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하마제 8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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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80회 작성일소설 읽기 : 혈하마제 84화
혈하-第 84 章 그들이 친하다고?
사군보는 담여운과 편복당의 움직임.
그리고 제갈세가에서 은밀히 진행되고 있는 정체불명의 음모가 대하교와 관계가 있을 것이란 심증을 갖게 된다.
그것은 바로 가짜를 내세운다는 점이다.
사군보는 담여운과 상의한 끝에 제갈세가로 뛰어들기 위해 제갈청곤으로 변장을 했다.
이제 곧 제갈세가에 닿게 될 것이다.
담여운이 입을 열었다.
“제갈세가로 들어가기 전에 미리 정할 것이 있어요.”
사군보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지혜로운 눈을 굴렸다.
“어차피 소녀는 제갈청곤에게 수모를 입은 걸로 되어 있어요. 제갈청곤의 평소 소행으로 보건대 필히 여색을 좋아하는 그가 소녀를 그냥 두지 않았을 거예요.”
그녀는 얼굴을 붉혔다.
사군보는 그녀의 말뜻을 대충 눈치 챘다.
담여운은 다시 입을 열었다.
“필시 제갈청곤 같은 자는 소녀를 첩으로 삼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아니면 시종으로 삼던가.”
사군보는 안색이 변했다.
“그렇다면 낭자의 뜻은……”
“그 자로 변신할 바엔 철저히 화신이 되어야 해요.”
사군보는 감탄했다.
“낭자의 혜지는 놀랍구려. 하나 어찌 낭자를……”
담여운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렇게 해야만 해요. 소녀의 작은 체면 따위는 생각할 필요가 없어요.”
“……”
사군보는 한 동안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렇게 긴 시간이 흐른 뒤.
그는 생각에서 깨어나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낭자의 뜻이 그러하다면 낭자와 나는 시종간이 되는 겁니다.”
담여운은 약간 섭섭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그녀는 첩이되기를 원했다.
하나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사군보가 이미 시녀로 결정하자 담여운은 쓰게 고개를 끄덕여만 했다.
이때였다.
밖에서 우렁찬 음성이 들렸다.
“준비하십시오. 세가에 다 왔습니다!”
사군보와 담여운은 몸을 일으켰다.
***
제갈세가.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가 없는 정도 무림의 전통 깊은 가문.
대도전(大道殿).
총 2층으로 지어진 전각.
제갈청곤의 거실은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거실 안에 사군보와 담여운이 차를 마시고 있었다.
사군보는 여전히 제갈청곤의 모습으로 변장해 있었다.
사군보는 찻잔을 입에서 떼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이곳까지 무사히 들어왔군.”
담여운은 불안한 눈빛이 되어 말했다.
“괜찮을까요?”
그녀는 정보사냥꾼인 편복당주의 딸이다.
담력이 커서 어지간한 일에는 두려움을 모른다.
하지만 이곳은 호랑이 아가리 속.
밖에서 염탐하는 것과는 천지차이였다.
사군보는 신선하게 웃었다.
“이 정도의 규모라야 그 많은 세월을 버텨온 게 아닐까?”
“그렇긴 하겠네요.”
사군보는 기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나저나 이곳의 시녀들을 낭자의 말대로 물리쳤으니 이제부터 낭자 혼자 내 시중을 모두 들어야 할 거요.”
“물론 소녀가 하녀의 일을 대행해야겠지요.”
사군보는 빙그레 웃었다.
“어찌 그런 일을 할 수 있겠나.”
담여운의 옥용이 엄숙하게 변했다.
“병법에 이르기를 적을 속이기 이전에 먼저 나 자신을 속여야 한다고 했어요. 소녀가 일단 공자님의 시녀가 된 이상 철저히 시녀의 역을 해내는 것이 바로 대계를 이루는 것이 아니겠어요.”
담여운의 아름다운 얼굴에는 문득 지혜로운 빛이 떠올랐다.
사군보는 내심 감탄을 금치 못했다.
‘담 낭자의 지혜가 출중하니 조만간 편복당의 위세가 크게 신장되겠군.’
담여운의 지혜 하나면 능히 지금의 편복당 위치를 훗날 크게 올려놓고도 남으리라.
그가 이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일 때다.
담여운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일어나 목욕을 하세요. 공자님.”
“목욕?”
뜻밖의 말에 사군보는 크게 어리둥절하고 말았다.
