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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하마제 71화

무료소설 혈하마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3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혈하마제 71화

혈하-第 71 章 장강의 제왕

 

“으음……!”

소율향은 술에 취한 듯 얼굴이 붉어지며 비틀렸다.

사군보는 세 걸음 밀려났다.

“과연 강하군요…… 이번에도 내가 지면…… 출구를 알려 주겠어요.”

소율향은 말을 마치자 쌍장을 세웠다.

“옥수강(玉手罡)!”

스이이이잉……!

그녀의 쌍장이 서릿발같이 옥빛으로 투명해지더니 두 개의 강환(罡環)이 날아왔다.

사군보의 손바닥이 일직선으로 뻗었다.

콰르르르르……콰앙!

“아악!”

참담한 비명이 터졌다.

사군보는 뒤로 네 걸음 물러섰다.

하나 소율향은 10여 보나 밀려나 석벽에 부딪쳤다.

그르르릉……!

그녀 뒤쪽의 석벽이 갈라지며 출구가 생겼다.

소율향은 입과 코에 피를 흘리며 중얼거렸다.

“가세요…… 빨리…… 약속대로 출구예요.”

사군보는 정말 뜻밖이었다.

그녀가 설마 정말로 약속을 지킬 줄은 몰랐다.

문득 소율향의 입가에 쓴 미소가 어렸다.

“어차피 처벌을 면하지 못할 몸…… 고육지계로 중상을 입었으니 중형은 피할 거여요.”

그녀는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죽느니 차라리 꼼수를 부리자고.

“다만 부탁이 있어요.”

사군보는 급하게 물었다.

“무엇이요?”

“훗날 본교를 쓰러뜨렸을 때…… 나를 구해주세요.”

사군보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하죠.”

이때 통로 저편에서 날카로운 휘파람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소율향의 안색이 변했다.

“빨리 나를 치세요! 빨리!”

“미안합니다.”

사군보는 장력을 뻗었다.

펑!

“아악!”

소율향은 피를 토하며 거꾸러졌다.

그것을 보며 사군보는 출구 속으로 신형을 날렸다.

그의 마음속은 소율향에 대한 연민으로 가득 차 있었다.

‘비록 사악한 문파의 사람이지만 아직 인성이 남아 있다. 언젠가 구하리라!’

그는 출구를 치달렸다.

얼마쯤 가자 암벽이 가로막았다.

장력을 뻗자 쾅! 하고 벽이 무너진다.

구멍이 난 틈을 이용해 그는 밖으로 날아오르자 시원한 밤공기가 후각을 자극했다.

알고 보니 바로 가산의 뒷면이었다.

사군보는 신형을 선회했다.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오르는 것이다.

‘벽하선!’

그는 도화방으로 신형을 날렸다.

 

**

 

도화방의 모든 불이 꺼져 있었다.

사군보는 기이함을 금치 못했다.

이 시각이면 한창 기녀들이 사내를 맞이해 흥청거리고 있어야 한다.

하나 그는 개의치 않고 벽하선의 처소로 향했다.

도중에 아무도 가로막는 자가 없었다. 뭔가 불길했다.

그는 급히 방안으로 들어갔다.

“벽 낭자!”

조용했다.

대신 강하게 치미는 피비린내가 있었다.

“이럴 수가!”

침상의 이불을 들쳐본 그는 대경했다.

벽하선은 분명 그곳에 누워 있었다.

하나 이미 산목숨이 아니라 송장이었다.

그녀의 복부에 검이 꽂혀 있는 것이었다.

‘이럴 수가! 이토록 악랄한 짓을 하다니!’

사군보의 가슴은 온통 비분강개로 가득 찼다.

허무했다.

정녕 채 피어보지도 못한 꽃이 무참히 꺾여 버리고 만 것이다.

한데 이때 사위가 확 밝아졌다.

사군보는 대경했다.

“불!”

도화방이 불붙고 있었다.

‘놈들의 짓이다!’

사군보는 불길이 밀려드는 것을 느끼며 싸늘한 시신이 된 벽하선의 시체를 안았다.

그는 불더미 속을 뚫고 날았다.

그는 도화방을 빠져 나오자 허공으로 솟아올랐다.

허공에서 아래를 내려다 본 그는 아연하고 말았다.

거대한 창현제일루 전체가 거대한 불기둥이 되어 타오르고 있었다.

“저…… 정말 간악한 자들이다!”

사군보는 그곳을 벗어나며 중얼거렸다.

독존문은 자신들이 꾸미는 음모가 드러날까 봐 그 증거를 없애고자 창현제일루를 불태우고 있는 것이다.

