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하마제 6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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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02회 작성일소설 읽기 : 혈하마제 62화
혈하-第 62 章 기이한 강시행렬
둥…… 둥…… 둥……
새벽 공기를 헤치며 북소리가 들린다.
그 북소리는 망자(亡者)를 고향으로 보내는 자들의 북소리였다.
죽은 자의 영혼을 인도하는 북소리.
그래서 그 북소리를 초혼명(招魂鳴)이라 하고, 그 북을 초초혼고(招魂鼓)라 한다.
관(棺)이다.
으스름한 새벽안개를 헤치며 큰길을 가는 행렬은 관을 운반하는 자들의 행렬이다.
한 마리 말이 끄는 마차는 지붕이 없었다.
그 마차에 세 개의 나무 관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검은 옻칠을 하고, 두꺼운 뚜껑 위에 칠성지(七星紙)가 덮여져 있다.
붉은 칠성지에는 망자의 이름과 고향이 금박으로 찍혀져 있다.
그런 마차가 모두 5대.
도합 15구의 시신이 지금 마차에 실린 관 안에 누워 있다.
마차를 모는 자들의 복장이 요란하다.
맨 앞에 선 초혼사자(招魂使者)는 도포를 걸쳤다.
머리에 관(冠)을 쓰고 한 손에는 종(鍾)을 들었는데 종에는 방울이 없다.
결국 아무리 흔들어도 소리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믿거나, 말거나 죽은 영혼은 그 종소리를 듣는다 한다.
초혼사자의 왼손에는 나무로 만든 목검이 쥐어져 있다.
그 목검은 붉은 칠이 칠해져 있다.
타혼검(打魂劍)이다.
인도를 받아야 할 영혼이 말을 안 들으면 그 검으로 혼을 낸다나, 어쩐다나?
초혼사자 좌우로 도혼사자(導魂使者)가 있다.
오른쪽의 사자는 글인지 그림인지 알 수 없는 상형문자가 마구 써져 있는 거대한 깃발을 들고 간다.
왼쪽의 사자가 바로 그 문제의 초혼고를 친다.
세 명의 사자들이 망자의 영혼을 불러 인도하고 그 뒤로 마차와, 그 마차를 수행하는 자들이 걷고 있었다.
그 수행자들은 모두 검은 도복을 걸쳤다.
또한 손에 곡상봉(哭喪棒)을 쥐었다.
이 행렬은 중원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다.
중원의 장례는 그 지방마다 다르다.
그 중 대표적인 몇 가지 사례가 이와 같은 강시당(殭屍堂)을 만들어 냈다.
타지방에 나갔다가 객사했을 경우,
타지방에 뿌리를 내렸다가 죽었을 때 고향에 묻히길 바라는 사람들.
그들은 죽기 전에 자신의 유언을 남길 때 장례를 고향에서 치러달라는 경우가 많다.
뿐만 아니다.
중원인들은 저마다 호패(號牌)라는 신분증을 지닌다.
또한 어느 누구건 타지방으로 나갈 때는 그 용도에 따라 여행증(旅行證), 통행증(通行證), 거간증(居間證) 등을 관할 관아에서 발급을 받는다.
그런 물증으로 인해 타향에서 죽으면 그 시신을 관아나 지방 호족들이 고향으로 보내진다.
그 운반을 맡는 곳 역시 강시당과 같은 무리들이다.
아마도 이 15구의 시신을 옮기는 이들 역시 타지방에서 죽은 자의 망혼을 고향으로 운반하는 게 분명했다.
둥……둥……
새벽공기를 울리는 초혼고 소리는 분명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닐 것이다.
“제길! 이게 무슨 꼴이람. 마을로 향하는 길에서 만난 사람이 저들이라니.”
사군보는 투덜거렸다.
급작스럽게 찾아온 욕정으로 인해 괴물이 되었다.
한 소녀를 능욕했고, 사람들을 죽였다.
정신 차리자마자 가슴이 무너졌다.
미안하고 죄송하고 죽고 싶을 만큼 큰 자책감에 서둘러 그 자리를 떠났다.
정처 없는 발길.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저 머릿속을 헤집어 놓은 것은.
왜?
무슨 이유로 자신에게 음약을 전했는가 하는 점이다.
현재 유력한 용의자는 숙부라는 자다.
그 외 만난 사람은 없었다.
