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하마제 60화
무료소설 혈하마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80회 작성일소설 읽기 : 혈하마제 60화
혈하-第 60 章 오리무중
주위의 정경을 살펴보며 사군보는 사태를 추이해 봤다.
곧 그는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짐작이 갔다.
신비 노인이 가자 국제강인 무흔도수를 납치했다.
노인이 무흔도수를 데리고 도망칠 때 주모가 나타났다.
주모는 노인을 유혹한 것이 분명하다.
노인은 그녀의 유혹에 넘어갔다.
그 증거로 주모도 노인도 발가숭이 상태란 점이다.
그 잠깐의 방심과 틈.
주모가 노인을 속이고 제압된 무흔도수를 풀어주어 둘이 합심해 노인을 공격했을 것이다.
노인은 무흔도수와 주모의 합공에 죽었으나, 주모와 무흔도수 역시 사경을 헤매는 중상을 당한 게 분명하다.
그러나 이 추측에도 몇 가지 어폐가 있다.
보기에도 역겨운 주모가 어떻게 노인을 유혹했냐는 점.
분명 납치해가는 도중에 무흔도수를 제압했을 것이 뻔한데 어떻게 그녀가 그걸 풀어주었느냐는 점.
마지막으로 주모는 노인이 이 길로 갈 것을 어떻게 알았느냐는 점이다.
‘양패구상은 양패구상인데?’
사군보는 의혹을 지닌 채 진기를 끌어 올렸다.
저벅. 저벅.
그는 천천히 세 사람이 쓰러진 곳으로 다가갔다.
그 순간,
“으……으……”
마지막 기력을 다하는 듯 무흔도수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사군보는 긴장을 늦추지 않은 채 무흔도수의 옆으로 바싹 다가앉으며 다그쳤다.
“무흔도수, 진짜 국제강은 어디에 있느냐?”
“으……누……누구……”
“당신을 죽이러 온 사람이다.”
무흔도수는 눈을 번쩍 뜨고 사군보를 바라보다 다시 힘없이 감았다.
“사……살려 달라……품속에……해……약이 있다……”
“……”
“빚……을 갚아야 한다……놈에게……빚을 갚아야……나를 이용하고 이렇게……죽게 하다니……”
사군보의 눈빛이 번쩍거렸다.
“누구냐? 당신을 이용한 사람이 누구냐?”
“해약을……독……독에 당했다……”
사군보는 얼른 무흔도수의 품속을 뒤져 녹색 병을 꺼냈다.
그리고 백색의 단약 세 알을 무흔도수의 입속에 넣었다.
잠시 후, 무흔도수가 힘없이 눈을 떴다.
“고맙네……”
사군보는 침을 꿀꺽 삼켰다.
“당신은 누구의 수하지? 누가 당신을 가짜 국제강의 행세를 하게 했지?”
우웩!
무흔도수는 갑자기 검붉은 피를 왈칵 토해냈다.
사군보는 깜짝 놀라며 다그쳤다.
“무슨 일이냐?”
무흔도수는 힘없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틀렸다……노부는 이제 죽을 때가……되었나……보다……”
“내가 도와주겠다.”
무흔도수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
“그럴 필요 없다. 노부의 목숨은 내가 잘 알 수 있다. 그보다도 노부를 이렇게 만들고 국제강을 잡아간 자는……”
“어서 말해! 흉수가 누구야?”
“흉수는……대(大)……”
무흔도수의 입술이 무척 어렵게 움직거렸다.
사군보는 귀를 잔뜩 세우고 그의 다음 말에 귀를 기울였다.
“하(河)……”
이때다.
가까운 곳에서 남녀의 음성이 터졌다.
“군보야! 군보야! 너 군보 맞지?”
“아이고, 네가 살아 있었구나……”
사군보는 깜짝 놀라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초로의 남녀가 그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나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다.
“누구?”
사군보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남녀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이마가 넓적한 초노인이 앞으로 나오며 사군보의 손을 덥석 잡았다.
“네가 정말 군보냐?”
“그렇긴 한데, 누구죠?”
옆에 있던 중년여인이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꼈다.