그의 마음에는 분노가 가득 타오고 있었다.

정말 그가 겪은 일은 놀랍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대하교!

그 거대한 미증유의 조직!

그 단체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음사한 일들!

마각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서 창현제일루 전체를 불사르는 용의주도하며 독랄한 흉심!

사군보는 멀리서 불타오르는 창현제일루를 바라보면서 치를 떨고 있었다.

그는 품속의 벽하선을 내려다보았다.

그녀는 알몸이었다.

난행 당한 흔적이 있었고, 복부에 꽂힌 소검은 허리까지 찔려져 있었다.

‘불쌍한 여인……’

그는 탄식했다.

그는 눈빛을 빛냈다.

‘기필코 이 여인의 한을 갚아 주리라. 강호가 피의 세계라면 나는 그 핏빛 혈풍 속을 두려워하지 않겠다!’

사군보의 전신에서 갑자기 만인을 누를 듯한 기도가 넘쳐흘렀다.

그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문득 바람 속으로 그의 뇌까림이 흘렀다.

“하늘이 나를 선택한 이상 내 길은 하늘과 같이 한다!”

 

**

 

동정호(洞庭湖).

동정호는 중원오대호 가운데 하나이다.

동정호엔 강호 기인이사를 발걸음이 끊일 줄 몰랐다.

선비는 물론 고관대작들의 호화스런 유곽은 가끔 세인들을 놀라게 하였다.

쏴아아아……

처얼썩! 처얼썩!

일엽편주(一葉片舟).

망망한 호수를 흐느적거리며 물길 따라 흐르는 작은 배 한 척.

돛대도 없고 삿대질을 하는 사공도 없다.

단지 배 밑창에 벌렁 드러누워 푸른 하늘과 푸르른 호수를 바라보는 한 명의 백의청년만이 덜렁 타고 있을 뿐이었다.

사군보는 배를 전세 내어 바람 부는 대로, 물길 가는대로 배를 띠우고 있었다.

어느 새 두어 시진을 보냈다.

그 사이 작은 배는 동정호 한복판에 이르러 있었다.

넓은 호면이 확 트이는 것 같았다.

덩달아 사군보의 갑갑했던 가슴도 탁 트이는 것 같았다.

그런데 호수 저편 수평선 너머로부터 수십 여 척의 선박들이 나타났다.

선박들은 서서히 거리를 좁히며 작은 배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 뒤에는 좀처럼 보기 드문 범선들도 세 척이나 끼어 있었다.

사군보는 범선들을 쳐다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기이하군. 동정호는 저렇게 큰 범선이 나타날 곳이 아닌데……’

거대한 범선들은 강을 헤치는 범선들이 아니라 바다를 누비는 범선들이었다.

동정호를 지나치는 범선들은 상선들이다.

대부분 사천 땅 중경(重慶)에서 출발하여 금릉(金陵;남경)을 지나 동해로 이어지는 장강의 범선이었다.

다른 하나는 동해와 남해를 누비는 해상 범선이었다.

그래서 이 동정호엔 장강범선이 자주 나타나곤 하였다.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이곳의 특산물을 싣고 금릉이나 또 다른 곳으로 운반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해상범선이 나타난 예는 지금까지 없었다.

그것도 수십 척의 쾌속선을 창현하고 나타난 예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 쾌속선은 순식간에 다가왔다.

10장 밖에서 포위하듯 사군보가 탄 작은 배를 에워싼 선박들.

항해를 멈춘 채 작은 배와 사군보를 내려다보는 선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 선원들의 눈엔 놀라움과 분노가 동시에 표출되고 있었다.

이때,

쏴아아아……

세 척의 범선이 서서히 거리를 좁혀왔다.

그 가운데 가장 중앙에 있는 범선의 선두에는 40대의 건강한 중년인이 우뚝 서 있었다.

중년인의 눈동자엔 햇빛을 투사시키는 한망이 번뜩이고 있었다.

다른 범선에는 칠순의 노인과 꼬장꼬장한 노인이 각각 선두에 타고 있었다.

범선이 쾌속선과 대오를 같이 하자,

둥-둥-둥-둥-

대고성(大鼓聲)이 울렸다.

그러자 선박의 대오에서 다섯 척의 쾌속선이 미끄러지듯 빠져나왔다.

그 선박은 작은 배를 삽시에 깔아뭉갤 듯 무서운 속도로 달려들고 있었다.

그때까지 사군보는 모르는 척 외면했다.

그들이 누구이며 왜 나타났는지조차 묻지 않았다.

