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하마제 5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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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84회 작성일소설 읽기 : 혈하마제 56화
혈하-第 56 章 수상한 부부
“물에서 나가면 죽는다니?”
“그 물은 천지온유수(天知溫油水)라고 하는 것으로, 지금 당신은 그 물 때문에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거예요.”
그러고 보니 물의 색이 짙은 우유 빛이고, 약냄새가 진동했다.
“천지온유수? 내가 왜 이런 물속에 있어야 죽지 않는단 말이죠?”
“당신은 빙독장(氷毒掌)에 격중이 되어 그냥 내버려두면 오장육부가 얼음으로 변해질 거예요.”
“빙독장……”
어렴풋이 기억이 났다.
정신이 아득하게 잃어가고 있을 때 원수의 음성이 들렸었다.
-애송이 놈……네놈은 이제부터 오장육부가 얼음덩이로 죽을 것이다. 차근차근 네놈이 죽어가는 것을 상상하며 즐기겠다.
원수.
묵혈방이 붕괴되던 날, 현장에서 그것을 즐겼던 자.
충분히 단칼에 죽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빙독장으로 서서히 죽어가기를 바랐던 잔인한 자.
벽력신패마저 갖고 간 원수.
비로소 다 기억났다.
사군보는 표정을 굳히며 얼른 물었다.
“빙독장…… 그 장법을 누가 펼치고 있는지 아십니까?”
여인은 고개를 저었다.
“전혀……”
사군보는 미간을 찡그렸다.
“내가 빙독장에 맞아 한독에 중독이 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이렇게 내게 생명의 은혜를 베풀고 있으면서도 빙독장을 펼치는 자를 모른다고요? 솔직히 이해가 안갑니다.”
“정말 모르는 일이에요. 아마 당금 강호무림에서 빙독장에 대한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예요.”
“그럴 리가……”
“사실이에요. 빙독장이 100여 년 전에 강호에 나와 한 차례 무서운 혈풍을 일으킨 후 사라졌어요. 혹시 빙룡대제란 이름을 들어 보셨나요?”
“빙룡대제!”
빙룡대제(氷龍大帝).
이름은 모른다.
100년 전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한 사내가 강호를 발각 되집어 놓았다.
그는 냉한지공의 지존이었다.
그에게 당한 사람들은 모두 꽁꽁 언 채 동사했다.
빙독장은 독이 아니다.
빙독장에 맞으면 몸속의 피가 서서히 얼어가 끝내 심장마비를 일으키게 된다.
그래서 해독이 없다.
천하를 종횡하며 강호인들을 공포에 떨게 만든 지 10년.
돌연 빙룡대제는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가 왜 갑자기 사라졌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그가 사라짐으로써 공포의 시대가 끝났다고 안도할 뿐이다.
“그럼 빙독장은 빙룡대제의 무공입니까?”
“공자의 한독 증상이 100여 년 빙룡대제의 무공에 당한 사람들과 비슷해요. 빙독장일 가능성이 농후해요.”
“그렇군요.”
“그래서 소협은 그곳에서 피가 어는 것을 막아야 해요. 절대 나오면 안됩니다.”
“감사합니다.”
“지금은 좌중하시고 몸을 먼저 추리세요.”
“그 자가 누구건, 난 꼭 그 자를 찾아낼 겁니다!”
“……”
여인에게서는 아무런 대꾸도 없었다.
사군보는 그제야 자신의 처지와 경솔한 행동이 부끄럽고 무안하여 얼굴을 붉혔다.
‘저 여인이 내 생명을 구해 주었는데 내가 너무 다그친 게 아닌지 모르겠구나. 원수를 갚기는커녕 오히려 원수의 손에 죽을 뻔하다니. 참으로 한심하다.’
그는 멋쩍은 표정으로 어렵게 입술을 움직였다.
“그나저나 은인은 누구십니까?”
여인은 고개를 돌리려다 움찔했다.
“이곳 보주의 부인이에요.”
사군보는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듯 깜짝 놀랐다.
첨벙, 첨벙.
그가 몸을 움직이는데 따라 물방울소리가 일어났다.
“보주의 부인……그럼 국제강의 부인이란 말입니까? 정말입니까?”
“네.”
여인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사군보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어째서 나를 살려주었습니까? 난 뇌정보에 벽력신패를 훔치려고 들어온 도둑인데.”
“알고 있어요.”
“그런데 어째서……”
“이유를 말해야만 하나요? 사람을 살리는 것에도 이유가 있어야 하나요?”
