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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하마제 67화

무료소설 혈하마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4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혈하마제 67화

혈하-第 67 章 실수다

 

“조금 전 상산삼패가 오지 않았느냐?”

노인의 얼굴에는 미심쩍은 표정이 떠올랐다.

사군보는 두 눈에 찬 빛을 흘렸다.

“천황께서 하명하신 일이 있다. 미처 상산삼패에게 전하지 못한 것이다. 단주에게 나를 안내하라.”

노인은 곧 고개를 숙였다.

“따라 오십시오.”

사군보는 내심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는 노인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노인은 우측 세 번째 문으로 들어갔다.

노인은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고 걸어갔다.

긴 석로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쯤 갔을까?

거대한 석전이 나타났다.

석전의 전면에는 거대한 휘장이 쳐져 있었고, 바닥에는 융단이 깔려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철제 의자가 놓여 있었다.

“잠시만 기다리시오. 곧 단주께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알겠다.”

사군보는 노인이 밖으로 사라지자 주위를 둘러보았다.

약간 기이한 느낌이 들었다.

석전 안은 텅 비어 있었다.

그는 천천히 의자에 다가갔다.

의자가 쇠로 된 것이 약간 꺼림칙했으나 그는 곧 아무 의심 없이 의자에 앉았다.

바로 그때다.

철컹! 쨍……!

“웃!”

사군보는 대경했다.

갑자기 쇠고리가 그가 앉은 튀어나와 팔목과 발목, 그리고 허리를 묶는 것이 아닌가.

‘당했다!’

사군보는 전신에서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다.

“헤헤헷……! 뭐라고? 네놈이 총령단에서 왔다고? 그렇게 허술한 수작에 넘어갈 줄 알았느냐.”

교활한 웃음소리가 나며 노인이 모습을 나타냈다.

그의 얼굴에는 온통 교활하고 잔인한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사군보는 쓴웃음을 지었다.

“어떻게 알았느냐.”

“이곳에서는 비밀을 제일 중요시한다. 다시 말해 절대로 명호 따위는 입에 올리는 법이 없다. 네놈이 상산삼패를 입에 올린 것은 결정적인 실수였다. 헤헤헷…… 실은 나도 상산삼패가 누구인지 모른다. 아악!”

갑자기 어찌된 일인가?

말을 하던 노인이 돌연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서 푹 쓰러졌다.

쓰러진 노인의 뒷통수에 구멍 하나가 뻥 뚫려져 있었다.

사군보는 흠칫했다.

이때다.

전면의 휘장 안으로부터 요염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호호홋……! 명호를 함부로 입을 놀리다니, 그 대가는 죽음이다.”

사군보는 모골이 송연해졌다.

보아하니 조금 전 노인이 상산삼패의 명호를 말한 것이 죄가 된 듯 싶었다.

‘정말 지독한 집단이구나. 말 한 번 잘못 했다고 서슴없이 수하를 죽이다니!’

지하세계에서 이미 대하교를 경험한 그다.

대하교는 확실히 그 조직이 치밀했다.

이때.

휘장 안에서 재차 음성이 흘러 나왔다.

사이하고 요염한 여인의 음성이다.

“호호호……! 이제 그만 정체를 드러내시지?”

사군보의 안색은 담담했다.

사실 그는 이미 자신의 금제를 시험해 보았다.

팔과 팔목, 그리고 허리를 채운 족쇄는 단단하기 그지없는 만년한철이었다.

더구나 교묘하게 그의 맥혈을 억제하고 있어 한 올의 공력도 끌어올릴 수가 없었다.

그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그보다, 난 정말 당신들의 음독함에 탄복했다. 대체 당신들의 정체는 무엇이냐?”

알면서도 물어봤다.

대하교에대한 정보를 더 캐기 위함이다.

“호호호…… 여기까지 잠입한 걸로 보아 담이 클 뿐 아니라 무공도 제법 쓸 만하다고 보았는데 과연 내 눈이 틀리지 않았군. 그러나 애석하게도 말할 수 없다.”

“말하기 싫다?”

사군보는 이죽거렸다.

“싫은 것이 아니라 조금 전처럼 이름을 말했다고 죽듯 그 집단에 대해 말할 수 없는 게 아닌가?”