어느덧,

다섯 척의 쾌속선이 사군보의 배 가까이 다가와 멈췄다.

배에 탄 선원들이 제각기 갈미자(蝎尾刺)와 장창, 분수자(分水刺) 같은 수중병기들을 꺼내들었다.

그들의 기세는 등등했다.

여차하면 사군보와 배를 물고기 밥으로 만들 기세였다.

이때, 다섯 척의 쾌속선 중 사군보의 배에 가장 가까이 있는 쾌속선의 선두, 이들 다섯 척의 쾌속선을 이끄는 수장인 것 같은 염소수염의 노인이 버럭 노성을 발했다.

“여기가 어딘 줄 알고 함부로 침입했느냐?”

그 노인의 음성은 삶아놓은 비계처럼 물컹하게 들렸다.

“나에게 말한 거요?”

사군보는 무심한 눈길로 염소수염 노인을 주시했다.

염소수염의 노인은 내심 헛소리를 들이켰다.

너무나 무심한 눈길이다.

그것은 마치 산자의 눈빛이 아니라 죽은 자의 눈빛처럼 스산했다.

눈빛 하나로 모든 전의를 잃을 만치 공포스러운 눈길이었다.

그가 주춤거리는 순간,

“뭘 하느냐?”

세 척의 범선 가운데 오른 쪽에 있는 범선 위에서 꼬장꼬장한 늙은이의 음성이 들렸다.

그때서야 퍼뜩 정신을 차린 염소수염의 노인이 다시 물어왔다.

“네놈에게 물었다. 여기가 어딘 줄 알고 함부로 들어왔느냐? 정체를 밝혀라!”

“거 더럽게 시끄럽네.”

사군보의 눈에서 살기가 번뜩였다.

퍽!

골통에 구멍 뚫리는 소리가 들렸다.

“우욱!”

염소수염 노인이 깊은 신음을 뱉어내며 턱을 움켜쥐었다.

그의 손가락 사이에는 검붉은 선혈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턱뼈가 완전히 박살났다.

‘어떻게 이런 수를!’

도대체가 이해할 수 없었다.

사군보는 그대로 배에 벌렁 누워있건만 염소수염 노인의 턱이 박살나다니.

그 순간 경악에 찬 대경성이 중앙의 범선에서 울려 퍼졌다.

“회선지(廻旋指)?”

놀란 사람은 의외로 선두에 우뚝 섰던 건장한 체구의 중년인이었다.

그 소리에 칠순의 노인과 꼬장꼬장한 야윈 노인이 흠칫하며 사군보를 주시했다.

“그건 궁막(宮膜)의 독문지법인데!”

“회선지는 대살수 밖에 익히지 못한 것인데?”

그들의 놀람은 당연했다.

회선지(廻旋指).

흔히, 지풍이라는 것은 직선을 이루며 체내의 진기가 유형의 기로 바뀌어져 손가락 끝을 통해 목표하는 곳으로 쏘아지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회선지는 다르다.

직선은 물론 나선형을 그리거나, 곡선을 그리며 자유자재로 의도하는 곳으로 쏘아져 나간다.

뒤돌아보지도 않은 상태에서도 뒤에 서 있는 자를 격중 시킬 수 있는 지공 가운데 하늘이 바로 회선지다.

회선지를 익히기 위해 수많은 무인들이 노력을 했지만 강호 사상 유일하게 이것을 성공시킨 사람은 단 한 사람뿐이었다.

 

-대살수 궁막!

 

살수의 대부.

살수의 하늘이라 불리던 천하제일 살수.

그는 10년 동안 100번의 살수행을 성공시켰다.

마지막 100번째 청부대상자는 금강불괴를 이뤄 도검으로는 어떤 상처도 받지 않는다는 금천야(金天爺) 마의천존(麻衣天尊)이었다.

그러나 금강불괴의 몸도 대살수의 회선지 아래선 종잇장처럼 찢겨져 나갔다.

금강불괴를 뚫기 위해 대살수는 지력을 나사를 돌리듯 돌려 발출했고, 그 결과 금천야 마의천존은 눈썹과 눈썹 사이의 미간에 최초로 새끼손가락만 한 구멍이 뚫려 죽었다.

하나 더욱 무서운 것은 미간에 난 구멍은 새끼손가락 만했는데 지력이 뚫고 나온 뒤통수는 아예 사라지고 없더라는 점이다.

지력이 회오리처럼 도는 관계로 머릿속에서 회전을 계속해 결국 머리를 날려 버린 것이니……

회선지는 죽음과 꿈의 지공이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염소수염의 노인이 절명하지 않는 것은 사군보가 내력을 조절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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