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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하마제 47화

무료소설 혈하마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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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혈하마제 47화

혈하-第 47 章 구출

 

이해독왕을 일별한 순간 사군보의 검미가 꿈틀거렸다.

“이해독왕!”

이해독왕의 안면 근육은 보기 흉할 정도로 일그러져 있었다. 

또한 걸친 옷은 마치 난도질한 듯 갈가리 찢겨져 있어 그 사이로 피가 흘러나왔다.

이해독왕은 이를 부드득 갈았다.

“네놈은 누구냐?”

사군보는 수중의 검으로 허공에 호선을 그리면서 검극으로 이해독왕의 심장을 겨누었다.

“사군보다!”

“사군보? 뭐하는 놈이냐!”

“나? 널 죽이고 이곳을 붕괴시킬 사람.”

“흐흐흐…… 미친놈.”

“미친 놈은 너지!”

“그깟 검 한 자루 믿고 천둥벌거숭이처럼 날뛴다만…… 노부에겐 통하지 않는다.”

이해독왕은 말을 하면서 오른손 중지를 살짝 튕겼다. 

그의 손톱 밑으로부터 연한 노란색의 가루가 손가락이 튕겨짐에 따라 흘러나와 사군보 쪽으로 흘렀다.

츠츠츠츠…….

그것은 워낙 은밀하게 행사되었는지라 사군보는 그것을 깨닫지 못했다.

사군보는 진기를 끌어 올려 검에 싣고는 싸늘한 눈길로 이해독왕을 노려보았다.

“이해독왕! 이제 그만 지옥으로…… 큭!”

검을 든 손이 저려와 검신이 태풍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떨렸다.

눈앞이 흐려져 이해독왕의 몸이 두세 개로 마구 겹쳐 보였다.

“비, 비열한 놈, 독을 쓰다니…….”

“흐흐흐…… 잊었느냐? 노부가 누구인지를…….”

이해독왕의 입가에 잔인한 웃음이 매달렸다.

“크핫핫핫……! 이놈, 죽어랏!”

콰콰콰!

이해독왕의 쌍장에서 새파란 청광이 노도처럼 터져 나왔다.

그 빛살 속에는 비릿해 냄새만 맡아도 구토가 올라오는 향기가 배어 있었다. 

독기가 지독한 독강에 석실이 터져 나갈 듯 진동했다.

가공할 장력이 전신을 짓뭉갤 듯이 뻗어져 나오자 사군보는 그의 공격이 좀 전에 비해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엄청나다는 것을 느끼고는 긴장했다.

더욱이 지금 자신은 독에 중독되어 있는 몸이었다.

그는 급히 전신공력을 끌어 올렸다.

“큭!”

공력을 끌어 올리자 오장육부가 찢어지는 것처럼 아파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지만 그는 이를 악물었다.

‘속전속결! 머뭇거리면 죽는다!’

어찌나 세게 물었던지 잇몸이 터져 붉은 피가 목구멍 너머로도 넘어가고 입술 밖으로 새어 나왔다.

그 비릿한 혈향에 잠시 정신을 차린 사군보는 공력을 검신에 실었다.

번쩍!

검광이 태양처럼 번쩍였다.

검광은 곧 석실을 가득 메우며 수 천 수만의 검편이 되어 올랐다. 

마치 찬연한 번갯불이 허공에 흩뿌려지듯이 두 눈 가득 들어오는 것은 백색 일색이었다.

“크헉!”

처절한 단말마가 공기를 갈가리 찢었다. 

듣는 이로 하여금 모골이 송연할 정도로 전율스러운 비명이었다.

사사삭!

찬연한 광채가 서서히 걷혔다. 

순간 드러난 처참한 한 구의 시체!

이해독왕의 시체는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였다. 

그의 육신은 어느 것이 살이고 뼈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난도질되어 버렸다.

그 순간이다.

“이해독왕이 쓰러졌다.”

