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하마제 8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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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24회 작성일소설 읽기 : 혈하마제 83화
혈하-第 83 章 제갈세가로
제갈청곤은 두 눈에 음심을 품고 다가왔다.
“후훗…… 그러나 얌전히 본 공자의 품에 든다면 모든 것을 용서하겠다.”
“다가오지 마라!”
“후후…… 담여운, 본 공자의 시녀가 된다면 평생 호강할 뿐만 아니라 삼류인 편복당까지 일류가 될 수 있다.”
“다, 다가오면…… 자결한다!”
담여운은 돌연 비수를 들어 자신의 소복한 젖가슴을 찔렀다.
“안 되지!”
따앙!
비수가 지력에 퉁겨 날아갔다.
“흐윽……!”
담여운은 맥이 빠짐을 느끼며 두 팔을 쭉 늘어뜨렸다.
혈도를 찍힌 것이었다.
“후후…… 향기로운 몸에 흠집이 생기면 쓰나?”
제갈청곤은 그녀의 몸을 안았다.
매끄럽고 현란한 허벅지가 그대로 드러났다.
그는 담여운의 젖가슴에 얼굴을 묻고 두 손으로 그녀의 하반신을 더듬어 내려갔다.
“흐윽…… 차라리 죽여라!”
담여운은 절망의 절규를 터뜨렸다.
그때 문득 그녀는 눈을 크게 떴다.
그녀는 제갈청곤의 뒤.
커다란 나무 아래 한 청년이 나무에 등을 기댄 채 그녀와, 그녀에게 수작을 부리는 제갈청곤을 바라보고 있음을 본 것이다.
그러나 제갈청곤은 그의 존재를 깨닫지 못했다.
그는 짐승처럼 담여운의 육체만 탐할 뿐이다.
그때 사군보가 담여운을 향해 물었다.
“음적(淫賊)을 죽여줄까?”
무슨 말이 필요한가?
지금의 담여운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다.
“예!”
담여운은 수치와 굴욕조차, 자신의 처지조차 잊고 소리쳤다.
번쩍!
“으아악!”
무언가 눈앞에서 빛이 일고, 처절한 비명이 그녀의 귓전을 울렸다.
그녀는 자신의 몸에서 제갈청곤이 떨어져 나가는 것을 느꼈다.
“아!”
그녀는 전율했다.
어느새 제갈청곤은 반 토막 나 있었다.
그는 허망하게 허공으로 두 팔을 벌려 아직도 여체를 더듬는 표정으로 허리가 동강나 있었다.
사군보는 반동강이 난 제갈청곤의 시신을 내려다보며 고개를 저었다.
“이런 자가 정도 무림의 미래를 밝힌다고? 웃기는 일이군.”
이때 담여운은 드러난 육체를 가릴 생각도 못하고 아연하여 물었다.
“당신은 누구죠?”
사군보는 담담히 입을 열었다.
“옷은 잘 여미셨소?”
“앗!”
담여운은 깜짝 놀라 찢어진 옷을 당겨 여몄다.
사군보는 그녀에게 시선을 주었다.
“나는 사군보요.”
“사군보! 혹시 공자께서는 탈명혈하!”
담여운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사군보는 입맛이 왠지 썼다.
‘탈명혈하……이젠 이게 완전히 내 별호가 되었군.’
그러나 담여운의 경우는 달랐다.
아무리 삼류라 해도 편복당은 정보를 취급하는 문파다.
자연 강호의 흐름에는 예민하다.
근래에 들어 몇 개의 거대한 바람이 불었다.
뇌정보 사건.
수왕채와 사해맹의 장강 혈투.
그 커다란 사건 중심에는 탈명혈하 사군보가 있었다.
***
“소가주님이 왜 안 오지?”
“그 계집이 너무 맛있는 거 아냐?”
“후후후……그래도 너무 진을 뺀다.”
처음에는 음담패설이었다.
그러나 제갈청곤이 숲으로 들어간 지 한참이 되어도 나오지 않아 불안해졌다.
숲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안 봐도 훤히 아는 그들이다.
제갈청곤은 여자를 좋아한다.
한 번 찍은 여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침대로 끌어들이는 자가 제갈청곤이다.
