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하마제 5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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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하-第 55 章 벽력신패 쟁탈전
팍! 팍! 팍!
경쾌한 음향이 들렸다.
사군보의 몸이 움직이는 곳마다 대여섯 명씩의 흑삼인들이 쓰러져갔다.
“으악-!”
“켁-!”
귀영만겁신법과 천뢰지가 어울려 펼쳐지는 사군보의 손속은 신랄하기 그지없었다.
흑삼인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져 갔다.
헌데 바로 그 순간,
“허허허……친구, 수고하게.”
만걸이 밖의 싸움을 끝낸 듯 대청 안으로 들어오더니 한창 싸우고 있는 사군보를 놀리며 왼쪽 문으로 사라졌다.
사군보도 그의 등을 향해 노성을 질렀다.
“만걸, 네가 가는 곳이 지옥일 것이다!”
약이 올랐다.
그는 살기를 더욱 돋우며 진력을 한층 끌어올렸다.
이때 사군보에게 죽자 살자 계속 덮쳐들던 흑삼인들에게 괴변이 생겼다.
“으악!”
“아아악!”
사군보가 살초를 펼쳐낸 것이 아닌데도 흑삼인들이 죽어 자빠졌다.
잠깐 사이에 시위들은 단 한 명도 남지 않고 모조리 황천길로 올라갔다.
사군보가 멍청해 있자 다시 전음이 들려왔다.
[어서 거지를 쫓아가라!]
지붕에서 들은 그 음성이었다.
‘이건 또 뭐야?’
사군보는 어이가 없었다.
상대방은 보이지 않고 자신에게 계속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좋아! 일단 벽력신패를 손에 쥐고 보자!’
사군보는 벽력신패를 수중에 넣을 때까지 전음의 상대에 신경을 쓰지 않기로 했다.
“휘익!”
짧게 휘파람을 불고는 빈청 남쪽에 있는 문으로 날아갔다.
그가 문으로 들어가는 순간이었다.
저만치 앞쪽 어둠속에서 한 인형이 후다닥 놀라며 어디로인가 휙 사라졌다.
사군보는 주저 없이 그 인형을 쫓아갔다.
하지만 워낙 캄캄한 곳이라 상대를 찾을 수가 없었다.
‘누구지? 나를 암중에 도와주고 있는 자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가 월동문으로 들어가라 해놓고서 그렇게 놀랄 리가 없다.
‘그럼 만걸……’
그때다.
[무얼 꾸물거리느냐? 앞쪽으로 또 다른 월동문이 있다. 그리로 가.]
또 다시 전음이 들렸다.
전음의 그 사람은 사군보의 일거일동을 자기 손바닥 보듯 꿰뚫어보고 있었다.
‘미친!’
사군보는 울컥 치밀어 오르는 노기를 느꼈으나 해야 할 일이 있기에 전음의 말대로 앞으로 내달렸다.
그런데,
“아악!”
10여 장 앞쪽에서 여인의 비명소리가 귓청을 찢을 듯이 들려왔다.
‘흥! 늙은 거지가 벌써 내당까지 들어간 모양이군.’
그는 마음이 급해져서 비명소리가 들려온 것으로 쏜살같이 몸을 날렸다.
그가 10여 장 몸을 날렸을 때다.
쌔애애액-!
어둠속에서 무형의 강기가 사군보의 가슴을 노리고 밀려왔다.
너무나 가까운 거리였고 악랄한 초식이었다.
“아!”
사군보의 입에서 놀람의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그는 앞에서 들린 여인의 비명에만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었다.
이렇게 암습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는 본능적으로 상체를 뒤로 젖히며 철판교(鐵板橋)를 펼쳤다.
등이 바닥에 닿을까 말까 한 채로 누워지며 신형을 반 바퀴 빙글 돌렸다.
그 순간,
“흐흐흐……젖비린내 나는 놈!”
소름이 오싹 끼치는 음성이 들렸다.
우르르릉……
이번에는 가슴으로 천 근 만 근 무게의 압력이 빈틈없이 눌려져 왔다.
채 몸을 일으킬 시간을 벌지 못한 사군보는 어쩔 수 없이 묵혈사령신공을 펼칠 수밖에 없었다.
츠으으윽……우두둑……!
뼈가 모두 부러지는 것 같은 소리.
모공으로 마치 풍선 바람이 빠지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사군보의 피부가 검게 변했다.