“놈을 죽여라!‘

6명의 간수들이 우루루 달려 들었다.

사군보는 이를 악 물었다.

빨리 처리하고 독기를 몰아내야 한다.

그는 즉시 묵혈사령신공을 뽑아내 크게 검을 그어내렸다.

휘이잉-

반달 모양의 검은 검강이 6명의 간수들을 쓸어버렸다.

“크악!”

“으아아악!”

간수들은 채 손도 서보지 못하고 검강에 쓸려 사지가 분시되었다.

“훅! 훅!”

거친 숨을 토해내는 사군보의 이마에 담이 송골송골 맺혔다.

‘지독한 독이다.’

사군보는 독에 내성이 있었다.

만독불침까지는 아니어도 삼뇌마자 막여천 등이 독에 대한 면역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10년 동안 꾸준하게 독초, 독물 등을 먹여왔다.

어지간한 독은 그에게 해를 주지 못한다.

그러나 이해독왕으 독은 지독했다.

체내의 삼매진화를 이용해 독기를 몰아내고 태울 수 있지만 그러려면 안전한 장소가 필요하고 시간도 없다.

팍. 팍. 팍.

일단 독기가 더 퍼지지 않게 혈을 막은 사군보는 즉시 차승원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

 

“어서 옷을 갈아입어요.”

“은공, 안색이 안 좋습니다.”

“시끄럽고! 어서 서둘러요.” 

서릿발처럼 차가운 사군보의 음성에 차승원은 사태가 심각함을 깨달았다.

“여자 분들은 어서 수라간 제자들의 옷으로 갈아입으시고, 남자들은 간수복으로 바꿔 입어요.”

“여자 옷이 부족합니다.”

납치된 사람들 중 여자가 훨씬 많았다.

“그럼 간수복이라도 입어요. 지금 여자 옷을 구할 수 없어요.” 

납치되었다가 풀려난 사람들은 허둥지둥 명에 따랐다.

이윽고 총 26명이 변복을 했다.

남자 옷을 입어 헐렁한 부분은 옷을 찢어 소맷단과 바짓단을 동여맸다. 

들키지 않게 최대한 고개도 숙였다.

옷을 못 구한 30명은 불안한 눈으로 차승원과 사군보를 쳐다보았다.

“3명만 더 날 따라와요.”

“바꿔 입을 옷이 없습니다.”

“조금만 가면 호휘무사 3명이 있어요. 그들 옷으로 갈아입으면 되니 일단 29명이 먼저 탈출합니다.”

“알겠습니다.”

“남은 분들은 일단 여기 숨어 있어요. 내가 다시 돌아올 테니까.”

남은 자들은 대부분 남자들이다.

여자도 있었지만 나이가 30대로 사회 경험이 많은 사람들만 2차로 나가기로 했다.

연륜은 인내를 준다.

“꼭 돌아오세요.”

30대 중반의 여자가 눈물로 부탁했다.

사군보는 그녀의 손을 잡아 주었다.

“조금만 기다려요. 금방 올게요.”

“믿을게요.”

그 사이 차승원이 3명을 지명해서 총 29명이 조용히 사군보의 뒤를 따랐다.

 

**

 

“큭! 부, 부 당주님……”

가재굴은 숨을 헐떡이다가 고개를 떨구었다.

무방비상태로 있던 가재굴과 호위무사 2명은 그렇게 고혼이 되었다.

“어서 갈아입고 이 길 따라 쭉 와요.”

“은공은 어디 가십니까?”

“수문위사들에게 섭혼술을 걸어야 합니다. 그래야 여러분들이 안전하게 나올 수 있어요.”

“섭혼술!”

차승원은 ‘그건 사술입니다.’ 하고 말하려다가 그 말을 꼴각 삼켰다.

사술이면 어떻고 마공이면 어떠랴.

지금은 이곳을 탈출하는 일이 우선이다.

 

**

 

쨍그렁!