“흑……흑흑……불쌍한 것……”
도대체 무엇이 어떻다는 것인지를 모르겠다.
“누구시요? 나를 알고 있어요?”
초노인이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넌 우리를 모를 수도 있을 것이다. 네 모친이 내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을 테니……바로 네 숙부이고, 저 사람은 숙모다.”
“……”
사군보는 여전히 멍청한 눈길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숙부(叔父)-
촌수로 따지면 돌아가신 어머니의 형제란 말이다.
그러나 사군보는 자신에게 숙부가 있다는 말은 모친에게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헌데 이 순간 스스로 숙부라 밝힌 초노인은 주먹을 불끈 쥐면서 몸까지 부르르 떨었다.
“찢어죽일 원수 놈! 내 누이를 죽이고, 매제마저 시살하고 백이령를 빼앗아간 원수 놈을 꼭 찾아내 누이의 한을 풀 테다!”
숙모라 밝힌 중년여인이 끼어들었다.
“여보, 지금 와서 그런 말을 하면 무엇 해요? 우리가 그토록 애써 원수를 찾아내려고 했어도 아직 아무런 단서도 얻지 못했는데……”
초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군보야, 이 숙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원수를 찾아내 누이의 한을 풀어줄 테니 너무 상심치 말아라.”
중년여인이 거들었다.
“그래. 우리가 너를 찾느라 10년 동안 중원 어느 구석이라도 안다녀본 곳이 없었다. 이제 너를 찾았으니 우리가 너를 보살펴 줄 것이다.”
그들의 어조엔 한 점의 가식이 없었다.
사군보의 마음이 조금씩 움직여졌다.
그러고 보니 초노인의 얼굴이 돌아가신 모친 소양숙과 닮은 것도 같았다.
‘정말 내게 숙부가 있었나 보구나……그렇다면 원수를 찾아내는데 도움이 클 것이다.’
가끔 혈육의 정을 아쉬워 할 때도 있었던 사군보다.
부모의 원수.
복수의 칼날을 갈 때마다 닥쳐오는 시련과 고통.
그러나 그 무엇보다 더 외로울 때는 자기 외에는 주변 어디에도 혈육이 없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숙부와 숙모가 나타나니 왠지 가슴이 울컥했다.
그러나 쉽게 믿어지지가 않았다.
‘그런데 어머님께선 어째서 숙부님에 대한 이야기를 내게 해 주지 않으셨을까?’
이유를 알고 싶었으나 지금은 그런 것까지 물어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어쨌든 그에게 일점혈육이 있다는 것은 큰 위안이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숙부도 원수가 누구인지를 모르고 있다는 것이었으나 그것이야 앞으로 찾아낼 수 있지 않겠는가?
어느덧 잔뜩 경계를 하던 사군보의 긴장이 풀렸다.
그때 초로인이 말했다.
“아차! 내 이름을 넌 모르겠구나, 이 숙부의 이름은 소양강(蘇洋江)이다.”
“소양강?”
“그래, 울주(蔚州)가 고향이다.”
“정말 숙부님이세요?”
어머니의 고향은 울주가 맞다.
“그럼, 넌 이 숙부를 모르겠지만 난 네가 아주 어렸을 때 널 봤단다.”
“맞아, 그때가 아마 네가 세 살 때일 거다. 너희 모자는 그때 운양산에 살지 않았느냐?”
숙모라는 여인의 말에 사군보는 두 사람을 다시 봤다.
3살 때라면 운양산에 살 때가 맞다.
“그런데 왜 어머님이 숙부에 대해 말씀을 안 하셨지요?”
“그, 그건……후우~ 그건 차차 알려주겠다. 지금은 우선……”
소양강은 무흔도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근데 저 사람은 누구냐?”
“아……”
사군보도 엉뚱한 일에 정신을 쏟다보니 무흔도수를 깜박 잊고 있었다.
그에게서 중요한 말을 들으려던 참이었지 않았는가.
급히 무흔도수에게 다가앉아 맥을 짚어 보았다.
‘이런! 한 발 늦었다.’
무흔도수는 죽어 있었다.
몸은 벌써 싸늘하게 식어 시체로 변해 있는 것이다.
소양강이 물어왔다.