새까맣게 변한 몸은 마치 강철덩어리 같았다.
사군보는 즉시 발꿈치로 땅을 밀었다.
그의 몸이 눕혀진 채로 머리 쪽으로 빠르게 미끄러졌다.
그와 동시,
꽈아아앙-!
한줄기 강기가 사군보가 있던 곳으로 떨어지면서 굉음을 일으켰다.
그가 있던 곳의 땅이 폭탄이라도 터진 듯 움푹 파여 들었다.
마치 운석이 떨어진 것 같은 거대한 웅덩이다.
이때,
사군보는 몸을 일으킴과 동시 벌써 1장 밖 허공으로 치솟고 있었다.
연거푸 암습에 실패한 암습자는 사군보를 보며 웃음을 흘렸다.
“흐흐흐……묵혈사령신공을 익힌 걸 보니 네놈은 죽은 묵혈대제의 새끼구나! 네놈이 노부에게 걸려들다니! 하늘이 노부를 도와주는 것이구나.”
기쁨에 충만한 웃음이 일었다.
웅웅!
주변 공기가 진동하며 사군보의 주위로 희끗희끗한 물체가 보였다.
마치 유령처럼 흐느적거리는 인영들.
그것들은 연기처럼 사군보를 겹겹이 에워쌌다.
사군보는 이를 갈았다.
“네놈은 누구냐?”
“흐흐흣……네놈도 아비처럼 한 성격하는군. 하지만 죽을 때는 사가 놈도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피를 분수처럼 뿜어냈다.”
사군보는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뭣이! 네놈이 현장에 있었느냐?”
“그렇다.”
“원수 놈!”
사군보의 눈에서 원독의 살망이 서리서리 흩뿌려졌다.
이곳, 뇌정보 안에서 원한서린 원수를 만나게 될 줄은 사군보는 미쳐 생각치도 못했다.
“그렇지 않아도 사가 놈에게 숨겨둔 아들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는 궁금했다. 어떤 새낀지! 어리석은 놈, 스스로 지옥문을 열었구나!”
“죽여 버리겠다!”
“네놈에게 그럴 능력이 있을까?”
사군보의 머리 위에서 염라대왕의 명과도 같은 음성이 떨어짐과 동시.
콰르르릉!
다시 천만 근 압력의 강기가 번개처럼 빠르게 내려 눌러왔다.
지랄마군의 압살마공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무겁고 거대한 압력이다.
한 치의 틈도 주지 않았다.
더욱 시기적절했다.
사군보로 하여금 분노케 해 이성을 찾을 겨를도 주지 않는 악독하고 쾌속한 암습이었으며 단숨에 죽여 없애겠다는 양 그 위력 또한 대단했다.
“아! 내가 너무 흥분했구나!”
사군보가 뒤늦게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몸을 돌리려 했다.
그런데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가슴으로 또 다른 강기가 덮쳐들었다.
쿠아아아앙-!
엉겁결에 뒤로 물러나려는데 이번에는 뒤쪽에서 강기가 날아왔다.
휴류류륭……!
도대체 상대가 몇이나 된단 말인가.
어떻게 한군데도 아닌 세 군데에서!
그것도 자신이 움직이는 모든 방위를 차단하며 한꺼번에 공격을 해온단 말인가?
사군보는 묵혈사령신공의 견고함을 믿으며 구유현명장의 구결을 끌어 올렸다.
한 번에 세 군데의 강기를 일제히 쳐내려면 적령장으로는 역부족이라 여긴 것이다.
하지만 한 발 늦었다.
암습자의 수법은 강했고 빨랐다.
펑!
최초의 강기가 어깨를 때렸다.
펑!
가슴과 등에 동시에 터지는 강기.
“크으윽!”
사군보의 몸이 새우처럼 앞으로 크게 휘어졌다가 푹 꼬꾸라졌다.
피가 역류하고 온몸의 뼈마디가 자근자근 밟히는 것 같은 극통.
정신이 희미해져 가는 가운데 암습자의 득의에 찬 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흐흐흐……벽력신패는 노부가 거두어 갈 것이다. 그리고 네놈의 아비가 감춰 둔 백이령(白耳鈴)도 조만간에 내 수중에 들어올 것이다.”
‘백, 백이령?’
-백이령(白耳鈴)!
백해의 신비가 담겨 있는 보물.
그걸 아버지가 모처에 숨겨 놓았다고?