멍……
사군보가 다음 말을 잊고 못하고 있을 때다.
밖서 한 소녀의 음성이 들려왔다.
“마님 아룁니다. 보주님께서 오셨습니다.”
사군보와 여인 모두가 흠칫 놀랐다.
“무슨 일이라더냐?”
부인은 이내 침착히 말을 내보냈다.
이때 굵직한 남자의 음성이 들렸다.
“부인, 중요하게 할 얘기가 있어요. 들어가도 돼요?”
“안돼요! 지금 목욕중이에요!”
“급한 일이요. 지금 당장 부인과 이야기를 해야겠어요.”
“목욕중이라니까요!”
부인은 말을 하면서 빠른 손놀림으로 옷을 벗어냈다.
사라락.
그녀가 걸친 옷이 매미껍질을 벗듯 빠르게 벗겨졌다.
사군보가 빤히 보고 있는 것을 알면서 그녀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
끝내 드러난 알몸의 여체.
비록 등 쪽으로 보이는 몸이었으나 아직도 탄력이 있고 굴곡이 뚜렷한 여체였다.
성숙한 여인의 향기가 물큰 일어났다.
사군보는 질끈 눈을 감았다.
그런데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첨벙. 첨벙.
여인은 두말없이 조그만 욕조로 들어와 버렸다.
“앗! 부……”
“쉿!”
사군보는 뒷말을 삼켰다.
그는 욕조 안에서 뒤로 주춤 물러섰다.
그러나 워낙 작고 기형의 욕조인지라 더 물러날 곳도 없었다.
결국 그의 상체와 부인의 등이 바싹 밀착이 되었다.
부인의 몸은 아담했다.
둘 다 욕조에 서 있는 모양새였기에 부인의 미끈한 등과 엉덩이는 그대로 사군보의 상체에 달라붙었다.
특히 둥그스름한 엉덩이는 사군보의 허벅지에 착 붙었다.
탱글탱글한 살결의 감촉이 사군보의 육봉과 사타구니를 덮어 버였다.
‘이, 이런!’
사군보의 얼굴이 붉게 물들여졌다.
숨이 가빠졌다.
두 손은 어디에 둘지를 몰라 물속에서 열중쉬엇을 하고 말았다.
그 사이 좁은 욕조 안이라 그런지 부인은 더 뒤로 몸을 붙여왔다.
“헉!”
사군보는 자신도 모르게 거친 숨을 뱉었다.
두 개의 둥근 엉덩이 살덩이.
그 계곡 사이로 그의 육봉이 쑥 들어가 버린 것이다.
축 쳐져 있는 육봉 기둥에 비벼지는 살덩이.
엉덩이 살이 주는 그 감미로운 감촉은 등골 오싹한 전율이었다.
뒤에서 사군보가 음심과 전율에 몸부림치건 말건 부인은 싹 그것을 무시한 채 냉랭한 어조로 말을 했다.
“잠시 기다려요. 지금 막 약기운을 받아 들였단 말이예요.”
이때 밖에서 다시 중후한 음성이 들려왔다.
“부인, 어서 문을 열어요.”
“그곳에서 말하세요.”
“부인……”
“싫어요! 그곳에서 말해요.”
부인의 큰 음성에 쩌렁! 욕실이 울렸다.
잠시 침묵이 있은 후 중후한 음성이 못마땅한 투로 들려왔다.
“부인, 본 장원에 침입한 인물들이 있는데, 그 중 젊은 놈 하나가 감쪽같이 사라졌어요.”
“그게 누구인가요?”
“사군보라는 이름만 알려졌을 뿐 누군지는 잘 몰라요.”
“그런데 어째서 내게 그 사람 이야기를 하는 건가요?”
“혹시……”
“혹시라니?”
“부인이 그놈을 보지 않았는가, 해서……”
“후후훗…… 그놈을 내 욕실에 감추었나 보고 싶단 말인가요? 그럼 당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 하세요. 하지만 이곳에 그 자가 없을 때는 당신도 각오해야 해요!”
부인 음성은 차고 단호했다.
“아, 아니오. 그냥 그런 일이 있다고 알려주려는 것일 뿐이오. 부인, 옥아(玉兒)에게도 조심하라고 일러줘요.”
저벅. 저벅.
이어서 발걸음이 멀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후……”
부인은 숨을 길게 내쉬더니 몸을 일으켰다.