수문위사 춘봉과 그 외 3명이 손에 든 창이며 검을 놓쳤다.

“주워!”

“네!”

춘봉 등이 급히 무기를 들고 부동자세를 취했다.

그들의 눈동자는 몽롱했다.

‘됐다!’

사군보는 통로 안쪽을 향해 손짓했다.

차승원이 28명을 인솔한 채 급히 나오자 사군보는 춘봉 등에게 명령했다.

“너희들은 지금 아무 것도 보지 못한 것이다.”

“네!”

춘봉 등의 정신을 지배한 후 사군보는 앞장서 독전으로 가면서 말했다.

“지금부터 아무 말도 하지 말고, 뛰지도 말아요. 입 꽉 다물고 마치 산책가듯 천천히 날 따라와야 우릴 본 사람이 있어도 의심을 안 합니다.”

“네.”

누군가가 대답하자 사군보가 눈을 부라렸다. 

“말하지 말라니까!”

“……!”

“……!”

모두 그 서슬 퍼런 눈길에 입을 다물었다.

“따라와요.”

사군보는 그들을 인솔한 채 독전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가는 도중 종종 채화당이나 추밀당 제자들을 만났지만 모두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

 

“이 사람들은……윽!”

월정이 머리를 감싸 안고 주저앉았다.

머리가 빠개지는 것처럼 아팠다.

사군보가 섭혼술을 강하게 건 것이다.

“월정, 당신 여자 옷 18벌을 갖고 와라.”

“네, 주인님.”

멍한 눈으로 일어난 울정은 내당으로 달려갔다.

그 사이 사군보는 사람들을 독전 독모의 집무실로 데려갔다.

“엄마!”

“시, 시체!”

집무실 안에 들어오자마자 독모의 시체를 본 여자들이 기겁해 소리쳤다.

“쉿! 아직 안전하지 않아요!”

“시체가……”

“죽은 사람은 안 무섭습니다.”

“조용히 해요.”

“입 좀 다뭅시다.”

납치된 사람들은 저마다 서로를 격려하고 주의를 줬다.

사군보는 차승원을 불렀다.

“다른 사람들을 구해올 테니 이곳에서 대기해요.”

“저도 갑니다.”

“이곳 사람들 지켜요. 내공도 회복 안 된 상태라 날 따라와 봐야 짐입니다.”

“알겠습니다.”

“아무도 안 들어오니까 이젠 편히 쉬고 계시면 됩니다.”

다시 사람들은 안심시킨 사군보는 집무실을 나갔다.

밖에는 월정이 여자 옷을 보자기에 담아 들고 서 있었다.

“여기 지키고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해.”

“네.”

“누가 오면 독모님 폐관중이라고 하고.”

“네.”

단도리를 한 사군보는 서둘러 밀옥으로 향했다.

 

꼬박 1시진이 걸렸다.

큰 문제없이 57명의 납치된 사람들을 모두 구했다.

비밀통로를 연 사군보는 차승원에게 사람들을 인솔하라 했다.

그런데 차승원과 사람들이 떠나지 않고 그를 바라보았다.

“은공의 이름을 알고 싶습니다.”

“알려주세요. 그래야 우리가 떠납니다.”

“미치겠네.”

사군보는 속이 탔다.

빨리 독기를 몰아내야 하는데 이 사람들이 늦장을 부린다.

“난 사군보요.”

“고맙습니다. 은공.”

“부처님이 살펴주실 겁니다.”

사람들은 일일이 인사하면서 비밀통로 안으로 들어갔다.

차승원이 떠나기 전에 포권 했다.

“시간되실 때 정주 차가장으로 한 번 들려주십시오.”

“인연이 닿으면 또 보겠지요. 어서 가요.”

“몸 보중하십시오. 은공.”

차승원이 마지막으로 떠나자 사군보는 그제야 집무실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젠……독기를 뽑아내야 한다.”

시간이 너무 지났다.

그는 즉시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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