정곡을 찔렀는가?

예의 음성이 날카로워졌다.

“흥! 네놈은 지금 잡힌 몸이다. 함부로 주둥이 나불거리지 마라!”

“내 입으로 내가 말한다는데 누가 말려?”

“수다스러운 놈이군. 잔말 말고 정체를 밝혀라.”

“나도 싫거든!”

“호호호! 그런다고 내가 알아내지 못할 것 같으냐?”

츠츠츳!

사군보에게 한 줄기 미풍이 밀려왔다.

찌-익!

무형의 힘에 의해 얼굴을 가리고 있던 천이 찢겨져 나가며 사군보의 얼굴이 드러났다.

“아……!”

휘장 안에서 한 가닥 탄성이 터졌다.

이어 음탕한 웃음소리가 흘렀다.

“호호호호…… 이제 보니 미 공자이시군.”

사군보는 준미한 눈썹을 치켜 올렸다.

하나 그는 무슨 생각인지 능글맞게 맞장구를 쳤다.

“목소리로 미루어 그대의 용모도 필시 절세적인 것 같구려.”

“호호호…… 적당히 농담도 할 줄 아는 걸 보니 풍류도 즐길 줄 아는구나. 어때? 밤도 긴데 우리 한 번 풍류를 섞어 보는 것이? 호호호!”

휘장 안의 음성이 다시 유혹적으로 변했다.

사군보는 내심 찔끔했다.

‘제길!’

그는 마음을 가라앉혔다.

갈때까지 가보자!

이보다 더한 짓도 했다.

설마 옥면호리 금방왕보다 더할라고.

“본 공자는 풍류를 확실히 즐길 줄 알지.”

호호호…… 역시 보통 인물이 아니군. 미남계로 나를 도리어 유혹하려 하다니!”

휘장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호호호…… 하나, 미남계에 걸려보는 것도 괜찮은 일이지!”

휘장이 걷혀짐과 동시에 한 명의 부인이 구름을 밟듯이 사뿐히 걸어 나왔다.

27세 쯤 되었을까.

머리는 궁장으로 틀어 올렸으며 입은 옷은 회의였다.

몸 구석구석에서 도발적인 교태가 가득 배어 있었다.

앞가슴은 옷을 뚫을 듯이 부풀어 있었다.

졸라맨 허리는 끊어질 듯 가늘었다.

둔부는 놀랄 만큼 퍼졌으며, 그것은 걸을 때마다 좌우로 미묘하게 흔들렸다.

실로 무르익을 대로 익은 몸매와 미색이었다.

사군보는 회의 부인의 미색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타고난 우물이다.’

회의 부인은 그에게 춤추듯 접근하더니 섬섬옥수를 뻗어 그의 뺨을 쓰다듬었다.

“사랑스런 공자님, 이 몸이 쓸 만한가요?”

사군보는 화사하게 웃었다.

정녕 마력적인 미소였다.

“몹시…… 평생 부인처럼 완숙한 미인은 처음이군.”

“호호호……”

정말 기쁜지, 아니면 일부러 그러는지 회의 부인은 혼백을 앗아갈 것 같은 교소를 터뜨렸다.

문득 그녀는 웃음을 뚝 그치며 물었다.

“공자는 누구죠?”

“천하에서 가장 풍류를 사랑하는 사람.”

그냥 멋대로 불러본 말이다.

“풍류를 사랑한다……용모와 딱 맞는 이름이군요.”

회의 부인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하고 있었다.

그녀는 양 뺨이 도화 빛으로 타오르고 눈가에는 춘정이 어렸다.

그러나 갑자기 그녀는 움찔했다.

“하필 이때 오다니!”

사군보 역시 마찬가지였다.

인기척이 들려왔던 것이다.

“잘생긴 공자, 잠시 쉬고 있어요.”

말이 끝나자마자 그녀는 바닥의 어느 한 부분을 발끝으로 살짝 눌렀다.

그그긍!

“어?”

사군보는 철제의자와 함께 아래로 쑥 꺼져 버렸다.

그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와 동시다.

석전 안으로 세 백영이 날아들었다.

그들은 상산삼패다.