자르르……,
그녀의 미끈한 등을 타고 물방울들이 엉덩이 쪽으로 미끄러진다.
찰랑 찰랑.
욕조 속의 물들이 작은 파랑을 일으켰다.
‘헉!’
사군보는 숨을 들이켰다.
욕조 밖으로 나가면서 자연스럽게 그녀의 다리를 들어졌다.
들어질 뿐만 아니라 욕조 모퉁이를 건너 나가야 하니 벌어지기도 했다.
보았다.
보였다.
두툼한 두덩.
물기 젖어 수초처럼 사타구니와 아랫배에 착 달라붙은 검은 털들.
욕조를 건너기 위해 벌어진 다리 덕분에 입 벌린 조개처럼 벌어진 구멍 살 계곡의 모든 것.
그것들이 눈을 뚫고 들어왔다.
급히 눈을 감았지만 이미 다 본 뒤.
사라락. 사락.
그 사이 밖에 나온 부인은 옷을 다시 입고 있었다.
눈을 감은 채 사군보는 많은 것을 생각했다.
눈앞의 부인과 국제강은 분명 부부다.
그런데 국제강은 부인을 극히 두려워하는 눈치였다.
더불어 부인 역시 남편인 국제강을 경원하는 눈치였다.
그들 부부사이에는 차가운 무엇인가가 느껴졌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다.
국제강의 부인이 진심으로 자신을 살리려 한다는 것이었다.
몸과 마음을 섞고 살아오는 남편을 속이면서까지 그를 살리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이때 옷을 다 입은 부인이 천천히 몸을 돌렸다.
“……”
“……”
두 사람이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보는 순간이었다.
눈과 눈이 딱 마주쳤다.
사군보는 이내 눈길을 떨어뜨렸다.
부인의 눈은 너무나 맑고 인자했으며, 기품이 충만하여 감히 더 눈길을 마주할 수 없었다.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눈이었다.
“소협 이름이 사군보인가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부인이 얼른 말을 가로챘다.
“물론 부주의 말은 거짓이겠죠?”
“그…… 그렇습니다.”
부인의 미색에 번지는 미소는 더욱 아름다웠다.
“소협을 살리기를 잘했군요.”
“나를 이용하시려는 건가요?”
부인의 고개가 도리질을 했다.
“아니에요. 절대 그런 생각이 없어요. 그냥 살리려는 거예요.”
“부인, 내 목숨을 구해준 은혜는 어떤 것으로든지 꼭 갚겠습니다.”
부인은 다시 배시시 웃었다.
“소협은 앞으로 사흘 동안 욕조 안에서 생활해야 해요. 그래야만 몸속의 냉독이 사라질 거예요. 그리고 이곳은 본 장원 중에서 가장 은밀하고 안전한 곳이에요. 아무도 내 허락 없이는 들어오지 못해요. 심지어 보주까지도……”
그녀는 몇 가지 당부를 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사군보는 그녀와 더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그녀를 불러 세울 수는 없었다.
불현듯 모친의 모습이 떠올랐다.
‘어머님도 저 부인처럼 아름답고 기품이 있으셨는데……’
부인에게서 어머님을 연상할 수 있다는 사실은 그가 부인에게 감동되어 있다는 증거였다.
**
사흘이 지났다.
사군보에게는 사흘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른다.
원수와 복수.
국제강의 부인.
어떤 일이 있어도 찾아야 하는 신주오보 등등……
너무나 많은 생각에 사흘이 하루 같았다.
지난 사흘 동안 그가 만난 사람은 단 한 사람뿐이다.
여래부인(如來婦人) 추상여(秋桑黎)!
국제강의 부인.
그녀는 강호세가 황천문(皇天門)의 가주인 추극(秋極)의 딸이었다.
그녀와 국제강이 맺어진 것은 다분한 정략적 결합이었다.
황천문은 대륙의 남단인 운남에 위치해 있는 관계로 대륙 중앙으로 진출하는 것을 숙원으로 삼고 있었다.
그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무리 황천문이 대륙 남단의 운남제일가란 명예를 지니고 있다고는 해도 두터운 중앙의 벽을 깨기엔 부족했던 것이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운남 땅을 지나던 국제강이 당시 열여덟이었던 추상여를 보고 호감을 지니게 되었다.
이런 눈치를 놓칠 추극은 절대 아니다.
그는 떠맡기다시피 딸을 국제강에게 주었다.
그리하여 추상여는 나이 18세에 국제강의 네 번째 부인으로 뇌정보에 들어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