중년 도장이 앉아 있었다.
‘제갈세가주는 아니다!’
사군보는 크게 놀랐다.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그는 중년 도장이 입은 도포를 유심하 살폈다.
‘무당?’
중년 도장이 입은 도포는 무당 특유의 복색을 하고 있었다.
‘무당파 도장이 왜 여길?’
그가 걸어온 기관 함정은 제갈세가의 핵심이었다.
그 끝에 당연히 제갈세가주가 있을 줄 알았는데 무당파 도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중년 도장은 온화한 미소를 띤 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군보는 잠시 멍하다가 곧 깊숙이 읍했다.
“소생 제갈청곤이라 합니다.”
중년 도장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만나 반갑군.”
“죄송하지만……”
“내가 누군지 궁금하지?”
“솔직히 그렇습니다. 아버님의 부름을 받고 왔습니다. 본가의 기관이 중첩되어 있는 것도 이상하고……”
“난 무당의 청허자라 하네.”
청허자(靑虛子).
무당 일대제자 배분 중 가장 높은 자다.
사군보는 어리둥절했다.
청허자는 부드럽게 말했다.
“그런데 내가 귀하를 뭐라 불러야 하지?”
“무슨?”
“이곳엔 귀하와 나, 둘 밖에 없네. 이곳에서 하는 말은 우리 둘 밖에 모른다는 거지.”
“……”
설마 또 들킨 거야?
사군보는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청허자는 편한 얼굴로 말했다.
“앉으시게. 올려다보기 힘드네.”
“……”
기호지세다.
사군보는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청허자는 그 속을 알 수 없는 심유한 눈길로 사군보를 주시하다 입을 열었다.
“몇 달 전, 악양 인근 공동묘지가 불타 전소되는 사건이 있었네.”
‘채화당!’
“놀랍게도 공동묘지 밑에 엄청난 규모의 지하 공동이 있었고, 그 지하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자들이 있었더군. 불이 난 바람에 발각이 되었지만……그곳이 악의 온상지였네.”
“……”
“당시 그곳에 납치되어 갔었던 일반 백성은 무려 1천여 명……무려 10년 동안 그 안에서 천인공노한 짓이 일어났는데 세상은 알지 못했지. 그러다가 몇 달 전, 한 협의인이 그곳을 발칵 뒤집어 놓았네.”
“……”
“그 안에 갇혀 있던 사람들도 구하고……사람의 이지를 상실케 해 괴물로 만드는 독단 제조도 막았지.”
청허자는 의자에 몸을 기대며 느긋한 자세를 취했다.
“내가 이 말을 왜 한다고 보나?”
“……”
사군보는 알 수 있었다.
청허자는 모든 것을 알고 이 자리에 온 것이다.
그러나 그는 묵묵부답, 청하자가 하는 말을 기다렸다.
“소림철권 차승원……”
그제야 사군보는 청허자가 어떻게 그 사실을 알게 된 건지 그 연유를 알았다.
“소림과 무당은 차승원의 안내로 공동묘지를 급습했지만 이미 전소된 상태였고, 다만 그 흔적만 찾을 수 있었다네. 그때부터 우린 은밀하게 그 신비조직을 탐색하기 시작했다네.”
백현대사의 은밀한 조사.
그 시작은 역시 채화당 사건이었다.
“그러던 중 신비조직의 또 거점 하나가 붕괴되더군. 기루를 이용해 사람들 눈을 가리고 강시를 제조하려 것을 누군가가 또 막았단 말이야.”
‘설마 그것까지 알고 있었어?’
사군보의 가슴은 차갑게 식었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조사를 하면 할수록 두 곳의 사건이 모두 한 사람에 의해 발생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무척이나 놀랐다네.”
슥.
청허자는 탁자 위의 차 주전자를 밀었다.
“한 잔 들게, 속이 탈 텐데.”
진짜 입안이 바싹 마른다.
속은 조바심으로 탔다.
그러나 그는 차를 마시지 않고 그저 청허자만 주시했다.
더 할 말 있으면 계속 하라는 듯이.
청허자 역시 한 동안 사군보의 눈동자만 바라보았다.
잠시간의 침묵이 흐른다.
그 침묵을 먼저 깬 것은 청허자였다.
“무량수불……날 완전히 수다쟁이로 만드는군.”
청허자는 고개를 흔들었다.
“어차피 확인 했으니……”
무엇을 확인했단 말인가?
“소협이 제갈청곤이 아님은 이미 증명되었네. 더 이상 의미 없는 연극은 하지 않는 것이 좋지 않겠나.”
“……”
“허허…… 제갈청곤이라면 절대로 관문을 통과할 수 없었을 것이네. 더욱이 색관은 더더욱 불가능한 일이지.”
청허자의 말에 사군보는 항의하듯 반문했다.
“어찌 그렇게 단정하십니까?”
“허허……그밖에 여러 가지 증거는 많아. 소협이 아무리 완벽한 위장을 했다손 치더라도 육친을 속일 수는 없는 일일세.”
사군보는 안색이 변했다.
이때 내실로부터 한 사람이 걸어 나왔다.
그는 제갈성민이었다.
제갈성민의 표정은 어둡기 한량없었다.
그는 청허자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이미 확인해 보았습니다. 자식 놈은 한 관도 옆 숲 속에서 양단이 된 시체로 발견되었습니다.”
사군보는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발각됐구나!’
청허자가 물었다.
“가주, 지금 심정이 어떻습니까?”
제갈성민은 자책의 빛을 띄웠다.
“모두다 자식 놈이 색에 눈이 어두워 음행을 저지르려다 죽은 것입니다. 검풍오영으로부터 들었습니다.”
그는 사군보를 바라보며 말했다.
“자업자득이니 원망하거나 원한을 품지 않겠습니다.”
사군보는 제갈성민의 말에 마음이 온통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어떤가? 그대가 제갈청곤을 죽이고, 그로 변신한 일을 제갈세가주는 염두에 두지 않고 있네.”
“……”
“더욱이 소협은 그 동안 세상을 위해 남몰래 많은 일을 했더군. 납치된 사람들을 구하고, 생강시를 없애고……뇌정보 사건이야 뭐, 벽력신패라는 기물의 유혹은 아무나 뿌리칠 수 없는 일이지.”
완전히 발가벗겨졌다.
사군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설마 이토록 사태가 급진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소협의 내력은 알 수 없으나……한 가지만은 확실하게 알았네. 대하교! 그들과 더는 양립할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대하교!”
그동안 단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듣기만 했던 사군보의 입이 결국 열렸다.
“대하교에 대해 알아냈나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지만 일부는 밝혀냈네.”
과연 무당파라 할 수 있었다.
철저하게 자신의 힘을 감추고 있는 대하교를 끝내 세상 밖으로 끄집어 냈으니 말이다.
“패왕보는 대하교의 꼭두각시네.”
“이미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오! 어떻게 알았나? 우린 그 사실을 알아내려고 수 십 명의 정보원이 죽임을 당했는데.”
“팽성귀마 고계!”
“팽성귀마 고계? 그 자가 왜?”
청허자는 의아한 눈길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