그들은 바닥에 쓰러져 있는 노인의 시신을 보자 눈빛이 음험하게 변했다.

“단주,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회의 부인은 요염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에요. 기밀을 함부로 입을 올리기에 징계했을 뿐이에요.”

“그렇습니까.”

상산삼패의 첫째는 약간 의심쩍은 눈빛을 했으나 더 추궁하지는 않았다.

대신 그는 음험한 음성으로 물었다.

“이번에 우리가 온 것은 천황의 명으로 온 것입니다. 지시 받은 일의 진척상태는 어떻습니까?”

“호호호…… 잘 진행되고 있어요. 단지 연혼대법(練魂大法)이 예정보다 좀 늦어질 뿐이에요.”

“왜 늦는 거죠?”

“나찰시녀로 선택될 조건을 모두 갖춘 계집을 구한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요? 잘 아시잖아요?”

“그건 그렇구.”

“게다가 재료 수굽에 차질이 생겼어요.”

“아! 채화당 사건 말입니까?”

“그래요. 어디서 비밀이 새어나갔는지 모르겠지만 채화당이 불타는 바람에 광혈단 제조는 물론 시녀로 만들 게집들 선발도 문제가 생겼어요.”

“음……”

“하지만 내가 누군가요? 호호호……”

“오! 계획에 차질이 없군요?”

“겨우 짝을 맞췄어요. 곧 대법이 시행에 들어가게 될 것이에요.”

회의 부인의 얼굴에는 자신만만한 기색이 역력했다.

“흐흐흐…… 시행착오가 어떤 결과를 미치게 될 줄은 잘 알리라 믿습니다.”

그 말에 회의 부인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

 

한편 석전의 바닥에 떨어진 사군보는 어찌 되었을까?

사군보는 지하 뇌옥 속에 있었다.

그가 있는 곳은 계란 굵기 정도의 만년한철로 된 철장 속이었다.

아직도 철 의자의 금제에 걸려 있어 그는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 그대로 감옥에 갇혀 있었다.

그는 주위의 정세를 살펴보았다.

같은 모양의 뇌옥이 나란히 이어져 있었다.

한데 맞은 편 철장 속에 그의 눈길을 끄는 여인이 있었다.

자의여인(紫衣女人).

긴 머리카락이 허리까지 내려온 여인이었다.

너무도 아름다운 미녀였다.

나이는 대략 30대 중반으로 보였다.

두 눈은 몽롱하여 꿈을 꾸는 것 같고, 희디흰 얼굴은 마치 세외의 여인 같았다.

미녀는 멍청히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흡사 의식이 육신을 빠져나간 것 같은 백치 같은 모습이다.

사군보는 미녀를 자세히 관찰했다.

문득 의아함이 솟구쳤다.

‘저 표정은 마치 백치 같구나.’

그는 입을 열었다.

“부인, 내 말이 들려요?”

미녀는 못들은 듯 아무 말도 대꾸하지 않았다.

“부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미녀의 정신은 무엇인가 제압당한 듯했다.

사군보는 염두를 굴렸다.

‘그렇다면 심의전성을 사용해보자.’

심의전성(心意傳聲)!

도가(道家)의 지고 무쌍한 수법으로 이것은 입을 통해 말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내공의 진동, 공기의 파장 등을 이용해 자신의 뜻을 상대에게 전하는 것이다.

흡사 돌고래와 같은 짐승이 뇌에서 전파를 쏘아 보내 앞에서 부딪쳐 돌아오는 그 전파를 다시 받아 앞에 무엇이 있는지 알아내는 능력과 같고, 더 나아가 전파로 뜻을 전달하는 것과 같다.

‘내공이 이끌려줘야 할 텐데……’

심의전성을 펼치려면 내공이 원활하게 운용이 되어야 한다.

하나 철제 의자의 족쇄들은 혈맥을 교묘하게 누르고 있어 내공 운기가 용이하지 않았다.

‘역혈기공을 써 보자.’

역혈기공(逆血氣功).

이것을 사용하게 되면 극심한 고통이 따른다.

피를 역류시키는 작업이니 어찌 고통스럽지 않겠는가?

하나 그에게는 달리 선택의 길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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