물론 그 전에 붉은 복면인도 있었고, 그 이전에 꾹연옥과 여래부인도 있었지만 셋 다 제외다.
결국 남은 자는 한 사람.
소양강!
‘절대 그냥 두지 않을 것이다!’
치솟는 살기.
그렇게 마냥 걷고 있는 가운데 그의 앞길에서 강시당을 만난 것이다.
길은 외길.
강시당을 지나쳐 가거나, 아니면 오던 길을 돌아가야 한다.
멀찌감치 떨어진 채 그 뒤를 따르는 그는 연신 투덜거린다.
“재수 옴 붙었군.”
장례 행렬을 보면 재수가 좋다?
그건 조선의 얘기일 뿐 중원인들은 장례 행렬을 반기지 않는다.
특히 이와 같은 강시당의 행렬은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강시당들은 시신을 운반할 때 낮에는 쉬고, 밤에만 움직인다.
터덜거리며, 투덜거리며 사군보는 그 뒤를 따랐다.
조금 있으면 해가 뜬다.
해가 뜨면 강시당들은 관도를 벗어나 산길로 들어간다.
인적이 없는 산길로 길을 걷다가 조용한 곳이 나오면 그곳이 곧 그들의 휴식처다.
밤이 될 때까지 그곳에서 쉰 다음 다시 움직인다.
곧 그들이 산으로 들어가겠지 하는 생각에 투덜거리면서 뒤를 따랐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사군보의 눈이 빛났다.
‘뭔가가 이상하다?’
분명 이상하다.
처음에는 새벽부터 강시당 행렬을 만난 것에 기분이 찜찜해서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지켜보니 그게 아니다.
초혼사자는 물론 수행원들까지 그 발놀림이 경쾌하다.
흐트러짐이 없이 규칙적이고 보폭도 정확하다.
‘무공을 익힌 자들이다.’
중원인 치고 무공 한 줄 익히지 않은 자 과연 몇이나 될까?
예나 지금이나 무공이라는 것은 심신단련에서 시작이 되었다.
그 길로 빠진 사람은 강호 무림인으로 분류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일반 백성들도 호흡술 정도는 안다.
몸만들기의 기본 동작을 할 줄 안다.
하나 저들은 발걸음은 그 차원을 넘어섰다.
일정한 보법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그 뿐이 아니다.
북소리에 박자가 있다.
그 박자는 호흡술과 묘하게 연결이 되어 있다.
그냥 무의식중으로 그 북소리에 따라 숨을 뱉고, 들어 마시니 이 또한 내공을 단련하는 심법을 이끌고 있지 않은가.
그 북소리를 따라 걸으면서 호흡을 조절한다?
그것도 오랜 세월, 오랜 시간 반복을 한다면 내공이 쌓일 것이다.
결론은 하나다.
‘저들은 강호인! 결코 일반 강시당이 아니다!’
사군보의 눈이 빛났다.
‘관…… 왠지 찜찜하다.’
찜찜한 정도가 아니다.
불현 듯 뇌리를 스치는 장면은 바로 지하세계다.
대하교 채화당과 추밀당은 사람들을 납치해서 천인공노한 짓을 서슴없이 저질러 왔다.
그 지하세계와 연결점이 공동묘지다.
강시당은 공동묘지와 뗄 수 없는 사이.
너무 비약적인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자꾸 마음에 걸렸다.
사군보는 숨을 죽였다.
자신의 기척을 완전히 죽인 채 그는 조용히 그들을 따랐다.
**
“저 사당에서 쉬어 간다.”
앞장 선 초혼사자가 걸음을 멈추며 입을 열었다.
과연 20여 장쯤 떨어진 곳에 낡은 사당이 한 채 있었다.
그것은 관제묘(關帝廟)였다.
강시당 사람들은 마차를 사당 옆에 세우고, 관을 내려 사당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사군보는 고양이처럼 몸을 날려 사당의 지붕 위에 엎드렸다.
허름한 지붕을 살짝 드러내자 틈이 났다.
그 틈으로 그는 사당 안을 엿 보았다.
수행인들은 관을 나란히 내려놓고 바닥에 앉았다.
휴식을 취하려는가?
하나 사군보는 그들이 곧 운기조식을 하기 시작했음을 알았다.