담여운은 생긋 웃었다.
“이미 목욕물을 데워 놓도록 지시했어요.”
“아니 벌써!”
“소녀가 의당 해야 할 일인 걸요.”
사군보는 그만 쓴웃음을 지었다.
“좋아요, 하지 뭐!”
“소비에겐 하대를 하셔야 합니다.”
“낭자, 그건……”
“낭자가 아니라 이제부터 여운이라 불러 주세요.”
단호한 그녀의 어조와 태도에 사군보는 마침내 굴복했다.
“알겠……다.”
그는 머리를 긁적이며 내실로 들어갔다.
내실의 안쪽 문을 열면 욕실이었다.
그는 욕실 안으로 들어갔다.
한데 담여운이 따라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소비가 옷을 벗겨 드리겠어요.”
사군보는 흠칫했다.
“아니, 그건……”
그는 당황을 금치 못했다.
담여운은 생긋 웃으면서 물러났다.
“공연히 해본 소리예요. 호호호……”
그녀는 문으로 걸어갔다.
한데 이때였다.
느닷없이 사군보가 큰 소리로 말했다.
“여운. 등 좀 밀어다오.”
막 문을 열고 나가려던 담여운은 움찔하며 돌아다.
사군보는 급히 전음으로 말했다.
[누가 와요.]
담여운은 입술을 꼬옥 깨물더니 다가왔다.
“네…… 소비가 밀어드리겠어요.”
담여운은 그의 옷에 손을 대었다.
그녀는 곧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사군보는 흠칫했으나 곧 하는 대로 놔두었다.
잠시 후, 그는 옷을 벗고 욕조 안으로 들어갔다.
첨벙! 쏴아……
쑥쓰럽고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해 동작을 크게 하다 보니 물소리, 물방울 튀기는 소리가 요란하게 일어난다.
하얀 김이 자욱하게 피어나 담여운의 표정은 알 길이 없었다.
그녀는 사군보의 등을 밀었다.
그녀의 손은 가늘게 떨렸다.
처녀로서 난생 처음 사나이의 넓은 등을 민다는 것이 그 얼마나 놀랍고도 두려운 일이겠는가.
사군보는 내심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정말 담 낭자의 심지는 굳세기 그지없구나. 보통 사람으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그는 점차 담여운에 대해 호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는 목욕탕 속에서 나왔다.
“여기 새 옷이 있어요.”
담여운은 미리 준비해둔 산뜻한 청삼 한 벌을 받쳐 올렸다.
그녀의 얼굴은 빨갛게 타오르고, 눈을 굳게 감겨져 있었다.
지금 눈을 뜨면 그녀는 사군보의 우람한 가슴을 볼 수가 있었다.
하나 그녀는 감히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는 묵묵히 청삼을 입었다.
옷을 다 입은 사군보는 천천히 욕실의 문을 열고 나갔다.
그가 막 거실로 나오자 낭랑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하하하…… 형님께서 이번에 엄청난 미인을 데려 오셨다 하기에 실례를 무릅쓰고 구경 왔어요.”
하늘색 옷을 걸친 청년 하나가 거실에 있었다.
그는 매우 영준했고, 20세가 넘은 청년이었다.
그는 체격이 단단해 보였고, 특히 손은 보통사람보다 훨씬 컸다.
그때 담여운의 전음이 들려왔다.
[저 자는 제갈태우예요.]
‘제갈태우?’
사군보는 조용히 귀를 기울이고, 담여운은 빠르게 전음을 보냈다.
[제갈청곤의 배 다른 동생이고, 천하의 권법을 모두 섭렵해 권왕이 되겠다는 포부를 지닌 자예요.]
사군보의 시선이 제갈태우의 손에 닿았다.
대권행(大拳行) 제갈태우(諸葛太愚).
스스로 권왕이 되겠다고 호언장담하는 자.
[제갈청곤과는 죽이 잘 맞는 색마이기도 하고요.]
‘그 나물에 그 밥이군.’
사군보가 끌끌 속으로 혀를 찰 때 제갈태우는 사군보의 등 뒤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오!”
그의 얼굴에는 놀라움의 빛이 역력히 나타났다.
담여운의 뛰어난 미모에 놀란 것이었다.
사군보는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이 늦은 밤에 정말 이 계집을 보고자 왔단 말이냐?”
제갈태우는 야릇한 표정을 지었다.