그게 사실이라면 그 사실을 사군보도 알고 있어야 정상인데 기이하게도 그는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암습자의 괴괴한 음성이 계속되고 있었다.
“애송이 놈……네놈은 이제부터 오장육부가 얼음덩이로 얼어 죽을 것이다.”
‘원수……’
“단숨에 네놈을 죽인다는 것은 네놈에겐 행운이다. 석년, 네놈 아비에게 노부가 당한 수모를 생각한다면 널 쉽게 죽일 수는 없다. 차근차근 네놈이 죽어가는 것을 상상하며 즐기겠다. 흐흐흐……”
‘절대 가만두지……’
그러나 사군보는 그 다음 말을 못 들었다.
그의 의식이 깊은 수렁이로 빠져들고 있었다.
**
몇 시각, 몇 날, 아니 몇 년의 길고 긴 시간이 지났는지 모른다.
구름에 둥둥 실려 바람이 가는대로 떠다니고 망막한 어둠 속을 헤매며 얼마나 소리를 질렀을까?
원수…… 원수…… 원수……
천지를 진동시키는 외침.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그의 귀에는 그 외침이 전혀 들려오지를 않았다.
원수의 얼굴이 짙은 안개 속에서 보이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도 다시 안개에 휘말려 사라진다.
찾으려 애쓰면 어느새 희미하게 원수의 얼굴이 나타났다.
하지만 자꾸 안개가 방해를 하여 원수의 얼굴을 자세히 볼 수가 없었다.
안타까운 일이었다.
좀 더 가까이 가려면 원수의 얼굴도 그 만큼 멀어졌다.
“원-수-!”
사군보는 목청껏 소리를 지르며 벌떡 일어났다.
이때 그의 귓전으로 여인의 놀람의 소리가 나직이 들려왔다.
“어맛!”
사군보는 음성이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돌리고는 일시 멍해졌다.
가까운 곳에 한 여인이 등을 돌리고 있었다.
검은 머리카락이 허리까지 내려오는 뒷모습만 보이는 여인이다.
“당, 당신은 누구요?”
아직 정신이 몽롱한 가운데 자신의 몸을 살피던 사군보는 기겁을 했다.
“아……”
자신이 완전 나체였다.
그것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으로 욕조 안에 있었다.
욕조는 좁고 높았다.
보통 욕조란 사람이 들어가 앉거나 반신욕을 하는 그런 크기다.
그런데 그가 들어가 있는 욕조는 마치 관을 세워둔 것처럼 한 사람이 겨우 들어가 서 있어야 할 정도의 그런 크기였다.
거기에 물은 배까지 차 있었는데 그 물이 또 이상하다.
약냄새가 진동한다.
첨벙. 첨벙.
사군보는 엉겁결에 다시 물속으로 자신의 몸을 집어넣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삼면이 막힌 방이다.
한쪽으로만 조그맣게 문이 나있는 사방 1장정도 밖에 안 되는, 언뜻 봐도 욕실이다.
이런 구조는 처음 보는 것이지만 분명 욕실이었다.
‘대체 여기는 어디지?’
원수에게 크게 당한 것까지 기억났다.
‘내가 죽지 않았나?’
빠르게 생각을 굴려 보아도 알 길이 없었다.
그는 아직도 등을 돌린 채 있는 여인에게 물었다.
“그 놈은 어디에 있어요? 여긴 어딥니까? 또 당신은 누구요?”
“……”
여인에게서는 아무런 움직임도, 아무런 대꾸도 들려오지를 않았다.
사군보는 알몸이라는 것 때문에 몸을 움직이지도 못하고 다시 물었다.
“내가 죽은 겁니까?”
참으로 엉뚱한 물음이다.
여인은 나직이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호호호홋……”
“여기가 어디죠? 내가 어떻게 된 겁니까? 원수는 또 어디 갔고? 국제강은 어디에 있는 거요?”
이거 어디 숨이라도 넘어가는 사람인가.
상대 여인은 너무나 많은 물음에 어느 것부터 대꾸해야 좋을지 모르는 듯 숨만 내쉴 뿐이었다.
사군보는 그제야 자신의 경망함을 느끼고 쓴 입맛을 다셨다.
“내게 옷을 갖다 줄 수 있어요? 이곳에서 나가야겠습니다.”
드디어 여인이 입을 뗐다.
“물에서 나오면 죽어요.”
사군보는 눈이 휘둥그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