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하마제 6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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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51회 작성일소설 읽기 : 혈하마제 63화
혈하-第 63 章 하필 변장을 해도
잠시 후,
사당 안으로 손삼이 들어왔다.
아니 손삼으로 변장한 사군보다.
사군보는 취의 여인에게 가더니 흐트러진 옷을 대충 덮어 주었다.
취의 여인의 민감한 젖 봉오리가 그의 손끝에 스치자 사군보는 가볍게 흠칫했다.
이때 음침한 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손삼! 설마 그 계집을 건드린 것은 아니겠지?”
사군보는 깜짝 놀랐다.
어느새 비쩍 마른 50대의 사람이 운공을 마치고 자신을 매서운 눈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그 자는 이 일행의 우두머리였다.
“아, 아닙니다.”
사군보는 얼른 관 뚜껑을 덮고 얼버무렸다.
이때 수행인들이 차례로 운공에서 깨어났다.
누군가 음탕하게 웃었다.
“클클클…… 손삼이 아랫도리가 근질거리는 모양이군.”
“하나 조금만 참아라! 잠시 후면 실컷 재미를 보게 될 게 아니냐.”
“난……”
사군보는 계면쩍은 표정을 지어 보이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자 우두머리가 음침하게 말했다.
“손삼, 쓸데없는 짓은 하지 마라. 그 계집들은 천황(天皇) 폐하께서 직접 단주(團主)에게 지시하여 나찰시녀(羅刹屍女)로 만들기 위해 순음지정을 가진 계집들만 특별히 거둔 것이다. 네가 만약 건드리면 우리는 끝장이다.”
사군보는 속으로 기겁했다.
‘천황!’
-천황
옥면호리 금방왕은 대하교의 조직 구성을 말할 때 교주를 천황이라 불렀다.
하지만 한 가지 의아한 것이 있다.
‘단주라?’
옥면호리 금방왕이 말한 대하교 안에는 단(團)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안미 어쩌면 옥면호리 금방왕이 모를 수도 있다.
더욱 나찰시녀란 말이 그를 격동하게 하였다.
시녀(屍女).
말 그대로 죽은 여자란 뜻이다.
‘여기서 말하는 시녀는 왠지 살아 있는 강시를 말하는 것 같다. 어쨌든 더 알아보면 뭔가를 알게 되겠지.’
사군보는 머리를 긁적거렸다.
“예. 염려마십시오. 이 계집은 깨끗합니다.”
우두머리는 음소를 흘렸다.
“크흐흐흐……그래야지. 안 그랬으면 넌 죽은 목숨이다. 이제 너도 좀 쉬어라.”
“예!”
사군보는 한쪽 구석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짐짓 운기조식을 하는 척 하면서 그들의 동태를 살폈다.
하나 아무 것도 알아낼 수 없었다.
그들은 서로 대화가 없었다.
한 시진 간격으로 호법을 서며 주위를 살피는 것 외에는 잠을 자거나, 건량으로 식사를 하거나, 운기조식을 하는 외에는 다른 행동도, 대화도 없다.
이들이 속해 있는 조직은 철저한 보안을 생명으로 삼고 있는 게 분명했다.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도 지루함도 느끼지 않고 이들은 철저하게 혼자처럼 행동했다.
‘대단히 규율이 강한 조직이다.’
지하세계도 위계질서를 최우선으로 쳤다.
역시 이들은 대하교와 연관된 자들이 분명했다.
그러나 어차피 밤이 되면 다시 움직일 것이다.
사군보는 만약을 대비해 눈을 붙였다.
**
“자! 그만 가자. 시각이 다 되어간다.”
둥…… 둥…… 둥……
다시 묘한 행렬이 시작되었다.
사군보는 맨 뒤를 따랐다.
그의 눈빛이 어둠 속에서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밤새 그들은 꽤 먼 거리를 걸었다.
사군보는 그들이 동정호(洞庭湖) 쪽으로 향하고 있음을 알았다.
이곳에서 동정호까지는 신법을 전개한다면 이틀 안에 도착할 거리다.
하지만 이들은 진짜 강시당 흉내를 내야하기 때문에 무공을 펼치지 않았다.