“그가 누구냐?”
“뇌정보주, 아니 국제강 행세를 하던 가짜였습니다.”
사군보는 눈앞의 초로인과 중년여인이 진짜 숙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존대했다.
“아니! 가짜 국제강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냐? 그리고 그와 무슨 말을 나누는 것 같은데 그의 정체를 아느냐?”
“아무 이야기도 안했습니다. 숙부님께서 나타나실 때 무슨 이야기인가를 해 주려는 듯 했었습니다만……”
사군보가 말끝을 흐리자 소양강은 쓴 입맛을 쩝쩝 다셨다.
“그렇다면 내가 네 일을 방해한 것이겠구나.”
중년여인이 불쑥 물었다.
“군보야, 혹시 너는 신주오보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일이라도 있느냐? 누가 신주오보를 갖고 있다던가 하는 이야기 말이다.”
중년여인의 눈이 빛났다.
이 순간 사군보는 마음 한구석에 자리한 의혹 때문에 그가 아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모릅니다.”
중년여인은 미간을 찡그렸다.
“신주오보를 지니고 있는 놈 중에 하나가 네 원수일 텐데……”
사군보는 그가 알고 있는 신주오보 이야기에 대하여 숙부와 숙모에게 모두 꺼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하지만 이내 속으로 도리질을 했다.
‘아니다! 아직 확실히 믿을 것이 못된다. 좀 더 지켜보자. 진짜 숙부라는 것이 밝혀지면 그때 말해도 된다.’
신주오보 가운데 이미 목령환주와 벽력신패에 대한 소문이 강호에 무성하다.
그런 소문을 듣지 못했을 소양강과 그 부인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군보에게 신주오보의 행방을 묻는다는 것은 목령환주와 벽력신패 말고 다른 보주에 대해 사군보가 알고 있나 하고 묻는 것과 같다.
백이령(白耳鈴)-!
어둠 속에서 빙독장으로 암습을 해온 원흉 가운데 한 사람이 무의식중에 말한 보물 백이령.
또한 소양강이 분노하며 말할 때 스치듯 튀어나온 백이령.
암습자는 그것을 묵혈대제 사악이 숨겼다고 하고, 소양강은 그걸 원수가 가져갔다고 했다.
그럼 결국 묵혈대제 사악이 백이령를 가지고 있었다는 말이 된다.
이때 소양강이 사군보의 손을 다시 꼭 잡았다.
“군보야, 네가 혹시 이 숙부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 숙부를 믿지 못하느냐?”
사군보는 무흔도수의 시신을 새삼 힐끗 바라보며 되물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제가 무슨 거짓말을 했다는 겁니까?”
소양강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혹시 매제가 혈겁을 당할 때 네게 백이령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나 해서 물었던 것이다.”
사군보의 눈이 부릅떠졌다.
“예엣! 백이령요? 백해의 신비가 서려 있다는 그 백이령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숙부님, 정말 아버님께서 그걸 가지고 계셨습니까?”
그는 다그치듯 소양강에게 물었다.
소양강의 눈이 번뜩였다.
“정말 넌 백이령에 대해 아무 말도 듣지 못했느냐?”
“숙부님, 말씀해 주세요. 그 말을 누구에게 들었어요? 또 원흉 가운데 한 사람이 그걸 가지고 있다니요? 말씀해 주세요!”
사군보가 서리서리 살기를 뿜어내며 말을 하자 소양강은 움찔했다.
“정말 넌 모른다면……매제도 너무했군……”
소양강은 부인에게 고개를 돌렸다.
“부인, 당신 생각은 어때?”
중년여인은 한숨을 나직이 내쉬었다.
“군보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군요. 우리가 군보를 믿지 않는다는 것은 돌아가신 고모부님께 죄를 짓는 것이 될 거예요.”
소양강도 뒤따라 한숨을 내쉬었다.
“부인의 말도 일리가 있군요.”
이어서 사군보에게 말을 돌렸다.
“군보야, 우리에게 급한 일이 있어서 오늘은 너와 일찍 헤어져야겠다. 원수를 찾아내야 하지 않겠느냐?”
사군보는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원수를 찾으실 수 있으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