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하마제 6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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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02회 작성일소설 읽기 : 혈하마제 68화
혈하-第 68 章 신녀방과 소녀문
그는 눈을 감은 채 역혈기공의 구결을 떠올리며 운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임맥(任脈)의 길부터 뚫기 시작하자 그의 얼굴에 땀이 송공송골 맺히고 시퍼런 핏줄이 이마에 툭툭 불거졌다.
순행(巡行)의 도(道)는 단전 아래부터 시작이 되어 차츰차츰 상행하여 백회혈에 이르지만 역행(逆行)의 도는 백회혈에서부터 시작하여 아래로 내려간다.
사람의 피는 멈추지 않고 흐른다.
온몸을 돌고 돌아 심장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와 몸을 돌아 또 심장으로 들어가길 반복한다.
그 흐름이 멈추어진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그런 흐름을 그는 거꾸로 돌리고 있으니 이것은 실로 엄청난 모험이 아닐 수 없다.
그의 얼굴이 보기 흉할 정도로 일그러지더니 퍼렇게 일어난 핏줄은 목까지 뻗어 나갔다.
얼굴을 돌던 혈맥의 순행을 역행으로 돌려 이제는 가슴으로 밀어내는 것이다.
‘으윽! 너무 고통스럽다! 그만두고 싶다!’
하나 멈출 수 없다.
이대로 앉은 채 당할 수 없지 않은가.
‘이 정도 고통도 이겨내지 못하면서 어찌 복수를 한단 말이냐! 참자. 참아야 한다!’
오랜 시간이 경과되었다.
순행의 도로 일주천(一周天)을 하는 시각은 고작 일각이면 충분하건만 언뜻 살펴도 반 시진이 넘은 것 같은데 이제 겨우 그의 역혈기공은 기해혈(氣海穴)을 뚫었을 뿐이다.
그러나 그 효과는 컸다.
역혈기공으로 일단 피의 흐름을 역으로 돌려놓은 상반신에 기운이 넘치고 있음을 그는 깨달을 수 있었다.
또 극심한 고통도 점점 잦아들고 있었다.
‘이대로 조금만 더 하면 단전이 열린다.’
그는 고통과 싸우며 기공의 운용을 멈추지 않았다.
잠시 후.
그의 눈이 번쩍 떠졌다.
“하하하! 성공이다!”
단전이 열렸다.
내기가 충만했다.
당장 몸을 결박한 족쇄를 풀고 싶었다.
혈맥이 거꾸로 돌고 있기 때문에 족쇄들의 압박은 이제 무용지물이 된 상태다.
하나 그는 족쇄를 풀지 않았다.
조금 전 보여준 회의 부인의 태도가 자꾸 맘에 걸려 그녀를 통해 이곳에서 꾸미는 음모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이곳을 빠져나가는 것보다는 그녀가 다시 나타날 때 그녀를 잡는 게 수월하다.
그러기 위해 연극은 계속되어야 한다.
하나 자의 여인에 대한 의혹은 막을 수 없었다.
그는 곧 내공의 힘을 빌려 심의전성을 펼쳤다.
-부인!
그의 신공이 실리 마음의 음성이 통했는지 망연히 허공을 바라보고 있던 미녀는 깜짝 놀란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어 미녀는 추수 같은 맑은 눈을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아직도 공허했다.
-부인, 내 말이 들리거든 고개를 끄덕여 봐요.
미녀는 멍청한 표정이 약간 흔들리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소생은 사군보라 합니다. 부인의 방명은 어찌 됩니까?
미녀는 더듬거렸다.
“금노영(金露渶)……”
사군보는 의아했다.
금노영이란 이름은 처음 듣는 이름이다.
그는 이곳 지하뇌옥에 갇힐 정도의 여인이면 그래도 그 명성이나 신분이 높아 이름을 말하면 혹시 그가 알지 모른다 생각했던 것이다.
-부인은 누구죠?
“나……난 신녀방주……”
사군보는 흠칫했다.
‘신녀방주가 여기 갇혀 있었다니!’
사군보는 급히 되물었다.
-방주는 무슨 일로 이곳까지 잡혀 왔어요?
금노영은 문득 몸을 부르르 떨더니 말했다.
“마녀!”