그럼 더 이상 얘기할 필요가 없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문득 한 청년이 말했다.
“들어가 보자!”
모두가 숲을 향해 몸을 돌릴 때였다.
“하하하핫……!”
숲 속에서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리더니 한 인영이 솟구쳐 나왔다.
“소장주님……!”
청년들은 반색을 지었다. 나타난 사람은 제갈청곤이었다.
제갈청곤은 옆구리에 옷이 찢어진 담여운을 끼고 있었다.
이게 어찌된 일인가?
제갈청곤은 분명 몸이 반 동강이 되어 죽었는데 또 다른 제갈청곤이 나타나다니.
사실 지금 나타난 제갈청곤은 사군보였다.
사군보는 그들을 보며 득의만면하게 말했다.
“제갈세가로 돌아간다!”
한 청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
“저어……그 계집과 철탑은?”
“이 계집은 내가 데려간다. 철탑은 놔줘라.”
“예!”
아무도 반박하지 않았다.
심지어 한쪽에 혈도가 찍혀 움직이지 못하는 철탑 거용도 일언반구 없었다.
그의 성격상 아무리 혈이 제압당해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다 해도 노발대발해야 정상인데도 말이다.
그건 이미 사군보의 옆구리에 잡혀 숲에서 나온 담여운이 철탑 거용에게 급히 전음을 보냈기 때문이다.
모종의 지시와 함께.
“자, 돌아가자!”
말과 함께 제갈청곤은 먼저 신형을 날렸다.
다섯 청년들도 즉시 몸을 날렸다.
그들이 가는 방향은 제갈세가다.
***
장강(長江).
그 도도한 수면 위로 한 척의 배가 떠가고 있었다.
그 배는 상용선(商用船)치고는 작은 편이었지만 선원과 손님을 포함해 10여 명이 타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그 배에는 화물 대신 사람이 탔다.
화물을 실건, 사람이 타건 선주 입장에서 볼 때 대금만 맞으면 배를 띄우는 법.
더욱 그 대금이 후할 때는 악천후라 해도 마다하지 않는 게 선주다.
선주의 입은 개구리 입처럼 찢어졌다.
대금이 후한 정도가 아니라 무지막지했다.
워낙 대금이 커 상용선에는 절대 여자를 태우지 않는다는 철칙도 깰 정도다.
배는 무협(巫峽)을 타고 동쪽 거슬러 가는 뱃길을 이용했다.
배의 갑판에는 다섯 명의 청년이 우뚝 서 있었다.
그들은 다름 아닌 제갈세가의 무사들이었다.
물살을 헤치며 배가 나아간다.
쏴아아아……
선실 안에는 담여운과 사군보가 마주 앉아 있었다.
담여운은 사군보의 얼굴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의 눈빛은 따스하고 부드러웠다.
아니 어떤 열기 같은 것도 포함하고 있었다.
사군보가 문득 물었다.
“낭자, 이제 얼마 후면 제갈세가에 당도하게 될 거요. 이제부터 나는 제갈세가의 이상한 기미를 파헤쳐 볼 예정이오.”
“조심하세요.”
“낭자와 편복당이 우연히 알게 된 그 정보가 사실이라면 이건 매우 심각한 일. 장차 무림은 예측할 수 없는 혼란에 빠지게 될 거요.”
담여운은 입술을 빨며 말했다.
“우리는 비록 삼류 문파에 불과하지만 이번 정보는 틀림없어요.”
사군보의 얼굴이 심각하게 굳어졌다.
‘정녕 그것이 사실이라면……제갈세가 안에 이상한 움직임이 있다면, 어쩌면 그 무리들은 대하교일지도 모른다.’
제갈세가.
백도 사대세가 중 한 곳.
그곳에서 이상한 기운이 감지된 것이다.
그 기운을 먼저 감지한 쪽은 편복당이다.
편복당은 강호의 잡다한 일까지 정보 장사에 이용을 한다.
석 달 전이다.
편복당의 연경 지부는 편복당 휘하 조직 중 가장 크다.
그것은 두말할 필요 없이 연경에 황궁이 있기 때문이다.