“후후…… 정말 소문대로 기막히게 예쁜 계집이군요. 부럽네.”
사군보는 뇌리를 굴렸다.
담여운이 전음으로 제갈태우의 성격까지 알려주었다.
‘제갈태우는 우직하며 단순하다 했다. 이것은 그가 솔직하다는 뜻이다.’
그는 의자에 앉았다.
“이 계집은 내 시녀가 되었다.”
제갈태우는 낭랑하게 말했다.
“하하…… 복도 많아. 미녀를 시녀로 부리는 것도 사실 배가 아픈데 담여운이라면 편복당의 금지옥엽이니 자연 편복당의 정보망은 죄다 형의 귀에 들어오겠네.”
사군보는 짐짓 의기양양한 듯 말했다.
“이를 말이냐. 하하하……내 기회를 봐서 아예 편복당을 휘하에 둘까 생각하고 있다.”
제갈태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쩝. 배가 아파 더 있기 싫어지는군. 나, 갈래.”
제갈태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벌써 가려고?”
“누구 염장 지를 일 있어? 가요!”
단순하긴 정말 단순한가 보다.
제갈태우는 씩씩거리면서 거실 문을 박차고 사라졌다.
사군보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뭔가 심상치 않는 느낌을 받았다.
‘단순히 담 낭자를 보기 위해 온 것이 아니다.’
어수룩해 보이지만 제갈태우에게선 묘한 냄새가 났다.
속과 겉이 다른 자의 냄새.
“너구리같은 놈.”
사군보는 중얼거렸다.
제갈태우의 방문.
그것은 편복당이 제갈청곤의 수중에 떨어졌는지 확인하고자 온 느낌을 강했다.
단순하고 우직한 그가 그것을 확인해야할 정도로 급박한 무엇인가가 제갈세가 안에 일어나고 있다는 반증이다.
“담 낭자.”
“네?”
“제갈청곤과 제갈태우가 가깝다고 했죠?”
“네.”
“그런데 왜 난 둘 사이에 묘한 기류가 있는 게 보이지?”
“무슨 기류요?”
“뭐라 할까……경쟁의식, 그런 거……”
“흠! 혹시……”
“뭐 떠오르는 것 있어요?”
“두 사람의 생모는 달라요. 그리고 제갈세가는 장자 세습제도에 얽매이지 않아요.”
“능력이 있으면 차남도 가주가 된다 이거군!”
“어쩌면……설마!”
“이거 재미있는데.”
사군보는 빙긋 웃었다.
만약 그의 생각이 맞는다면 제갈세가 안에서의 행동이 더 유리할 수 있었다.
***
며칠이 흘렀다.
3월 초.
꽃들이 만발하는 계절이지만 사군보는 며칠 동안 대도전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그는 담여운과 늘 함께 있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담여운은 그의 시녀라기보다는 정부(情婦)에 가까웠다.
한시도 떨어지는 법이 없었다.
하나 그 이유가 있었다.
침상 위.
담여운은 나긋한 몸에 잠옷을 입고 있어 몹시 육감적이었다.
그녀의 얼굴은 도화 빛으로 곱게 타고 있어 더욱 고혹적으로 아름다워 보였다.
사군보는 끊임없이 입술을 달싹이고 있었다.
전음술이었다.
[며칠 동안 낭자에게 전수한 무공은 여자가 익히기 용이한 환상선녀무(幻想仙女舞)요.]
환상선녀무.
묵혈방 환영마후 여모란의 무공 중 하나다.
사군보는 그 구결을 알고 있을 뿐 익히지 않았다.
전문적인 여자들의 무공이기 때문이다.
그걸 그는 구결과 기예, 초식 일부를 손 봐서 담여운에게 전수해 주었다.
담여운의 무공을 일천하다.
허긴 편복당 자체가 정보사냥에 치중된 은신술, 첩보술 등의 무공에 최적화되어 있을 뿐 절정 무공은 없었다.
만약 그녀가 조금만 더 무예가 깊었다면 제갈청곤에게 잡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에 사군보는 자신에게 필요 없는 환상선녀무를 그녀에게 전승해 주었다.
편복당.
그들의 정보망은 사군보의 행보에 꼭 필요하다.
그들과 친하게 지내면 지낼수록 그들이 물어다주는 정보는 앞으로 사군보가 가야할 길에 유익하게 쓰일 것이다.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주고받는 관계.
넓게는 동맹이요.
가까이는 우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