사군보는 크게 놀랐다.
‘마녀! 그렇다면 저 여인을 이용하여 군 낭자가 말한 나찰시녀란 활강시를 만들려고!’
그의 생각은 정확했다.
‘어쨌건 이 상태로 놓아두면 금노영은 나찰시녀가 된다. 그 전에 구해야 한다.’
그는 생각을 더듬었다.
‘이지를 잃은 사람의 이지를 다시 찾게 해주려면 가장 정심한 심법을 이용해야 한다. 어쩌면 헤진이 알려준 부동심결(不動心訣)을 걸어두면 이지를 되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불문 선공은 온갖 사이한 사공에는 천적이다.
사군보는 즉시 공력을 극한으로 끌어 올렸다.
잠시 후 그의 머리에 은은한 서기가 떠올랐다.
서기는 그의 몸을 감쌌다.
-내 말을 새겨들어요. 부인의 이름은 금노영…… 신녀방의 방주…… 난 사군보……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겁니다. 결코!
“금노영……금노영…… 내 이름은 금노영……”
금노영은 어린아이처럼 그 말을 따라했다.
-낭자는 신녀방주란 사실 잊지 말아요.
“신녀방주……”
금노영은 그가 말하는 대로 따라 읊었다.
사군보는 전 내력을 동원해 그녀의 뇌리에 의식을 심고 있었다.
-소생은 사군보라 합니다. 방주와는 각별한 사이니까 결코 잊지 말아요. 내 이름은 사군보! 사군보입니다.
“사군보……사군보……”
그러다가 갑자기 금노영이 머리를 감쌌다.
“아악! 머리가 아파!”
그녀는 데굴데굴 굴렀다.
사군보는 흠칫해 급히 부동심결을 거두었다.
‘저 현상은 방주의 이지를 제압한 제령대법과 그것을 풀려는 내 부동심결이 그녀의 마음에서, 그녀의 뇌에서 부딪쳐 일어나는 현상이다. 더 전개하면 위험하다.’
아쉬웠다.
또한 그녀의 이지를 제압한 무서운 제령심법에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그 한편으로 안심이 되는 것이 있었다.
다행히 부동심결의 3단계까지 운용이 된 덕에 그녀는 무의식중에 사군보의 이름과 자신의 신분이 기억 세포 깊이 각인이 되었다는 점이다.
백치가 되어도 이제 그녀는 자신이 누구인지 잊지는 않는다.
우연히 사군보를 만나거나,
사군보의 이름만 들어도 그녀는 사군보와 자신이 무척 가까운 사이라 기억하게 된다.
‘이제부터 방주의 운명은 하늘에 달렸어요.’
그로서는 최선을 다했다.
금노영은 이 순간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
“호호호호……기분이 어떤가요?”
이곳은 온통 분홍빛 휘장과 은은한 궁등, 그리고 아늑한 분위기로 휘감겨 있는 침실이다.
사군보는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의 눈앞에는 속히 환하게 내비치는 망사의만 입은 회의 부인이 요염한 자태로 다리를 살짝 꼰 채 침상에 걸터앉아 있다.
그 바람에 망사의 치맛자락이 살짝 걷혀 올라가 육감적인 허벅지가 현란하게 드러나 있었다.
“좋군!”
사군보는 담담히 말했다.
“공자는 백일몽(百日夢)에 중독되어 내공을 잃은 상태예요”
“백일몽?”
“이걸 푸는 방법은 하나 뿐이예요.”
“어떤 방법인가?”
그녀는 깔깔거렸다.
“호호호…… 색(色) 기술 말이에요.”
사군보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군.”
회의 부인은 온몸을 야릇하게 비틀며 물었다.
“호호홋…… 여유 넘치는 말씀이군요.”
그녀는 도발적인 눈빛으로 그를 보며 물었다.
“한데 이곳엔 어떻게 들어왔죠?”
“걸어 들어왔지.”
“호호호! 아직도 여유 만만하시군요. 농담도 다 하시고.”
회의 부인은 슬쩍 다리를 들어 올렸다.
허벅지 안쪽이 보일 듯 말 듯 했다.
“여긴 왜 왔죠?”
“알아볼 것이 있어서.”
“나에 대해선가요? 아니면 본 단(團)에 대해선가요?”