느리고 느린 행렬.
다음 날 새벽.
먼동이 트려는지 동쪽 하늘이 회색으로 변하자 사군보는 이들이 다시 산으로 들어가리라 생각했다.
강시당은 낮에 활동하지 않으니까.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우두머리는 계속 길을 재촉했다.
‘곧 동이 틀 텐데?’
이때였다.
히히힝!
덜컹! 덜컹!
머지않은 곳에서 말울음 소리와 마차 바퀴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면 그렇지!’
사군보는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쯤 가니 큰길가에 지붕이 있는 마차 10대가 도열해 있었다.
마차 옆에 10명의 마부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다가 그들이 나타나자 급히 일어나 마부석에 올랐다.
우두머리가 명령을 내렸다.
“관을 마차에 옮기고 너희들도 어서 타라”
마부들과 가짜 강시당은 서로 말도 없었고, 그들끼리도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자신이 맡은 일만 충실할 뿐이다.
사군보도 마차에 올랐다.
그는 마차 속에 채소와 여러 가지 식량들이 실려 있는 것을 보았다.
모두 주방에서 쓰는 재료들이었다.
사군보는 내심 뭔가 느껴지는 게 있었다.
‘이 정도 부식이면 제법 큰 식당이나 관공서, 혹은 거대한 대택으로 가는 량이다. 이 마차가 가는 곳이 목적지다.’
덜컹……!
마차가 움직였다.
***
마차는 창현(倉縣)의 동문을 무사통과했다.
동문을 지키는 파수병들은 마차를 끄는 마부의 호패도, 통행증도 검사하지 않고 그냥 통과시켰다.
이로 미루어 이 마차는 창현 안에서도 제법 이름이 알려진 곳의 소유가 분명했다.
잠시 후.
마차가 도착한 곳은 창현 제일의 대택이었다.
담 안으로 10여 채의 전각이 있고, 후원에는 인공 못과 정자, 가산까지 있어 웬만한 장원도 이에 따를 수 없는 크기다.
그러나 분명 이곳은 객잔이다.
잠을 자는 객방에서 비롯하여, 주루, 기방, 도박장, 심지어 투숙해 있는 상인들이 상담과 회의를 할 수 있는 회의실까지 갖추고 있다.
창현제일루(倉縣第一樓).
그 이름에 걸 맞는 규모의 이곳으로 10대의 마차가 들어온 것은 막 아침의 해가 터 올 무렵이다.
“내려라!”
우두머리가 외쳤다.
사군보는 마차에서 뛰어 내렸다.
그는 빠르게 주위를 살폈다.
‘여긴 후원이군.’
마차가 멈춰선 곳은 창현제일루의 후원 못 근처다.
인공 못의 규모는 무척 커 배를 띄워놓고 뱃놀이를 할 수 있을 정도다.
수행인들은 마차 앞에 도열했다.
그러자 가산 쪽으로부터 회의를 걸친 자들이 나타났다.
우두머리는 그들에게 정중히 포권 했다.
“무사히 호송해 왔습니다.”
핏기라곤 한 점도 없어 보이는 회의노인이 억양이 없는 어조로 말했다.
“수고했다.”
회의 노인은 뒤에 시립 해 있는 회의 청년들에게 명령했다.
“열어라!”
회의 청년들은 일제히 마차로 올라가 관 뚜껑을 열었다.
15구의 살아 있는 시체를 확인한 그들이 회의 노인에게 보고를 하였다.
회의 노인은 우두머리에게 말한다.
“이상은?”
우두머리는 급히 고개를 숙였다.
“아무 탈 없이 운송했습니다.”
“만일 이상이 있다면 살 수 없을 것이다!”
“예, 예!”
우두머리는 식은땀을 흘렸다.
“옮겨라!”
회의 노인이 명령하자 회의 청년들은 일제히 관을 어깨에 메고는 가산을 향해 날아갔다.
그들은 곧 사라졌다.
회의 노인은 우두머리에게 차갑게 말했다.
“수고했다. 도화방에 가서 쉬어라.”
그 말에 모두의 얼굴에 일제히 희색이 떠올랐다.
“고맙습니다.”