그들 중 한 명만이 운기조식을 취하지 않고 호법을 취하고 있었다.
그 자는 몹시 음흉하고 눈빛이 바르지 못한 중년인이었다.
그는 무엇을 생각했음인지 관을 자꾸만 둘러보고 있었다.
나머지는 운기조식에 들어갔는지 모두 조용했다.
중년인이 몸을 일으켰다.
그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하나의 관으로 접근해 갔다.
“흐흐흐…… 어차피 강시가 될 테니 그 전에 이 어르신에게 육보시 한다 해도 억울할 것은 없을 것이다.”
중년인 손삼(孫三)은 관의 뚜껑을 향해 손을 가져갔다.
끼끼끽!
관 뚜껑이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열렸다.
지붕에 엎드려 있던 사군보는 의아함을 금치 못했다.
‘시체에게 무슨 장난을 치려고 하지?’
하나 곧 그는 눈을 크게 떴다.
관속에는 한 명의 여인이 들어 있었다.
그것도 눈이 번쩍 뜨일 만큼의 미색을 지닌 여인이었다.
그녀는 신분이 고귀한 듯 호사스러운 취의를 입고 있었다.
어림잡아 20세 가량 되어 보였다.
취의 여인은 깊은 잠이 든 듯 평온한 표정이었다.
“흐흐…… 고것, 정말 미끈하게 생겼구나.”
손삼은 침을 꿀꺽 삼켰다.
사군보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그는 분명 취의 여인이 숨을 쉬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손삼은 음탕한 행동을 취하기 시작했다.
그는 손을 뻗어 취의 여인의 가슴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흐흐흐…… 야들야들하구나.”
그는 치솟는 음기를 주체하지 못하는 듯했다.
그는 성급히 여인의 옷을 풀어 헤쳤다.
봉긋한 젖가슴이 그대로 나타났다.
백옥 같은 피부였다.
한 번도 사내의 손길이 닿지 않은 젖가슴이 더러운 사내의 손에 의해 무참히 유린되기 시작했다.
손삼은 털투성이 손으로 젖가슴을 마구 주물렀다.
그는 여인의 청백지신을 학대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더는 못 참겠는지 서슴없이 여인의 하체로 손을 밀어 넣었다.
그의 손이 여인의 치마 속으로 들어갔다.
치마가 들썩거리며 여인의 곧게 뻗은 두 다리 윗부분, 아랫배 부분의 치마가 올라가고 그 안에서 연신 손삼의 손이 움직이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손삼은 눈을 반쯤 감은 채, 입을 반쯤 벌린 채 뜨거운 숨을 내쉬었다.
사군보는 무서운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파렴치한 놈!’
이때였다.
“흐흐…… 더 참다가는 죽겠다!”
손삼이 돌연 자신의 아랫도리를 벗었다.
흉측한 그의 육봉이 나타났다.
그는 가쁜 숨을 쉬며 관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여인의 몸 위로 덮쳤다.
겁탈을 하려는 게 분명했다.
막 손삼의 야욕이 성취되려는 순간이었다.
“크윽!”
돌연 그의 입에서 돼지 멱따는 것 같은 비명이 들렸다.
핏-
그의 뒷덜미에서 핏줄기가 솟구쳤다.
그의 뒤통수에는 실같이 가느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다.
그 구멍은 그의 뇌를 그대로 강타했다.
즉사다.
전혀 파공성도 일지 않았다.
다만 찰나적으로 은빛이 뻗었을 뿐이었다.
손삼이 취의 여인을 겁탈하려는 순간 사군보는 자신이 청의 소녀를 겁탈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기억은 그를 괴롭혔다.
그와 같은 희생자가 더 나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손을 쓴 것이다.
손삼을 죽인 사군보는 기분이 몹시 착잡했다.
‘이들의 정체를 알려 했지만 이젠 틀렸군.’
사람이 하나 죽었으니 운기조식에서 깨어난 자들이 경계하고 긴장할 것은 뻔하다.
사군보는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방법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다!’
옥면호리 금방왕으로도 변장했는데 이까짓 것은 식은 죽 먹기다.
게다가 기왕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끝까지 파헤쳐보고 싶어진 그였다.
그는 교묘히 사당 안으로 날아들어 갔다.
그는 취의 여인을 덮은 채 죽어있는 손삼의 시체를 안고 연기같이 사당 밖으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