“둘 다.”
“욕심쟁이!”
회의 부인은 문득 자신이 콧등을 가리켰다.
“내가 누군지 아시나요?”
“몰라.”
“호호호…… 소녀문이란 말 들어 보았나요.”
사군보는 흠칫했다.
소녀문(少女門).
강호에서 음사하기로 으뜸인 문파다.
소녀문은 300년 전 묘강에서 문호를 열었다.
대대로 문주가 여자임은 물론, 문하 제자도 모두 여인이었다.
소녀문은 음양술에 있어서 천하제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다만 한 가지 그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소녀문이 아직도 활동하고 있었나? 30여 년 전 크게 그 문호가 폐해를 당했을 텐데?”
그렇다.
30여 년 전 묵혈대제 사악은 천하를 도탄으로 몰고 가는 소녀문을 멸문시켰다.
회의부인은 요염한 자태를 지으며 말했다.
“이 몸은 소녀문의 문주인 소율향(蘇栗香)이예요.”
“음……만나 반갑습니다.”
짐작은 했지만 설마 문주일 줄은 몰랐다.
소율향은 요염한 미소를 지었다.
“본 녀의 신분을 알려주는 이유를 알겠어요?”
돌연한 질문에 사군보는 고개를 저었다.
“잘 모르겠는데.”
“호호호…… 그대를 우리 조직에 끌어들이기 위해서예요. 그대만 원한다면……”
그녀는 고혹적인 미소를 띠었다.
“본 녀는 물론 소녀문의 여 제자들을 모두 차지할 수 있을 거예요.”
사군보는 짐짓 흥미가 당긴다는 듯이 말했다.
“그거 괜찮구려. 한데 그대가 속한 문파는 무엇이오?”
“대하교!”
“대하교?”
짐짓 모른 척 말했지만 사군보는 가슴은 이 순간 크게 뛰고 있었다.
대하교!
그는 격동을 누르며 물었다.
“소녀문의 문주인 그대가 그곳에 속했다면 그곳은 무척 방대한 문파겠군. 그래, 그대는 서열이 어느 정도지? 이걸 묻는 이유는 나 정도면 대체 어느 정도 대우를 받는지 궁금해서다.”
“호호……유도심문하지 않아도 다 말해 줄게요. 난 본교의 오단 중 하나인 연혼단(練魂團)의 단주여요.”
“오단?”
사군보는 의아했다.
다섯 개의 군단이 있다는 것이다.
일황, 쌍존, 삼제, 사왕……
그럼 그 밑에 오단이 있는 것일까?
그는 그녀를 떠보았다.
“단주면 높나?”
“높지요. 우리 밑으로 18개의 전투전단이 있어요.”
“오호! 그럼 오단 위로는?”
“그럼요, 삼성대(三聖臺)가 있고, 그 위로 총교에 천황, 쌍존이 계시죠.”
사군보는 흠칫했다.
삼제가 삼성대다.
철저하게 가려져 있는 삼제의 조직이 밝혀지는 순간이다.
소율향은 신나서 말했다.
“삼성대의 일대대의 힘은 우리 오단의 힘보다 우위를 차지하죠.”
“허허! 이건 방대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하늘이군.”
“맞아요. 본교는 하늘이어요!”
하늘이란 표현!
결코 허언이 아닌 듯싶었다.
“교주는 누구지?”
소율향은 고개를 저었다.
“그것은…… 그대가 본교에 가입을 해야만 알 수 있어요. 다만……”
“다만?”
“확실한 것은 그분이야말로 천하제일인이라는 것이에요.”
“천하제일인!”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은 물론 고금을 통한 천하제일인이에요. 그 분 휘하에 드는 것은 곧 일인지하 만인지상이 되는 것을 뜻하죠.”
사군보는 빙긋 웃었다.
“나더러 대하교에 가입하라고.”
“그래요.”
“후후후…… 그 말이 진심이군.”
“물론이에요.”
소율향은 문득 몸을 일으켰다.
이어 사군보의 등 뒤에서 상반신을 기댔다.
찌릿!
강한 전류가 전해졌다.
부드럽고 뭉클한 젖가슴으로 어깨를 눌러오는 그 감촉을 뭐라 형용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