우두머리가 절을 꾸벅하고는 앞장 서 걸었다.
사군보도 그 뒤를 따랐다.
***
도화방(桃花房).
기방이다.
그 앞에 도착하자 우두머리가 사군보를 불렀다.
“손삼!”
사군보는 흠칫 놀라 대답했다.
“옛!”
“이제 네 소원을 풀게 됐다.”
“네?”
사군보가 어리둥절해 하자 옆에서 누군가가 그의 어깨를 툭 쳤다.
“킬킬…… 아랫도리 너무 심하게 놀리지 말라고, 부러져.”
“킥킥!”
모두 일제히 괴소를 터뜨렸다.
사군보는 찜찜하였지만 겉으로는 좋아 죽겠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도화방 안은 호사의 극치다.
그들이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교성이 들리며 10여 명의 여인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모두가 20세를 넘지 않은 몸매가 육감적이고 뇌살적인 미녀들이었다.
그녀들은 속이 환히 내비치는 반투명한 나삼을 입고 있어 터질 것 같은 젖가슴과 계곡이 비춰 보였다.
“아이! 눈이 빠지게 기다렸어요.”
“흐응……! 연락 받고 달려 나왔어요. 어서 안아 줘요.”
여인들은 그들의 목에 매달렸다.
“귀여운 것!”
“킬킬킬……이 얼마 만에 맡아보는 계집 냄새냐? 킁! 킁! 조타!”
사내들은 여인을 각각 하나씩 차고 방으로 들어가기 바빴다.
한편 사군보는 어색하게 서 있었다.
그의 앞에 20세 가량 되어 보이는 기녀가 고개를 푹 숙이고 서 있었다.
이때 한 중년 여인이 까르르 웃었다.
“호호호…… 그 계집애는 오늘 처음 들어왔어요. 손삼 나리께서는 횡재를 했어요!”
그 말에 우두머리가 웃었다.
“하하핫…… 손삼, 재수가 좋구나!”
하나 정작 당사자인 사군보는 내심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골치 아프게 됐군.’
하나 어쩌랴?
지금 그의 신분은 사군보가 아닌 손삼이다.
할 수 없었던지 사군보는 일부러 입이 찢어지게 웃으며 부끄러움에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기녀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파르르……
기녀는 하얗게 떨었다.
그녀는 수치감에 얼굴을 붉히면서도 거절하지는 못했다.
사군보는 기녀의 귓전에 대고 말했다.
“네 거처로 가자.”
“네.”
기녀는 모기만 한 소리로 말하고는 그의 품에 벗어나 앞장섰다.
반투명한 망사를 통해 기녀의 엉덩이가 가는 허리와 몹시 대조를 이루었는데 좌우로 흔드는 바람에 몹시 육감적이었다.
‘나는 손삼이다!’
사군보는 내심 그렇게 다시 한 번 스스로를 다짐하며 기녀를 따라 갔다.
**
기방(妓房).
지분 냄새가 진하게 풍긴다.
방안에는 넓은 침상이 있고, 바닥에 융단이 깔려 있었다.
방안으로 들어온 사군보는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금치 못했다.
사방 벽에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한데 그 그림은 바로 남녀의 교합자세를 그린 춘화도가 아닌가.
이제껏 그가 감히 상상도 못했던 갖가지 기기묘묘한 남녀의 체위가 그려져 있었다.
‘정말 음탕한 곳이군.’
사군보는 마음속으로 점점 신비집단의 사악함에 깊은 의문을 느꼈다.
“저……”
기녀가 쭈뼛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녀는 불안한 듯 가슴을 손으로 가리고 있었다.
“옷을 벗을까요?”
그 말에 사군보는 난감해졌다.
그러나 지금 자신은 손삼이다.
특히 손삼은 유난히 호색한으로 알려져 있었다.
만일 자신이 머뭇거려 그것이 기녀를 통해 신비집단의 귀에 들어간다면?
더 생각할 것이 없었다.
사군보는 침상에 걸터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흐흐…… 물론이다.”
기녀는 떨리는 손길로 나삼을 벗었다.
스르르……
속에 아무 것도 입지 않아 나삼이 흘러내리자 대번에 백옥 같은 전신이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