황공이란 곳이 워낙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곳인지라 정보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는 게 황궁 사람들이다.
그래서 휘하 조직 중 가장 짭짤한 수입을 올리는 곳이다.
자연 그곳에 거주하는 정보원 또한 편복당의 일류 정보꾼들이다.
편복당 흥안령산맥 분타.
흥안령산맥은 몽고와 중원, 요동의 접경지대다 보니 주로 군사적 정보가 많다.
또한 중원 유력인사들의 이동에 따른 정보가 많다.
어느 날, 흥안령분타주의 정보망에 큰 대어가 걸렸다.
대라철검(大羅鐵劍) 제갈성민(諸葛成民).
현 제갈세가주다.
그가 흥안령산맥을 넘어 중원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정보가 접수된 것이다.
새외에서 중원으로 들어오는 길목.
평소라면 일이 있어서 다녀오나 보다 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동행인이다.
역살귀흉(易殺鬼凶).
정확하게는 11년 전.
묵혈방이 붕괴될 당시 역살귀흉은 막북몽고에 있어서 화를 면했다.
묵혈방이 붕괴되자 역살귀흉은 막북몽고에 터전을 잡았다.
그로부터 10년.
역살귀흉과 역살당은 막북몽고의 강자로 군림했다.
그런 그가 제갈성민과 함께 중원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그 두 사람뿐만 아니라 정사, 흑백양도의 고수들 10여 명이 함께 움직였다.
결코 물과 불처럼.
물위에 떠 있는 기름처럼 함께 행동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마치 사선을 같이 넘어온 사람들처럼 모든 것을 공유하고 협동을 한다?
분명 눈 여겨 볼 일이다.
더욱이 정보로 먹고사는 편복당의 경우 이를 놓칠 리 만무하다.
흥안령산맥 분타주는 급히 연경지부에 전서구를 보내 정보를 알렸다.
그런데 돌아온 정보는 놀라운 것이었으니.
대라철검 제갈성민이 현재 본가에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반 달 전부터 본가 밖으로 나온 적이 없단다.
결국 둘 중 하나는 가짜다.
편복당에 비상이 걸렸다.
패거리가 나누어졌다.
그들은 각각 흥안령산맥을 넘어 오는 고수들의 뒤를 미행한다.
다른 한 패는 제갈세가 본가를 살폈다.
그리고 무서운 사실을 발견했다.
흥안령산맥을 넘어온 자들이 중원에 들어오자마자 헤어졌다.
그들은 중원 곳곳으로 흩어졌는데,
사건을 그 후 벌어진다.
검은 복면인들.
가공할 무력으로 무장한 자들.
그들이 흥안령산맥에서 넘어온 자들을 척살했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애매모호했던 제갈성민도 죽임을 당했다.
10년 만에 중원으로 돌아온 역살귀흉 역시 죽임을 당했다.
그들 외에 당시 흥안령산맥을 넘어온 고수 전원이 죽었다.
검은 복면인들은 왜 그들을 죽였을까?
그들은 왜 중원으로 와서 죽었을까?
그들 손에 죽은 제갈성민은 진짜일까, 가짜일까?
편복당의 모든 사업은 이 의혹에 매달리게 된다.
그 검은 복면인들을 추적, 미행한 결과 그 복면인들이 바로 가짜 제갈성민 측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시 말해 가짜 대라철검 제갈성민이 진짜 대라철검 제갈성민을 대기하고 있다가 흥안령산맥을 넘어오자마자 척살한 것이다.
편복당은 무서운 음모의 냄새를 맡았다.
그들은 모든 사업을 중지하고 제갈세가의 동태를 살피기 시작하였다.
그러던 중 평소 담여운의 미색에 반해 그녀를 욕심내던 제갈청곤이 그녀와 철탑 거용을 공격하게 되었다.
제갈청곤은 편복당에서 제갈세가 주위를 기웃거리는 것이 정보를 캐기 위한 수작이라는 핑계를 내세워 그들을 핍박했다.
담여운은 그가 수작을 부리는 것을 알면서도 힘 약한 자의 설움을 몸소 겪어야만 했다.
그에게 당할 위기에 처했다가 사군보의 도움으로 구원을 받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